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외교문서 공개…“北 ‘연방제 중립국 창설’ 제안”

[앵커]

1987년 당시 북한이, 남북간 연방제 통일을 이룬 뒤 중립국을 창설하자는 제안을 소련을 통해 미국에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30년 만에 공개된 외교문서를 통해 내막이 알려진 건데요.

김기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987년 12월에 작성된 외무부 기밀 문서입니다.

당시 미소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한반도 완충지대와 중립국 창설 방안을 제안했고,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이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북한은 이 문서에서 남북한 병력을 각각 10만명 수준으로 감축하고, 핵무기와 외국군을 철수할 것을 제안합니다.

또, 상호 불가침 선언과 휴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 남북한 군의 통합까지 제안합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폐기를 암시하는 내용도 나옵니다.

나아가 북한은, 남북한이 연방공화국을 창설하고 중립국임을 선포하는 헌법을 채택한 뒤, 단일 국호로 유엔에 가입하자는 제안까지 내놓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실현가능한 신뢰구축 조치를 추진할 의사가 없는 한 그런 제의는 비현실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정부도 거창하고 현실성이 없으며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 새로운 것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남북간 직접 대화를 통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문제부터 토의하기 위해 남북 외무장관 회담이 가장 실질적인 방안이라는 입장을 소련 측에 전달했습니다.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해 30년이 지난 외교문서 23만 페이지를 공개했습니다.

KBS 뉴스 김기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