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불편하고 민망”…北 교통망 실태는?

입력 2018.05.19 (08:06) 수정 2018.05.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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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참 민망스러울 수 있다, 부끄럽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철도와 도로에 대해 내린 평가입니다.

북한 당국은 철도와 도로를 대표적 교통망으로 삼고 있는데요.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 말대로 북한의 철도와 도로 사정, 한 국가의 신경망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모든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철도와 도로 현대화 사업에 대한 합의가 빠지질 않았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의 교통망 사정, 도대체 어느 정도이고 또 향후 남북이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려면 어떤 과제가 남아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이른바‘1호 열차’가 중국 단둥역으로 들어선다.

[조선중앙TV/3월 29일 :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중화인민공화국을 비공식 방문하셨습니다."]

지난 3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정은.

그의 첫 정상외교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북한 최고 지도자가 이용한 열차에도 관심이 이어졌다.

북한 매체는 이례적으로 1호 열차의 내부까지 상세히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서 회담이 열린 베이징까지.

그리고 다시 평양으로 되돌아 갈 때도 열차를 이용했다.

[북한 기록영화 ‘한평생 인민들 속에서’ : "어버이 수령님 언제나 계시던 인민행 열차. 우리 수령님의 저택이었고 조국번영을 안아 오시는 집무실이었습니다."]

북한지도자가 현지 시찰에 열차를 이용하는 것은 김일성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김정일의 경우 빈번한 지방 시찰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때도 열차를 이용했다.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정신·육체적 과로로 하여 열차에서 순직하시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이 현지 시찰 도중 열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고, 김정일의 전용 열차 역시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에 전시하고 있다.

지도자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나듯 북한의 교통인프라는 광역 철도 중심이다.

북한은 정권 수립 직후부터 일제가 남겨 놓은 철도 시설을 복구하는 등 경제계획 추진에 필요한 철도망을 구축해왔다.

더 나아가 김일성은 1977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철도 수송을 강조하며 철도의 전철화를 전격 시행한다.

실제 북한의 철도 길이는 우리보다 1.5배 더 긴 약 5,300km이고 전철화율도 80%에 육박한다.

철도 수송이 북한의 지형 구조에 적합하고, 수송원가 또한 저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데요. 화물운송이 약 80% 여객의 60%를 철도가 처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지형구조상 산악지형이 많고 험준한 지역이 많기 때문에 철도가 매우 적합한 운송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수송원가 같은 경우에는 도로운송의 약 35% 수준 그 다음에 해상운송의 약 한 50% 정도수준이 바로 이제 철도의 경제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때문에 철도가 가장 경제적인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철도가 주로 이용이 많이 되어 왔던 겁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철도 중심의 교통 정책에도 불구하고 철도 시설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철도의 70% 이상이 개보수 부진으로 인해 침목 부식, 노반 침하를 겪고 있고, 터널과 교량, 심지어 기관차도 노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난이 반복되면서 철도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철길을 구성하는 게 일단 레일과 친목 그 다음에 전력 통신 신호 차량 그 다음에 터널 교량 이런 모든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다 작동을 해야지만 정상적 운행이 가능한 거죠. 그런데 북한은 이런 모든 요소들이 다 낙후가 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인 인프라 부분이 철도 도로 그다음에 무슨 뭐 교량이라든가 공동구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총제적인 어떤 이런 전면교체기에 접어들었다라고 우리가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철화 역시 철도 정상 운행의 발목을 잡았다.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전기 공급이 끊어지거나 늦어져 열차가 지연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차리혁/2014년 탈북 : "겨울 같은 경우에는 물이 얼잖아요. 그러면 화력발전소를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안 돼요. 그러면 전기를 생산하는 양이 대폭 줄어들죠. 진주까지 간다, 대전까지 한다, 하는 거리를 우리는 뭐 KTX나 가게 되면 몇시간이면 가잖아요. 그걸 이제 북한 같은 경우에는 열흘씩 보름씩 막 가는 거예요. 제가 평성이라는 곳에서 떠나서 양강도까지 들어가는 거리가 사실은 아무리 늦어도 이틀이면 들어가야 돼요. 그걸 제가 20일 만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이런 북한의 철도 사정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4월 27일 :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라고 말했습니다."]

2013년, 국내 대학교수가 직접 촬영한 함경북도 지역 열차의 운행 모습이다.

철로를 한창 달리고 있지만 속도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조현준/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교수 : "조금 많이 낡았던 기차를 탔었거든요. 그래서 소음도 되게 크고요. 그리고 시속이 또 일정치가 않아요. 그러니까 좀 빨라졌다가 다시 또 느리게 갔다가 그런 상황이었고 밖에서 봤을 때 자동차가 다니잖아요 그 자동차보다 어쩔때는 좀 느린 경우도 있었고요."]

조 교수는 이와 함께 북한의 도로 상황에 대해서도 크게 놀랐다고 한다.

포장도로인데도 소달구지며 자전거가 뒤섞여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은 도심.

곳곳이 움푹 꺼지고 표면이 벗겨진 모습도 포착됐다.

그나마 시내를 벗어나면 이런 포장도로마저 찾기 힘들다고 한다.

[조현준/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교수 :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전에 거기 버스기사 아저씨가 북한 분이 저희한테 마사지 3시간 동안 마사지 받을 준비를 해라,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차가 워낙 길이 워낙 울퉁불퉁 하고 비포장도로이니까 이제 많이 버스가 많이 움직일 거 아니에요. 이게 이제 특히 도시랑 도시로 가는 도로에서는 길이 엄청 울퉁불퉁 해요.제 머리가 거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그 정도로 되게 울퉁불퉁 합니다."]

[북한 기록영화 ‘한평생 인민들 속에서’ : "평양-원산사이 고속도 도로는 주체 시대의 또 하나의 대 기념비적 창조물입니다."]

북한 최초의 고속도로인 평양-원산 간 고속도로. 북한은 이를 시작으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고속도로 건설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의 전체 도로 길이는 2만 6천여 킬로미터로, 남한의 4분의 1 수준이고 포장 고속도로 역시 전체 7백여 킬로미터 정도로 경부와 중부고속도로 두 개를 합친 것에 불과하다.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에서는 도로건설 원칙이 뭐냐면 뭐든 농촌과 산골마을에 버스가 들어갈 수 있게 도로를 만들 것 두 번째가 모든 농경지에 농기계가 들어갈 수 있도록 도로를 만들 것 세 번째 가장 중요한데요. 세 번째가 뭐냐면 하지만 절대로 농경지를 침범하는 도로는 만들지 말 것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에 특성상 농경지를 메꿔가면서 만든 도로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라는 것은 북한에서 철도의 보조적인 수단 그 다음에 단거리운송수단으로 그 기능을 계속 해 왔던 거죠."]

김정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정상회담에서 이런 북한의 열악한 도로 사정을 우리 대통령에게 언급하기도 했다.

[김정은/국무위원장 /2018 남북 정상회담 :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합니다. 내가 오늘 내려와 봐서 아는데."]

[김정일/국방위원장/2007 남북정상회담 : "(육로로 오실 때) 도로를 우리가 잘 정비하지 못해서 불편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제구실을 못하는 북한의 도로에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는 건 역시 주민들이다.

[차리혁/2014년 탈북 : "북한에서 지금 시장경제가 들어오면서 장사라는 걸 하는데 교통이 불리하다 보면 장사 유통이 안 돼요 우선. 그러다보니까 주민들한테는 교통이 좋아지는 게 엄청 큰 문제점이죠. 북한에서 일명 때빡차(?)라고 하는데 큰차 중국에서 밀수를 하는 차가 들어왔던 적이 있어요. 그 차가 들어오면서 바닥이 포장도로라고 해도 질이 좋아야 깨지지 않겠는데 20톤 이상 차가 지나가게 되면 바닥이 계속 깨지곤 했어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철도와 도로는 전환점을 맞았었다. 남북 정상이 철도 연결에 합의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2000년 9월 :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애끓는 외침이 실현되는 민족의 대축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00년 9월, 남과 북에선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1년엔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북한철도 연결에 합의했다.

2006년 남과 북, 러시아 철도 당국이 만나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결하기 위한 계획을 조율하며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다.

그리고 2007년 12월, 마침내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가 정상운행 됐다.

[신장철/한국 기관사/2007년 12월 11일 : "이런 일이 언젠가 올 것인가 하고 기대에 차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런 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남북 관계는 냉각기를 맞았고 철도, 도로 사업도 중단됐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4월 27일 :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

십여 년 만에 남북 철도와 도로 사업에 다시금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남과 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제협력의 첫 번째 과제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교통망 건설 사업 추진을 명시한 것이다.

물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등 일부 단절구간의 복원은 이미 이뤄졌지만 북측 철로가 노후화된 점을 감안할 때 상당부분 개보수가 필요하다.

도로 역시 산악지역이 많고 개발 수준이 열악해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남북 간의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이 기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 할 것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한반도에서 이 철도망 도로망의 연결이라는 것은 이게 하나의 지금 반쪽으로 움직였던 이 어떤 경제시스템이나 운영이나 산업들이 본격적으로 이제 하나로 통합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거예요. 정상적인 기능이 가능하게 되는 거죠. 그걸 통해서 뭐 어디 이런 산업의 기능도 이제 재편될 수가 있고요. 단순하게 남북한 연결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접경지역인 뭐 중국 동북산성이라든가 극동러시아와의 이런 연계를 통해서 역내의 간선수송망 역할도 할 수 있고 이러면 경제통합이라든가 이런 걸 선도할 수가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교통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2018 남북정상회담 뒤 남북 경협의 첫 과제로 떠오른 철도, 도로 연결 사업. 단순히 한반도 내 물류의 이동을 넘어서 남북 모두가 동북아로 진출 할 수 있는 기틀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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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불편하고 민망”…北 교통망 실태는?
    • 입력 2018-05-19 08:29:12
    • 수정2018-05-19 08:37:30
    남북의 창
[앵커]

참 민망스러울 수 있다, 부끄럽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철도와 도로에 대해 내린 평가입니다.

북한 당국은 철도와 도로를 대표적 교통망으로 삼고 있는데요.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 말대로 북한의 철도와 도로 사정, 한 국가의 신경망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한 게 사실입니다.

이런 점 때문에 모든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철도와 도로 현대화 사업에 대한 합의가 빠지질 않았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의 교통망 사정, 도대체 어느 정도이고 또 향후 남북이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려면 어떤 과제가 남아있을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 이른바‘1호 열차’가 중국 단둥역으로 들어선다.

[조선중앙TV/3월 29일 :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중화인민공화국을 비공식 방문하셨습니다."]

지난 3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비공식 방문한 김정은.

그의 첫 정상외교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북한 최고 지도자가 이용한 열차에도 관심이 이어졌다.

북한 매체는 이례적으로 1호 열차의 내부까지 상세히 공개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에서 회담이 열린 베이징까지.

그리고 다시 평양으로 되돌아 갈 때도 열차를 이용했다.

[북한 기록영화 ‘한평생 인민들 속에서’ : "어버이 수령님 언제나 계시던 인민행 열차. 우리 수령님의 저택이었고 조국번영을 안아 오시는 집무실이었습니다."]

북한지도자가 현지 시찰에 열차를 이용하는 것은 김일성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김정일의 경우 빈번한 지방 시찰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방문할 때도 열차를 이용했다.

[조선중앙TV/2011년 12월 :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정신·육체적 과로로 하여 열차에서 순직하시었다."]

북한 당국은 김정일이 현지 시찰 도중 열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고 전했고, 김정일의 전용 열차 역시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태양궁전에 전시하고 있다.

지도자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나듯 북한의 교통인프라는 광역 철도 중심이다.

북한은 정권 수립 직후부터 일제가 남겨 놓은 철도 시설을 복구하는 등 경제계획 추진에 필요한 철도망을 구축해왔다.

더 나아가 김일성은 1977년 최고인민회의에서 철도 수송을 강조하며 철도의 전철화를 전격 시행한다.

실제 북한의 철도 길이는 우리보다 1.5배 더 긴 약 5,300km이고 전철화율도 80%에 육박한다.

철도 수송이 북한의 지형 구조에 적합하고, 수송원가 또한 저렴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데요. 화물운송이 약 80% 여객의 60%를 철도가 처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 지형구조상 산악지형이 많고 험준한 지역이 많기 때문에 철도가 매우 적합한 운송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수송원가 같은 경우에는 도로운송의 약 35% 수준 그 다음에 해상운송의 약 한 50% 정도수준이 바로 이제 철도의 경제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때문에 철도가 가장 경제적인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철도가 주로 이용이 많이 되어 왔던 겁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철도 중심의 교통 정책에도 불구하고 철도 시설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철도의 70% 이상이 개보수 부진으로 인해 침목 부식, 노반 침하를 겪고 있고, 터널과 교량, 심지어 기관차도 노후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는 경제난이 반복되면서 철도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철길을 구성하는 게 일단 레일과 친목 그 다음에 전력 통신 신호 차량 그 다음에 터널 교량 이런 모든 부분들이 유기적으로 다 작동을 해야지만 정상적 운행이 가능한 거죠. 그런데 북한은 이런 모든 요소들이 다 낙후가 되어 있습니다. 전반적인 인프라 부분이 철도 도로 그다음에 무슨 뭐 교량이라든가 공동구라든가 이런 것들이 다 총제적인 어떤 이런 전면교체기에 접어들었다라고 우리가 볼 수가 있습니다."]

북한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전철화 역시 철도 정상 운행의 발목을 잡았다. 만성적인 전력난으로 전기 공급이 끊어지거나 늦어져 열차가 지연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차리혁/2014년 탈북 : "겨울 같은 경우에는 물이 얼잖아요. 그러면 화력발전소를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안 돼요. 그러면 전기를 생산하는 양이 대폭 줄어들죠. 진주까지 간다, 대전까지 한다, 하는 거리를 우리는 뭐 KTX나 가게 되면 몇시간이면 가잖아요. 그걸 이제 북한 같은 경우에는 열흘씩 보름씩 막 가는 거예요. 제가 평성이라는 곳에서 떠나서 양강도까지 들어가는 거리가 사실은 아무리 늦어도 이틀이면 들어가야 돼요. 그걸 제가 20일 만에 들어간 적이 있어요."]

이런 북한의 철도 사정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4월 27일 : "‘평창올림픽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라고 말했습니다."]

2013년, 국내 대학교수가 직접 촬영한 함경북도 지역 열차의 운행 모습이다.

철로를 한창 달리고 있지만 속도감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조현준/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교수 : "조금 많이 낡았던 기차를 탔었거든요. 그래서 소음도 되게 크고요. 그리고 시속이 또 일정치가 않아요. 그러니까 좀 빨라졌다가 다시 또 느리게 갔다가 그런 상황이었고 밖에서 봤을 때 자동차가 다니잖아요 그 자동차보다 어쩔때는 좀 느린 경우도 있었고요."]

조 교수는 이와 함께 북한의 도로 상황에 대해서도 크게 놀랐다고 한다.

포장도로인데도 소달구지며 자전거가 뒤섞여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은 도심.

곳곳이 움푹 꺼지고 표면이 벗겨진 모습도 포착됐다.

그나마 시내를 벗어나면 이런 포장도로마저 찾기 힘들다고 한다.

[조현준/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교수 :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전에 거기 버스기사 아저씨가 북한 분이 저희한테 마사지 3시간 동안 마사지 받을 준비를 해라,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인가 했더니 차가 워낙 길이 워낙 울퉁불퉁 하고 비포장도로이니까 이제 많이 버스가 많이 움직일 거 아니에요. 이게 이제 특히 도시랑 도시로 가는 도로에서는 길이 엄청 울퉁불퉁 해요.제 머리가 거의 천장에 닿을 정도로 그 정도로 되게 울퉁불퉁 합니다."]

[북한 기록영화 ‘한평생 인민들 속에서’ : "평양-원산사이 고속도 도로는 주체 시대의 또 하나의 대 기념비적 창조물입니다."]

북한 최초의 고속도로인 평양-원산 간 고속도로. 북한은 이를 시작으로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고속도로 건설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의 전체 도로 길이는 2만 6천여 킬로미터로, 남한의 4분의 1 수준이고 포장 고속도로 역시 전체 7백여 킬로미터 정도로 경부와 중부고속도로 두 개를 합친 것에 불과하다.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에서는 도로건설 원칙이 뭐냐면 뭐든 농촌과 산골마을에 버스가 들어갈 수 있게 도로를 만들 것 두 번째가 모든 농경지에 농기계가 들어갈 수 있도록 도로를 만들 것 세 번째 가장 중요한데요. 세 번째가 뭐냐면 하지만 절대로 농경지를 침범하는 도로는 만들지 말 것입니다. 그러니까 북한에 특성상 농경지를 메꿔가면서 만든 도로는 만들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라는 것은 북한에서 철도의 보조적인 수단 그 다음에 단거리운송수단으로 그 기능을 계속 해 왔던 거죠."]

김정일, 김정은 위원장 모두 정상회담에서 이런 북한의 열악한 도로 사정을 우리 대통령에게 언급하기도 했다.

[김정은/국무위원장 /2018 남북 정상회담 :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합니다. 내가 오늘 내려와 봐서 아는데."]

[김정일/국방위원장/2007 남북정상회담 : "(육로로 오실 때) 도로를 우리가 잘 정비하지 못해서 불편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제구실을 못하는 북한의 도로에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는 건 역시 주민들이다.

[차리혁/2014년 탈북 : "북한에서 지금 시장경제가 들어오면서 장사라는 걸 하는데 교통이 불리하다 보면 장사 유통이 안 돼요 우선. 그러다보니까 주민들한테는 교통이 좋아지는 게 엄청 큰 문제점이죠. 북한에서 일명 때빡차(?)라고 하는데 큰차 중국에서 밀수를 하는 차가 들어왔던 적이 있어요. 그 차가 들어오면서 바닥이 포장도로라고 해도 질이 좋아야 깨지지 않겠는데 20톤 이상 차가 지나가게 되면 바닥이 계속 깨지곤 했어요."]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철도와 도로는 전환점을 맞았었다. 남북 정상이 철도 연결에 합의한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2000년 9월 :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애끓는 외침이 실현되는 민족의 대축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2000년 9월, 남과 북에선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도로 연결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1년엔 김정일 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북한철도 연결에 합의했다.

2006년 남과 북, 러시아 철도 당국이 만나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 종단철도를 연결하기 위한 계획을 조율하며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다.

그리고 2007년 12월, 마침내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가 정상운행 됐다.

[신장철/한국 기관사/2007년 12월 11일 : "이런 일이 언젠가 올 것인가 하고 기대에 차서 근무를 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런 날이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과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남북 관계는 냉각기를 맞았고 철도, 도로 사업도 중단됐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4월 27일 : "1차적으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여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

십여 년 만에 남북 철도와 도로 사업에 다시금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남과 북이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제협력의 첫 번째 과제로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는 교통망 건설 사업 추진을 명시한 것이다.

물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등 일부 단절구간의 복원은 이미 이뤄졌지만 북측 철로가 노후화된 점을 감안할 때 상당부분 개보수가 필요하다.

도로 역시 산악지역이 많고 개발 수준이 열악해 막대한 투자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남북 간의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이 기대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 할 것이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안병민/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한반도에서 이 철도망 도로망의 연결이라는 것은 이게 하나의 지금 반쪽으로 움직였던 이 어떤 경제시스템이나 운영이나 산업들이 본격적으로 이제 하나로 통합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거예요. 정상적인 기능이 가능하게 되는 거죠. 그걸 통해서 뭐 어디 이런 산업의 기능도 이제 재편될 수가 있고요. 단순하게 남북한 연결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접경지역인 뭐 중국 동북산성이라든가 극동러시아와의 이런 연계를 통해서 역내의 간선수송망 역할도 할 수 있고 이러면 경제통합이라든가 이런 걸 선도할 수가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교통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2018 남북정상회담 뒤 남북 경협의 첫 과제로 떠오른 철도, 도로 연결 사업. 단순히 한반도 내 물류의 이동을 넘어서 남북 모두가 동북아로 진출 할 수 있는 기틀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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