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평등과 다양성을 말하다

입력 2018.03.06 (20:39) 수정 2018.03.0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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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 시상식이죠,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는 평등과 다양성을 위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성원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리포트]

[앵커]
최 기자,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 아흔 번째를 맞았어요.

어떤 작품이 주목을 받았는지 먼저 짚어 볼까요?

[기자]
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현지 시간으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시상식에서 무엇보다 주목받았던 작품은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셰이프 오브 워터' 였습니다.

북미에서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이번 시상식에서 무려 13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돼 시작 전부터 화제에 올랐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가 과연 몇 개의 트로피를 가져갈지 이목이 쏠린 가운데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그리고 오스카 최대 영예인 작품상까지 가져가 4관왕에 올랐습니다.

["오스카 작품상은 '셰이프 오브 워터'입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1960년대 미국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와 괴생명체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는 언어장애를 지닌 여성 뿐 아니라 흑인 여성과 성 소수자도 등장해 인종차별과 성 소수자를 향한 편견 등을 함께 다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감독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에서 '이민자'임을 털어놓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셰이프 오브 워터' 감독 : "영화 예술 산업의 가장 위대한 점은 국경을 없앤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 이렇게 나아가야 합니다."]

[앵커]
'셰이프 오브 워터'가 4관왕을 차지한 게 아카데미 역사상 꽤 의미가 있는 수상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최근 5년간 멕시코 출신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이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버드맨'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이렇게 세 번입니다.

그러니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멕시코 출신 감독으로서는 네 번째인 거죠.

아카데미 감독상에 불어닥친 '멕시코 열풍'이 계승되는 분위기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또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사례가 13년 만입니다.

아카데미 역사상 꽤 오랜만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셰이프 오브 워터'의 4관왕이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이전까지 아카데미 상은 보수적인 분위기라서 백인 남성 중심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잖아요.

올해는 좀 어떻습니까?

[기자]
불과 2년 전만 해도 남녀 주연, 조연상 후보에 오른 20명의 배우들이 모두 백인이어서 '화이트 오스카'라는 비난이 쏟아졌었죠.

지난해부터 남녀 조연상을 흑인 배우에게 수여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앞서 보셨듯이 올해는 다양성과 양성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돋보였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과 흑인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원더우먼'이나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룬 '겟아웃', 또 지난주 글로벌 이슈에서도 다뤘던 '블랙 팬서'가 여러 차례 언급됐습니다.

이 중에서도 영화 '겟아웃'은 올해 각본상을 받았는데요.

'겟아웃'의 각본을 맡은 감독 조던 필은 아카데미 90년 역사상 최초로 각본상을 받은 흑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영화 '쓰리 빌보드'에서 열연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영화 산업의 다양성과 평등을 외쳐 여성 영화인들의 기립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여우주연상 수상 : "이 자리의 모든 여성 후보들은 일어나주시겠습니까? 우리에게는 말해야 할 이야기와 계획이 있습니다. '포용은 옳은 길'입니다."]

[앵커]
여성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이 이어졌다고요?

[기자]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레드카펫처럼 성폭력 저항 운동을 상징하는 검은 드레스의 물결은 없었지만, '미투'의 의지를 담아 결성한 '타임즈 업' 운동 핀을 단 참석자들이 눈에 띄었고요.

시상식이 시작된 이후에는 사회자 지미 키멜이 할리우드의 성폭력 관행을 꼬집으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지미 키멜/코미디언 : "하비가 일으킨 사건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져야 했습니다. 더는 악행을 봐주면 안됩니다."]

또 이날 시상식에는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초기에 고발한 여배우들이 시상자로 나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애슐리 저드/와인스틴 고발 여배우 : "새로운 목소리와 우리의 목소리가 힘을 보태 위대한 합창이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마침내 '타임스 업'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스타일리스트들에 대한 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라이언 시크레스트가 레드카펫 행사 진행을 맡은 것은 옥에 티로 지목됐습니다.

또 과거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는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코비 브라이언트가 자신이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디어 바스켓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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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3-06 20:43:32
    • 수정2018-03-06 20:48:09
    글로벌24
[앵커]

미국 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 시상식이죠,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을 내렸습니다.

올해는 평등과 다양성을 위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성원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리포트]

[앵커]
최 기자,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 아흔 번째를 맞았어요.

어떤 작품이 주목을 받았는지 먼저 짚어 볼까요?

[기자]
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현지 시간으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시상식에서 무엇보다 주목받았던 작품은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셰이프 오브 워터' 였습니다.

북미에서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는 이번 시상식에서 무려 13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돼 시작 전부터 화제에 올랐습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가 과연 몇 개의 트로피를 가져갈지 이목이 쏠린 가운데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그리고 오스카 최대 영예인 작품상까지 가져가 4관왕에 올랐습니다.

["오스카 작품상은 '셰이프 오브 워터'입니다!"]

'셰이프 오브 워터'는 1960년대 미국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언어장애를 지닌 청소부와 괴생명체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는 언어장애를 지닌 여성 뿐 아니라 흑인 여성과 성 소수자도 등장해 인종차별과 성 소수자를 향한 편견 등을 함께 다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감독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에서 '이민자'임을 털어놓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기예르모 델 토로/'셰이프 오브 워터' 감독 : "영화 예술 산업의 가장 위대한 점은 국경을 없앤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 이렇게 나아가야 합니다."]

[앵커]
'셰이프 오브 워터'가 4관왕을 차지한 게 아카데미 역사상 꽤 의미가 있는 수상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최근 5년간 멕시코 출신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이 '그래비티'의 알폰소 쿠아론, '버드맨'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이렇게 세 번입니다.

그러니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멕시코 출신 감독으로서는 네 번째인 거죠.

아카데미 감독상에 불어닥친 '멕시코 열풍'이 계승되는 분위기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거죠.

또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사례가 13년 만입니다.

아카데미 역사상 꽤 오랜만이죠?

이런 이유 때문에 '셰이프 오브 워터'의 4관왕이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앵커]
사실 이전까지 아카데미 상은 보수적인 분위기라서 백인 남성 중심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잖아요.

올해는 좀 어떻습니까?

[기자]
불과 2년 전만 해도 남녀 주연, 조연상 후보에 오른 20명의 배우들이 모두 백인이어서 '화이트 오스카'라는 비난이 쏟아졌었죠.

지난해부터 남녀 조연상을 흑인 배우에게 수여하면서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앞서 보셨듯이 올해는 다양성과 양성평등에 대한 목소리가 돋보였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과 흑인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에 올랐습니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앞세운 '원더우먼'이나 흑인 인권 문제를 다룬 '겟아웃', 또 지난주 글로벌 이슈에서도 다뤘던 '블랙 팬서'가 여러 차례 언급됐습니다.

이 중에서도 영화 '겟아웃'은 올해 각본상을 받았는데요.

'겟아웃'의 각본을 맡은 감독 조던 필은 아카데미 90년 역사상 최초로 각본상을 받은 흑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영화 '쓰리 빌보드'에서 열연해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프란시스 맥도맨드는 영화 산업의 다양성과 평등을 외쳐 여성 영화인들의 기립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여우주연상 수상 : "이 자리의 모든 여성 후보들은 일어나주시겠습니까? 우리에게는 말해야 할 이야기와 계획이 있습니다. '포용은 옳은 길'입니다."]

[앵커]
여성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성폭력 고발 '미투 운동'이 이어졌다고요?

[기자]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레드카펫처럼 성폭력 저항 운동을 상징하는 검은 드레스의 물결은 없었지만, '미투'의 의지를 담아 결성한 '타임즈 업' 운동 핀을 단 참석자들이 눈에 띄었고요.

시상식이 시작된 이후에는 사회자 지미 키멜이 할리우드의 성폭력 관행을 꼬집으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지미 키멜/코미디언 : "하비가 일으킨 사건은 이미 오래전에 없어져야 했습니다. 더는 악행을 봐주면 안됩니다."]

또 이날 시상식에는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초기에 고발한 여배우들이 시상자로 나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애슐리 저드/와인스틴 고발 여배우 : "새로운 목소리와 우리의 목소리가 힘을 보태 위대한 합창이 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마침내 '타임스 업'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스타일리스트들에 대한 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라이언 시크레스트가 레드카펫 행사 진행을 맡은 것은 옥에 티로 지목됐습니다.

또 과거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는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코비 브라이언트가 자신이 제작한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디어 바스켓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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