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불안과 희망 속 애타는 기다림

입력 2018.05.19 (08:19) 수정 2018.05.1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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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간 소식, 저희도 전해드렸는데요. 그렇죠.

그런데 우리 국민 가운데도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가족들은 벌써 몇 년 째 생사도 모른 채 애만 태우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계 미국인의 석방을 계기로 이들의 가족과 지인들도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진정한 남북 화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한데요.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이들의 간절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다솜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평양/2014년 2월 27일 : "그럼 지금부터 남조선 정권 첩자인 김정욱과의 국내외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욱/선교사 : "국정원의 돈을 받고 그들의 지시에 따라 북쪽 사람들을 첩자로 소개하고 중개하였습니다."]

[김국기/선교사 : "단둥 지역에 첩보망을 구축하고 북의 군사기밀과 내부 실태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제공하여..."]

[최춘길/선교사 : "기자 선생님들,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 다시는 저와 같은 놈이 나오지 않도록 세계의 양심과 공정한 여론에 호소해 주시길..."]

["국가 전복 음모죄에 의하여 무기노동교화형에 처한다."]

[강정식/목사/김국기 선교사 후원회장 : "그들을 지원하는 사역들을 많이 했는데 왜 저기까지 가서 뉴스에 저런 소리가 나오느냐?"]

[주동식/푸른한국 대표/김정욱 선교사 후원회장 : "국정원 첩자가 아니고 인도주의적인 활동을 한 사람인데 왜 그 사람을 그런 식으로 모느냐? 그건 아니다."]

[리포트]

북중 접경인 중국 단둥.

폭 100m 남짓한 강만 건너면 바로 북한입니다.

이 때문에 돈 벌러 넘어온 북한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주동식/푸른한국 대표/김정욱 선교사 후원회장 : "(북한 사람들이) 허름한, 이제 싼 여관 이런 데 가서 내가 이런 상황인데 나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좀 소개 좀 해 달라..."]

김정욱 선교사도 2007년부터 단둥에서 선교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북한 주민들을 많이 도와줬습니다.

먹을거리나 의약품 등을 챙겨준 것은 물론 직접 국수공장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이미영(가명)/김정욱 선교사 부인 : "제가 불도저라는 별명을 지어줬어요. 그러니까 좌우를 살피지 않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그냥 무뚝뚝하게 걸어가는 사람. 날마다 걱정하고 날마다 불안하고. 날마다 조금 조심합시다. 조심합시다."]

그런데 2013년 그 걱정이 현실이 돼버렸습니다.

[주동식/푸른한국 대표/김정욱 선교사 후원회장 : "(북한이) 국정원 첩자를 평양에서 체포했다 이런 발표가 나온 거예요. 그런 불안한 느낌이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단둥에 전화해서) 일단은 사모님 빨리 나오십시오."]

또 다른 단둥 선교사 김국기 씨.

처음에는 조선족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 주민들을 만나게 됐다는데요.

[강정식/목사/김국기 선교사 후원회장 : "이 친구가 정이 굉장히 많은 친구거든요. 자기 주머니에 뭐 남아 있질 않아요. 남 퍼주기를 좋아해가지고. 그러다보니까 전적으로 같은 민족인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 선교를 많이 했어요."]

의류, 약품, 발전기, 제빵기. 묘목… 눈썰미가 좋은 김국기 씨는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잘도 찾아냈습니다.

이렇듯 고생하는 김국기 씨가 안쓰러워 강정식 목사는 귀국을 여러 차례 권했다는데요.

2014년 12월 결국 소식이 끊겨 버립니다.

[강정식/목사/ 김국기 선교사 후원회장 : "(억류되기) 전년도에 저랑 같이 생활을 한 동안 하다가 이제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안 왔어요. 사모는 사모대로 참 많이 외롭고 힘들고 그런 상황이죠. 죽었는지 살았는지만 좀 알려다오 그랬는데도 그걸 여태까지 못 들었어요."]

통일부에서 공식 확인한 북한 억류 한국인은 6명입니다.

이들 중 3명은 선교사, 3명은 탈북민 출신인데요.

가족과 지인들은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햇수로 6년째. 김정욱 씨 아내는 가장의 빈자리를 채우며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미영(가명)/김정욱 선교사 부인 : "우리 아주버님하고 저하고 통일부였는지 외교부였는지 제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만났어요. 그래서 이제 그렇게 우리 남편의 석방을 위해서 애써주겠다. 제가 많이 이렇게 그리워 안 하려고. 왜냐하면 그 그리움이 파고들면 힘들잖아요."]

애써 담담하려 하지만 너무나 힘들었던 시간들.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북한에 억류되었던 한국계 미국인들 3명이 석방된 것인데요.

[이미영(가명)/김정욱 선교사 부인 : "그런 걸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죠. 우리 남편이었으면. 그렇지만 이제 또 그거를 보면서 소망을 가지고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도 곧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는 거죠."]

정부도 남북정상회담에서 억류자 송환을 요청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태현/통일부 대변인/5월 14일 : "판문점 선언에서 민족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런 견지에서 억류자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토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친구의 송환을 위해 노력해온 이들은 작은 희망을 얘기해봅니다.

[강정식/목사/김국기 선교사 후원회장 : "생명만이라도 보전해달라고 그런 기도를 많이 했거든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것이 큰 희망이죠."]

[이미영(가명)/김정욱 선교사 부인 : "지금 이 시기예요. 이 시기 놓치지 않고 지나치지 않고 정부가 더 강력하게 그렇게 요구를 해서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몇 달 내에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이산가족, 억류자들...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해야하는 그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저 골치 아픈 문제니까 아니면 내 친구, 내 가족이 아니니까 우리는 그동안 이 문제들을 외면해온 것은 아닐까요?

최근에도 한 야당 의원이 또 다른 우리 국민 한 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확인에 나섰습니다.

서로를 그리며 보내는 기약 없는 고통의 시간. 이 기다림이 반가움으로 바뀌는 날이 하루라도 일찍 찾아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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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불안과 희망 속 애타는 기다림
    • 입력 2018-05-19 08:29:13
    • 수정2018-05-19 08:3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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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에 억류됐던 한국계 미국인 3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간 소식, 저희도 전해드렸는데요. 그렇죠.

그런데 우리 국민 가운데도 현재 북한에 억류돼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가족들은 벌써 몇 년 째 생사도 모른 채 애만 태우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계 미국인의 석방을 계기로 이들의 가족과 지인들도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진정한 남북 화해를 위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한데요.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이들의 간절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이다솜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평양/2014년 2월 27일 : "그럼 지금부터 남조선 정권 첩자인 김정욱과의 국내외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김정욱/선교사 : "국정원의 돈을 받고 그들의 지시에 따라 북쪽 사람들을 첩자로 소개하고 중개하였습니다."]

[김국기/선교사 : "단둥 지역에 첩보망을 구축하고 북의 군사기밀과 내부 실태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제공하여..."]

[최춘길/선교사 : "기자 선생님들,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 다시는 저와 같은 놈이 나오지 않도록 세계의 양심과 공정한 여론에 호소해 주시길..."]

["국가 전복 음모죄에 의하여 무기노동교화형에 처한다."]

[강정식/목사/김국기 선교사 후원회장 : "그들을 지원하는 사역들을 많이 했는데 왜 저기까지 가서 뉴스에 저런 소리가 나오느냐?"]

[주동식/푸른한국 대표/김정욱 선교사 후원회장 : "국정원 첩자가 아니고 인도주의적인 활동을 한 사람인데 왜 그 사람을 그런 식으로 모느냐? 그건 아니다."]

[리포트]

북중 접경인 중국 단둥.

폭 100m 남짓한 강만 건너면 바로 북한입니다.

이 때문에 돈 벌러 넘어온 북한 주민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주동식/푸른한국 대표/김정욱 선교사 후원회장 : "(북한 사람들이) 허름한, 이제 싼 여관 이런 데 가서 내가 이런 상황인데 나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좀 소개 좀 해 달라..."]

김정욱 선교사도 2007년부터 단둥에서 선교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북한 주민들을 많이 도와줬습니다.

먹을거리나 의약품 등을 챙겨준 것은 물론 직접 국수공장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이미영(가명)/김정욱 선교사 부인 : "제가 불도저라는 별명을 지어줬어요. 그러니까 좌우를 살피지 않고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그냥 무뚝뚝하게 걸어가는 사람. 날마다 걱정하고 날마다 불안하고. 날마다 조금 조심합시다. 조심합시다."]

그런데 2013년 그 걱정이 현실이 돼버렸습니다.

[주동식/푸른한국 대표/김정욱 선교사 후원회장 : "(북한이) 국정원 첩자를 평양에서 체포했다 이런 발표가 나온 거예요. 그런 불안한 느낌이 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단둥에 전화해서) 일단은 사모님 빨리 나오십시오."]

또 다른 단둥 선교사 김국기 씨.

처음에는 조선족을 상대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 주민들을 만나게 됐다는데요.

[강정식/목사/김국기 선교사 후원회장 : "이 친구가 정이 굉장히 많은 친구거든요. 자기 주머니에 뭐 남아 있질 않아요. 남 퍼주기를 좋아해가지고. 그러다보니까 전적으로 같은 민족인 북한 사람들을 위해서 선교를 많이 했어요."]

의류, 약품, 발전기, 제빵기. 묘목… 눈썰미가 좋은 김국기 씨는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잘도 찾아냈습니다.

이렇듯 고생하는 김국기 씨가 안쓰러워 강정식 목사는 귀국을 여러 차례 권했다는데요.

2014년 12월 결국 소식이 끊겨 버립니다.

[강정식/목사/ 김국기 선교사 후원회장 : "(억류되기) 전년도에 저랑 같이 생활을 한 동안 하다가 이제 오기로 되어 있었는데 안 왔어요. 사모는 사모대로 참 많이 외롭고 힘들고 그런 상황이죠. 죽었는지 살았는지만 좀 알려다오 그랬는데도 그걸 여태까지 못 들었어요."]

통일부에서 공식 확인한 북한 억류 한국인은 6명입니다.

이들 중 3명은 선교사, 3명은 탈북민 출신인데요.

가족과 지인들은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벌써 햇수로 6년째. 김정욱 씨 아내는 가장의 빈자리를 채우며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이미영(가명)/김정욱 선교사 부인 : "우리 아주버님하고 저하고 통일부였는지 외교부였는지 제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만났어요. 그래서 이제 그렇게 우리 남편의 석방을 위해서 애써주겠다. 제가 많이 이렇게 그리워 안 하려고. 왜냐하면 그 그리움이 파고들면 힘들잖아요."]

애써 담담하려 하지만 너무나 힘들었던 시간들. 그런데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북한에 억류되었던 한국계 미국인들 3명이 석방된 것인데요.

[이미영(가명)/김정욱 선교사 부인 : "그런 걸 접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죠. 우리 남편이었으면. 그렇지만 이제 또 그거를 보면서 소망을 가지고 기대를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도 곧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는 거죠."]

정부도 남북정상회담에서 억류자 송환을 요청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백태현/통일부 대변인/5월 14일 : "판문점 선언에서 민족분단으로 발생한 인도적 문제들을 시급히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런 견지에서 억류자 문제 또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토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친구의 송환을 위해 노력해온 이들은 작은 희망을 얘기해봅니다.

[강정식/목사/김국기 선교사 후원회장 : "생명만이라도 보전해달라고 그런 기도를 많이 했거든요.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는 것이 큰 희망이죠."]

[이미영(가명)/김정욱 선교사 부인 : "지금 이 시기예요. 이 시기 놓치지 않고 지나치지 않고 정부가 더 강력하게 그렇게 요구를 해서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몇 달 내에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이산가족, 억류자들... 사랑하는 사람과 생이별해야하는 그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저 골치 아픈 문제니까 아니면 내 친구, 내 가족이 아니니까 우리는 그동안 이 문제들을 외면해온 것은 아닐까요?

최근에도 한 야당 의원이 또 다른 우리 국민 한 명이 북한에 억류돼 있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확인에 나섰습니다.

서로를 그리며 보내는 기약 없는 고통의 시간. 이 기다림이 반가움으로 바뀌는 날이 하루라도 일찍 찾아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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