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심상치 않은 ‘낙마’

입력 2018.02.02 (07:32) 수정 2018.02.0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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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해설위원]

주한 미 대사로 내정돼 우리 정부의 동의, 아그레망까지 받았던 빅터 차의 한국 부임이 무산됐습니다. 북핵과 한미 FTA 등 한미 간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1년 넘게 공석 상태인 주한 미 대사의 부임이 또 늦어지게 된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빅터 차의 낙마 배경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방안에 반대한 것이 탈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이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면서, 대북 선제타격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어서 만만치 않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에 담긴 대북 메시지도 심상치 않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추구가 곧 미국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의 압박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장애인 탈북민 지성호 씨의 사연과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 비어의 사례를 들며 잔혹한 북한 정권이 미국과 인류의 적이라는 점을 부각하였습니다.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사담 후세인 정권의 잔혹성을 부각했던 지난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연상시키는 대목입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은 자국민들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악마'라고 비난하면서 대량살상 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이 제거하겠다고 경고했고, 약 두 달 뒤 이라크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강경 압박론을 펴온 빅터 차는 북한의 코피를 터뜨린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계획 일명 '블러디 노즈'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코피가 난 김정은 정권이 반격을 안 한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 살고 있는 23만 명의 미국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의 강경기류를 감안할 때 올림픽 이후 상황은 예측불허입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재개됐고, 다소 긴장 완화 분위기가 형성된 건 사실이지만, 본질은 역시 북핵입니다.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김정은 정권이 내리지 않는 한, 미북 간 충돌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올림픽이라는 길지 않은 '인디언 여름' 동안 미북 핵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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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심상치 않은 ‘낙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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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8-02-02 07: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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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현 해설위원]

주한 미 대사로 내정돼 우리 정부의 동의, 아그레망까지 받았던 빅터 차의 한국 부임이 무산됐습니다. 북핵과 한미 FTA 등 한미 간 현안이 산적한 상태에서 1년 넘게 공석 상태인 주한 미 대사의 부임이 또 늦어지게 된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빅터 차의 낙마 배경입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방안에 반대한 것이 탈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이 걸림돌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면서, 대북 선제타격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어서 만만치 않은 파장을 낳고 있습니다.

이틀 전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 국정연설에 담긴 대북 메시지도 심상치 않습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추구가 곧 미국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의 압박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장애인 탈북민 지성호 씨의 사연과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 비어의 사례를 들며 잔혹한 북한 정권이 미국과 인류의 적이라는 점을 부각하였습니다.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사담 후세인 정권의 잔혹성을 부각했던 지난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연상시키는 대목입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은 자국민들에게 화학무기를 사용한 악마'라고 비난하면서 대량살상 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이 제거하겠다고 경고했고, 약 두 달 뒤 이라크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북한에 대한 강경 압박론을 펴온 빅터 차는 북한의 코피를 터뜨린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선제타격 계획 일명 '블러디 노즈'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코피가 난 김정은 정권이 반격을 안 한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에 살고 있는 23만 명의 미국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백악관의 강경기류를 감안할 때 올림픽 이후 상황은 예측불허입니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가 재개됐고, 다소 긴장 완화 분위기가 형성된 건 사실이지만, 본질은 역시 북핵입니다.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김정은 정권이 내리지 않는 한, 미북 간 충돌이라는 극단적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습니다.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올림픽이라는 길지 않은 '인디언 여름' 동안 미북 핵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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