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스페셜] 선인장 재배하는 브라질, 북동부 사막화 가속

입력 2018.04.07 (21:37) 수정 2018.04.0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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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미의 브라질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아마존 강이 있으니까 열대 우림만 떠올리신다면 놀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요즘 선인장 재배가 활발하다는데요,

북동부 지역에 최대 7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사막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물 부족으로 2천만 명이 고통받고 있는데요,

아마존의 무분별한 벌목, 삼림 파괴가 영향을 끼쳤을 거란 아픈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브라질 상파울루시에서 2,8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북동부 지역.

광활한 벌판이 이어집니다.

도로변 한 농가에서 온 가족이 나와 바싹 마른 땅에 호미를 들고 무언가를 심고 있습니다.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선인장입니다.

당나귀가 끄는 수레에서 선인장을 집어 든 뒤 땅에 던져 놓고는 하나씩 심어 나갑니다.

주로 콩과 옥수수를 재배했지만, 수년 전부터 선인장으로 작목을 바꿨습니다.

적은 양의 비에도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하모/브라질 파라이바주 농민 : "선인장 재배 수입이 좋습니다. 옥수수와 콩은 비 내리는 양에 따라 가격이 변해요.선인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선인장은 동물 먹이로 쓰입니다.

건조한 날씨에 마땅한 사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북동부 지역 벌판에서는 다양한 선인장을 볼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이른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뿌연 웅덩이에서 주민들이 물을 긷습니다.

물이 부족한 이 마을에 이 웅덩이 물이 허드렛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을주민 : "화장실, 집 청소 등에 사용합니다. 마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웅덩이 물을 거리낌 없이 마십니다.

아버지도 그냥 바라봅니다.

먹을 물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마을주민 : "목욕하고 마시기도 하고, 모든 곳에 사용합니다."]

마을 가운데에 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물탱크가 있지만 텅 비었습니다.

수도꼭지에는 거미줄이 쳐 있습니다.

[엘리에/마을주민 : "급수차가 옆 도시에서 물을 길어서 15일마다 탱크를 채웠어야 했는데, 급수차가 안온지 석달 됐습니다."]

늘 물을 받아 놔야 하고 먹을 물은 사야 합니다.

그나마 마을의 한 가구가 공급하는 지하수가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물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밤마다 다음날 사용할 물을 받아 놓습니다.

[마을 어린이 : "이 물로 요리도 하고 마시기도 합니다."]

곳곳에 풀이 자란 이곳은 마을 정수장입니다.

하지만 5년 전에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취수장이 있던 하천은 말라 숲으로 변했습니다.

[파울루/마을주민 : "이전에는 주변에서 농작물을 많이 재배했는데 건조해져서 농작물 재배할 수 없습니다."]

축구장 5백 개 정도 면적의 이곳, 저수지입니다.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 곳곳에 말라 죽은 다슬기, 흙먼지만 날릴 뿐입니다.

이곳 저수지가 마르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입니다.

가끔 비가 내리지만 극히 적은 양입니다.

이에 따라 이 주변 천여 명 주민들은 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7년 전 이 저수지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이 다이빙을 하고 놀 정도로 물은 충분하게 차 있었습니다.

가족들도 함께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지금의 바싹 마른 저수지의 모습과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저수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어민들은 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조제 마르셀리노/어부 :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대도시 시장에 팔았습니다. 어로로 가족들을 먹여 살렸죠."]

이렇게 물이 부족하다 보니 마을 곳곳에서는 웅덩이를 찾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수질과 관계없이 화물차로 물을 취수해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르시오/급수차 운전사 : "마실 물이 아니라 건설현장에 사용할 물입니다."]

화물차 한 대가 마을로 진입합니다.

8톤의 물을 실은 지방 정부의 화물차입니다.

학교 옆 물탱크에 물을 채워 넣습니다.

하지만 물은 맑지 않습니다.

교실 안에는 항아리 모양의 간이 정수기를 갖춰 놨습니다.

[엘론/시 정부 급수차 운영 공무원 : "38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25가구에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물을 실은 화물차는 한 달에 두 차례씩 마을을 돌며 공동 물탱크에 물을 공급합니다.

주민들에게는 생명수와 같습니다.

[마리아 조제/마을주민 : "7년간 비가 안 왔습니다. 주변 지역에 물이 있는데 아주 적어요. 하늘이 도와주기만을 기다립니다."]

이렇게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곳은 브라질 북동부 9개 주,

전체 주민의 35%인 2천만 명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데다 아마존의 무분별한 벌목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막는 역할을 한 밀림의 파괴가 온난화를 가속화했을 것이란 겁니다.

그나마 북동부 지역 일부 도심 하천에는 물이 흐르지만 혼탁합니다.

생활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유입됩니다.

하수종말처리장과 하수관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북동부의 사막화, 지역 인구와 농지의 감소, 전염병 확산, 유아 사망률 증가라는 심각한 위기를 부를 것이란 브라질 대학의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 간 물의 혜택을 공유하는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상파울루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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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스페셜] 선인장 재배하는 브라질, 북동부 사막화 가속
    • 입력 2018-04-07 22:02:19
    • 수정2018-04-07 22: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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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미의 브라질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아마존 강이 있으니까 열대 우림만 떠올리신다면 놀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요즘 선인장 재배가 활발하다는데요,

북동부 지역에 최대 7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사막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입니다.

극심한 물 부족으로 2천만 명이 고통받고 있는데요,

아마존의 무분별한 벌목, 삼림 파괴가 영향을 끼쳤을 거란 아픈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리포트]

브라질 상파울루시에서 2,80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북동부 지역.

광활한 벌판이 이어집니다.

도로변 한 농가에서 온 가족이 나와 바싹 마른 땅에 호미를 들고 무언가를 심고 있습니다.

사막에서나 볼 수 있는 선인장입니다.

당나귀가 끄는 수레에서 선인장을 집어 든 뒤 땅에 던져 놓고는 하나씩 심어 나갑니다.

주로 콩과 옥수수를 재배했지만, 수년 전부터 선인장으로 작목을 바꿨습니다.

적은 양의 비에도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기 때문입니다.

[하모/브라질 파라이바주 농민 : "선인장 재배 수입이 좋습니다. 옥수수와 콩은 비 내리는 양에 따라 가격이 변해요.선인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선인장은 동물 먹이로 쓰입니다.

건조한 날씨에 마땅한 사료가 없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북동부 지역 벌판에서는 다양한 선인장을 볼 수 있습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이른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뿌연 웅덩이에서 주민들이 물을 긷습니다.

물이 부족한 이 마을에 이 웅덩이 물이 허드렛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마을주민 : "화장실, 집 청소 등에 사용합니다. 마시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 웅덩이 물을 거리낌 없이 마십니다.

아버지도 그냥 바라봅니다.

먹을 물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마을주민 : "목욕하고 마시기도 하고, 모든 곳에 사용합니다."]

마을 가운데에 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는 물탱크가 있지만 텅 비었습니다.

수도꼭지에는 거미줄이 쳐 있습니다.

[엘리에/마을주민 : "급수차가 옆 도시에서 물을 길어서 15일마다 탱크를 채웠어야 했는데, 급수차가 안온지 석달 됐습니다."]

늘 물을 받아 놔야 하고 먹을 물은 사야 합니다.

그나마 마을의 한 가구가 공급하는 지하수가 주민들에게는 소중한 물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밤마다 다음날 사용할 물을 받아 놓습니다.

[마을 어린이 : "이 물로 요리도 하고 마시기도 합니다."]

곳곳에 풀이 자란 이곳은 마을 정수장입니다.

하지만 5년 전에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취수장이 있던 하천은 말라 숲으로 변했습니다.

[파울루/마을주민 : "이전에는 주변에서 농작물을 많이 재배했는데 건조해져서 농작물 재배할 수 없습니다."]

축구장 5백 개 정도 면적의 이곳, 저수지입니다.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 곳곳에 말라 죽은 다슬기, 흙먼지만 날릴 뿐입니다.

이곳 저수지가 마르기 시작한 건 5년 전부터입니다.

가끔 비가 내리지만 극히 적은 양입니다.

이에 따라 이 주변 천여 명 주민들은 생활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7년 전 이 저수지의 모습입니다.

아이들이 다이빙을 하고 놀 정도로 물은 충분하게 차 있었습니다.

가족들도 함께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지금의 바싹 마른 저수지의 모습과 확연하게 차이가 납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저수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어민들은 마을을 떠나야 했습니다.

[조제 마르셀리노/어부 :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서 대도시 시장에 팔았습니다. 어로로 가족들을 먹여 살렸죠."]

이렇게 물이 부족하다 보니 마을 곳곳에서는 웅덩이를 찾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수질과 관계없이 화물차로 물을 취수해 판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르시오/급수차 운전사 : "마실 물이 아니라 건설현장에 사용할 물입니다."]

화물차 한 대가 마을로 진입합니다.

8톤의 물을 실은 지방 정부의 화물차입니다.

학교 옆 물탱크에 물을 채워 넣습니다.

하지만 물은 맑지 않습니다.

교실 안에는 항아리 모양의 간이 정수기를 갖춰 놨습니다.

[엘론/시 정부 급수차 운영 공무원 : "38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25가구에 물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물을 실은 화물차는 한 달에 두 차례씩 마을을 돌며 공동 물탱크에 물을 공급합니다.

주민들에게는 생명수와 같습니다.

[마리아 조제/마을주민 : "7년간 비가 안 왔습니다. 주변 지역에 물이 있는데 아주 적어요. 하늘이 도와주기만을 기다립니다."]

이렇게 극심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곳은 브라질 북동부 9개 주,

전체 주민의 35%인 2천만 명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데다 아마존의 무분별한 벌목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온난화를 막는 역할을 한 밀림의 파괴가 온난화를 가속화했을 것이란 겁니다.

그나마 북동부 지역 일부 도심 하천에는 물이 흐르지만 혼탁합니다.

생활하수가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유입됩니다.

하수종말처리장과 하수관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브라질 북동부의 사막화, 지역 인구와 농지의 감소, 전염병 확산, 유아 사망률 증가라는 심각한 위기를 부를 것이란 브라질 대학의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 간 물의 혜택을 공유하는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상파울루에서 이재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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