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15년 만에 내려오는 北 예술단

입력 2018.01.27 (08:07) 수정 2018.01.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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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선수들이 내려오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대상은 바로 북한 예술단입니다.

과거 남북 교류에서 특히 예술 분야는 큰 감동을 줬고 그만큼 남북한 사람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번에도 북한은 대규모 예술단 파견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북한 예술단이 16년 만에 내려와 공연하는 것을 계기로 그동안의 남북 예술 교류와 북한 예술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앳된 모습, 그러나 이미 권력을 세습한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나타나자 정권 고위 간부들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낸다.

2012년 3월, 국제 부녀절을 기념해 열린 음악회다.

김정일이 세상을 떠난지 채 백일도 되지 않아 열린 이 음악회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다.

[진행자 : "보천보 전자악단의 유명한 가수였던 현송월 가수가 앉아있는 것 같은데. 예 오늘 이 기회에 유명한 현송월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이 어떻습니까? 여러분!"]

사회자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이는 바로 현송월이다.

이 자리에서 현송월은 딸을 임신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현송월/당시 보천보전자악단 가수 : "네, 저는 아들을 낳고 싶은데 이전에 산원에 가서 본데에 의하면 지금 제 배 안에 있는 아이가 딸이라고 합니다."]

부녀절에 맞춰 체제 선전성 발언도 했다.

[현송월/당시 보천보전자악단 가수 : "사회주의 제도에서 우리 여성들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존경을 받고 떠받들리면서 살고 있습니까. 또 그렇게 생각하면 딸이 낳고 싶기도 합니다."]

이어 자신의 대표곡 ‘준마처녀’를 김정은 앞에서 선보인다.

[北 가요 ‘준마처녀’ : "랄랄 랄라라... 날보고 준마처녀래요."]

그로부터 6년 뒤, 현송월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을 할 북측 예술단의 단장 자격으로 대한민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1박 2일 일정 내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녀와 함께 내려오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은 그러나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일단 80명 정도의 연주 인력에 춤과 노래를 담당하는 단원을 포함해 140여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공연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민요와 세계 명곡 등을 선보인다고만 전해졌다.

현송월 단장이 공연장 후보지들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모습을 본 전문가들은 북측이 상당한 수준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예상한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음향이라든가 조명이라든가 전반적인 무대조건이 맞추어 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사전에 점검을 하고 그에 적합한 장소를 고르기 위해서 내려온 것 같고요. 그거는 거꾸로 말하면 북한에 지금 내려오려고 하는 예술단들의 악기 편성이라든가 또 시스템이 상당히 많은 조건들을 요구하는 그런 형태의 공연이 내려올 거라는 짐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삼지연 관현악단의 정체를 놓고 그나마 이름이 가장 유사한 삼지연악단이 주목받고 있다.

2009년, 김정일의 음악 대중화 지침에 따라 일종의‘팝 오케스트라’로 구성됐다.

2017년 새해맞이 공연에서는 디즈니 만화 영화 등 다양한 해외 음악을 연주했다.

[北 가요 ‘그 품이 제일 좋아’ : "아 원수님 그 품이 제일 좋아"]

그러나 북한의 예술단 공연은 곧 중앙당의 메시지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술단 공연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선전선동부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부부장을 맡은 정권 핵심 기구다.

일단 승인이 나면 평양 등 대도시에서 공연한 뒤 지방 순회 공연에 나서고 이같은 성과를 방송 등 매체로 전파한다.

["단숨에! 단숨에!"]

김정은 친위 악단인 모란봉 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 등이 북한 핵개발의 성과 등을 지난해 석달 가량 북한 전역을 돌며 합동 공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예술 선동 정치는 일터 단위의 예술선전대 공연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해외 공연으로도 폭을 넓힌다.

2015년 모란봉 악단이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 내용을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철수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이번 방남 공연에서는 노골적인 체제 선전은 자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어떻게 보면 김정은 체제 들어서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잡음은 아마 많이 빼려고 할 거라고 판단이 듭니다. 제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북한의 예술도 전 세계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클래식 예술 수준 높은 예술을 연주하고 있고 또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팝아트라든가 이런 것들도 충분히 북한 내에서 지금 연주되고 있다라는 걸 보여주려고 할 겁니다."]

현송월 단장의 현장 점검 모습에서도 이 같은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북한 예술단 출신 탈북민은 설명한다.

[한서희/前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2007년 탈북) : "현송월의 그 옷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중국에 갈 때는 당당하게 군복을 입고 갔었거든요. 그런데 대한민국에 올 때는 군복이 아니라 사복을 입었을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우리 대한민국의 분위기에 맞추려고 하는 북한의 의도가 또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이를 계기로 남과 북의 문화예술 교류도 급물살을 탔다. 2000년 한해에만 북한 예술단이 세 차례나 내려와 공연을 했다.

평양 학생 예술단의 첫 서울 공연.

[北 동요 ‘뽀뽀’ : "우리엄마 뽀뽀가 제일 좋아. 우리아빠 우리엄마 제일 좋아."]

6박 7일 일정 동안 북한 어린이들은 관객을 사로잡으며 큰 화제가 됐다.

같은 해, 북에서 온 테너 리영욱과 소프라노 조수미가 남북 관현악단의 합동 연주에 맞춰 오페라를 열창했다.

2002년엔 KBS교향악단이 평양을 답방해 ‘추석맞이 남북 교향악단 합동 연주회'를 가졌다.

["남북 교향악단 단원들이 손을 잡고 무대 위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활발했던 문화 교류는 오랜 세월 경색됐던 남북관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2000년의 공연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호간에 긴장된 분위기를 좀 해소해 나가는 그런 화해협력의 어떤 제스처 그런 역할을 했고요. 흔히 우리가 남북공연교류를 이벤트에 불과하다, 이런 비판을 하는데 오랫동안의 적대적인 체제에 있었던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그런 이벤트는 그것 자체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 2003년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열린 KBS 평양 노래 자랑.

["평양~ 노래자랑~"]

[송해/남측 진행자 : "어떻습니까, 남남북녀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전성희/북측 진행자 : "안됐습니다, 선생님. 버릇없이 선생님보다 조금 더 커서..."]

대중 예술의 교류를 통해 남과 북은 여전히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이러한 공연들은 북한 사회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고 한다.

[한서희/前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2007년 탈북) : "북한 주민들에게는 우리가 몰랐던 대한민국에 대해서 좀 많이 알았던 계기가 됐었죠. 어쩌면 북한 주민들한테는 남한 사람이라고 하면 적대감정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그런 이제 교육을 어려서부터 받았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남한하고 남북한이 교류가 되면서 문화교류 되고 막 여러 가지 교류가 되면서 그런 감정들이 없어지고 오히려 남한 사람하면 남한사람들은 친절하다. 좋은 이미지가 오히려 됐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같은 남북 문화 교류는 2005년 이후 급격히 침체기를 겪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한의 핵 질주가 이어지면서 정했던 사업까지 차질을 빚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2007년도에 10.4합의 이후에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한 번도 열린 적이 없기 때문에 본격적인 채널이라든가 협의서 같은 것이 없어서 그러다보니까 늘 어떤 행사는 부수행사라든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로 이 공연들이 조금은 뭐라고 그럴까? 본 장르에 오르지 못했다라고 할 수가 있고요. 사실 남북 사이에서 보면 소통할 수 있는 분야의 예술은 되게 좀 제한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추진 중인 대규모 예술단 파견.

하지만 과거처럼 곧바로 남북관계 해빙의 상징이 될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지난 2년 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전례 없이 집중적으로 이어오며 군사적 위협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적어도 문화 교류만큼은 정치적 갈등으로부터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문화교류라는 것이 결국은 문화를 통해서 남한과 북한의 주민들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그것들이 향후에 어떤 민족동질성 회복은 물론이고 이후 통일사회를 준비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될 걸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북한이든 또 우리 남한 안에서도 좀 긴 호흡으로 문화교류에 대해서 조금 지지를 해 준다 할까요? 이렇게 좀 바라봐 주면 그런 가운데서 서로 좋은 결과물들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를 봅니다."]

["백두에서 한라로 우린 하나의 겨레"]

18년 전 서울을 찾은 평양 어린이들이 불렀던 노래.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그리고 3년 뒤 평양에서 울려 퍼졌던 그 노래.

다시 만나자던 이 노랫말의 약속이 남북이 평화로 가는 길목 마다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목메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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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15년 만에 내려오는 北 예술단
    • 입력 2018-01-27 08:20:31
    • 수정2018-01-27 08:36:59
    남북의 창
[앵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선수들이 내려오지만, 그에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대상은 바로 북한 예술단입니다.

과거 남북 교류에서 특히 예술 분야는 큰 감동을 줬고 그만큼 남북한 사람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요.

이번에도 북한은 대규모 예술단 파견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북한 예술단이 16년 만에 내려와 공연하는 것을 계기로 그동안의 남북 예술 교류와 북한 예술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앳된 모습, 그러나 이미 권력을 세습한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정은이 나타나자 정권 고위 간부들이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낸다.

2012년 3월, 국제 부녀절을 기념해 열린 음악회다.

김정일이 세상을 떠난지 채 백일도 되지 않아 열린 이 음악회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은 인물이 있다.

[진행자 : "보천보 전자악단의 유명한 가수였던 현송월 가수가 앉아있는 것 같은데. 예 오늘 이 기회에 유명한 현송월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이 어떻습니까? 여러분!"]

사회자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이는 바로 현송월이다.

이 자리에서 현송월은 딸을 임신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혔다.

[현송월/당시 보천보전자악단 가수 : "네, 저는 아들을 낳고 싶은데 이전에 산원에 가서 본데에 의하면 지금 제 배 안에 있는 아이가 딸이라고 합니다."]

부녀절에 맞춰 체제 선전성 발언도 했다.

[현송월/당시 보천보전자악단 가수 : "사회주의 제도에서 우리 여성들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존경을 받고 떠받들리면서 살고 있습니까. 또 그렇게 생각하면 딸이 낳고 싶기도 합니다."]

이어 자신의 대표곡 ‘준마처녀’를 김정은 앞에서 선보인다.

[北 가요 ‘준마처녀’ : "랄랄 랄라라... 날보고 준마처녀래요."]

그로부터 6년 뒤, 현송월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울과 강릉에서 공연을 할 북측 예술단의 단장 자격으로 대한민국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1박 2일 일정 내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녀와 함께 내려오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은 그러나 아직 베일에 싸여있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일단 80명 정도의 연주 인력에 춤과 노래를 담당하는 단원을 포함해 140여명 규모로 알려져 있다.

구체적인 공연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민요와 세계 명곡 등을 선보인다고만 전해졌다.

현송월 단장이 공연장 후보지들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모습을 본 전문가들은 북측이 상당한 수준의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예상한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음향이라든가 조명이라든가 전반적인 무대조건이 맞추어 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사전에 점검을 하고 그에 적합한 장소를 고르기 위해서 내려온 것 같고요. 그거는 거꾸로 말하면 북한에 지금 내려오려고 하는 예술단들의 악기 편성이라든가 또 시스템이 상당히 많은 조건들을 요구하는 그런 형태의 공연이 내려올 거라는 짐작을 가능하게 합니다."]

삼지연 관현악단의 정체를 놓고 그나마 이름이 가장 유사한 삼지연악단이 주목받고 있다.

2009년, 김정일의 음악 대중화 지침에 따라 일종의‘팝 오케스트라’로 구성됐다.

2017년 새해맞이 공연에서는 디즈니 만화 영화 등 다양한 해외 음악을 연주했다.

[北 가요 ‘그 품이 제일 좋아’ : "아 원수님 그 품이 제일 좋아"]

그러나 북한의 예술단 공연은 곧 중앙당의 메시지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술단 공연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선전선동부는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부부장을 맡은 정권 핵심 기구다.

일단 승인이 나면 평양 등 대도시에서 공연한 뒤 지방 순회 공연에 나서고 이같은 성과를 방송 등 매체로 전파한다.

["단숨에! 단숨에!"]

김정은 친위 악단인 모란봉 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 등이 북한 핵개발의 성과 등을 지난해 석달 가량 북한 전역을 돌며 합동 공연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예술 선동 정치는 일터 단위의 예술선전대 공연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해외 공연으로도 폭을 넓힌다.

2015년 모란봉 악단이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 내용을 놓고 갈등을 빚은 끝에 철수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이번 방남 공연에서는 노골적인 체제 선전은 자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어떻게 보면 김정은 체제 들어서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잡음은 아마 많이 빼려고 할 거라고 판단이 듭니다. 제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북한의 예술도 전 세계인들이 공유할 수 있는클래식 예술 수준 높은 예술을 연주하고 있고 또 이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팝아트라든가 이런 것들도 충분히 북한 내에서 지금 연주되고 있다라는 걸 보여주려고 할 겁니다."]

현송월 단장의 현장 점검 모습에서도 이 같은 의도를 읽을 수 있다고 북한 예술단 출신 탈북민은 설명한다.

[한서희/前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2007년 탈북) : "현송월의 그 옷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중국에 갈 때는 당당하게 군복을 입고 갔었거든요. 그런데 대한민국에 올 때는 군복이 아니라 사복을 입었을 때는 그래도 어느 정도 우리 대한민국의 분위기에 맞추려고 하는 북한의 의도가 또 보이고 있습니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이를 계기로 남과 북의 문화예술 교류도 급물살을 탔다. 2000년 한해에만 북한 예술단이 세 차례나 내려와 공연을 했다.

평양 학생 예술단의 첫 서울 공연.

[北 동요 ‘뽀뽀’ : "우리엄마 뽀뽀가 제일 좋아. 우리아빠 우리엄마 제일 좋아."]

6박 7일 일정 동안 북한 어린이들은 관객을 사로잡으며 큰 화제가 됐다.

같은 해, 북에서 온 테너 리영욱과 소프라노 조수미가 남북 관현악단의 합동 연주에 맞춰 오페라를 열창했다.

2002년엔 KBS교향악단이 평양을 답방해 ‘추석맞이 남북 교향악단 합동 연주회'를 가졌다.

["남북 교향악단 단원들이 손을 잡고 무대 위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당시 활발했던 문화 교류는 오랜 세월 경색됐던 남북관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2000년의 공연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호간에 긴장된 분위기를 좀 해소해 나가는 그런 화해협력의 어떤 제스처 그런 역할을 했고요. 흔히 우리가 남북공연교류를 이벤트에 불과하다, 이런 비판을 하는데 오랫동안의 적대적인 체제에 있었던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그런 이벤트는 그것 자체로서 충분히 의미가 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 2003년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 열린 KBS 평양 노래 자랑.

["평양~ 노래자랑~"]

[송해/남측 진행자 : "어떻습니까, 남남북녀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전성희/북측 진행자 : "안됐습니다, 선생님. 버릇없이 선생님보다 조금 더 커서..."]

대중 예술의 교류를 통해 남과 북은 여전히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이러한 공연들은 북한 사회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고 한다.

[한서희/前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2007년 탈북) : "북한 주민들에게는 우리가 몰랐던 대한민국에 대해서 좀 많이 알았던 계기가 됐었죠. 어쩌면 북한 주민들한테는 남한 사람이라고 하면 적대감정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그런 이제 교육을 어려서부터 받았었으니까 그런데 이제 남한하고 남북한이 교류가 되면서 문화교류 되고 막 여러 가지 교류가 되면서 그런 감정들이 없어지고 오히려 남한 사람하면 남한사람들은 친절하다. 좋은 이미지가 오히려 됐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같은 남북 문화 교류는 2005년 이후 급격히 침체기를 겪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한의 핵 질주가 이어지면서 정했던 사업까지 차질을 빚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2007년도에 10.4합의 이후에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한 번도 열린 적이 없기 때문에 본격적인 채널이라든가 협의서 같은 것이 없어서 그러다보니까 늘 어떤 행사는 부수행사라든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걸로 이 공연들이 조금은 뭐라고 그럴까? 본 장르에 오르지 못했다라고 할 수가 있고요. 사실 남북 사이에서 보면 소통할 수 있는 분야의 예술은 되게 좀 제한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추진 중인 대규모 예술단 파견.

하지만 과거처럼 곧바로 남북관계 해빙의 상징이 될지는 의문이다.

북한이 지난 2년 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전례 없이 집중적으로 이어오며 군사적 위협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적어도 문화 교류만큼은 정치적 갈등으로부터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예술기반정책연구실장 : "문화교류라는 것이 결국은 문화를 통해서 남한과 북한의 주민들 사람들 사이의 접촉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그것들이 향후에 어떤 민족동질성 회복은 물론이고 이후 통일사회를 준비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될 걸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북한이든 또 우리 남한 안에서도 좀 긴 호흡으로 문화교류에 대해서 조금 지지를 해 준다 할까요? 이렇게 좀 바라봐 주면 그런 가운데서 서로 좋은 결과물들을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를 봅니다."]

["백두에서 한라로 우린 하나의 겨레"]

18년 전 서울을 찾은 평양 어린이들이 불렀던 노래.

["잘 있으라 다시 만나요, 잘 가시라 다시 만나요"]

그리고 3년 뒤 평양에서 울려 퍼졌던 그 노래.

다시 만나자던 이 노랫말의 약속이 남북이 평화로 가는 길목 마다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목메어 소리칩니다. 안녕히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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