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수법도 국적도 다양…보이스피싱 기승

입력 2018.04.06 (08:32) 수정 2018.04.0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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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뉴스따라잡기에선 이전에도 '보이스피싱', 전화금융사기 관련 내용을 몇 차례 자세히 다뤘었는데요.

보이스피싱범들 이제는 자취를 감출 때도 된 거 같은데 참 끈질깁니다.

수법은 날도 교묘해지고, 보이스피싱범들의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누가 그런 사기에 당할까 싶겠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면 이성적인 사고는 힘들어집니다.

과거에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사기를 치려 했다면, 지금은 개인정보를 도용한 '맞춤형 보이스피싱'이 수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노인들이 보이스피싱범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데요.

사건 현장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8일, KTX 울산역 앞입니다.

대낮에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가방을 들고 사력을 다해 도망치는 남성.

추격전은 역 주차장에서 막을 내립니다.

[조성호/부산 부산진경찰서 지능팀장 : “접근을 하니까 피의자가 눈치를 채고 전력질주로 도주를 한 겁니다. 저희도 그 뒤를 계속 추격을 했고요. 그래서 약 100m가량 추격한 끝에 검거를 하게 된 것입니다.”]

60대 이 모 씨가 이상한 전화를 받은 건, 그날 아침이었습니다.

[이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자녀를 바꿔줄 테니까 한 번 받아보라고. 받아보니까 ‘아버지 아무 말 묻지 말고 돈 3천만 원을 이분들 시키는 대로 해줘라.’ 하더라고.”]

아들이 사채를 썼으니 돈을 대신 갚으라는 전화였습니다.

수화기 넘어로 울먹이는 목소리는 아들의 음성과 똑같이 들렸습니다.

[이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내 새끼가 그렇게 될까 봐 싶어서 좀 당황을 했지. 그런데 이분이 뭐라고 하냐고 하면 막 구타 소리가 나면서 망치를 꺼내고 때리고 그러더라고.”]

겁이 난 이 씨는 은행으로 달려가 3천 만원을 인출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점이 뭔가 수상했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신호를 보내 대신 경찰에 신고를 부탁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은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습니다.

곧장 범인 검거 계획을 세웁니다.

가짜 돈본투를 만들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것처럼 검거 작전을 짰습니다.

[조성호/부산부산진경찰서 지능팀장 : “저희가 연기를 했죠. 택시를 타고 오라고 피해자한테 이렇게 (얘기)했는데 저희 차에 태워가야 하니까 저희가 택시인 척하고 라디오도 켜고 그렇게 이동을 한 겁니다.”]

3시간 가량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사이 돈을 갖고 오라는 장소를 부산진역에서 울산 ktx 역 앞으로 바꾸는 등 보이스피싱범도 치밀하게 움직였습니다.

최종 약속 장소인 울산역 앞에 도착하자, 한 남성이 어디선가 나타나 돈봉투를 챙겼습니다.

그 순간 경찰이 현장을 덮쳤고, 추격전 끝에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조성호/부산부산진경찰서 지능팀장 : “피의자는 27세 말레이시아인으로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를 받고 국내에서 현금을 받아서 해외로 송금을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나이 많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식을 걱정하잖아요. 내가 직접 이번에 이런 경험을 해보니까 나이 많은 사람들은 자칫 넘어가겠더라고.”]

인천에서도 얼마전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며 80대 남성이 다급하게 경찰 지구대 안으로 들어옵니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남성은 경찰에게 잠시 전화기를 건네는가 싶더니 다시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윤종남/인천 중부경찰서 송림지구대 경위 : “들어오신 다음에 근무자한테 귀에다 (전화기를) 대고 수초 간 대고 다시 말도 안하고 전화를 받으면서 밖으로 나가시는 거예요. 이상하다 보이스피싱 아닐까 해서 바깥으로 쫓아나갔어요.”]

바로 경찰이 따라붙었지만, 이 남성은 도움을 뿌리친 채 전화기만 들고 있었습니다.

[손경직/인천중부경찰서 송림지구대 순경 : “할아버지께서는 말도 못할 정도로 당황을 하셔가지고 저희 말은 일체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전화를) 끊으면 아들 신변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경찰은 집까지 따라가서야 자세한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사채 보증을 섰는데 돈을 안 갚는다고 잡혀왔다 그래. 그런데 목소리가 우리 아들 목소리야. ‘돈을 부쳐주면 받을 거고 아니면 (아들을) 아예 갔다 팔아버리니까 알아서 해.’ 하는데 이거 분명히 우리 집 애인데 환장하겠어.”]

요구한 돈은 8천2백만 원. 겁이 난 김 씨는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가던 길에 혹시나해서 지구대에 들렸다가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김 모 씨/보이스 피싱 피해자 : “그때 생각에는 어떻게 할 길이 없더라고. 어떻게 할 길이 없어요.”]

지난 2월 한 70대 남성은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은퇴 자금 9억 원을 모두 송금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역대 보이스피싱 사건 중 단일 건으로는 가장 큰 피해 금액입니다.

피해자의 혼을 빼놓는 사기범의 목소리는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했습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 : "홍콩으로 방문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전혀 없으시다? 지갑을 분실하셨다거나 도난당하신 적이 있으신 거예요? 그 누군가가 본인 명의로 로그인을 했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죠?"]

날로 교묘해지고, 수법이 진화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최근에는 전화 받는 사람의 개인 정보를 불법 수집한 뒤, '맞춤형 보이스피싱'을 하는 게 전형적인 수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조성호/부산부산진경찰서 지능팀장 : “나이 드신 분들한테는 자녀 납치를 빙자해서 보이스피싱을 하는 경우가 많고 젊은 여성분들이나 이런 분들한테는 검찰 아니면 수사기관을 사칭해서 돈을 보호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보이스피싱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돈을 요구하는 전화는 보이스피싱으로 우선 의심하고, 일단 전화를 끊는 게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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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수법도 국적도 다양…보이스피싱 기승
    • 입력 2018-04-06 08:34:47
    • 수정2018-04-06 08: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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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뉴스따라잡기에선 이전에도 '보이스피싱', 전화금융사기 관련 내용을 몇 차례 자세히 다뤘었는데요.

보이스피싱범들 이제는 자취를 감출 때도 된 거 같은데 참 끈질깁니다.

수법은 날도 교묘해지고, 보이스피싱범들의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누가 그런 사기에 당할까 싶겠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면 이성적인 사고는 힘들어집니다.

과거에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사기를 치려 했다면, 지금은 개인정보를 도용한 '맞춤형 보이스피싱'이 수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노인들이 보이스피싱범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데요.

사건 현장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8일, KTX 울산역 앞입니다.

대낮에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가방을 들고 사력을 다해 도망치는 남성.

추격전은 역 주차장에서 막을 내립니다.

[조성호/부산 부산진경찰서 지능팀장 : “접근을 하니까 피의자가 눈치를 채고 전력질주로 도주를 한 겁니다. 저희도 그 뒤를 계속 추격을 했고요. 그래서 약 100m가량 추격한 끝에 검거를 하게 된 것입니다.”]

60대 이 모 씨가 이상한 전화를 받은 건, 그날 아침이었습니다.

[이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자녀를 바꿔줄 테니까 한 번 받아보라고. 받아보니까 ‘아버지 아무 말 묻지 말고 돈 3천만 원을 이분들 시키는 대로 해줘라.’ 하더라고.”]

아들이 사채를 썼으니 돈을 대신 갚으라는 전화였습니다.

수화기 넘어로 울먹이는 목소리는 아들의 음성과 똑같이 들렸습니다.

[이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내 새끼가 그렇게 될까 봐 싶어서 좀 당황을 했지. 그런데 이분이 뭐라고 하냐고 하면 막 구타 소리가 나면서 망치를 꺼내고 때리고 그러더라고.”]

겁이 난 이 씨는 은행으로 달려가 3천 만원을 인출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전화를 끊지 못하게 하는 점이 뭔가 수상했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신호를 보내 대신 경찰에 신고를 부탁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은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했습니다.

곧장 범인 검거 계획을 세웁니다.

가짜 돈본투를 만들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것처럼 검거 작전을 짰습니다.

[조성호/부산부산진경찰서 지능팀장 : “저희가 연기를 했죠. 택시를 타고 오라고 피해자한테 이렇게 (얘기)했는데 저희 차에 태워가야 하니까 저희가 택시인 척하고 라디오도 켜고 그렇게 이동을 한 겁니다.”]

3시간 가량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사이 돈을 갖고 오라는 장소를 부산진역에서 울산 ktx 역 앞으로 바꾸는 등 보이스피싱범도 치밀하게 움직였습니다.

최종 약속 장소인 울산역 앞에 도착하자, 한 남성이 어디선가 나타나 돈봉투를 챙겼습니다.

그 순간 경찰이 현장을 덮쳤고, 추격전 끝에 남성을 붙잡았습니다.

[조성호/부산부산진경찰서 지능팀장 : “피의자는 27세 말레이시아인으로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를 받고 국내에서 현금을 받아서 해외로 송금을 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나이 많은 사람들은 아무래도 자식을 걱정하잖아요. 내가 직접 이번에 이런 경험을 해보니까 나이 많은 사람들은 자칫 넘어가겠더라고.”]

인천에서도 얼마전 비슷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전화 통화를 하며 80대 남성이 다급하게 경찰 지구대 안으로 들어옵니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한 남성은 경찰에게 잠시 전화기를 건네는가 싶더니 다시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윤종남/인천 중부경찰서 송림지구대 경위 : “들어오신 다음에 근무자한테 귀에다 (전화기를) 대고 수초 간 대고 다시 말도 안하고 전화를 받으면서 밖으로 나가시는 거예요. 이상하다 보이스피싱 아닐까 해서 바깥으로 쫓아나갔어요.”]

바로 경찰이 따라붙었지만, 이 남성은 도움을 뿌리친 채 전화기만 들고 있었습니다.

[손경직/인천중부경찰서 송림지구대 순경 : “할아버지께서는 말도 못할 정도로 당황을 하셔가지고 저희 말은 일체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전화를) 끊으면 아들 신변을 위협할 수 있다 그러니까….”]

경찰은 집까지 따라가서야 자세한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김 모 씨/보이스피싱 피해자 : “사채 보증을 섰는데 돈을 안 갚는다고 잡혀왔다 그래. 그런데 목소리가 우리 아들 목소리야. ‘돈을 부쳐주면 받을 거고 아니면 (아들을) 아예 갔다 팔아버리니까 알아서 해.’ 하는데 이거 분명히 우리 집 애인데 환장하겠어.”]

요구한 돈은 8천2백만 원. 겁이 난 김 씨는 돈을 찾으러 은행에 가던 길에 혹시나해서 지구대에 들렸다가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김 모 씨/보이스 피싱 피해자 : “그때 생각에는 어떻게 할 길이 없더라고. 어떻게 할 길이 없어요.”]

지난 2월 한 70대 남성은 보이스피싱범에게 속아 은퇴 자금 9억 원을 모두 송금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역대 보이스피싱 사건 중 단일 건으로는 가장 큰 피해 금액입니다.

피해자의 혼을 빼놓는 사기범의 목소리는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했습니다.

[실제 보이스피싱 음성 : "홍콩으로 방문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전혀 없으시다? 지갑을 분실하셨다거나 도난당하신 적이 있으신 거예요? 그 누군가가 본인 명의로 로그인을 했다는 말씀입니다. 그렇죠?"]

날로 교묘해지고, 수법이 진화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최근에는 전화 받는 사람의 개인 정보를 불법 수집한 뒤, '맞춤형 보이스피싱'을 하는 게 전형적인 수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조성호/부산부산진경찰서 지능팀장 : “나이 드신 분들한테는 자녀 납치를 빙자해서 보이스피싱을 하는 경우가 많고 젊은 여성분들이나 이런 분들한테는 검찰 아니면 수사기관을 사칭해서 돈을 보호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보이스피싱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돈을 요구하는 전화는 보이스피싱으로 우선 의심하고, 일단 전화를 끊는 게 피해를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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