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 기자 꿀! 정보] 벚꽃 속 숨은 역사…진해 근대 문화유산 골목

입력 2018.04.11 (08:36) 수정 2018.04.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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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똑! 기자 꿀! 정보> 지난 주말 날씨가 정말 얄궂었죠.

4월에 눈까지 내렸지만, 그래도 봄입니다.

걸어야겠죠.

오늘 골목은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경남 진해로 가봅니다.

진해하면 저는 군항제부터 떠오릅니다.

벚꽃도 많지만 사람도 정말 많죠.

어제로 군항제가 끝이 났는데, 이번에도 엄청난 인파가 다녀갔다고 합니다.

이 벚꽃길 말고도 다른 특별한 길이 있다는데, 정지주 기자, 오늘은 진해 어떤 길로 가보나요?

[기자]

진해는 그 한자가 제압할 ‘진’ 바다 ‘해’라고 해요.

바다를 제압한다는 뜻으로 군항도시에 잘 어울리는 이름인데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원래는 웅천이라 불리던 조그마한 어촌이었는데 일제 강점기 일본이 대륙침략의 발판으로 쓸 군항으로 개발하면서 자기들 입맛 맞게 이름까지 바꿨습니다.

그런 아픈 역사가 진해 구 시가지 골목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아픔은 또 다른 역사가 됐죠.

그리고 진해 사람들의 추억이 서린 공간과 해군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도 가득한데요.

진해로 바로 떠나 보시죠.

[리포트]

해마다 봄이면 도시 전체가 분홍빛 물결로 넘실댑니다.

경남 창원시 진해입니다.

거리마다 벚꽃나무가 환상적인 터널을 이루고 있는데요.

역시 벚꽃 1번지 진해에 온 실감 나죠.

오늘은 아름다운 벚꽃은 잠시 두고, 군항의 역사를 품은 진해의 골목길로 시간여행 떠납니다.

분홍빛 세상 속, 고풍스러움 물씬 풍기죠. 진해의 구시가집니다.

북원, 중원, 남원 3개 로터리 있는데요.

이곳 중심으로 거리 자체가 거대한 역사박물관입니다.

[이현호/진해 문화 관광 해설사 : "1910년도에 일제 계획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군항과 도로, 그리고 시가지를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광복 후에는 해군 사관 학교를 비롯한 핵심 시설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곳을 보면 아시겠지만, 중원 광장을 비롯해 당시 일제 강점기에 건설한 계획도시의 형태와 너비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당시 유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진해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중원 로터리에서 출발합니다.

사방으로 뻗은 8 거리의 골목들을 둘러봅니다.

진해 근대사 거리입니다.

벚꽃 만개한 입구, 눈이 부십니다.

먼저, 목조건물 눈에 띄는데요.

진해 군항마을 역사관입니다.

2014년 기록 사랑 마을로 지정됐는데요.

진해의 역사와 근대문화유산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한쪽 벽면을 채운 사진이 눈길 끄는데요.

1910년대 진해 모습입니다.

중원 로터리가 눈길을 끌죠.

당시 일제는 이곳에 살던 주민 2천 명을 강제 이주시켰습니다.

일본인들 살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였죠.

당시 1200년 된 팽나무를 중심으로 8 거리를 만들었는데 오늘날 중원 로터리입니다.

거리가 일본식으로 바뀌면서 진해의 당산목이었던 팽나무는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송학경/경남 창원시 : "많은 역사 공부가 됐고 또 많은 놀라운 사실들도 알았고, '앞으로 여기 손자 손녀들 데리고 정말 놀러 와야겠다.' 이런 생각 많이 하고 갑니다."]

눈부신 벚꽃 속에 아픈 역사가 숨어 있었습니다.

벚꽃 비 맞으며 좀더 걸어볼까요?

흰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백년도 더된 목조 건물입니다.

진해의 중장년층에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인데요.

올해로 63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민 문화 공간, '흑백'입니다.

1955년, 고 유택렬 화백이 '흑백 다방'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전국에서 찾아온 화가, 작가, 음악가들이 예술을 논하던 곳이자, 진해 사람들의 사랑방이었는데요.

지금도 곳곳에 추억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특히 이 음악실. 오디오가 귀하던 시절 누구나 LP로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었던 보물 같은 공간인데요.

커피를 파는 다방으로서는 2008년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도 연주회, 시 낭송회, 전시회 등이 열리며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박선영/서울시 마포구 : "저는 그냥 우연히 들렀는데 갤러리인 줄 알았는데 클래식 음악이 나와서 좋아요."]

[정미란/부산시 연제구 : "정겹고 아늑하고 옛날로 돌아간 것 같고요. 다시 어릴 때 내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요즘 진해는 어딜 가나 이렇게 벚꽃이 황홀합니다.

그런데 여기선 꽃향기도 잠시 쉬었다 갑니다.

빵 내음 때문인데요.

1972년부터 2대에 걸쳐 영업 중인 제과점입니다.

특히 이 빵 때문에 온다는데요.

진해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명물, 벚꽃빵입니다.

진해 토박이 삼형제가 2년 간 연구한 끝에 지난 2006년 처음 개발 했습니다.

모양부터 벚꽃 모양인건 물론, 벚꽃 엑기스와 향을 더한 분홍색 앙금까지 들어있는데요.

눈으로만 보던 벚꽃을 입으로도 즐기게 됐습니다.

그 맛은 어떨까요?

[김민경/부산시 연제구 : "네, 더 맛있네요. 벚꽃 때문에 왔고 벚꽃 보러 왔으니까 여기서 제일 좋았던 걸 가족들한테도 주고 싶어서 (벚꽃 빵을) 사러 왔어요."]

다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진해에 왔다면 꼭 가야 하는 곳, '제황산'입니다.

해발 90m의 자그마한 동산이지만, 위에 오르면 진해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요즘은 이 모노레일이 인기입니다.

편안하게 창밖에 펼쳐지는 진해의 풍경을 감상하며 산을 오르는 겁니다.

멀어져가는 건물들 바라보다보니 눈 깜짝할 새 정상 도착했는데요.

이곳에서도 특별한 문화유산, 만날 수 있습니다.

산 위에 떠 있는 배, '진해탑'인데요.

과거엔 일제의 러일전쟁 기념탑이 있던 자리입니다.

하지만 지난 67년, 대한민국 해군의 함선을 본 딴 9층탑을 다시 세웠는데요.

그 위에 올라서면 진해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몰랐던 역사를 알고 나니 진해의 골목, 골목이 새롭게 보이는데요.

인증샷, 필수겠죠.

[이성희/대구시 동구 : "정말 기분이 좋고 그동안 힘들었던 게 다 잊히고 앞으로 뭔가 다 잘될 것 같은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벚꽃 뒤 역사와 추억을 품고 있던 진해!

비록 벚꽃은 한철이지만, 진해의 거리와 골목마다 서린 소중한 가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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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똑! 기자 꿀! 정보] 벚꽃 속 숨은 역사…진해 근대 문화유산 골목
    • 입력 2018-04-11 08:41:53
    • 수정2018-04-11 08:5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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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똑! 기자 꿀! 정보> 지난 주말 날씨가 정말 얄궂었죠.

4월에 눈까지 내렸지만, 그래도 봄입니다.

걸어야겠죠.

오늘 골목은 벚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경남 진해로 가봅니다.

진해하면 저는 군항제부터 떠오릅니다.

벚꽃도 많지만 사람도 정말 많죠.

어제로 군항제가 끝이 났는데, 이번에도 엄청난 인파가 다녀갔다고 합니다.

이 벚꽃길 말고도 다른 특별한 길이 있다는데, 정지주 기자, 오늘은 진해 어떤 길로 가보나요?

[기자]

진해는 그 한자가 제압할 ‘진’ 바다 ‘해’라고 해요.

바다를 제압한다는 뜻으로 군항도시에 잘 어울리는 이름인데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원래는 웅천이라 불리던 조그마한 어촌이었는데 일제 강점기 일본이 대륙침략의 발판으로 쓸 군항으로 개발하면서 자기들 입맛 맞게 이름까지 바꿨습니다.

그런 아픈 역사가 진해 구 시가지 골목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아픔은 또 다른 역사가 됐죠.

그리고 진해 사람들의 추억이 서린 공간과 해군의 위용을 느낄 수 있는 문화유산도 가득한데요.

진해로 바로 떠나 보시죠.

[리포트]

해마다 봄이면 도시 전체가 분홍빛 물결로 넘실댑니다.

경남 창원시 진해입니다.

거리마다 벚꽃나무가 환상적인 터널을 이루고 있는데요.

역시 벚꽃 1번지 진해에 온 실감 나죠.

오늘은 아름다운 벚꽃은 잠시 두고, 군항의 역사를 품은 진해의 골목길로 시간여행 떠납니다.

분홍빛 세상 속, 고풍스러움 물씬 풍기죠. 진해의 구시가집니다.

북원, 중원, 남원 3개 로터리 있는데요.

이곳 중심으로 거리 자체가 거대한 역사박물관입니다.

[이현호/진해 문화 관광 해설사 : "1910년도에 일제 계획도시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군항과 도로, 그리고 시가지를 형성했습니다. 그리고 광복 후에는 해군 사관 학교를 비롯한 핵심 시설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곳을 보면 아시겠지만, 중원 광장을 비롯해 당시 일제 강점기에 건설한 계획도시의 형태와 너비가 그대로 남아 있고, 그 당시 유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진해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중원 로터리에서 출발합니다.

사방으로 뻗은 8 거리의 골목들을 둘러봅니다.

진해 근대사 거리입니다.

벚꽃 만개한 입구, 눈이 부십니다.

먼저, 목조건물 눈에 띄는데요.

진해 군항마을 역사관입니다.

2014년 기록 사랑 마을로 지정됐는데요.

진해의 역사와 근대문화유산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한쪽 벽면을 채운 사진이 눈길 끄는데요.

1910년대 진해 모습입니다.

중원 로터리가 눈길을 끌죠.

당시 일제는 이곳에 살던 주민 2천 명을 강제 이주시켰습니다.

일본인들 살 신도시를 만들기 위해서였죠.

당시 1200년 된 팽나무를 중심으로 8 거리를 만들었는데 오늘날 중원 로터리입니다.

거리가 일본식으로 바뀌면서 진해의 당산목이었던 팽나무는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송학경/경남 창원시 : "많은 역사 공부가 됐고 또 많은 놀라운 사실들도 알았고, '앞으로 여기 손자 손녀들 데리고 정말 놀러 와야겠다.' 이런 생각 많이 하고 갑니다."]

눈부신 벚꽃 속에 아픈 역사가 숨어 있었습니다.

벚꽃 비 맞으며 좀더 걸어볼까요?

흰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백년도 더된 목조 건물입니다.

진해의 중장년층에겐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인데요.

올해로 63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민 문화 공간, '흑백'입니다.

1955년, 고 유택렬 화백이 '흑백 다방'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당시 전국에서 찾아온 화가, 작가, 음악가들이 예술을 논하던 곳이자, 진해 사람들의 사랑방이었는데요.

지금도 곳곳에 추억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특히 이 음악실. 오디오가 귀하던 시절 누구나 LP로 클래식을 감상할 수 있었던 보물 같은 공간인데요.

커피를 파는 다방으로서는 2008년 문을 닫았습니다.

하지만 현재도 연주회, 시 낭송회, 전시회 등이 열리며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박선영/서울시 마포구 : "저는 그냥 우연히 들렀는데 갤러리인 줄 알았는데 클래식 음악이 나와서 좋아요."]

[정미란/부산시 연제구 : "정겹고 아늑하고 옛날로 돌아간 것 같고요. 다시 어릴 때 내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아서 기분이 굉장히 좋아요."]

요즘 진해는 어딜 가나 이렇게 벚꽃이 황홀합니다.

그런데 여기선 꽃향기도 잠시 쉬었다 갑니다.

빵 내음 때문인데요.

1972년부터 2대에 걸쳐 영업 중인 제과점입니다.

특히 이 빵 때문에 온다는데요.

진해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명물, 벚꽃빵입니다.

진해 토박이 삼형제가 2년 간 연구한 끝에 지난 2006년 처음 개발 했습니다.

모양부터 벚꽃 모양인건 물론, 벚꽃 엑기스와 향을 더한 분홍색 앙금까지 들어있는데요.

눈으로만 보던 벚꽃을 입으로도 즐기게 됐습니다.

그 맛은 어떨까요?

[김민경/부산시 연제구 : "네, 더 맛있네요. 벚꽃 때문에 왔고 벚꽃 보러 왔으니까 여기서 제일 좋았던 걸 가족들한테도 주고 싶어서 (벚꽃 빵을) 사러 왔어요."]

다시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진해에 왔다면 꼭 가야 하는 곳, '제황산'입니다.

해발 90m의 자그마한 동산이지만, 위에 오르면 진해 전체가 한 눈에 내려다보입니다.

걸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요즘은 이 모노레일이 인기입니다.

편안하게 창밖에 펼쳐지는 진해의 풍경을 감상하며 산을 오르는 겁니다.

멀어져가는 건물들 바라보다보니 눈 깜짝할 새 정상 도착했는데요.

이곳에서도 특별한 문화유산, 만날 수 있습니다.

산 위에 떠 있는 배, '진해탑'인데요.

과거엔 일제의 러일전쟁 기념탑이 있던 자리입니다.

하지만 지난 67년, 대한민국 해군의 함선을 본 딴 9층탑을 다시 세웠는데요.

그 위에 올라서면 진해 시가지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몰랐던 역사를 알고 나니 진해의 골목, 골목이 새롭게 보이는데요.

인증샷, 필수겠죠.

[이성희/대구시 동구 : "정말 기분이 좋고 그동안 힘들었던 게 다 잊히고 앞으로 뭔가 다 잘될 것 같은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벚꽃 뒤 역사와 추억을 품고 있던 진해!

비록 벚꽃은 한철이지만, 진해의 거리와 골목마다 서린 소중한 가치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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