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 가상 시나리오

입력 1990.08.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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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범 앵커 :

한반도의 통일은 과연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앞으로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가, KBS는 남북 관계 전문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한반도 장래를 가상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봤습니다. 먼저 가상 시나리오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최악의 무력 충돌 시나리오입니다. 폐쇄 노선을 고집한 북한이 국제적인 고립,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한 채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남 무력 도발을 일으킨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중동 사태에서 보듯 신데탕트를 역류하는 지역 분쟁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김일성 부자 체제 붕괴입니다. 중국에서 다시 민주화 운동이 크게 번지고 소련의 개방압력이 더욱 거세지면서 제2 루마니아 사태가 북한에서 발생합니다. 이 경우 북한의 민주화속도에 따라서 남북대화와 통일협상이 결정될 것입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궁극적인 평화 통일안입니다. 앞으로 2, 3년 동안 김일성이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고 이어서 김정일이 대한민국과 평화공존 체제를 인정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휴전 협정이 평화 협정으로 바뀌고 남북연합도 가능하게돼 끝내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냉전시대로의 복귀입니다. 남북대화는 진전되지 않고 선전 전쟁도 계속됩니다. 이런 가운데 소련과 중국에서 혼란이 크게 일어서 한반도 평화 통일 기회는 사라지고 맙니다. 다시 남북한은 대화보다도 군사 대결을 계속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지금 KBS 뉴스센터에는 서강대학교 이상우 교수가 나와 계십니다.


이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이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지금 4가지 시나리오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십니까?


이상우(서강대 교수) :

글쎄 지금 말씀하신 시나리오를 굳이 한정해 놓고 얘기한다고 그러면은 아마 제 생각에는 세 번째가 제일 가깝다고 봅니다마는 그 시나리오를 재구성을 한다면 결국 간단한 논리적인 얘기가 됩니다.


북이 이기는 경우가 있고 우리가 이기는 경우가 있고, 즉 그리고 현재와 같은 분단이 지속되는 3가지 경우가 있을 수가 있습니다. 북이 이긴다는 얘기는 결국 2가지인데 아까 그 시나리오에서 말씀하신대로 무력으로 남반부를 해방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한 가지 방법은 소위 그 사람들이 말하는 인민 무력해방을 성공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제가 보기에는 짧은 시간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불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결국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하는 식으로 우리가 북을 흡수하는 그런 통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길게 보면 결국 그 길로 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성범 앵커 :

지금 이 교수님께서는 평화 통일이 시나리오에 대해서 낙관적인 견해를 보여주셨는데 그 평화 통일의 낙관적인 견해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이상우 (서강대 교수) :

네, 제가 좀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세계사적 조류를 우리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가 다 알다시피 북한이 마지막 남은 스탈린 주의 국가입니다. 이 스탈린 주의 체제라고 하는 것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 역사적 흐름을 북은 결국 이겨내지 못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현재 북한의 여러 가지 여건이 아주 나쁩니다. 특히 경제 여건이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은 자기의 체제 생존을 위해서라도 남북과 우선 공존을 합의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입장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성범 앵커 :

이 교수님, 그 제 3의 시나리오대로 우리가 만약에 평화 통일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은 동서독식 통일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상우 (서강대 교수) :

네, 궁극적으로는 결국은 동서독 통일로 가는데 다만 독일만큼 그렇게 쉽게는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러냐하면 남북한 관계와 동서독 관계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동서독의 경우는 분단 이전에 하나의 근대 국가를 유지해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시다시피 분단 이전에는 일제식민지 35년, 그리고 그 앞에는 조선조 500년 이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한 간에는 그 두 사이를 서로 연결할 수 있는 그런 어떠한 맥락도 없습니다. 그래서 동서독의 경우는 그것을 하나의, 말하자면 회복이라고 그러겠죠,분단 이전으로,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남북한을 통합하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것은 독일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남북한 간에는 전쟁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동독과 서독 관계에 있어서는 전쟁이 없었습니다. 동서독은 정치적으로는 분단돼 있었습니다마는 민족사회는 분단이 안이루어졌다고 저희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 분단 이전에 민족까지도 분단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선 정치 통일 이전에 민족 통일을 이루어 놓고 그걸 바탕으로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식의 정치 통일이 가능해진다고 보는 겁니다.


박성범 앵커 :

이 교수님,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될, 우리가 실천해야 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상우 (서강대 교수) :

한 마디로 하면 이렇습니다. 남북통일의 이전에 우선 4천만이 하나가 돼야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민주통합을 빨리 진척시켜서 우선 4천만이 하나가 돼야 북한을 포함한 7천만의 통일이 이루어질 수가 있습니다.


통일이 아무리 민족적 염원이고 다급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급하더라도 우리가 바늘을 실을 허리다 묶어가지고 쓸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차근차근히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서독이 동독을 흡수한만큼의 준비가 돼 있질 않습니다. 통일이란 것은 이상이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우리가 과연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할 만큼 우리가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를 우리가 자성할 때가 아닌가, 그래서 통일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북을 건너다 보기 이전에 우리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범 앵커 :

이상우 교수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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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관계 가상 시나리오
    • 입력 1990-08-14 21:00:00
    뉴스 9

박성범 앵커 :

한반도의 통일은 과연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앞으로 우리에게는 어떤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가, KBS는 남북 관계 전문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한반도 장래를 가상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봤습니다. 먼저 가상 시나리오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최악의 무력 충돌 시나리오입니다. 폐쇄 노선을 고집한 북한이 국제적인 고립,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한 채 제한적이긴 하지만 대남 무력 도발을 일으킨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중동 사태에서 보듯 신데탕트를 역류하는 지역 분쟁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논리입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김일성 부자 체제 붕괴입니다. 중국에서 다시 민주화 운동이 크게 번지고 소련의 개방압력이 더욱 거세지면서 제2 루마니아 사태가 북한에서 발생합니다. 이 경우 북한의 민주화속도에 따라서 남북대화와 통일협상이 결정될 것입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궁극적인 평화 통일안입니다. 앞으로 2, 3년 동안 김일성이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고 이어서 김정일이 대한민국과 평화공존 체제를 인정하면서 자연스럽게 함께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휴전 협정이 평화 협정으로 바뀌고 남북연합도 가능하게돼 끝내 평화통일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냉전시대로의 복귀입니다. 남북대화는 진전되지 않고 선전 전쟁도 계속됩니다. 이런 가운데 소련과 중국에서 혼란이 크게 일어서 한반도 평화 통일 기회는 사라지고 맙니다. 다시 남북한은 대화보다도 군사 대결을 계속한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지금 KBS 뉴스센터에는 서강대학교 이상우 교수가 나와 계십니다.


이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이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지금 4가지 시나리오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십니까?


이상우(서강대 교수) :

글쎄 지금 말씀하신 시나리오를 굳이 한정해 놓고 얘기한다고 그러면은 아마 제 생각에는 세 번째가 제일 가깝다고 봅니다마는 그 시나리오를 재구성을 한다면 결국 간단한 논리적인 얘기가 됩니다.


북이 이기는 경우가 있고 우리가 이기는 경우가 있고, 즉 그리고 현재와 같은 분단이 지속되는 3가지 경우가 있을 수가 있습니다. 북이 이긴다는 얘기는 결국 2가지인데 아까 그 시나리오에서 말씀하신대로 무력으로 남반부를 해방하는 방법이 있고 또 한 가지 방법은 소위 그 사람들이 말하는 인민 무력해방을 성공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제가 보기에는 짧은 시간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불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결국은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하는 식으로 우리가 북을 흡수하는 그런 통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다. 길게 보면 결국 그 길로 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성범 앵커 :

지금 이 교수님께서는 평화 통일이 시나리오에 대해서 낙관적인 견해를 보여주셨는데 그 평화 통일의 낙관적인 견해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이상우 (서강대 교수) :

네, 제가 좀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세계사적 조류를 우리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가 다 알다시피 북한이 마지막 남은 스탈린 주의 국가입니다. 이 스탈린 주의 체제라고 하는 것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 역사적 흐름을 북은 결국 이겨내지 못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현재 북한의 여러 가지 여건이 아주 나쁩니다. 특히 경제 여건이 아주 어렵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은 자기의 체제 생존을 위해서라도 남북과 우선 공존을 합의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입장에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성범 앵커 :

이 교수님, 그 제 3의 시나리오대로 우리가 만약에 평화 통일이 가능하다고 본다면은 동서독식 통일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상우 (서강대 교수) :

네, 궁극적으로는 결국은 동서독 통일로 가는데 다만 독일만큼 그렇게 쉽게는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러냐하면 남북한 관계와 동서독 관계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동서독의 경우는 분단 이전에 하나의 근대 국가를 유지해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시다시피 분단 이전에는 일제식민지 35년, 그리고 그 앞에는 조선조 500년 이러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북한 간에는 그 두 사이를 서로 연결할 수 있는 그런 어떠한 맥락도 없습니다. 그래서 동서독의 경우는 그것을 하나의, 말하자면 회복이라고 그러겠죠,분단 이전으로,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남북한을 통합하는 새로운 체제를 구축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것은 독일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남북한 간에는 전쟁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다시피 동독과 서독 관계에 있어서는 전쟁이 없었습니다. 동서독은 정치적으로는 분단돼 있었습니다마는 민족사회는 분단이 안이루어졌다고 저희들은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적 분단 이전에 민족까지도 분단돼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우선 정치 통일 이전에 민족 통일을 이루어 놓고 그걸 바탕으로 서독이 동독을 흡수하는 식의 정치 통일이 가능해진다고 보는 겁니다.


박성범 앵커 :

이 교수님, 한 가지 더 여쭤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될, 우리가 실천해야 될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상우 (서강대 교수) :

한 마디로 하면 이렇습니다. 남북통일의 이전에 우선 4천만이 하나가 돼야 됩니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민주통합을 빨리 진척시켜서 우선 4천만이 하나가 돼야 북한을 포함한 7천만의 통일이 이루어질 수가 있습니다.


통일이 아무리 민족적 염원이고 다급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급하더라도 우리가 바늘을 실을 허리다 묶어가지고 쓸 수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차근차근히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는 서독이 동독을 흡수한만큼의 준비가 돼 있질 않습니다. 통일이란 것은 이상이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우리가 과연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할 만큼 우리가 준비를 갖추고 있는가를 우리가 자성할 때가 아닌가, 그래서 통일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북을 건너다 보기 이전에 우리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성범 앵커 :

이상우 교수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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