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북·중 정상회담…복잡해진 북핵 셈법

입력 2018.03.31 (07:49) 수정 2018.03.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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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정상회담이 4월 27일로 날짜를 확정하고 한반도 비핵화 게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북핵 폐기를 위한 협상 셈법이 좀 더 복잡해졌는데요.

특히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단계적 조치를 언급하면서 미국 정부의 해법과는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비밀리에 진행돼 세계 언론의 애를 태웠던 이번 북중 정상회담의 경과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미치는 파장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다솔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만나 악수를 나눕니다. 7년만의 북중 정상회담입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 질주에 따른 지난 수년간 싸늘했던 관계 대신 전통적 우호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연설/北 아나운서 대독 :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이는 조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자신의 숭고한 의무로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시진핑 주석 연설/北 아나운서 대독 : "나의 아버지 습중훈(시중쉰) 동지께서도 생전에 김일성 주석 동지, 김정일 총비서 동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셨습니다."]

양국 핵심 인사들도 대거 나섰습니다.

북한 노동당의 최룡해, 박광호, 리수용, 김영철 부위원장이 차례로 시주석과 악수합니다.

양국 정상회담에는 리수용, 김영철 두 사람 외에 리용호 외무상도 배석했습니다.

중국 측에서는 특히 시 주석의 정책 브레인, 왕후닝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배석해 주목 받았습니다.

만찬에는 리커창 총리도 참석해, 시 주석까지 고려하면 중국 권력의 핵심, 정치국 상무위원이 세 명이나 나섰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김정은 시대 들어서서 북중 간에 새로운 인적 교류의 틀을 만들겠다. 북중 간 파이프라인을 새롭게 구축하는 이런 차원에서 주요 인사들을 배석시키면서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그런 시간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상외교 무대에 처음 나선 김정은 위원장은 베이징 도착 직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회담에선 깍지를 끼었다 풀었다하고 시 주석의 말을 메모하기도 했지만, 이후 여유를 찾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국 정부의 각별한 의전도 주목 받았습니다.

김정은 부부는 베이징에서 삼엄한 경호 속에 이동했습니다.

[조선중앙TV/지난 28일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와 리설주 여사께서 타신 자동차 행렬은 21대 모터찌클(오토바이)의 호위를 받으며 낚시터(조어대) 국빈관으로 향하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의장대 사열은 물론, 대규모 연회를 포함한 두 번의 식사와 별도의 차 대접도 준비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과거 중국 지도자들과 각별한 관계를 맺은 기록 영상을 틀며 양국의 오랜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 부부가 준비한 선물을 김 위원장 부부에게 직접 설명하고, 김정은 위원장 부부도 대형 청자를 답례로 선물했습니다.

모두 가수 경력이 있는 양국 정상 부인들의 만남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번 중국 방문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렸다는 점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2000년 5월 방중과 유사합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촌을 들르는 등 방중 행로 역시 닮았습니다.

비행기 대신 전용 기차를 이용한 점도 집권 기간 8차례 중국에 갈 때마다 모두 특별 열차를 이용한 김정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방중 기록영화를 통해 김정은 전용 열차 내부도 공개됐습니다.

방중 막바지 중국측 인사들까지 함께 타고 이동했는데, TV와 쇼파 등이 설치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기차를 탐으로서 장거리여행을 통해서 뭔가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는 이런 차원에서 베이징까지 기차로 가는 그런 경우들이 많았고 실제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에 기차를 이용함으로서 자신이 중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또 중국에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지면서 간다.. 이런 차원에서의 이미지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선대와 같은 수준의 북중 관계 복원까지는 어렵겠지만, 양국이 전략적 이익 공유를 재확인하며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신범철/국립외교원 교수 : "일단 정상회담을 했기 때문에 향후 전통적 우호 관계복원을 양측 모두 시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을 계속해서 자기편으로 가두어놓기 위해서 북한 문제를 관리할 것이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양측의 우호협력이 점점 더 강화되는 모습 으로 갈 거라고 예상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국가 대 국가의 관계라기보다는 당 대 당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고된 상황.

한반도 문제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입김이 확연히 줄어들 수도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신범철/국립외교원 교수 : "이 시점에 정상회담을 한 것은 중국과 북한간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 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서 북중 관계를 긴밀히 함으로써 북한이 미국에 너무 급속도로 다가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이 있었던 거죠. 북한 역시 현시점에서 중국을 만나는 것이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비핵화요구를 받고있는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보험을 들어놓음으로써 미국과의 대화가 잘 진행 되지 않았을 경우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겠다는 그런 셈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안보 라인을 상대적 강경파들로 대체해가는 중이었습니다.

폼페이오 CIA국장을 국무장관 후보자로, 존 볼턴 전 유엔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하자, 대북 압박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볼턴 내정자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 행정부 시절, 안보 정책을 주도하던 이른바 네오콘의 핵심 인물이기도 합니다.

[볼턴/美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 "물리적 충돌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강한 군사력을 갖는 것입니다. 고대 로마인들도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 방중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의 장은 4자 구도로 커졌고 그만큼 변수도 늘었습니다.

한·미·중 공조를 통한 3대 1 구도로 북핵 폐기를 몰아붙여야 하는데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주도권을 잡으려하고 북중 관계가 끈끈해지면, 대북 공조에 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국을 믿고 북한이 조건부 비핵화를 주장하면, 남북, 북미회담 성공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끈 의제는 역시 비핵화 문제였습니다.

시 주석이 먼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자임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中 CCTV 아나운서/지난 28일 : "시진핑 주석은 남북 관계 개선을 지지하며 화해하고 회담하는 데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단계적, 동시적 조치들이 실현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中 CCTV 아나운서/지난 28일 :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 안정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계적 조치가 무엇인지 언급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행해 나갈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이는 조건 없이 북핵을 폐기한 이후에나 보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과 차이가 큽니다.

일괄 타결을 방식을 거론하던 청와대는 북중 정상회담 이후엔 ‘정상회담으로 큰 틀의 선언은 하되 검증과 폐기는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지난 28일 : "조중 친선을 새로운 높은 단계로 추동한 역사적인 사변!"]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방중 사실을 적극 보도하면서도 비핵화 관련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습니다.

미국 언론이 북중 접근을 미국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가운데,미 백악관은 북중 정상회담도 대북 압박의 성과라며 제재와 압박 유지를 공언했습니다.

[세라 샌더스/美 백악관 대변인 : "김정은이 중국 정상을 만나러 북한 지도자가 된 뒤 처음으로 해외로 나간 것도 최대 압박이 계속해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입니다."]

북한이 단계적 동시 조치를 언급하면서 과거처럼 여러 단계별 협상마다 지원은 받되 실제 핵 폐기는 미룰 경우 북미 간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신범철/국립외교원 교수 :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서 과거와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 경우에는 미북정상회담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중국이 한반도비핵화에 있어서 기여하는 방향으로 계속해 노력할 수 있도록 중국에 대해서 이러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중국을 계속해서 관여시켜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남북정상회담의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남북은 정상회담의 일정 등을 조율했습니다.

평양에서 공연할 우리 측 예술단 본진이 오늘 방북하는 등 3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북은 정상회담을 다음 달 27일 판문점에서 열기로 했고 구체적 의제는 협의해 가기로 했습니다..

[조명균/남측 수석대표/통일부 장관 : "한반도 비핵화 문제, 또 평화 정착 문제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 문제 이런 것을 중심으로 해서 계속해서 양측 간에 실무적으로 협의를 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남북은 물론 관련국들 사이의 최대 공약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것이라고 명합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남북미의 입장이 상호 일치하는 부분은 적지만 그러나 일치하는 지점들을 찾아가면서 어려운 것들은 뒤로 넘기면서 상황을 풀어가는 그런 접근법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그 차이들은 인정하면서 그러나 공통점들을 우선 찾아가는 그런 접근법들로 지금의 남북미의 관계를 풀어가야 된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정부는 북중 정상회담을 긍정 평가한다고 밝혔지만, 북핵 문제의 신속 타결을 노리던 대북 셈법은 중국 변수로 복잡해 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갈등 속에 중국과의 대북 공조를 유지하며 한반도 비핵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은 이를 위한 중대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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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북·중 정상회담…복잡해진 북핵 셈법
    • 입력 2018-03-31 08:24:40
    • 수정2018-03-31 11:13:29
    남북의 창
[앵커]

남북정상회담이 4월 27일로 날짜를 확정하고 한반도 비핵화 게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북핵 폐기를 위한 협상 셈법이 좀 더 복잡해졌는데요.

특히 김 위원장이 비핵화와 관련해 단계적 조치를 언급하면서 미국 정부의 해법과는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습니다.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비밀리에 진행돼 세계 언론의 애를 태웠던 이번 북중 정상회담의 경과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미치는 파장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이다솔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처음으로 만나 악수를 나눕니다. 7년만의 북중 정상회담입니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 질주에 따른 지난 수년간 싸늘했던 관계 대신 전통적 우호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연설/北 아나운서 대독 : "첫 외국 방문의 발걸음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가 된 것은 너무도 마땅한 것이며, 이는 조중 친선을 대를 이어 목숨처럼 귀중히 여기고 이어나가야 할 자신의 숭고한 의무로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시진핑 주석 연설/北 아나운서 대독 : "나의 아버지 습중훈(시중쉰) 동지께서도 생전에 김일성 주석 동지, 김정일 총비서 동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셨습니다."]

양국 핵심 인사들도 대거 나섰습니다.

북한 노동당의 최룡해, 박광호, 리수용, 김영철 부위원장이 차례로 시주석과 악수합니다.

양국 정상회담에는 리수용, 김영철 두 사람 외에 리용호 외무상도 배석했습니다.

중국 측에서는 특히 시 주석의 정책 브레인, 왕후닝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배석해 주목 받았습니다.

만찬에는 리커창 총리도 참석해, 시 주석까지 고려하면 중국 권력의 핵심, 정치국 상무위원이 세 명이나 나섰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김정은 시대 들어서서 북중 간에 새로운 인적 교류의 틀을 만들겠다. 북중 간 파이프라인을 새롭게 구축하는 이런 차원에서 주요 인사들을 배석시키면서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그런 시간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상외교 무대에 처음 나선 김정은 위원장은 베이징 도착 직후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회담에선 깍지를 끼었다 풀었다하고 시 주석의 말을 메모하기도 했지만, 이후 여유를 찾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중국 정부의 각별한 의전도 주목 받았습니다.

김정은 부부는 베이징에서 삼엄한 경호 속에 이동했습니다.

[조선중앙TV/지난 28일 :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동지와 리설주 여사께서 타신 자동차 행렬은 21대 모터찌클(오토바이)의 호위를 받으며 낚시터(조어대) 국빈관으로 향하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의장대 사열은 물론, 대규모 연회를 포함한 두 번의 식사와 별도의 차 대접도 준비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이 과거 중국 지도자들과 각별한 관계를 맺은 기록 영상을 틀며 양국의 오랜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시 주석 부부가 준비한 선물을 김 위원장 부부에게 직접 설명하고, 김정은 위원장 부부도 대형 청자를 답례로 선물했습니다.

모두 가수 경력이 있는 양국 정상 부인들의 만남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번 중국 방문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렸다는 점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2000년 5월 방중과 유사합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촌을 들르는 등 방중 행로 역시 닮았습니다.

비행기 대신 전용 기차를 이용한 점도 집권 기간 8차례 중국에 갈 때마다 모두 특별 열차를 이용한 김정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방중 기록영화를 통해 김정은 전용 열차 내부도 공개됐습니다.

방중 막바지 중국측 인사들까지 함께 타고 이동했는데, TV와 쇼파 등이 설치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기차를 탐으로서 장거리여행을 통해서 뭔가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는 이런 차원에서 베이징까지 기차로 가는 그런 경우들이 많았고 실제 김정은 위원장도 이번에 기차를 이용함으로서 자신이 중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또 중국에 보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지면서 간다.. 이런 차원에서의 이미지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선대와 같은 수준의 북중 관계 복원까지는 어렵겠지만, 양국이 전략적 이익 공유를 재확인하며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신범철/국립외교원 교수 : "일단 정상회담을 했기 때문에 향후 전통적 우호 관계복원을 양측 모두 시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을 계속해서 자기편으로 가두어놓기 위해서 북한 문제를 관리할 것이고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양측의 우호협력이 점점 더 강화되는 모습 으로 갈 거라고 예상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도 국가 대 국가의 관계라기보다는 당 대 당의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무엇보다 시기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고된 상황.

한반도 문제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입김이 확연히 줄어들 수도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신범철/국립외교원 교수 : "이 시점에 정상회담을 한 것은 중국과 북한간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 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서 북중 관계를 긴밀히 함으로써 북한이 미국에 너무 급속도로 다가가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성이 있었던 거죠. 북한 역시 현시점에서 중국을 만나는 것이 자신들의 몸값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비핵화요구를 받고있는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보험을 들어놓음으로써 미국과의 대화가 잘 진행 되지 않았을 경우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겠다는 그런 셈법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안보 라인을 상대적 강경파들로 대체해가는 중이었습니다.

폼페이오 CIA국장을 국무장관 후보자로, 존 볼턴 전 유엔대사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하자, 대북 압박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볼턴 내정자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 행정부 시절, 안보 정책을 주도하던 이른바 네오콘의 핵심 인물이기도 합니다.

[볼턴/美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 "물리적 충돌을 피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강한 군사력을 갖는 것입니다. 고대 로마인들도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격 방중으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의 장은 4자 구도로 커졌고 그만큼 변수도 늘었습니다.

한·미·중 공조를 통한 3대 1 구도로 북핵 폐기를 몰아붙여야 하는데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주도권을 잡으려하고 북중 관계가 끈끈해지면, 대북 공조에 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국을 믿고 북한이 조건부 비핵화를 주장하면, 남북, 북미회담 성공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끈 의제는 역시 비핵화 문제였습니다.

시 주석이 먼저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자임했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中 CCTV 아나운서/지난 28일 : "시진핑 주석은 남북 관계 개선을 지지하며 화해하고 회담하는 데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단계적, 동시적 조치들이 실현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中 CCTV 아나운서/지난 28일 :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평화 안정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계적 조치가 무엇인지 언급하진 않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진행해 나갈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이는 조건 없이 북핵을 폐기한 이후에나 보상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과 차이가 큽니다.

일괄 타결을 방식을 거론하던 청와대는 북중 정상회담 이후엔 ‘정상회담으로 큰 틀의 선언은 하되 검증과 폐기는 순차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조선중앙TV/지난 28일 : "조중 친선을 새로운 높은 단계로 추동한 역사적인 사변!"]

북한 매체들이 김정은 방중 사실을 적극 보도하면서도 비핵화 관련 언급은 전혀 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습니다.

미국 언론이 북중 접근을 미국의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가운데,미 백악관은 북중 정상회담도 대북 압박의 성과라며 제재와 압박 유지를 공언했습니다.

[세라 샌더스/美 백악관 대변인 : "김정은이 중국 정상을 만나러 북한 지도자가 된 뒤 처음으로 해외로 나간 것도 최대 압박이 계속해서 효과를 보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입니다."]

북한이 단계적 동시 조치를 언급하면서 과거처럼 여러 단계별 협상마다 지원은 받되 실제 핵 폐기는 미룰 경우 북미 간 협상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신범철/국립외교원 교수 :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서 과거와 변화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 경우에는 미북정상회담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북한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중국이 한반도비핵화에 있어서 기여하는 방향으로 계속해 노력할 수 있도록 중국에 대해서 이러한 한반도 문제를 논의함에 있어 중국을 계속해서 관여시켜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남북정상회담의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판문점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남북은 정상회담의 일정 등을 조율했습니다.

평양에서 공연할 우리 측 예술단 본진이 오늘 방북하는 등 3차 남북 정상회담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북은 정상회담을 다음 달 27일 판문점에서 열기로 했고 구체적 의제는 협의해 가기로 했습니다..

[조명균/남측 수석대표/통일부 장관 : "한반도 비핵화 문제, 또 평화 정착 문제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 문제 이런 것을 중심으로 해서 계속해서 양측 간에 실무적으로 협의를 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남북은 물론 관련국들 사이의 최대 공약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도 기대할 수 있을것이라고 명합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남북미의 입장이 상호 일치하는 부분은 적지만 그러나 일치하는 지점들을 찾아가면서 어려운 것들은 뒤로 넘기면서 상황을 풀어가는 그런 접근법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그 차이들은 인정하면서 그러나 공통점들을 우선 찾아가는 그런 접근법들로 지금의 남북미의 관계를 풀어가야 된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정부는 북중 정상회담을 긍정 평가한다고 밝혔지만, 북핵 문제의 신속 타결을 노리던 대북 셈법은 중국 변수로 복잡해 졌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갈등 속에 중국과의 대북 공조를 유지하며 한반도 비핵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은 이를 위한 중대 고비가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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