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대책 없이 쫓겨나는 중국 농민공

입력 2017.12.01 (20:33) 수정 2017.12.0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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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꽤 추운데요.

이런 날씨에 갑자기 집에서 내쫓긴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바로 중국 베이징 시의 저소득층 '농민공'들 이야깁니다.

얼마 전 베이징시의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 큰 불이 나서 10여명이 숨졌는데, 시 당국이 안전 등의 이유로 이 일대 주민들을 하루 아침에 나가라고 하면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베이징 연결해 관련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
김민철 특파원, 베이징 시에서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이주 명령을 내렸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베이징 시당국이 베이징시 남쪽 다싱구 지역을 비롯한 시 외곽 지역의 저가 임대 아파트, 영세 공장 밀집 지역 등의 거주민들에게 "며칠 내로 해당 지역을 떠나라"고 통보했습니다.

일부 건물들에 대해서는 이미 철거 작업이 진행됐고요.

거리에 이미 부서진 건축 잔해들이 널려 있어서, 현장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주민들은 시 당국이 퇴거를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강압적으로 자신들을 쫓아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녹취> "우리도 감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나가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우리는 베이징에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시 당국은 강제 퇴거 통보 직후 수도와 전기 공급까지 중단시키면서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이주에 나섰습니다.

하루 아침에 집과 일터를 잃고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속출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시 당국이 왜 이렇게 갑자기 이주 명령을 내린겁니까?

<답변>
네, 말씀드린대로 지난달 18일 베이징시 다싱구 신젠촌 지역의 한 임대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계기가 됐습니다.

불은 3시간여 만에 꺼졌지만, 무려 19명이나 숨지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좁은 집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거주하면서 작은 화재에도 피해가 매우 컸습니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른바 '농민공'들인데요.

주로 농촌에서 베이징으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이주 노동자들을 말합니다.

시 당국은 농민공들의 밀집 생활로 화재에 취약하고, 피해를 키우는 거주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며 강제 퇴거조치에 들어간 것입니다.

<녹취> "(방의 인구) 밀도가 꽤 높습니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창문은 연기가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도 않아요. 거주자들이 대피하기도 매우 어렵죠."

<질문>
그런데 이번 이주 명령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죠?

<답변>
네, 사실 베이징시는 오는 2020년까지 현재 2천 8백만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2천 3백만명 정도로 줄일 계획인데요.

때문에 베이징시가 안전을 빌미로 가난한 농민공들을 대책없이 쫓아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단체 등에서 쫓겨난 농민공들에게 숙소와 생필품을 제공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시 당국이 저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감이 크게 확산됐습니다.

지식인 100여명은 중국공산당과 국무원 등에 공개 항의서한까지 보냈습니다.

베이징 시는 부랴부랴 상주 인구를 줄이기 위해 빈곤층을 쫓아낸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또 시진핑의 측근인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도 뒤늦게 철거민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것을 지시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베이징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이같은 강제 이주 조치가 일어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상하이, 선전, 닝보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홍콩의 한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이들 지역에서도 안전을 이유삼아 농민공 거주 지역 강제 철거 소식이 돌고 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농민공들에게 안전한 임대아파트를 제공하라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어느새 깊어진 중국의 양극화 현상에 중국의 중산층들이 새삼 눈을 뜨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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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대책 없이 쫓겨나는 중국 농민공
    • 입력 2017-12-01 20:30:26
    • 수정2017-12-01 20:51:30
    글로벌24
<앵커 멘트>

오늘 꽤 추운데요.

이런 날씨에 갑자기 집에서 내쫓긴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바로 중국 베이징 시의 저소득층 '농민공'들 이야깁니다.

얼마 전 베이징시의 저소득층 거주지역에서 큰 불이 나서 10여명이 숨졌는데, 시 당국이 안전 등의 이유로 이 일대 주민들을 하루 아침에 나가라고 하면서 거센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오늘은 베이징 연결해 관련 소식 알아봅니다.

<질문>
김민철 특파원, 베이징 시에서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이주 명령을 내렸다고요?

<답변>
그렇습니다. 베이징 시당국이 베이징시 남쪽 다싱구 지역을 비롯한 시 외곽 지역의 저가 임대 아파트, 영세 공장 밀집 지역 등의 거주민들에게 "며칠 내로 해당 지역을 떠나라"고 통보했습니다.

일부 건물들에 대해서는 이미 철거 작업이 진행됐고요.

거리에 이미 부서진 건축 잔해들이 널려 있어서, 현장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주민들은 시 당국이 퇴거를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고, 강압적으로 자신들을 쫓아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녹취> "우리도 감정이 있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나가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 우리는 베이징에 오랫동안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시 당국은 강제 퇴거 통보 직후 수도와 전기 공급까지 중단시키면서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이주에 나섰습니다.

하루 아침에 집과 일터를 잃고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노숙을 하는 사람들도 속출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시 당국이 왜 이렇게 갑자기 이주 명령을 내린겁니까?

<답변>
네, 말씀드린대로 지난달 18일 베이징시 다싱구 신젠촌 지역의 한 임대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계기가 됐습니다.

불은 3시간여 만에 꺼졌지만, 무려 19명이나 숨지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좁은 집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거주하면서 작은 화재에도 피해가 매우 컸습니다.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른바 '농민공'들인데요.

주로 농촌에서 베이징으로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이주 노동자들을 말합니다.

시 당국은 농민공들의 밀집 생활로 화재에 취약하고, 피해를 키우는 거주 형태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며 강제 퇴거조치에 들어간 것입니다.

<녹취> "(방의 인구) 밀도가 꽤 높습니다. 게다가 이런 종류의 창문은 연기가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도 않아요. 거주자들이 대피하기도 매우 어렵죠."

<질문>
그런데 이번 이주 명령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죠?

<답변>
네, 사실 베이징시는 오는 2020년까지 현재 2천 8백만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2천 3백만명 정도로 줄일 계획인데요.

때문에 베이징시가 안전을 빌미로 가난한 농민공들을 대책없이 쫓아내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단체 등에서 쫓겨난 농민공들에게 숙소와 생필품을 제공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시 당국이 저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감이 크게 확산됐습니다.

지식인 100여명은 중국공산당과 국무원 등에 공개 항의서한까지 보냈습니다.

베이징 시는 부랴부랴 상주 인구를 줄이기 위해 빈곤층을 쫓아낸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발표했습니다.

또 시진핑의 측근인 차이치 베이징시 당서기도 뒤늦게 철거민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줄 것을 지시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베이징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이같은 강제 이주 조치가 일어나고 있다면서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상하이, 선전, 닝보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홍콩의 한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이들 지역에서도 안전을 이유삼아 농민공 거주 지역 강제 철거 소식이 돌고 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은 정부가 저소득층에 대한 차별을 조장한다는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농민공들에게 안전한 임대아파트를 제공하라는 등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습니다.

어느새 깊어진 중국의 양극화 현상에 중국의 중산층들이 새삼 눈을 뜨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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