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호주의 날 놓고 ‘역사 전쟁’

입력 2018.01.26 (20:34) 수정 2018.01.2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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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호주에선 1월 26일, 오늘을 사실상의 건국 기념일인 '호주의 날'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호주의 날을 두고 몇년 전부터 역사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파원 연결해 호주의 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알아봅니다.

[리포트]

[앵커]
유석조 특파원, 호주에서 1월 26일은 어떤 날인가요?

[기자]
네, 1788년 1월 26일이 영국 함대가 호주에 처음 도착한 날입니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매년 1월 26일 대대적인 기념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시드니에서는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페리들이 경주를 벌였고, 어린이들은 호주 국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수도 캔버라의 기념 행사엔 턴불 호주 총리도 참석해 기념사를 전했습니다.

[말콤 턴불/호주 총리 : "가장 새로운 시민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역사의 상속인입니다. 그것을 배우고 포용하며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앵커]
그런데 몇년 전부터 호주의 날을 다른 날로 바꿔야 한다, 이런 주장들이 나오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호주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이 호주의 날이 침략을 당한 날이기 때문에 통합에 저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린다 버니/노동당 소속 정치인 : "특히 원주민들에게는 극심한 고통의 날입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날이 '통합의 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호주 전역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호주의 날을 변경하라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또 지난 14일 호주 제 3당인 녹생당은 올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호주의 날 변경을 꼽기도 했는데요.

변경하려는 날짜로는 원주민들에게 헌법상 권리가 처음으로 허용된 5월 27일이나 호주 헌법이 제정 발표된 1월 1일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호주 국민들의 절반 가량인 49%는 '호주의 날'이 원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날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지자체에 따라서는 호주의 날 기념행사를 다른 날로 바꾸기로 결정한 곳도 있다죠?

[기자]
네, 빅토리아 주의 데어빈, 야라 등 일부 의회인데요.

대부분 녹색당 등 진보 정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앵커]
결국 호주의 날 논란이 호주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이른바 '역사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원주민과의 화해와 사회 통합을 위해 영국 식민지 시절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이 훼손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인으로 호주 대륙에 처음 발일 디딘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에 분홍색 페인트가 칠해져있습니다.

동상 아래에는 '우리는 대량 학살을 기억합니다' 라는 문구도 보입니다.

호주의 날을 하루 앞둔 어제 멜버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쿡 선장의 동상은 호주 곳곳에 세워져있는데요.

원주민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사람 중 일부가 동상을 훼손하고 있는 겁니다.

국기까지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크리스 스미스/라디오 방송 진행자 : "국기를 다시 만드는 것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왜 우리 국기에 영국 국기의 흔적이 있어야 합니까? 1월 26일에 논의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턴불 총리는 국기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요.

호주의 날과 관련해서도 자유국가에서 역사를 놓고 논쟁할 수는 있지만, 호주의 날을 바꾸려는 것은 분열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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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현장] 호주의 날 놓고 ‘역사 전쟁’
    • 입력 2018-01-26 20:31:03
    • 수정2018-01-26 20:41:05
    글로벌24
[앵커]

호주에선 1월 26일, 오늘을 사실상의 건국 기념일인 '호주의 날'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 호주의 날을 두고 몇년 전부터 역사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파원 연결해 호주의 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알아봅니다.

[리포트]

[앵커]
유석조 특파원, 호주에서 1월 26일은 어떤 날인가요?

[기자]
네, 1788년 1월 26일이 영국 함대가 호주에 처음 도착한 날입니다.

이 때문에 호주에서는 매년 1월 26일 대대적인 기념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시드니에서는 오페라 하우스를 배경으로 페리들이 경주를 벌였고, 어린이들은 호주 국기를 들고 거리를 행진했습니다.

수도 캔버라의 기념 행사엔 턴불 호주 총리도 참석해 기념사를 전했습니다.

[말콤 턴불/호주 총리 : "가장 새로운 시민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는 역사의 상속인입니다. 그것을 배우고 포용하며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앵커]
그런데 몇년 전부터 호주의 날을 다른 날로 바꿔야 한다, 이런 주장들이 나오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호주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 입장에서는 이 호주의 날이 침략을 당한 날이기 때문에 통합에 저해가 된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린다 버니/노동당 소속 정치인 : "특히 원주민들에게는 극심한 고통의 날입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날이 '통합의 날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호주 전역에서는 수만 명이 모여 호주의 날을 변경하라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또 지난 14일 호주 제 3당인 녹생당은 올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호주의 날 변경을 꼽기도 했는데요.

변경하려는 날짜로는 원주민들에게 헌법상 권리가 처음으로 허용된 5월 27일이나 호주 헌법이 제정 발표된 1월 1일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호주 국민들의 절반 가량인 49%는 '호주의 날'이 원주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날이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지자체에 따라서는 호주의 날 기념행사를 다른 날로 바꾸기로 결정한 곳도 있다죠?

[기자]
네, 빅토리아 주의 데어빈, 야라 등 일부 의회인데요.

대부분 녹색당 등 진보 정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곳입니다.

[앵커]
결국 호주의 날 논란이 호주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이른바 '역사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원주민과의 화해와 사회 통합을 위해 영국 식민지 시절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이 훼손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인으로 호주 대륙에 처음 발일 디딘 제임스 쿡 선장의 동상에 분홍색 페인트가 칠해져있습니다.

동상 아래에는 '우리는 대량 학살을 기억합니다' 라는 문구도 보입니다.

호주의 날을 하루 앞둔 어제 멜버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쿡 선장의 동상은 호주 곳곳에 세워져있는데요.

원주민의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사람 중 일부가 동상을 훼손하고 있는 겁니다.

국기까지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크리스 스미스/라디오 방송 진행자 : "국기를 다시 만드는 것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왜 우리 국기에 영국 국기의 흔적이 있어야 합니까? 1월 26일에 논의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턴불 총리는 국기가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요.

호주의 날과 관련해서도 자유국가에서 역사를 놓고 논쟁할 수는 있지만, 호주의 날을 바꾸려는 것은 분열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금까지 방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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