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머구리 아빠의 가족 사랑

입력 2018.01.27 (08:19) 수정 2018.01.2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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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로운 이웃, 탈북민들이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큐 영화가 나왔다죠?

네 머구리라고 불리는 잠수부로 일하면서 정착을 위해 분투하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요.

‘올드 마린보이’라는 제목입니다.

네, 잘 알려진 영화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유명한 진모영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죠?

그렇습니다. 60kg이나 나가는 무거운 잠수복을 입고 깊은 바다로 뛰어드는 치열한 삶의 현장, 정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고성군 문화원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인 영화 ‘올드 마린보이’를 상영하는 자립니다.

[김장민/고성문화원 사무국장 : "현재 우리 고성 군민으로 살고 계시는 박명호 씨(출연) 작품이다 보니까 호응은 굉장히 좋습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멀리 춘천에서 온 관객도 있습니다.

[이잔미/관객/강원도 춘천시 : "꼭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바다도 볼 겸 해서 왔는데 참 좋네요. 기대가 돼요."]

이곳에서 상영될 영화는 머구리의 삶을 다룬 다큐영화입니다.

머구리는 잠수부의 옛말인데요.

이곳 강원도 고성에 살고 있는 한 탈북민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이야기이고, 감독은 이들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요?

관객들의 기대 속에 시작된 영화.

바닷 속 30미터. 60kg의 장비를 메고 문어와 사투를 벌이는 머구리의 일상이 스크린에 펼쳐집니다.

주인공인 박명호 씨는 지난 2006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탈북민인데요.

극한 직업인 머구리로 살면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그의 치열한 삶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웃이지만 미처 몰랐던 이야기에 관객들은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박새진/관객/강원도 고성군 : "제가 바닷가 살지만 육지로 돌면서 살다 보니까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그 삶을 모르고 있다가, 보니까 오늘 이런 영화 속에서 보니까 상당히 좀 감동적으로 본 것 같아요."]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에게 이웃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주인공, 지금 건강이 어떠세요?"]

["비교적 괜찮은 편입니다. 지금 강릉에 치료소가 생겨가지고, 잠수부들은 무료로 되어 있어가지고..."]

평일 오후라 수는 많지 않았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관객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요.

[노혜숙/관객/강원도 고성군 : "그 사람들(탈북민들)은 우리나라를 보고 싶어서 왔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배척하는 것 같으니까, 이제 한마음이 되어서 끌어 드려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가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많이 속상하고 그랬어요."]

영화를 제작한 진모영 감독. 노부부의 사랑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과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는데요.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는 뭘까요?

[진모영/감독 : "이 영화는 아버지와 가장들에게 바치는 영화이기도 하고,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옳은 자세일까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박명호 씨는 사선을 넘나들면서 모은 돈으로 배를 사고 또 가족들과 함께 횟집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영화 촬영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한 달을 설득해 간신히 허락을 받았는데요.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진모영/감독 : "성공해서 사는 탈북자로서만 자신이 비쳐지는 걸 원하지 않았고, 모든 탈북자들이 정착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이야기 안에서는 충분히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박명호/주인공/2006년 탈북) : "북한 속담에 그런 말이 있죠. 뭐 이만큼 조르면 뭐 20년 기른 딸도 준다... 처음에는 카메라 의식해서 할 말도 안 하게 되고 그랬는데 그게 한 1년 지나니까 다 없어지고 진짜 진정한 모습이 나오는 거예요. 카메라 의식하지 않았을 때 그런 것 같아요."]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느낀 박명호 씨는 그 이유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데요.

[박명호/주인공/2006년 탈북 : "우리 탈북자들 정착 시스템이 우리를 도시에 갖다 놓으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정말 도시 쥐와 시골 쥐, 우리는 다 시골 쥐인데...시골에 오면 탈북자들이 경쟁력이 안 떨어져요."]

명호 씨가 잡고, 아내가 요리한 저녁상을 함께 마주 한 두 사람!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4년 동안 형제처럼 우정을 쌓아 온 두 사람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박명호 씨가 탈북민 머구리라는 점에 초점을 두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이웃 누구와도 다를 것 없는 가장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는 감독.

[진모영/감독 : "우리랑 똑같은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 다음에 가족들을 위해서 헌신하고 더 좋은 삶을 위해서 노력하는 정신들 이런 마음들에 있어서는 똑같은 것이구나..."]

전작에 비해 극장 흥행 성적이 저조하지만 결코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박명호 씨 가족에게 미안하다는데요.

[진모영/감독 : "출연자 가족들이 해 준 이야기들을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싶었던 소망들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해서 그런 것들이 미안하죠."]

이방인의 삶이 아니라 '이웃의 끈끈한 가족애'와 '가장의 삶'에 집중한 영화 '올드마린보이'.

탈북민 이웃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얼핏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두꺼운 편견의 벽을 깨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고단하지만 이겨내야만 하는 것, 박명호 씨는 바다와 인생이 닮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탈북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박명호/주인공/2006년 탈북 : "이제는 주인으로서 뭔가를 일으켜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가졌으면 해요. 탈북자들이..."]

식물이 아닌 사람이기에 북에서 남으로, 도시에서 어촌으로 희망을 찾아 움직였다는 박명호 씨.

그래서 그는 오늘도 60kg의 무거운 장비를 메고, 바다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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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머구리 아빠의 가족 사랑
    • 입력 2018-01-27 08:20:31
    • 수정2018-01-27 08: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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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로운 이웃, 탈북민들이 우리와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큐 영화가 나왔다죠?

네 머구리라고 불리는 잠수부로 일하면서 정착을 위해 분투하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데요.

‘올드 마린보이’라는 제목입니다.

네, 잘 알려진 영화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유명한 진모영 감독의 작품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죠?

그렇습니다. 60kg이나 나가는 무거운 잠수복을 입고 깊은 바다로 뛰어드는 치열한 삶의 현장, 정은지 리포터가 안내합니다.

[리포트]

강원도 고성군 문화원에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지난해 DMZ국제다큐영화제 개막작인 영화 ‘올드 마린보이’를 상영하는 자립니다.

[김장민/고성문화원 사무국장 : "현재 우리 고성 군민으로 살고 계시는 박명호 씨(출연) 작품이다 보니까 호응은 굉장히 좋습니다."]

영화를 보기 위해 멀리 춘천에서 온 관객도 있습니다.

[이잔미/관객/강원도 춘천시 : "꼭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바다도 볼 겸 해서 왔는데 참 좋네요. 기대가 돼요."]

이곳에서 상영될 영화는 머구리의 삶을 다룬 다큐영화입니다.

머구리는 잠수부의 옛말인데요.

이곳 강원도 고성에 살고 있는 한 탈북민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이야기이고, 감독은 이들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요?

관객들의 기대 속에 시작된 영화.

바닷 속 30미터. 60kg의 장비를 메고 문어와 사투를 벌이는 머구리의 일상이 스크린에 펼쳐집니다.

주인공인 박명호 씨는 지난 2006년 가족과 함께 한국에 온 탈북민인데요.

극한 직업인 머구리로 살면서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그의 치열한 삶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이웃이지만 미처 몰랐던 이야기에 관객들은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박새진/관객/강원도 고성군 : "제가 바닷가 살지만 육지로 돌면서 살다 보니까 바다 속에서 살아가는 그 삶을 모르고 있다가, 보니까 오늘 이런 영화 속에서 보니까 상당히 좀 감동적으로 본 것 같아요."]

영화가 끝난 후, 주인공에게 이웃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주인공, 지금 건강이 어떠세요?"]

["비교적 괜찮은 편입니다. 지금 강릉에 치료소가 생겨가지고, 잠수부들은 무료로 되어 있어가지고..."]

평일 오후라 수는 많지 않았지만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관객들,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요.

[노혜숙/관객/강원도 고성군 : "그 사람들(탈북민들)은 우리나라를 보고 싶어서 왔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배척하는 것 같으니까, 이제 한마음이 되어서 끌어 드려야 하는 상황인데... 우리가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많이 속상하고 그랬어요."]

영화를 제작한 진모영 감독. 노부부의 사랑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과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는데요.

이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는 뭘까요?

[진모영/감독 : "이 영화는 아버지와 가장들에게 바치는 영화이기도 하고,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어떻게 하는 것이 정말 옳은 자세일까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박명호 씨는 사선을 넘나들면서 모은 돈으로 배를 사고 또 가족들과 함께 횟집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처음에는 영화 촬영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한 달을 설득해 간신히 허락을 받았는데요.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진모영/감독 : "성공해서 사는 탈북자로서만 자신이 비쳐지는 걸 원하지 않았고, 모든 탈북자들이 정착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이야기 안에서는 충분히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박명호/주인공/2006년 탈북) : "북한 속담에 그런 말이 있죠. 뭐 이만큼 조르면 뭐 20년 기른 딸도 준다... 처음에는 카메라 의식해서 할 말도 안 하게 되고 그랬는데 그게 한 1년 지나니까 다 없어지고 진짜 진정한 모습이 나오는 거예요. 카메라 의식하지 않았을 때 그런 것 같아요."]

탈북민들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느낀 박명호 씨는 그 이유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데요.

[박명호/주인공/2006년 탈북 : "우리 탈북자들 정착 시스템이 우리를 도시에 갖다 놓으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어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정말 도시 쥐와 시골 쥐, 우리는 다 시골 쥐인데...시골에 오면 탈북자들이 경쟁력이 안 떨어져요."]

명호 씨가 잡고, 아내가 요리한 저녁상을 함께 마주 한 두 사람!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4년 동안 형제처럼 우정을 쌓아 온 두 사람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처음에는 박명호 씨가 탈북민 머구리라는 점에 초점을 두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 이웃 누구와도 다를 것 없는 가장의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는 감독.

[진모영/감독 : "우리랑 똑같은 뜨거운 심장을 가지고 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 다음에 가족들을 위해서 헌신하고 더 좋은 삶을 위해서 노력하는 정신들 이런 마음들에 있어서는 똑같은 것이구나..."]

전작에 비해 극장 흥행 성적이 저조하지만 결코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다만 박명호 씨 가족에게 미안하다는데요.

[진모영/감독 : "출연자 가족들이 해 준 이야기들을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싶었던 소망들이 있었죠. 그런데 이제 그 정도에 미치지 못해서 그런 것들이 미안하죠."]

이방인의 삶이 아니라 '이웃의 끈끈한 가족애'와 '가장의 삶'에 집중한 영화 '올드마린보이'.

탈북민 이웃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얼핏 잘 보이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두꺼운 편견의 벽을 깨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고단하지만 이겨내야만 하는 것, 박명호 씨는 바다와 인생이 닮았다고 말합니다.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탈북민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박명호/주인공/2006년 탈북 : "이제는 주인으로서 뭔가를 일으켜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많이 가졌으면 해요. 탈북자들이..."]

식물이 아닌 사람이기에 북에서 남으로, 도시에서 어촌으로 희망을 찾아 움직였다는 박명호 씨.

그래서 그는 오늘도 60kg의 무거운 장비를 메고, 바다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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