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김정은은 로켓맨’…트럼프식 ‘네이밍’ 정치, 이유는?

입력 2018.03.02 (20:39) 수정 2018.03.02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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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릅니다.

지난해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 온 것을 비꼰 별명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게 된 배경이 최근 알려지면서 트럼프 네이밍 즉, 별명 정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성원 기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 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최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처음 붙여준 건 지난해였잖아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겁니까?

[리포트]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처음 표현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습니다.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는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이틀 뒤 유엔총회 연설에서 다시 한 번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불러 논란이 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해 9월 : "로켓맨은 자신과 자신의 정권에 자살 임무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시카고의 한 대학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부르게 된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헤일리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유엔총회 연설에서 '로켓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의견을 물었다고 합니다.

[니키 헤일리/유엔 주재 미국대사 :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격식을 차리는 자리라고 말했죠. 그러자 그는 청중들이 기억하기 쉬울 거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로켓맨'이라고 부른 것은 치밀한 계획 하에 관계자의 자문까지 거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이후 다른 나라 정상들까지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사용하면서 의도한 효과를 거두게 된 겁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별명을 붙여준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별명을 붙여준 인물들을 한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Crooked Hillary' '부정직한 힐러리'라고 부르며 공격했습니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는 원주민 혼혈이라는 이유로 '포카혼타스'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꼬마'를 뜻하는 'Little'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있다고 최근 CNN 방송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봤던 김정은을 칭하는 별명 '로켓맨'에도 '리틀'을 붙여 '리틀 로켓맨'이라고 불렀고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에게는 손이 작다는 이유로 '리틀 마르코'라고 부르며 조롱했습니다.

최근에는 미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아담 쉬프 하원의원에게도 '리틀'을 붙여 '꼬마 아담'이라는 별명을 지었습니다.

[아담 쉬프/민주당 하원의원 :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저를 행실이 지저분하다고 공격했지만, 지금은 꼬마라고 부르니 더 좋은 것 같네요."]

이에 누리꾼들은 '이제 리틀말고 떠오르는 단어가 없나 보다', '그게 최선이냐' 이렇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사람에게만 별명을 붙인 건 아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적이라고 판단되는 이들에게 모욕적인 수식어를 붙여 낙인찍기 효과를 노려왔는데 이 같은 태도는 국제 정치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이었죠,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두고 '거지소굴'이라고 지칭한 적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비하한 거죠.

인종 차별주의 논란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거지소굴'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시 존 필리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더는 봉사할 수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면서 사임했습니다.

또 새해 첫날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파키스탄을 '테러리스트의 피난처'로 지칭하며 15년간 해왔던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했습니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미국의 지원을 받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 소탕에 협력해왔지만, 동시에 자국 내 무장단체를 은밀하게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어 이를 비꼰 겁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 기술에 대해 외신이나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CNN은 적의 가장 큰 약점을 별명으로 만든 트럼프 대통령의 능력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별명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의 약점을 떠올리고, 반대로 약점을 생각하다 보면 별명이 연상되는 기술이라는 겁니다.

위스콘신대학의 한 커뮤니케이션 학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 기술에 대해 "적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접두사처럼 붙여 상대방의 추문과 골칫거리를 동시에 언급하게 하는 교활한 정치적 술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여러 외신은 트럼프의 별명 짓기 기술에 대해 수식어를 '브랜드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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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김정은은 로켓맨’…트럼프식 ‘네이밍’ 정치, 이유는?
    • 입력 2018-03-02 20:42:15
    • 수정2018-03-02 20:53:39
    글로벌24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릅니다.

지난해 북한이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계속해 온 것을 비꼰 별명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게 된 배경이 최근 알려지면서 트럼프 네이밍 즉, 별명 정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오늘은 최성원 기자와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 기술에 대해 알아봅니다.

최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처음 붙여준 건 지난해였잖아요.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겁니까?

[리포트]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처음 표현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습니다.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는 글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이틀 뒤 유엔총회 연설에서 다시 한 번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불러 논란이 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해 9월 : "로켓맨은 자신과 자신의 정권에 자살 임무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시카고의 한 대학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부르게 된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헤일리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유엔총회 연설에서 '로켓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의견을 물었다고 합니다.

[니키 헤일리/유엔 주재 미국대사 : "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격식을 차리는 자리라고 말했죠. 그러자 그는 청중들이 기억하기 쉬울 거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로켓맨'이라고 부른 것은 치밀한 계획 하에 관계자의 자문까지 거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런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일었지만, 이후 다른 나라 정상들까지 '로켓맨'이라는 별명을 사용하면서 의도한 효과를 거두게 된 겁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별명을 붙여준 사람은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이 아니잖아요?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별명을 붙여준 인물들을 한번 소개해볼까 합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Crooked Hillary' '부정직한 힐러리'라고 부르며 공격했습니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는 원주민 혼혈이라는 이유로 '포카혼타스'라는 별명을 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꼬마'를 뜻하는 'Little'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고 있다고 최근 CNN 방송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봤던 김정은을 칭하는 별명 '로켓맨'에도 '리틀'을 붙여 '리틀 로켓맨'이라고 불렀고요.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에게는 손이 작다는 이유로 '리틀 마르코'라고 부르며 조롱했습니다.

최근에는 미 하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아담 쉬프 하원의원에게도 '리틀'을 붙여 '꼬마 아담'이라는 별명을 지었습니다.

[아담 쉬프/민주당 하원의원 :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저를 행실이 지저분하다고 공격했지만, 지금은 꼬마라고 부르니 더 좋은 것 같네요."]

이에 누리꾼들은 '이제 리틀말고 떠오르는 단어가 없나 보다', '그게 최선이냐' 이렇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사람에게만 별명을 붙인 건 아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적이라고 판단되는 이들에게 모욕적인 수식어를 붙여 낙인찍기 효과를 노려왔는데 이 같은 태도는 국제 정치에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이었죠,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두고 '거지소굴'이라고 지칭한 적이 있습니다.

한 마디로 비하한 거죠.

인종 차별주의 논란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거지소굴'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부인했지만, 당시 존 필리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더는 봉사할 수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면서 사임했습니다.

또 새해 첫날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파키스탄을 '테러리스트의 피난처'로 지칭하며 15년간 해왔던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했습니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미국의 지원을 받아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세력 소탕에 협력해왔지만, 동시에 자국 내 무장단체를 은밀하게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어 이를 비꼰 겁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 기술에 대해 외신이나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기자]
CNN은 적의 가장 큰 약점을 별명으로 만든 트럼프 대통령의 능력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별명을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의 약점을 떠올리고, 반대로 약점을 생각하다 보면 별명이 연상되는 기술이라는 겁니다.

위스콘신대학의 한 커뮤니케이션 학자도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짓기 기술에 대해 "적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접두사처럼 붙여 상대방의 추문과 골칫거리를 동시에 언급하게 하는 교활한 정치적 술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여러 외신은 트럼프의 별명 짓기 기술에 대해 수식어를 '브랜드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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