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인사 알박기…“투자하지 마라” 개입 의혹

입력 2018.04.13 (06:37) 수정 2018.04.13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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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정부와 민간 출자금으로 만들어 운용하는 모태펀드는, 한해 5백억 원에 이르는 규모의 이른바 '영화계 돈줄'인데요.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사회 비판적 영화 등엔 투자를 제한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화이트, 블랙리스트 집행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활약한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투자 실태를 신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5년 5월,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청와대 문건입니다.

문화계에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이 좌파로 흘러간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어진 대책보고섭니다.

'모태펀드가 좌파 문화 운동의 자금 창구'라면서 '임원진을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로 교체'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5개월 뒤, 당시 여당 실세와 친분이 두터운, 조강래 씨가 한국벤처투자 사장에 취임합니다.

그러곤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투자과정에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전문위원 제도가 만들어져 인천상륙작전 투자를 주도한 신모 씨가 선임됐습니다.

[영화 창업투자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세월호 (시국 선언)에 사인을 했던 감독들이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제작자 감독들의 영화는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투자를 못하게 했고..."]

최종 투자심의 과정에선 '외부 전문가 풀' 제도가 생겼습니다.

24명을 선정했는데 문화계와 관련 없는 보수 성향 변호사나 교수가 절반 가까이나 됐습니다.

특히 7명은 보수단체에서 활동중인 인사였습니다.

[모태펀드 '외부 전문가'/음성 변조 : "모르죠 저는, 명단에 들어갔는지. 저는 모태펀드인지 이런 것도 몰라요. 저는 안보·북한 문제 전문가인데..."]

영화계 관계자들은 큰 압박감을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음성 변조 : "보수적인 심사위원단이 있다보니까 사전에 다 자가 검열을 해서 그런 부분이 다 습관이 돼버린 거죠."]

한국벤처투자는 개별 영화 투자 결정에 관여한 바 없지만, 출자자의 이익 침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의견만 제시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강래/前 한국벤처투자 사장 : "(화이트·블랙리스트 집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카메라 좀 치우세요. 그런 일 없습니다."]

열악한 영화제작 환경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모태펀드를 정권을 위한 영화계 목줄로 전락시킨 집행자들.

검찰의 블랙리스트 수사가 시작된 후 한국벤처투자를 떠나 흔적을 감췄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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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파 인사 알박기…“투자하지 마라” 개입 의혹
    • 입력 2018-04-13 06:39:46
    • 수정2018-04-13 06: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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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공기관인 한국벤처투자가 정부와 민간 출자금으로 만들어 운용하는 모태펀드는, 한해 5백억 원에 이르는 규모의 이른바 '영화계 돈줄'인데요.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사회 비판적 영화 등엔 투자를 제한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화이트, 블랙리스트 집행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활약한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투자 실태를 신선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5년 5월, 박근혜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청와대 문건입니다.

문화계에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이 좌파로 흘러간다는 지적에 따라 만들어진 대책보고섭니다.

'모태펀드가 좌파 문화 운동의 자금 창구'라면서 '임원진을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로 교체'하는 계획을 세웁니다.

5개월 뒤, 당시 여당 실세와 친분이 두터운, 조강래 씨가 한국벤처투자 사장에 취임합니다.

그러곤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투자과정에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전문위원 제도가 만들어져 인천상륙작전 투자를 주도한 신모 씨가 선임됐습니다.

[영화 창업투자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세월호 (시국 선언)에 사인을 했던 감독들이나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제작자 감독들의 영화는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투자를 못하게 했고..."]

최종 투자심의 과정에선 '외부 전문가 풀' 제도가 생겼습니다.

24명을 선정했는데 문화계와 관련 없는 보수 성향 변호사나 교수가 절반 가까이나 됐습니다.

특히 7명은 보수단체에서 활동중인 인사였습니다.

[모태펀드 '외부 전문가'/음성 변조 : "모르죠 저는, 명단에 들어갔는지. 저는 모태펀드인지 이런 것도 몰라요. 저는 안보·북한 문제 전문가인데..."]

영화계 관계자들은 큰 압박감을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음성 변조 : "보수적인 심사위원단이 있다보니까 사전에 다 자가 검열을 해서 그런 부분이 다 습관이 돼버린 거죠."]

한국벤처투자는 개별 영화 투자 결정에 관여한 바 없지만, 출자자의 이익 침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의견만 제시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강래/前 한국벤처투자 사장 : "(화이트·블랙리스트 집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카메라 좀 치우세요. 그런 일 없습니다."]

열악한 영화제작 환경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모태펀드를 정권을 위한 영화계 목줄로 전락시킨 집행자들.

검찰의 블랙리스트 수사가 시작된 후 한국벤처투자를 떠나 흔적을 감췄습니다.

KBS 뉴스 신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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