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동물 구조하다 참변…눈물의 영결식

입력 2018.04.03 (08:31) 수정 2018.04.06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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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금요일, 충남 아산에선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있었습니다.

유기견 구조 활동을 하던 소방 공무원 3명이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건데요.

숨진 3명 가운데 2명은 이제 2주 뒤면 임용을 하는 소방 교육생이라 안타까움을 더 했습니다.

어제 엄수된 합동영결식에선 꽃다운 나이의 고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이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소방관들의 이런 안타까운 희생이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순직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동물 구조를 위해 출동했다 순직한 소방관과 교육생의 합동 영결식장.

사진 속 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어머니는 다시 한 번 울음을 토해냅니다.

갑작스럽게 고인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유족과 동료의 슬픔에 영결식장은 눈물 바다가 됩니다.

[명노혁/소방교 : “이제는 당신들이 세상에서 피우고자 했던 수많은 꽃을 우리 동료들에게 맡겨두시고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에서 영면하소서.”]

마지막 배웅 속에 영결식장을 떠난 3명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됐습니다.

빈소부터 발인, 영결식장까지 유가족의 통곡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예고없는 이별에 고인과의 마지막 순간만을 되새기고 또 되새겨봅니다.

[이충준/고 김신형 소방교 남편 : “평상시에는 이제 ‘여보 잘 도착했어? 나는 잘 왔어.’ 이렇게 문자를 하거든요. 문자를 하든, 전화를 하든. 하필 사고 당일에는 서로 바빠서 그랬는지 그걸 못 했어요.”]

동료 소방관과 결혼한 지 이제 6개월이 된 고 김신형 소방관.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남편을 따뜻하게 보살핀 든든한 아내였습니다.

[이충준/고 김신형 소방교 남편 : “ 저는 얼마 전에 외상 스트레스 장애 때문에 정신과 약을 먹고 있었어요. 집사람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속 얘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 (나았으니) 임신도 준비하고 잘 한번 해보자.”]

고 문새미 교육생의 오빠는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동생의 마지막 문자를 하염없이 들여다 봅니다.

[문주용/고 문새미 교육생 오빠 : “16일이 동생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문자로 영화 쿠폰을 보냈어요.”]

사고 소식을 들은 뒤 보낸 문자메시지는 수신자가 영원히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로 남았습니다.

[문주용/고 문새미 교육생 오빠 : “ 동생이 사망한 줄 모르고 진짜 제발 조금만 버텨달라고…….”]

2주 뒤면 임관을 앞둔 문새미 교육생의 일기장에는 소방관으로 살아갈 미래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문주용/고 문새미 교육생 오빠 : “정복이 나오면 같이 가족사진을 정복 입고 찍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고 김은영 교육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불과 한 달 만에 참변을 당했습니다.

한 달 만에 두 번째 상복을 입은 가족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고 김은영 교육생 유가족 : “소방공무원이 꿈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자기가 아르바이트하고 이러면서 공부를 계속한 거예요.”]

어려운 형편에 집안을 돌보며 남들보다 늦게 도전했던 소방관의 길은 끝내 가보지 못한 길이 됐습니다.

[고 김은영 교육생 동생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도전하다가 이번에 (소방관 시험이) 된 거예요. 저한테 됐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죠.”]

안타까운 사고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개 한 마리가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달 30일 오전.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갓길에 소방펌프 차량을 세운 뒤, 구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65살 허 모씨가 운전하던 25톤 트럭이 나타났습니다.

[이재홍/충남 아산경찰서 교통조사1팀장 : “소방차 앞쪽에서 네 분이 내려서 유기견 구조 활동을 펼치던 중이었는데 마침 3차로에서 진행하던 사고 화물 차량이 소방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뒤를 추돌하였고…….”]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29살 김신형 소방교, 30살 김은영, 23살 문새미 교육생.

꽃다운 청춘들은 그렇게 허망하게 숨을 거뒀습니다.

[이재홍/충남 아산경찰서 교통조사 1팀장 : "피의자는 본인이 ‘라디오를 조작하다가 앞에 있는 소방차를 보지 못했다.’ 이렇게 진술하고 있고요."]

사고 소식에 동료 소방관의 충격은 컸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현장으로 뛰어드는 게 아무리 소방관의 숙명이라고 해도, 안타까운 희생이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고 김은영 교육생 유가족 : “제2의, 제3의 사고가 안 난다고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대책 마련이 안 되면 정말로 이렇게 안타까운 희생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소방관들의 출동 건수 중 52.5%가 벌집제거, 동물포획, 잠금장치 개방 등 생활 안전 출동이었습니다.

정작 위급한 현장에선 출동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현장 소방관들의 목소리입니다.

[동료 소방관 : “이번 같은 경우도 실습생들 두 명 없었으면 두 명 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두 명이 나가서 안전 조치하고 구조하고 하는 게 솔직히 어렵겠죠.”]

순직 소방관 고 김신형 소방교에게는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이, 아직 임용 전인 고 김은영·문새미 교육생도 역시 순직 공무원에게 주는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이 훈장보다 더 바라는 건 더이상 소방관들의 이런 안타까운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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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03 08:36:46
    • 수정2018-04-06 08: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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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지난주 금요일, 충남 아산에선 안타까운 사고 소식이 있었습니다.

유기견 구조 활동을 하던 소방 공무원 3명이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건데요.

숨진 3명 가운데 2명은 이제 2주 뒤면 임용을 하는 소방 교육생이라 안타까움을 더 했습니다.

어제 엄수된 합동영결식에선 꽃다운 나이의 고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유족과 동료 소방관들이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소방관들의 이런 안타까운 희생이 더이상 되풀이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순직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동물 구조를 위해 출동했다 순직한 소방관과 교육생의 합동 영결식장.

사진 속 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어머니는 다시 한 번 울음을 토해냅니다.

갑작스럽게 고인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유족과 동료의 슬픔에 영결식장은 눈물 바다가 됩니다.

[명노혁/소방교 : “이제는 당신들이 세상에서 피우고자 했던 수많은 꽃을 우리 동료들에게 맡겨두시고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을 가지고 새로운 세상에서 영면하소서.”]

마지막 배웅 속에 영결식장을 떠난 3명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 소방관 묘역에 안장됐습니다.

빈소부터 발인, 영결식장까지 유가족의 통곡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예고없는 이별에 고인과의 마지막 순간만을 되새기고 또 되새겨봅니다.

[이충준/고 김신형 소방교 남편 : “평상시에는 이제 ‘여보 잘 도착했어? 나는 잘 왔어.’ 이렇게 문자를 하거든요. 문자를 하든, 전화를 하든. 하필 사고 당일에는 서로 바빠서 그랬는지 그걸 못 했어요.”]

동료 소방관과 결혼한 지 이제 6개월이 된 고 김신형 소방관.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남편을 따뜻하게 보살핀 든든한 아내였습니다.

[이충준/고 김신형 소방교 남편 : “ 저는 얼마 전에 외상 스트레스 장애 때문에 정신과 약을 먹고 있었어요. 집사람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속 얘기도 하고. 그래서 이제 (나았으니) 임신도 준비하고 잘 한번 해보자.”]

고 문새미 교육생의 오빠는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동생의 마지막 문자를 하염없이 들여다 봅니다.

[문주용/고 문새미 교육생 오빠 : “16일이 동생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문자로 영화 쿠폰을 보냈어요.”]

사고 소식을 들은 뒤 보낸 문자메시지는 수신자가 영원히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로 남았습니다.

[문주용/고 문새미 교육생 오빠 : “ 동생이 사망한 줄 모르고 진짜 제발 조금만 버텨달라고…….”]

2주 뒤면 임관을 앞둔 문새미 교육생의 일기장에는 소방관으로 살아갈 미래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문주용/고 문새미 교육생 오빠 : “정복이 나오면 같이 가족사진을 정복 입고 찍고 싶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거든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고 김은영 교육생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불과 한 달 만에 참변을 당했습니다.

한 달 만에 두 번째 상복을 입은 가족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고 김은영 교육생 유가족 : “소방공무원이 꿈이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자기가 아르바이트하고 이러면서 공부를 계속한 거예요.”]

어려운 형편에 집안을 돌보며 남들보다 늦게 도전했던 소방관의 길은 끝내 가보지 못한 길이 됐습니다.

[고 김은영 교육생 동생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도전하다가 이번에 (소방관 시험이) 된 거예요. 저한테 됐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죠.”]

안타까운 사고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개 한 마리가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 건 지난달 30일 오전.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갓길에 소방펌프 차량을 세운 뒤, 구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때 65살 허 모씨가 운전하던 25톤 트럭이 나타났습니다.

[이재홍/충남 아산경찰서 교통조사1팀장 : “소방차 앞쪽에서 네 분이 내려서 유기견 구조 활동을 펼치던 중이었는데 마침 3차로에서 진행하던 사고 화물 차량이 소방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뒤를 추돌하였고…….”]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29살 김신형 소방교, 30살 김은영, 23살 문새미 교육생.

꽃다운 청춘들은 그렇게 허망하게 숨을 거뒀습니다.

[이재홍/충남 아산경찰서 교통조사 1팀장 : "피의자는 본인이 ‘라디오를 조작하다가 앞에 있는 소방차를 보지 못했다.’ 이렇게 진술하고 있고요."]

사고 소식에 동료 소방관의 충격은 컸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현장으로 뛰어드는 게 아무리 소방관의 숙명이라고 해도, 안타까운 희생이 언제까지 되풀이돼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고 김은영 교육생 유가족 : “제2의, 제3의 사고가 안 난다고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대책 마련이 안 되면 정말로 이렇게 안타까운 희생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소방관들의 출동 건수 중 52.5%가 벌집제거, 동물포획, 잠금장치 개방 등 생활 안전 출동이었습니다.

정작 위급한 현장에선 출동 인력과 장비가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현장 소방관들의 목소리입니다.

[동료 소방관 : “이번 같은 경우도 실습생들 두 명 없었으면 두 명 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두 명이 나가서 안전 조치하고 구조하고 하는 게 솔직히 어렵겠죠.”]

순직 소방관 고 김신형 소방교에게는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이, 아직 임용 전인 고 김은영·문새미 교육생도 역시 순직 공무원에게 주는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습니다.

하지만 유족들이 훈장보다 더 바라는 건 더이상 소방관들의 이런 안타까운 희생이 되풀이되지 않는 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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