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후드티에 반바지’…교복, 틀을 깨다

입력 2018.05.14 (08:32) 수정 2018.05.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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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인데요,

부모님 세대와는 뭔가 다른게 느껴지시나요?

학창시절의 상징이기도 한 교복인데, 요즘 학생들과 학부모들, 이 교복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는 듯합니다.

교복하면 딱 떠오르는 정장 디자인과 색상 학생들의 취향과 먼 경우가 많고, 만만치 않은 교복 값은 부모들의 큰 고민거리입니다.

안 입을 수는 없고, 입자니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좀 더 편안하고,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기억나십니까. 빳빳하게 다린 커다랗고 하얀 옷깃.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

목까지 단추를 잠그는, 깃 없는 교복.

학창시절 하면 떠오르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단발머리 여학생과 까까머리 남학생의 '교복'입니다.

[엄순희/서울시 마포구 : "우리 학창시절에는 교복 입고, 학교 가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었고, (주위에서) 상당히 부러워했죠.”]

부모님 세대엔 부러움의 대상이자 자부심. 그리고 낭만이 상징이었던 '교복'

그런데 요즘은 “교복 수난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로 많은 학생들이 멀쩡한 새 교복을 고쳐 입고 있는 겁니다.

[중학생/음성변조 : "(반에서) 한두 명 빼고 다 수선하는 것 같아요. (왜요?) 안 예쁘니까. 너무 길고 비율도 이상해 보이고, 짧은 게 더 예쁘니까요. 바람 불어도 (교복 치마가) 안 흔들리게 타이트하게 딱 몸에 붙여버려요."]

학부모들은 패션에 민감한 나이라는 걸 이해하면서도 걱정이 앞섭니다.

[학부모/음성변조 : " 걸어 다닐 때도 아슬아슬하다 그럴까. (교복 치마가) 너무 짧아서 거의 엉덩이 밑에 오게끔 수선하는 아이들 있거든요. 여자아이니까 저도 딸 가진 입장으로 조금 불안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입고 있는 교복.

좀 편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고등학생/음성변조 : "불편해요. 특히 여기 (하복) 안에 민소매를 입어야 돼요 더운데. 왜냐하면 (앞 쪽이) 벌어져요. 흰색이다 보니까 얇아서 “야 너 (속옷) 비쳐.” 이렇게 똑같이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고등학생/음성변조 : "동복 치마랑 하복 치마랑 얇은 게 (두께가) 별 차이가 안 나요. 더울 때는 덥고, 추울 땐 추워요."]

평일에는 거의 매일 입는데, 손 한번 마음껏 들어올리기도 힘들고, 등하교 버스를 탈 때는 또 이렇습니다.

[고등학생/음성변조 : "하복 자체가 와이셔츠 같은 게 (길이가) 짧아서 (손을) 들면 바로 (속옷이) 보일 것 같고."]

[고등학생/음성변조 : "버스를 타면 이게 찢어져요. 올라갈 때. (교복 치마가) 얇아서. 그럼 계속 수선을 해야 돼요. 옆선이 터져서."]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 수십만 원 줘야하는 교복 가격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학부모들도 교복 사야하는 시기가 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학생/음성변조 : "30만 원 가까이 주고 산 것 같은데 가격대에 비해서 너무 질이 별로 좋지 않으니까. 금방 교복이 터지고 해지니까 그래서 교복 새로 산 아이들도 많고. 아깝잖아요."]

[학부모/음성변조 : "교복이 사실은 부담스럽죠. 30~40만 원 내려면 한꺼번에 해야 되잖아요. 부담스럽지 왜 부담이 안 되겠어요."]

이처럼 ‘교복’에 대한 불편함과 부담을 해결해보려는 학교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18년째 '생활한복 교복'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입는 학생들과 사줘야 하는 부모들의 의견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해마다 '교복대토론회'도 열고 있습니다.

[노갑빈/수원 태장고 교장 : "1년에 한 번씩 교복에 대한 대토론회를 개최합니다. 학부형님들, 학생, 교사들이 모여가지고 (교복이) 과연 이게 시대에 맞느냐, 무엇을 고쳐야 되느냐 이런 걸 토론해서 점점 개선해나가고 있고요."]

다른 학교 교복과 달라 좀 눈에 띄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입다보면 자부심도 생기고, 무엇보다 편하다는 겁니다.

[김도영/수원 태장고 1학년 : "(교복이) 한복이다 보니까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정서를 잘 살릴 수 있는 것 같아 좋고요. 무엇보다 (품이) 넉넉하니까 활동하기 편합니다."]

이번에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복입은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데, 이 ‘후드티셔츠’가 학교 교복입니다.

[김가현/서울 한가람고 2학년 : "이거 교복 맞는데 후드티셔츠라고 해서 아이들이 보통 많이 입고 다녀요."]

파격적인 후드티 교복을 도입한지 어느덧 6년.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백성호/서울 한가람고 교장 : "자연스럽게 가장 많이 입는 옷이 후드티셔츠 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입는 옷을 차라리 교복으로 도입을 하면 훨씬 간편하지 않겠는가 생각한 거죠."]

누구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이인호/서울 한가람고 2학년 : "아주 마음에 들죠. 친구들이랑 가끔 만날 때 그냥 입고갈 옷 없으면 교복 입고 가거든요. “이게 한가람고 교복이야?” 이렇게 물어보면 무척" 자랑스러워요."]

여름에는 반바지와 티셔츠, 거기에 쌀쌀한 아침, 저녁엔 후드티를 다양하게 덧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날 날씨와 컨디션에 따라 입고 싶은 교복을 직접 선택하는 겁니다.

[이은혁/서울 한가람고 2학년 : "고등학생이 야간자율학습하면 열몇 시간을 학교에 있는데, 편한 걸 입고 하면 굉장히 공부에 능률도 오르고요."]

[우예담/서울 한가람고 2학년 : "체육복 안에 입고, 그 위에 후드티를 입어도 정말 불편함이 없을 만큼 편해요."]

정말 활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더 적극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세탁하기도 편하고 가격도 다소 저렴하고 학부모들 역시 더 바랄게 없다고 합니다.

[안은경/서울 한가람고 학부모 : "(후드티셔츠 교복 반대하는 부모들은 없나요?) 전혀 없죠. 학생 옷이고 학생이 좋은 대로 입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교복은 편해야 한다."

“멋지고 예뻐야 한다.” “편하고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교복을 놓고 이래저래 말도 많고, 대안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는 가운데 다음 달 지방선거에서도 ‘교복’이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표심잡기용 선심공약이 아닌 학생, 학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대안은 과연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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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후드티에 반바지’…교복, 틀을 깨다
    • 입력 2018-05-14 08:36:39
    • 수정2018-05-14 09: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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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요즘 '교복' 입은 학생들의 모습인데요,

부모님 세대와는 뭔가 다른게 느껴지시나요?

학창시절의 상징이기도 한 교복인데, 요즘 학생들과 학부모들, 이 교복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는 듯합니다.

교복하면 딱 떠오르는 정장 디자인과 색상 학생들의 취향과 먼 경우가 많고, 만만치 않은 교복 값은 부모들의 큰 고민거리입니다.

안 입을 수는 없고, 입자니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좀 더 편안하고,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기억나십니까. 빳빳하게 다린 커다랗고 하얀 옷깃. 발목까지 내려오는 긴 치마.

목까지 단추를 잠그는, 깃 없는 교복.

학창시절 하면 떠오르는 건 뭐니 뭐니 해도 단발머리 여학생과 까까머리 남학생의 '교복'입니다.

[엄순희/서울시 마포구 : "우리 학창시절에는 교복 입고, 학교 가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이 있었고, (주위에서) 상당히 부러워했죠.”]

부모님 세대엔 부러움의 대상이자 자부심. 그리고 낭만이 상징이었던 '교복'

그런데 요즘은 “교복 수난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바로 많은 학생들이 멀쩡한 새 교복을 고쳐 입고 있는 겁니다.

[중학생/음성변조 : "(반에서) 한두 명 빼고 다 수선하는 것 같아요. (왜요?) 안 예쁘니까. 너무 길고 비율도 이상해 보이고, 짧은 게 더 예쁘니까요. 바람 불어도 (교복 치마가) 안 흔들리게 타이트하게 딱 몸에 붙여버려요."]

학부모들은 패션에 민감한 나이라는 걸 이해하면서도 걱정이 앞섭니다.

[학부모/음성변조 : " 걸어 다닐 때도 아슬아슬하다 그럴까. (교복 치마가) 너무 짧아서 거의 엉덩이 밑에 오게끔 수선하는 아이들 있거든요. 여자아이니까 저도 딸 가진 입장으로 조금 불안하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입고 있는 교복.

좀 편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고등학생/음성변조 : "불편해요. 특히 여기 (하복) 안에 민소매를 입어야 돼요 더운데. 왜냐하면 (앞 쪽이) 벌어져요. 흰색이다 보니까 얇아서 “야 너 (속옷) 비쳐.” 이렇게 똑같이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고등학생/음성변조 : "동복 치마랑 하복 치마랑 얇은 게 (두께가) 별 차이가 안 나요. 더울 때는 덥고, 추울 땐 추워요."]

평일에는 거의 매일 입는데, 손 한번 마음껏 들어올리기도 힘들고, 등하교 버스를 탈 때는 또 이렇습니다.

[고등학생/음성변조 : "하복 자체가 와이셔츠 같은 게 (길이가) 짧아서 (손을) 들면 바로 (속옷이) 보일 것 같고."]

[고등학생/음성변조 : "버스를 타면 이게 찢어져요. 올라갈 때. (교복 치마가) 얇아서. 그럼 계속 수선을 해야 돼요. 옆선이 터져서."]

이래저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 수십만 원 줘야하는 교복 가격에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학부모들도 교복 사야하는 시기가 되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고등학생/음성변조 : "30만 원 가까이 주고 산 것 같은데 가격대에 비해서 너무 질이 별로 좋지 않으니까. 금방 교복이 터지고 해지니까 그래서 교복 새로 산 아이들도 많고. 아깝잖아요."]

[학부모/음성변조 : "교복이 사실은 부담스럽죠. 30~40만 원 내려면 한꺼번에 해야 되잖아요. 부담스럽지 왜 부담이 안 되겠어요."]

이처럼 ‘교복’에 대한 불편함과 부담을 해결해보려는 학교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18년째 '생활한복 교복'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입는 학생들과 사줘야 하는 부모들의 의견도 반영될 수 있도록, 해마다 '교복대토론회'도 열고 있습니다.

[노갑빈/수원 태장고 교장 : "1년에 한 번씩 교복에 대한 대토론회를 개최합니다. 학부형님들, 학생, 교사들이 모여가지고 (교복이) 과연 이게 시대에 맞느냐, 무엇을 고쳐야 되느냐 이런 걸 토론해서 점점 개선해나가고 있고요."]

다른 학교 교복과 달라 좀 눈에 띄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입다보면 자부심도 생기고, 무엇보다 편하다는 겁니다.

[김도영/수원 태장고 1학년 : "(교복이) 한복이다 보니까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정서를 잘 살릴 수 있는 것 같아 좋고요. 무엇보다 (품이) 넉넉하니까 활동하기 편합니다."]

이번에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복입은 학생들이 보이지 않는데, 이 ‘후드티셔츠’가 학교 교복입니다.

[김가현/서울 한가람고 2학년 : "이거 교복 맞는데 후드티셔츠라고 해서 아이들이 보통 많이 입고 다녀요."]

파격적인 후드티 교복을 도입한지 어느덧 6년.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백성호/서울 한가람고 교장 : "자연스럽게 가장 많이 입는 옷이 후드티셔츠 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입는 옷을 차라리 교복으로 도입을 하면 훨씬 간편하지 않겠는가 생각한 거죠."]

누구보다 학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이인호/서울 한가람고 2학년 : "아주 마음에 들죠. 친구들이랑 가끔 만날 때 그냥 입고갈 옷 없으면 교복 입고 가거든요. “이게 한가람고 교복이야?” 이렇게 물어보면 무척" 자랑스러워요."]

여름에는 반바지와 티셔츠, 거기에 쌀쌀한 아침, 저녁엔 후드티를 다양하게 덧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날 날씨와 컨디션에 따라 입고 싶은 교복을 직접 선택하는 겁니다.

[이은혁/서울 한가람고 2학년 : "고등학생이 야간자율학습하면 열몇 시간을 학교에 있는데, 편한 걸 입고 하면 굉장히 공부에 능률도 오르고요."]

[우예담/서울 한가람고 2학년 : "체육복 안에 입고, 그 위에 후드티를 입어도 정말 불편함이 없을 만큼 편해요."]

정말 활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더 적극적이게 되는 것 같아요.

세탁하기도 편하고 가격도 다소 저렴하고 학부모들 역시 더 바랄게 없다고 합니다.

[안은경/서울 한가람고 학부모 : "(후드티셔츠 교복 반대하는 부모들은 없나요?) 전혀 없죠. 학생 옷이고 학생이 좋은 대로 입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교복은 편해야 한다."

“멋지고 예뻐야 한다.” “편하고 부담스럽지 않아야 한다.”

교복을 놓고 이래저래 말도 많고, 대안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는 가운데 다음 달 지방선거에서도 ‘교복’이 화두에 오르고 있습니다.

표심잡기용 선심공약이 아닌 학생, 학부모들의 고민을 해결해줄 대안은 과연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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