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234] 정부미, 일반미로 둔갑

입력 1990.09.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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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범 앵커 :

정부미가 일반미로 둔갑하는 쌀 거래 소비자를 위해서 근절돼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쌀 값 안정을 위해서 정부 보유미를 무제한 방출하고 있는데 이 정부미가 시중에서 일반미로 둔갑해서 가마당 2만원에서 5만원까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현장 1234, 그 현장을 잡았습니다.

김진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진수 기자 :

전남 목포입니다.

10여 군데 정미소가 한군데에 몰려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있는 정미소는 농가에서 나오는 벼만 찧을 수 있는 이른바 상미공장들입니다.

정부미가 이렇게 상미공장에서 가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정부미는 가공을 거쳐서 옷만 갈아입으면 시중에 나가서 일반미로 팔려 나가게 됩니다.

선생님이 사장님이세요?


정미소 주인 :

아닙니다.

들어가십시다.


김진수 기자 :

그럼 누구세요?


정미소 주인 :

들어갑시다.


김진수 기자 :

이게 왜 이리와요. 네.

이거 어디서 사오셨어요?


정미소 주인 :

들어갑시다.


김진수 기자 :

이 정부미 포대엔 정부가 검사했다는 도장도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여기 정부미들은 포장을 뜯은 뒤 습식 염막이라는 기계를 통과하면 색깔이 좀 더 희고 윤이 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포대에 담겨지면 일반미로 둔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80Kg 한 가마에 10만원미만인 정부미가 12만원에서 심지어는 15만 원짜리 일반미가 됩니다. 정부가 수매해 갖고 있던 벼입니다.

쌀만이 아니라 여기 이렇게 쌓여있는 벼도 둔갑의 대상이 됩니다.


정미소 직원 :

일반 개인한테 사왔다고 그런 것 같던데요.


김진수 기자 :

이게 그럼 농가에서 이렇게 나온단 말이에요?


정미소 직원 :

아니 농가에서는 안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김진수 기자 :

농가에서 안 왔으면 어디서 와요?

정부가 수매한 벼는 정부 양곡 도정 공장에서만 도정이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일반 정미공장에 이러한 벼가 쌓여있다는 것은 정부 양곡이 불법적으로

유출됐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정미소를 가보았습니다.

그래 물어봅시다.

이 농업 포대에 들어있는 게 지금 무엇이에요?


정미소 주인 :

그거야 쌀이고 나락이에요, 전부.


김진수 기자 :

이거 나락 어디서 갖고 온 거에요?


정미소 주인 :

우리가 사가지고 온 거예요.


김진수 기자 :

나락을 어디서 사갖고 와요?


정미소 주인 :

농민들한테요.


김진수 기자 :

정부 보유 양곡이라는 표시가 이렇게 있는데도 농가에서 넘겨받은 것이라고 딱 잡아 땝니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농촌에는 이러한 도정 공장에 팔 벼도 남아 있지를 않습니다.

이미 지난번 벼 수매 때 정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600만 석이나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박형귀(농민) :

일반 벼 같은 것은 작년 1월 달까지 해서 금년 1월 달까지 해서 국가에서 전부 수매해 버리고 창고가 다 볐죠.


김진수 기자 :

이때부터는 재고가 하나도 없습니까?


박형귀(농민) :

네, 나락이라는 것은 없어요.


김진수 기자 :

대부분의 농가에는 이같이 벼가 떨어진지 오래이고 정부에서는 정부미를 무제한 방출하고 있는데도 도시 쌀 가게에는 일반미만 가득하고 정부미는 뒷전입니다.


쌀가게 주인 :

많이 안 팔려요. 정부미는요. 쌀 질이 안 좋고 뭐라 그럴까,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거 쌀 한 가마니 팔아가지고 5천원 이렇게 남으니까 될 수 있으면 안 팔려고 그래요.


김진수 기자 :

정부가 지난 5월부터 방출한 정부미는 340만 가마 그러니까 이 가운데 절반만 일반미로 둔갑했다고 계산해도 불과 넉 달 동안 소비자가 입은 피해는 4,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보고 정부는 정부대로 쌀값을 못 잡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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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1234] 정부미, 일반미로 둔갑
    • 입력 1990-09-19 21:00:00
    뉴스 9

박성범 앵커 :

정부미가 일반미로 둔갑하는 쌀 거래 소비자를 위해서 근절돼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쌀 값 안정을 위해서 정부 보유미를 무제한 방출하고 있는데 이 정부미가 시중에서 일반미로 둔갑해서 가마당 2만원에서 5만원까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현장 1234, 그 현장을 잡았습니다.

김진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진수 기자 :

전남 목포입니다.

10여 군데 정미소가 한군데에 몰려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있는 정미소는 농가에서 나오는 벼만 찧을 수 있는 이른바 상미공장들입니다.

정부미가 이렇게 상미공장에서 가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정부미는 가공을 거쳐서 옷만 갈아입으면 시중에 나가서 일반미로 팔려 나가게 됩니다.

선생님이 사장님이세요?


정미소 주인 :

아닙니다.

들어가십시다.


김진수 기자 :

그럼 누구세요?


정미소 주인 :

들어갑시다.


김진수 기자 :

이게 왜 이리와요. 네.

이거 어디서 사오셨어요?


정미소 주인 :

들어갑시다.


김진수 기자 :

이 정부미 포대엔 정부가 검사했다는 도장도 선명하게 찍혀 있습니다.

여기 정부미들은 포장을 뜯은 뒤 습식 염막이라는 기계를 통과하면 색깔이 좀 더 희고 윤이 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포대에 담겨지면 일반미로 둔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80Kg 한 가마에 10만원미만인 정부미가 12만원에서 심지어는 15만 원짜리 일반미가 됩니다. 정부가 수매해 갖고 있던 벼입니다.

쌀만이 아니라 여기 이렇게 쌓여있는 벼도 둔갑의 대상이 됩니다.


정미소 직원 :

일반 개인한테 사왔다고 그런 것 같던데요.


김진수 기자 :

이게 그럼 농가에서 이렇게 나온단 말이에요?


정미소 직원 :

아니 농가에서는 안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김진수 기자 :

농가에서 안 왔으면 어디서 와요?

정부가 수매한 벼는 정부 양곡 도정 공장에서만 도정이 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일반 정미공장에 이러한 벼가 쌓여있다는 것은 정부 양곡이 불법적으로

유출됐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정미소를 가보았습니다.

그래 물어봅시다.

이 농업 포대에 들어있는 게 지금 무엇이에요?


정미소 주인 :

그거야 쌀이고 나락이에요, 전부.


김진수 기자 :

이거 나락 어디서 갖고 온 거에요?


정미소 주인 :

우리가 사가지고 온 거예요.


김진수 기자 :

나락을 어디서 사갖고 와요?


정미소 주인 :

농민들한테요.


김진수 기자 :

정부 보유 양곡이라는 표시가 이렇게 있는데도 농가에서 넘겨받은 것이라고 딱 잡아 땝니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농촌에는 이러한 도정 공장에 팔 벼도 남아 있지를 않습니다.

이미 지난번 벼 수매 때 정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600만 석이나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박형귀(농민) :

일반 벼 같은 것은 작년 1월 달까지 해서 금년 1월 달까지 해서 국가에서 전부 수매해 버리고 창고가 다 볐죠.


김진수 기자 :

이때부터는 재고가 하나도 없습니까?


박형귀(농민) :

네, 나락이라는 것은 없어요.


김진수 기자 :

대부분의 농가에는 이같이 벼가 떨어진지 오래이고 정부에서는 정부미를 무제한 방출하고 있는데도 도시 쌀 가게에는 일반미만 가득하고 정부미는 뒷전입니다.


쌀가게 주인 :

많이 안 팔려요. 정부미는요. 쌀 질이 안 좋고 뭐라 그럴까, 장사하는 사람들이 이거 쌀 한 가마니 팔아가지고 5천원 이렇게 남으니까 될 수 있으면 안 팔려고 그래요.


김진수 기자 :

정부가 지난 5월부터 방출한 정부미는 340만 가마 그러니까 이 가운데 절반만 일반미로 둔갑했다고 계산해도 불과 넉 달 동안 소비자가 입은 피해는 4,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러다 보니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보고 정부는 정부대로 쌀값을 못 잡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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