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곳곳에서 ‘아찔’

입력 2018.04.11 (08:31) 수정 2018.04.1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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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표시된 도로를 요즘 쉽게 볼수 있습니다.

자전거 전용 차로입니다.

서울 종로에도 지난 8일 이 자전거 전용도로가 새로 개통됐습니다.

평소 차량으로 혼잡하고 정체도 잦은 구간에 생긴 자전거 전용차로라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요.

개통 사흘째인 어제,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자전거 전용 차로를 침범하는 오토바이와 차량 때문에 아찔한 장면이 많았는데요.

이게 종로 자전거 도로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8일 개통한 서울 종로의 자전거길입니다.

총 길이는 2.6km.

서울 도심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대로 가장 자리 차로를 붉은색으로 칠해 자전거 전용 차로를 만들었습니다.

[김미정/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과장 :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생활의 교통수단으로써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 차로를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개통 3일째 현장은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일반 도로인지 자전거 전용 길인지 구분이 가질 않을 정도로 차량이 자전거 길을 점령했습니다.

차가 조금이라도 막힌다 싶으면 정체를 피해 오토바이가 자전거길을 내달립니다.

서울시는 앞으로 3개월의 계도 기간을 둔 뒤 과태료를 부할 예정입니다.

과태로 안내 입간판을 보고도 자건거 전용 도로를 달리는데, 7월부터는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김미정/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과장 : “이륜차인 경우는 4만 원이고요. 자가용인 경우는 5만 원, 승합차는 6만 원입니다. 택시는 상시 주차를 하거나 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인데 잠시 승하차, 그러니까 승객이 승하차 시에는 가능합니다.”]

간간히 자전거를 타는 시민이 눈에 띄었지만, 불안해 보이기만 합니다.

자전거 도로 위에서 짐을 내리는 트럭을 피해서 자전거를 몰아야했습니다.

[박지나/자전거 전용차로 이용객 : “차도 많이 지나다니고 택시도 손님 태운다고 멈추고 그래서 그 점에서 많이 불편했던 거 같아요.”]

직접 자전거에 올라타 전용 차로를 달려봤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자전거 전용 차로로 차량과 오토바이가 끼어듭니다.

일반 차로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자전거 전용 차로의 폭이 1.5미터 정도로 좁아 자전거를 타는 내내 옆을 달리는 차량이 위협적입니다.

[이동희/자전거 전용차로 이용객 : “분리대가 없으니까 좀 위험하죠. 버스정류장 아닌데 빼고는 분리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민 : “자전거도 아주 편하게 다닐 수도 없고 지금 폭이 1미터 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 길에서 안전을 어떻게 보장받으라는 겁니까. 시민들이.”]

서울시가 모델로 삼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해외의 자전거 전용길은 폭이 두 배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좁은 서울 도심 중심 도로에 공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미정/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과장 : “종로가 버스 중앙차로를 하다 보니 차로를 축소하고 차로 폭도 지금 줄인 상태입니다. 설계 때 보니깐 양방향으로는 도로 폭이 나오지 않아서 편도로 설치를 했고….”]

택시가 자전거 전용 차로를 침범하는 상황도 빈번했습니다.

도심 지역이다보니 길가 곳곳에서 택시를 잡는 승객이 많아 택시가 자전거 전용 차로를 침범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예 자전거 전용차로 중간에 택시 승하차장이 만들어져 있기도 합니다.

택시 기사들의 불만도 큽니다.

[김철/택시 기사 : “4차선 도로에서 가운데 중앙차선 버스 있으니까 못 가죠. 그다음에 자전거 전용도로 해놨으니까 답답하죠, 사실은. 택시 하는 입장에서는 별로예요.”]

[택시 기사 : “만약에 손님을 내려주려고 가장자리 차로에 서잖아요. 뒤에서 와서 자전거가 박아버리고 그러면 이제 방향지시등을 켰네, 안 켰네. 그런 것도 있을뿐더러….”]

주변 상인들에게도 아직 자전거 전용 도로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세운상가, 광장시장 등 큰 시장이 몰려 있습니다.

짐을 싣고 내리는 차와 오토바이로 복잡했던 곳인데 자전거 도로가 생기면서 불편해졌다는 겁니다.

[정효녀/인근 상인 : “여기다가 차대고 물건을 사려고 해도 차를 갖다 대려고 해도 못 대잖아. 딱지 떼고 벌금 물고 하니까. 못하니까 장사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운전하시는 분들도 (불편하죠).”]

[김병기/인근 상인 : “시장 상인으로서는 약간 불편한 점이 있어요. 어차피 시장은 차가 들어왔다 나갔다도 하고 이런 상태인데 자전거 도로 때문에….”]

퇴근 시간이 되고 도로가 어두워지면서 자전거 전용 차로의 입지는 더 줄었습니다.

바닥에 LED 등이 들어와 자전거 전용 차로를 구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일부 구간에선 끊겨 있습니다.

[권무정/경기도 광주시 : “(불빛이)도움은 되지만 위험 요소는 여전히 있는 거죠. (위험이) 없다고 볼 수는 없죠.”]

서울시는 4월 한 달 동안 시 공무원 3백 명을 교대로 투입해 자전거 도로 불법 침범을 집중 계도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자전거 전용 차로 위반 단속에 주정차 단속용 CCTV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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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도심 자전거 전용도로…곳곳에서 ‘아찔’
    • 입력 2018-04-11 08:36:20
    • 수정2018-04-11 08: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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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걷다보면 이렇게 표시된 도로를 요즘 쉽게 볼수 있습니다.

자전거 전용 차로입니다.

서울 종로에도 지난 8일 이 자전거 전용도로가 새로 개통됐습니다.

평소 차량으로 혼잡하고 정체도 잦은 구간에 생긴 자전거 전용차로라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는데요.

개통 사흘째인 어제,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자전거 전용 차로를 침범하는 오토바이와 차량 때문에 아찔한 장면이 많았는데요.

이게 종로 자전거 도로만의 문제는 아니겠죠.

현장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8일 개통한 서울 종로의 자전거길입니다.

총 길이는 2.6km.

서울 도심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대로 가장 자리 차로를 붉은색으로 칠해 자전거 전용 차로를 만들었습니다.

[김미정/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과장 :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생활의 교통수단으로써 이용할 수 있도록 전용 차로를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개통 3일째 현장은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일반 도로인지 자전거 전용 길인지 구분이 가질 않을 정도로 차량이 자전거 길을 점령했습니다.

차가 조금이라도 막힌다 싶으면 정체를 피해 오토바이가 자전거길을 내달립니다.

서울시는 앞으로 3개월의 계도 기간을 둔 뒤 과태료를 부할 예정입니다.

과태로 안내 입간판을 보고도 자건거 전용 도로를 달리는데, 7월부터는 모두 과태료 부과 대상입니다.

[김미정/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과장 : “이륜차인 경우는 4만 원이고요. 자가용인 경우는 5만 원, 승합차는 6만 원입니다. 택시는 상시 주차를 하거나 하면 과태료 부과 대상인데 잠시 승하차, 그러니까 승객이 승하차 시에는 가능합니다.”]

간간히 자전거를 타는 시민이 눈에 띄었지만, 불안해 보이기만 합니다.

자전거 도로 위에서 짐을 내리는 트럭을 피해서 자전거를 몰아야했습니다.

[박지나/자전거 전용차로 이용객 : “차도 많이 지나다니고 택시도 손님 태운다고 멈추고 그래서 그 점에서 많이 불편했던 거 같아요.”]

직접 자전거에 올라타 전용 차로를 달려봤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자전거 전용 차로로 차량과 오토바이가 끼어듭니다.

일반 차로와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자전거 전용 차로의 폭이 1.5미터 정도로 좁아 자전거를 타는 내내 옆을 달리는 차량이 위협적입니다.

[이동희/자전거 전용차로 이용객 : “분리대가 없으니까 좀 위험하죠. 버스정류장 아닌데 빼고는 분리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민 : “자전거도 아주 편하게 다닐 수도 없고 지금 폭이 1미터 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 길에서 안전을 어떻게 보장받으라는 겁니까. 시민들이.”]

서울시가 모델로 삼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해외의 자전거 전용길은 폭이 두 배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좁은 서울 도심 중심 도로에 공간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미정/서울시 자전거정책과 과장 : “종로가 버스 중앙차로를 하다 보니 차로를 축소하고 차로 폭도 지금 줄인 상태입니다. 설계 때 보니깐 양방향으로는 도로 폭이 나오지 않아서 편도로 설치를 했고….”]

택시가 자전거 전용 차로를 침범하는 상황도 빈번했습니다.

도심 지역이다보니 길가 곳곳에서 택시를 잡는 승객이 많아 택시가 자전거 전용 차로를 침범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아예 자전거 전용차로 중간에 택시 승하차장이 만들어져 있기도 합니다.

택시 기사들의 불만도 큽니다.

[김철/택시 기사 : “4차선 도로에서 가운데 중앙차선 버스 있으니까 못 가죠. 그다음에 자전거 전용도로 해놨으니까 답답하죠, 사실은. 택시 하는 입장에서는 별로예요.”]

[택시 기사 : “만약에 손님을 내려주려고 가장자리 차로에 서잖아요. 뒤에서 와서 자전거가 박아버리고 그러면 이제 방향지시등을 켰네, 안 켰네. 그런 것도 있을뿐더러….”]

주변 상인들에게도 아직 자전거 전용 도로가 익숙하지 않습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세운상가, 광장시장 등 큰 시장이 몰려 있습니다.

짐을 싣고 내리는 차와 오토바이로 복잡했던 곳인데 자전거 도로가 생기면서 불편해졌다는 겁니다.

[정효녀/인근 상인 : “여기다가 차대고 물건을 사려고 해도 차를 갖다 대려고 해도 못 대잖아. 딱지 떼고 벌금 물고 하니까. 못하니까 장사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운전하시는 분들도 (불편하죠).”]

[김병기/인근 상인 : “시장 상인으로서는 약간 불편한 점이 있어요. 어차피 시장은 차가 들어왔다 나갔다도 하고 이런 상태인데 자전거 도로 때문에….”]

퇴근 시간이 되고 도로가 어두워지면서 자전거 전용 차로의 입지는 더 줄었습니다.

바닥에 LED 등이 들어와 자전거 전용 차로를 구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일부 구간에선 끊겨 있습니다.

[권무정/경기도 광주시 : “(불빛이)도움은 되지만 위험 요소는 여전히 있는 거죠. (위험이) 없다고 볼 수는 없죠.”]

서울시는 4월 한 달 동안 시 공무원 3백 명을 교대로 투입해 자전거 도로 불법 침범을 집중 계도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자전거 전용 차로 위반 단속에 주정차 단속용 CCTV도 활용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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