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꿀벌처럼 함께 하는 정착의 꿈
입력 2018.06.09 (08:19)
수정 2018.06.09 (08: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세상에서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낄 때, 아마 낯선 곳에 혼자 있을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죠, 특히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온 탈북민의 경우 이런 외로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럴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하나라도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되겠죠?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꿀벌과 함께 외로움을 이겨가고 있는 한 탈북민 부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다솜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새벽안개가 내려앉은 한 시골마을. 아침이슬을 머금은 들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꿀벌들은 달개비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날갯짓을 하네요.
그런 꿀벌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중년 부부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북한을 떠나 새 삶을 일궈가고 있는 김철진-김주영 씨 부부인데요.
탈북한 뒤 국내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뒤 벌과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주영(가명)/ 탈북민 : "잘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꿀이 사람이 먹는 건강식품이라. 깨끗하게 벌들을 관리해줘야지 병이 없거든요."]
예민한 벌들을 다루는 일은 꽤 까다롭습니다.
산란기인 요즘은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하는 시기인데요.
[김주영(가명)/탈북민 : "여기 여기. (여왕벌이) 얘거든요. 지금 산란하려고 산란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절대 잔꾀를 부리지 않는 게 이 부부만의 철칙입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거쳐 한국에 온 탈북민들.
하지만 막연히 꿈꾸던 달콤한 생활을 현실로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묵묵하게, 또 정직하게 꿀벌들과 함께하는 한 부부에겐 나름의 비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아이고 오시느라고 수고했어요."]
김 씨 부부의 일터로 오늘은 한 무리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1년 가까이 김 씨 부부로부터 양봉을 배우고 있는 탈북민입니다.
[윤미진(가명)/탈북민/교육생 : "우연히 양봉 재료 사러 갔다가 거기 사장님이 새터민 분이 벌 하시는 분이 계신다고 그래가지고 그래서 우리 사장님 알게 돼가지고 그때부터 배웠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사놓고 처음엔 고생 좀 많이 했죠. 근데 지금은 사장님 덕에 그래도 많이 배웠어요."]
소문을 듣고 이들처럼 양봉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양봉 일을 했던 김철진 씨.
하지만 날씨나 환경 등이 달라 북한에서 배운 모든 양봉 지식을 써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김 씨는 양봉대학을 다니는 등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고향 사람들을 보면 차마 외면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북한은) 러시아성 기후를 띄고 있고 여기는 또 이상하게 온난화 비슷한 남방지대 그런 기온이라 날씨 차가 엄청 많거든요. 북한하고 여기. 나는 좀 실수해보고 시행착오도 좀 겪어봤으니까 뒤따라오시는 분들은 그런 거 겪지 말라고..."]
이렇듯 양봉을 하는 탈북민 사이에서 김철진 씨는 이미 유명인사입니다.
느리지만 정직하게.
자연을 닮은 삶을 걷다보니 어느새 지역에서 손꼽히는 농장주가 되었다는데요.
자신도 처음엔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고향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래서 일까요?
이들 부부 곁엔 늘 사람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오늘은 김 씨 부부의 집에서 소박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아껴둔 귀한 술도 꺼냈는데요.
[한준영(가명)/탈북민/이웃주민 : "이따가 한잔해보세요. 이게 개성 고려 인삼주예요. 개성 고려 인삼주. 북한에서는 이게 명주예요."]
["야 이게 감회가 새롭다. 이거."]
["건강하게 삽시다. 우리 건강을 위하여."]
주변에 사는 탈북민 이웃들과의 저녁 식사.
오랜만에 맛보는 북한 술에 절로 고향 생각에 젖어듭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진짜 북한 인삼 술맛이 나네."]
한 잔 술에 마음이 애틋해진 탓일까요?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기대감도 조심스레 내비쳐봅니다.
[한준영(가명)/탈북민/이웃주민 : "우리도 이제 고향 가는 날이 빨라지는 건 아니야? 뭐 이렇게 생각도 기대도 있는데. 저게 진심일까 아닐까. 그 진심이 보이기까지는 아직까지 좀 시간이 걸려야 되지 않겠나..."]
이들을 포함한 주변 이웃들이 꾸준히 입소문을 낸 덕분일까요?
이제는 꿀 주문도 꽤 들어오고 있답니다.
과연 그 소문난 꿀맛은 어떨까요?
["음~꿀맛이에요."]
일손이 부족할 때면 따로 사는 아들이 찾기도 하는데요.
어느덧 이곳에 자리잡은 아들이 의젓하게 아버지 걱정까지 하는 모습에 김철진 씨의 마음은 든든하기만 합니다.
[김학명/탈북민/아들 : "지금 아버지가 팔이 많이 안 좋아서요. 올해도 벌을 어떻게 줄이라 그러는데 안 줄이고 그냥 가지고 가시더라고요."]
어느덧 6년째로 접어든 남한 생활.
추운 겨울 김 씨가 마음을 굳게 먹은 건 오직 자유를 위해서였습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자유롭게 살아보는 게 세상에 제일 큰 소원이었거든요. 자유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행복이거든요. 그 이상의 뭐.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거든요."]
아내 주영 씨가 저녁식사 준비에 한창입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북한에서는) 곰취라거나 떡취, 수리취, 고사리, 고비 이런 잎사귀에 의지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직도 그런 걸 잊지 못해서 우리는 이런 거 자주 해 먹어요."]
홀로 북한을 탈출한 뒤 김철진 씨를 만나 새롭게 가정을 꾸렸지만 북한에 두고 온 삶의 조각들은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지금 아가씨도 우리 딸 나이 또래인데. 스물일곱이라니까. 우리 딸도 스물일곱이거든요. 북한에 있는데..."]
[김주영(가명)/탈북민 : "(문재인 대통령이) 분계선을 턱 넘었잖아요. 어머나 그걸 보니까. 통일이 되나. 통일이 되나. 그렇게 해도 있잖아요. 아직은 모르겠지. 뭐. 자기 전에 있잖아요. 위로하면서. 그저 그렇게 하고 있어요."]
힘내라, 노력하라.
낯선 땅에서의 팍팍한 삶에 지친 탈북민들에게 필요한 건 이런 훈계가 아닐 겁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우리 북한 분들 지금 금방, 지금 나온 사람들. 어려움이 많거든요. 그러면 어려우면 저희한테 오세요. 스스럼없이 우리가 도와드릴게요."]
꿀벌처럼 힘들 때 손내밀어 주며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꿀벌 부부가 깨달은 정착의 비결이 아닐까요?
세상에서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낄 때, 아마 낯선 곳에 혼자 있을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죠, 특히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온 탈북민의 경우 이런 외로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럴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하나라도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되겠죠?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꿀벌과 함께 외로움을 이겨가고 있는 한 탈북민 부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다솜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새벽안개가 내려앉은 한 시골마을. 아침이슬을 머금은 들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꿀벌들은 달개비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날갯짓을 하네요.
그런 꿀벌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중년 부부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북한을 떠나 새 삶을 일궈가고 있는 김철진-김주영 씨 부부인데요.
탈북한 뒤 국내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뒤 벌과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주영(가명)/ 탈북민 : "잘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꿀이 사람이 먹는 건강식품이라. 깨끗하게 벌들을 관리해줘야지 병이 없거든요."]
예민한 벌들을 다루는 일은 꽤 까다롭습니다.
산란기인 요즘은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하는 시기인데요.
[김주영(가명)/탈북민 : "여기 여기. (여왕벌이) 얘거든요. 지금 산란하려고 산란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절대 잔꾀를 부리지 않는 게 이 부부만의 철칙입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거쳐 한국에 온 탈북민들.
하지만 막연히 꿈꾸던 달콤한 생활을 현실로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묵묵하게, 또 정직하게 꿀벌들과 함께하는 한 부부에겐 나름의 비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아이고 오시느라고 수고했어요."]
김 씨 부부의 일터로 오늘은 한 무리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1년 가까이 김 씨 부부로부터 양봉을 배우고 있는 탈북민입니다.
[윤미진(가명)/탈북민/교육생 : "우연히 양봉 재료 사러 갔다가 거기 사장님이 새터민 분이 벌 하시는 분이 계신다고 그래가지고 그래서 우리 사장님 알게 돼가지고 그때부터 배웠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사놓고 처음엔 고생 좀 많이 했죠. 근데 지금은 사장님 덕에 그래도 많이 배웠어요."]
소문을 듣고 이들처럼 양봉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양봉 일을 했던 김철진 씨.
하지만 날씨나 환경 등이 달라 북한에서 배운 모든 양봉 지식을 써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김 씨는 양봉대학을 다니는 등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고향 사람들을 보면 차마 외면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북한은) 러시아성 기후를 띄고 있고 여기는 또 이상하게 온난화 비슷한 남방지대 그런 기온이라 날씨 차가 엄청 많거든요. 북한하고 여기. 나는 좀 실수해보고 시행착오도 좀 겪어봤으니까 뒤따라오시는 분들은 그런 거 겪지 말라고..."]
이렇듯 양봉을 하는 탈북민 사이에서 김철진 씨는 이미 유명인사입니다.
느리지만 정직하게.
자연을 닮은 삶을 걷다보니 어느새 지역에서 손꼽히는 농장주가 되었다는데요.
자신도 처음엔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고향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래서 일까요?
이들 부부 곁엔 늘 사람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오늘은 김 씨 부부의 집에서 소박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아껴둔 귀한 술도 꺼냈는데요.
[한준영(가명)/탈북민/이웃주민 : "이따가 한잔해보세요. 이게 개성 고려 인삼주예요. 개성 고려 인삼주. 북한에서는 이게 명주예요."]
["야 이게 감회가 새롭다. 이거."]
["건강하게 삽시다. 우리 건강을 위하여."]
주변에 사는 탈북민 이웃들과의 저녁 식사.
오랜만에 맛보는 북한 술에 절로 고향 생각에 젖어듭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진짜 북한 인삼 술맛이 나네."]
한 잔 술에 마음이 애틋해진 탓일까요?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기대감도 조심스레 내비쳐봅니다.
[한준영(가명)/탈북민/이웃주민 : "우리도 이제 고향 가는 날이 빨라지는 건 아니야? 뭐 이렇게 생각도 기대도 있는데. 저게 진심일까 아닐까. 그 진심이 보이기까지는 아직까지 좀 시간이 걸려야 되지 않겠나..."]
이들을 포함한 주변 이웃들이 꾸준히 입소문을 낸 덕분일까요?
이제는 꿀 주문도 꽤 들어오고 있답니다.
과연 그 소문난 꿀맛은 어떨까요?
["음~꿀맛이에요."]
일손이 부족할 때면 따로 사는 아들이 찾기도 하는데요.
어느덧 이곳에 자리잡은 아들이 의젓하게 아버지 걱정까지 하는 모습에 김철진 씨의 마음은 든든하기만 합니다.
[김학명/탈북민/아들 : "지금 아버지가 팔이 많이 안 좋아서요. 올해도 벌을 어떻게 줄이라 그러는데 안 줄이고 그냥 가지고 가시더라고요."]
어느덧 6년째로 접어든 남한 생활.
추운 겨울 김 씨가 마음을 굳게 먹은 건 오직 자유를 위해서였습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자유롭게 살아보는 게 세상에 제일 큰 소원이었거든요. 자유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행복이거든요. 그 이상의 뭐.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거든요."]
아내 주영 씨가 저녁식사 준비에 한창입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북한에서는) 곰취라거나 떡취, 수리취, 고사리, 고비 이런 잎사귀에 의지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직도 그런 걸 잊지 못해서 우리는 이런 거 자주 해 먹어요."]
홀로 북한을 탈출한 뒤 김철진 씨를 만나 새롭게 가정을 꾸렸지만 북한에 두고 온 삶의 조각들은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지금 아가씨도 우리 딸 나이 또래인데. 스물일곱이라니까. 우리 딸도 스물일곱이거든요. 북한에 있는데..."]
[김주영(가명)/탈북민 : "(문재인 대통령이) 분계선을 턱 넘었잖아요. 어머나 그걸 보니까. 통일이 되나. 통일이 되나. 그렇게 해도 있잖아요. 아직은 모르겠지. 뭐. 자기 전에 있잖아요. 위로하면서. 그저 그렇게 하고 있어요."]
힘내라, 노력하라.
낯선 땅에서의 팍팍한 삶에 지친 탈북민들에게 필요한 건 이런 훈계가 아닐 겁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우리 북한 분들 지금 금방, 지금 나온 사람들. 어려움이 많거든요. 그러면 어려우면 저희한테 오세요. 스스럼없이 우리가 도와드릴게요."]
꿀벌처럼 힘들 때 손내밀어 주며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꿀벌 부부가 깨달은 정착의 비결이 아닐까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일로 미래로] 꿀벌처럼 함께 하는 정착의 꿈
-
- 입력 2018-06-09 08:33:14
- 수정2018-06-09 08:48:45

[앵커]
세상에서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낄 때, 아마 낯선 곳에 혼자 있을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죠, 특히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온 탈북민의 경우 이런 외로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럴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하나라도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되겠죠?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꿀벌과 함께 외로움을 이겨가고 있는 한 탈북민 부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다솜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새벽안개가 내려앉은 한 시골마을. 아침이슬을 머금은 들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꿀벌들은 달개비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날갯짓을 하네요.
그런 꿀벌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중년 부부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북한을 떠나 새 삶을 일궈가고 있는 김철진-김주영 씨 부부인데요.
탈북한 뒤 국내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뒤 벌과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주영(가명)/ 탈북민 : "잘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꿀이 사람이 먹는 건강식품이라. 깨끗하게 벌들을 관리해줘야지 병이 없거든요."]
예민한 벌들을 다루는 일은 꽤 까다롭습니다.
산란기인 요즘은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하는 시기인데요.
[김주영(가명)/탈북민 : "여기 여기. (여왕벌이) 얘거든요. 지금 산란하려고 산란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절대 잔꾀를 부리지 않는 게 이 부부만의 철칙입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거쳐 한국에 온 탈북민들.
하지만 막연히 꿈꾸던 달콤한 생활을 현실로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묵묵하게, 또 정직하게 꿀벌들과 함께하는 한 부부에겐 나름의 비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아이고 오시느라고 수고했어요."]
김 씨 부부의 일터로 오늘은 한 무리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1년 가까이 김 씨 부부로부터 양봉을 배우고 있는 탈북민입니다.
[윤미진(가명)/탈북민/교육생 : "우연히 양봉 재료 사러 갔다가 거기 사장님이 새터민 분이 벌 하시는 분이 계신다고 그래가지고 그래서 우리 사장님 알게 돼가지고 그때부터 배웠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사놓고 처음엔 고생 좀 많이 했죠. 근데 지금은 사장님 덕에 그래도 많이 배웠어요."]
소문을 듣고 이들처럼 양봉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양봉 일을 했던 김철진 씨.
하지만 날씨나 환경 등이 달라 북한에서 배운 모든 양봉 지식을 써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김 씨는 양봉대학을 다니는 등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고향 사람들을 보면 차마 외면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북한은) 러시아성 기후를 띄고 있고 여기는 또 이상하게 온난화 비슷한 남방지대 그런 기온이라 날씨 차가 엄청 많거든요. 북한하고 여기. 나는 좀 실수해보고 시행착오도 좀 겪어봤으니까 뒤따라오시는 분들은 그런 거 겪지 말라고..."]
이렇듯 양봉을 하는 탈북민 사이에서 김철진 씨는 이미 유명인사입니다.
느리지만 정직하게.
자연을 닮은 삶을 걷다보니 어느새 지역에서 손꼽히는 농장주가 되었다는데요.
자신도 처음엔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고향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래서 일까요?
이들 부부 곁엔 늘 사람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오늘은 김 씨 부부의 집에서 소박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아껴둔 귀한 술도 꺼냈는데요.
[한준영(가명)/탈북민/이웃주민 : "이따가 한잔해보세요. 이게 개성 고려 인삼주예요. 개성 고려 인삼주. 북한에서는 이게 명주예요."]
["야 이게 감회가 새롭다. 이거."]
["건강하게 삽시다. 우리 건강을 위하여."]
주변에 사는 탈북민 이웃들과의 저녁 식사.
오랜만에 맛보는 북한 술에 절로 고향 생각에 젖어듭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진짜 북한 인삼 술맛이 나네."]
한 잔 술에 마음이 애틋해진 탓일까요?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기대감도 조심스레 내비쳐봅니다.
[한준영(가명)/탈북민/이웃주민 : "우리도 이제 고향 가는 날이 빨라지는 건 아니야? 뭐 이렇게 생각도 기대도 있는데. 저게 진심일까 아닐까. 그 진심이 보이기까지는 아직까지 좀 시간이 걸려야 되지 않겠나..."]
이들을 포함한 주변 이웃들이 꾸준히 입소문을 낸 덕분일까요?
이제는 꿀 주문도 꽤 들어오고 있답니다.
과연 그 소문난 꿀맛은 어떨까요?
["음~꿀맛이에요."]
일손이 부족할 때면 따로 사는 아들이 찾기도 하는데요.
어느덧 이곳에 자리잡은 아들이 의젓하게 아버지 걱정까지 하는 모습에 김철진 씨의 마음은 든든하기만 합니다.
[김학명/탈북민/아들 : "지금 아버지가 팔이 많이 안 좋아서요. 올해도 벌을 어떻게 줄이라 그러는데 안 줄이고 그냥 가지고 가시더라고요."]
어느덧 6년째로 접어든 남한 생활.
추운 겨울 김 씨가 마음을 굳게 먹은 건 오직 자유를 위해서였습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자유롭게 살아보는 게 세상에 제일 큰 소원이었거든요. 자유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행복이거든요. 그 이상의 뭐.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거든요."]
아내 주영 씨가 저녁식사 준비에 한창입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북한에서는) 곰취라거나 떡취, 수리취, 고사리, 고비 이런 잎사귀에 의지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직도 그런 걸 잊지 못해서 우리는 이런 거 자주 해 먹어요."]
홀로 북한을 탈출한 뒤 김철진 씨를 만나 새롭게 가정을 꾸렸지만 북한에 두고 온 삶의 조각들은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지금 아가씨도 우리 딸 나이 또래인데. 스물일곱이라니까. 우리 딸도 스물일곱이거든요. 북한에 있는데..."]
[김주영(가명)/탈북민 : "(문재인 대통령이) 분계선을 턱 넘었잖아요. 어머나 그걸 보니까. 통일이 되나. 통일이 되나. 그렇게 해도 있잖아요. 아직은 모르겠지. 뭐. 자기 전에 있잖아요. 위로하면서. 그저 그렇게 하고 있어요."]
힘내라, 노력하라.
낯선 땅에서의 팍팍한 삶에 지친 탈북민들에게 필요한 건 이런 훈계가 아닐 겁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우리 북한 분들 지금 금방, 지금 나온 사람들. 어려움이 많거든요. 그러면 어려우면 저희한테 오세요. 스스럼없이 우리가 도와드릴게요."]
꿀벌처럼 힘들 때 손내밀어 주며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꿀벌 부부가 깨달은 정착의 비결이 아닐까요?
세상에서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낄 때, 아마 낯선 곳에 혼자 있을 때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죠, 특히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온 탈북민의 경우 이런 외로움을 겪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이럴 때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하나라도 있다면 정말 큰 힘이 되겠죠?
맞습니다, 그래서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꿀벌과 함께 외로움을 이겨가고 있는 한 탈북민 부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다솜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새벽안개가 내려앉은 한 시골마을. 아침이슬을 머금은 들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꿀벌들은 달개비 사이를 오가며 부지런히 날갯짓을 하네요.
그런 꿀벌들과 함께 하루를 시작하는 중년 부부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북한을 떠나 새 삶을 일궈가고 있는 김철진-김주영 씨 부부인데요.
탈북한 뒤 국내에서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은 뒤 벌과 함께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김주영(가명)/ 탈북민 : "잘해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꿀이 사람이 먹는 건강식품이라. 깨끗하게 벌들을 관리해줘야지 병이 없거든요."]
예민한 벌들을 다루는 일은 꽤 까다롭습니다.
산란기인 요즘은 더 세심하게 보살펴야 하는 시기인데요.
[김주영(가명)/탈북민 : "여기 여기. (여왕벌이) 얘거든요. 지금 산란하려고 산란 자리를 찾아 돌아다니는..."]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절대 잔꾀를 부리지 않는 게 이 부부만의 철칙입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험난한 여정을 거쳐 한국에 온 탈북민들.
하지만 막연히 꿈꾸던 달콤한 생활을 현실로 만드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묵묵하게, 또 정직하게 꿀벌들과 함께하는 한 부부에겐 나름의 비법이 있다고 하는데요.
["아이고 오시느라고 수고했어요."]
김 씨 부부의 일터로 오늘은 한 무리의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1년 가까이 김 씨 부부로부터 양봉을 배우고 있는 탈북민입니다.
[윤미진(가명)/탈북민/교육생 : "우연히 양봉 재료 사러 갔다가 거기 사장님이 새터민 분이 벌 하시는 분이 계신다고 그래가지고 그래서 우리 사장님 알게 돼가지고 그때부터 배웠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사놓고 처음엔 고생 좀 많이 했죠. 근데 지금은 사장님 덕에 그래도 많이 배웠어요."]
소문을 듣고 이들처럼 양봉기술을 가르쳐 달라고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양봉 일을 했던 김철진 씨.
하지만 날씨나 환경 등이 달라 북한에서 배운 모든 양봉 지식을 써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김 씨는 양봉대학을 다니는 등 새롭게 공부를 시작했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고향 사람들을 보면 차마 외면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북한은) 러시아성 기후를 띄고 있고 여기는 또 이상하게 온난화 비슷한 남방지대 그런 기온이라 날씨 차가 엄청 많거든요. 북한하고 여기. 나는 좀 실수해보고 시행착오도 좀 겪어봤으니까 뒤따라오시는 분들은 그런 거 겪지 말라고..."]
이렇듯 양봉을 하는 탈북민 사이에서 김철진 씨는 이미 유명인사입니다.
느리지만 정직하게.
자연을 닮은 삶을 걷다보니 어느새 지역에서 손꼽히는 농장주가 되었다는데요.
자신도 처음엔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고향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래서 일까요?
이들 부부 곁엔 늘 사람들이 끊이질 않습니다.
오늘은 김 씨 부부의 집에서 소박한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아껴둔 귀한 술도 꺼냈는데요.
[한준영(가명)/탈북민/이웃주민 : "이따가 한잔해보세요. 이게 개성 고려 인삼주예요. 개성 고려 인삼주. 북한에서는 이게 명주예요."]
["야 이게 감회가 새롭다. 이거."]
["건강하게 삽시다. 우리 건강을 위하여."]
주변에 사는 탈북민 이웃들과의 저녁 식사.
오랜만에 맛보는 북한 술에 절로 고향 생각에 젖어듭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진짜 북한 인삼 술맛이 나네."]
한 잔 술에 마음이 애틋해진 탓일까요? 마음 속 깊이 간직했던 기대감도 조심스레 내비쳐봅니다.
[한준영(가명)/탈북민/이웃주민 : "우리도 이제 고향 가는 날이 빨라지는 건 아니야? 뭐 이렇게 생각도 기대도 있는데. 저게 진심일까 아닐까. 그 진심이 보이기까지는 아직까지 좀 시간이 걸려야 되지 않겠나..."]
이들을 포함한 주변 이웃들이 꾸준히 입소문을 낸 덕분일까요?
이제는 꿀 주문도 꽤 들어오고 있답니다.
과연 그 소문난 꿀맛은 어떨까요?
["음~꿀맛이에요."]
일손이 부족할 때면 따로 사는 아들이 찾기도 하는데요.
어느덧 이곳에 자리잡은 아들이 의젓하게 아버지 걱정까지 하는 모습에 김철진 씨의 마음은 든든하기만 합니다.
[김학명/탈북민/아들 : "지금 아버지가 팔이 많이 안 좋아서요. 올해도 벌을 어떻게 줄이라 그러는데 안 줄이고 그냥 가지고 가시더라고요."]
어느덧 6년째로 접어든 남한 생활.
추운 겨울 김 씨가 마음을 굳게 먹은 건 오직 자유를 위해서였습니다.
[김철진(가명)/탈북민 : "자유롭게 살아보는 게 세상에 제일 큰 소원이었거든요. 자유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행복이거든요. 그 이상의 뭐.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거든요."]
아내 주영 씨가 저녁식사 준비에 한창입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북한에서는) 곰취라거나 떡취, 수리취, 고사리, 고비 이런 잎사귀에 의지하거든요. 그러니까 아직도 그런 걸 잊지 못해서 우리는 이런 거 자주 해 먹어요."]
홀로 북한을 탈출한 뒤 김철진 씨를 만나 새롭게 가정을 꾸렸지만 북한에 두고 온 삶의 조각들은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지금 아가씨도 우리 딸 나이 또래인데. 스물일곱이라니까. 우리 딸도 스물일곱이거든요. 북한에 있는데..."]
[김주영(가명)/탈북민 : "(문재인 대통령이) 분계선을 턱 넘었잖아요. 어머나 그걸 보니까. 통일이 되나. 통일이 되나. 그렇게 해도 있잖아요. 아직은 모르겠지. 뭐. 자기 전에 있잖아요. 위로하면서. 그저 그렇게 하고 있어요."]
힘내라, 노력하라.
낯선 땅에서의 팍팍한 삶에 지친 탈북민들에게 필요한 건 이런 훈계가 아닐 겁니다.
[김주영(가명)/탈북민 : "우리 북한 분들 지금 금방, 지금 나온 사람들. 어려움이 많거든요. 그러면 어려우면 저희한테 오세요. 스스럼없이 우리가 도와드릴게요."]
꿀벌처럼 힘들 때 손내밀어 주며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
이것이야말로 꿀벌 부부가 깨달은 정착의 비결이 아닐까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