추석 전 빈집털이 활개, 손 놓은 경찰

입력 2002.09.11 (21:00)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추석을 앞두고 요즘 빈집털이가 활개를 치면서 이제는 집을 비우고 마음 놓고 고향가는 것도 겁난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빈집털이에는 경찰도 지금 사실상 속수무책입니다.
정지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결혼 넉 달째인 정 모 씨 집에 도둑이 든 것은 지난 5월 말입니다.
하룻밤 집을 비운 사이 결혼 예물과 현금 등 500만 원 정도의 피해를 봤습니다.
⊙정 모씨(피해자): (신고하니까) 경찰에서 연락 온 게 없었어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기자: 연립주택이 많은 일대에서는 최근 석 달 동안 100여 가구가 넘게 도둑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관내 파출소는 그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연가·휴가 다 갔거든요. 다섯 명이 근무하면 순찰차 두 대 운행하기도 힘들다고요.
⊙기자: 이렇게 느슨해진 경찰의 대응에 비해 빈집털이범들의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입구에 배달물이 쌓여 있는 집을 노리다가 이제는 직접 광고지를 꽂아놓고 빈집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욱이 이 정도 알루미늄 방범창 정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빈집털이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98년 경찰은 빈집사전신고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올 추석을 며칠 앞두고 이 제도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인터뷰: 이번 명절에 저희가 집을 비우는데 순찰해 주시나요?
⊙경찰: 아, 신고 안 받습니다.
⊙기자: 신고제 이용률이 저조하고 투입된 순찰카드가 범죄에 역이용될 수 있어 제도를 폐지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하고 집을 비운 곳에 도둑이 들 경우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임을 이 내부문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집을 다 지킬 수가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됐어요.
⊙기자: 이러다 보니 불안한 나머지 비싼 돈을 들여 사설경비업체에 의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현희(박사/에스원 범죄문제연구소): 경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밤에 불을 켜놓거나 신문이 쌓이는 것을 막거나 또는 현관이나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사전조치가 필요합니다.
⊙기자: 경찰이 빈집털이 단속에 손을 놓으면서 이번 추석 귀성객들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고향길에 오르게 됐습니다.
KBS뉴스 정지주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추석 전 빈집털이 활개, 손 놓은 경찰
    • 입력 2002-09-11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추석을 앞두고 요즘 빈집털이가 활개를 치면서 이제는 집을 비우고 마음 놓고 고향가는 것도 겁난다고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빈집털이에는 경찰도 지금 사실상 속수무책입니다. 정지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결혼 넉 달째인 정 모 씨 집에 도둑이 든 것은 지난 5월 말입니다. 하룻밤 집을 비운 사이 결혼 예물과 현금 등 500만 원 정도의 피해를 봤습니다. ⊙정 모씨(피해자): (신고하니까) 경찰에서 연락 온 게 없었어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기자: 연립주택이 많은 일대에서는 최근 석 달 동안 100여 가구가 넘게 도둑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관내 파출소는 그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연가·휴가 다 갔거든요. 다섯 명이 근무하면 순찰차 두 대 운행하기도 힘들다고요. ⊙기자: 이렇게 느슨해진 경찰의 대응에 비해 빈집털이범들의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입구에 배달물이 쌓여 있는 집을 노리다가 이제는 직접 광고지를 꽂아놓고 빈집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욱이 이 정도 알루미늄 방범창 정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습니다. 빈집털이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98년 경찰은 빈집사전신고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올 추석을 며칠 앞두고 이 제도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습니다. ⊙인터뷰: 이번 명절에 저희가 집을 비우는데 순찰해 주시나요? ⊙경찰: 아, 신고 안 받습니다. ⊙기자: 신고제 이용률이 저조하고 투입된 순찰카드가 범죄에 역이용될 수 있어 제도를 폐지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하고 집을 비운 곳에 도둑이 들 경우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임을 이 내부문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집을 다 지킬 수가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폐지됐어요. ⊙기자: 이러다 보니 불안한 나머지 비싼 돈을 들여 사설경비업체에 의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현희(박사/에스원 범죄문제연구소): 경찰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밤에 불을 켜놓거나 신문이 쌓이는 것을 막거나 또는 현관이나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사전조치가 필요합니다. ⊙기자: 경찰이 빈집털이 단속에 손을 놓으면서 이번 추석 귀성객들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고향길에 오르게 됐습니다. KBS뉴스 정지주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