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된 고르바초프 개혁실험

입력 1991.12.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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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석 앵커 :

이제 세계사에 있어서 금세기 최대의 변화를 주도했던 고르바초프가 역사라고 하는 무대의 뒤로 서서히 사라져 갈 운명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고르바초프가 자신의 개혁노선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도중하차하게 된 것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이끌어 낸 바로 그 변혁의 힘때문입니다.

종막에 다달은 고르바초프 시대를 김형근 기자가 정리해 봅니다.


김형근 기자 :

“동지들, 우리는 웃음띤 얼굴에 강철같은 이빨을 가진 지도자를 얻게 됐소” 소련 외상이던 브로미크의 이 말처럼 고르바초프는 이전의 소련 지도자들과는 전혀 딴판인 밝은 모습으로 6년전 봄에 세계인들에게 다가왔습니다.

페레스트로이카를 외치며 그가 치켜든 개혁의 망치는 그렇게도 높고 두터웠던 냉전의 벽을 차례로 허물었습니다.

보잘 것 없던 농부의 아들이 크레믈린의 주인이 돼서 세계를 바꾸더니 자신의 운명마저 바꾸게 될 모험에 나선 것입니다.

국내에서의 개혁실험, 그것은 숱한 도전과 반발의 연속이었습니다.

기득권을 끝까지 지키려는 보수세력, 당장 보다 많은 몫을 내놓으라는 급진파의 파상공세사이에서 고르비는 힘겹고 위태로운 줄타기를 벌여야 했습니다.

장밋빛 청사진은 점차 빛을 발해 갔고 홍금과 불안이 미래의 모습으로 다가 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은 고르비에게 돌려졌습니다.


카루킨 (전 KGB WKDRNS) :

고르비는 매혹적이지만 비현실적이고 유약한 지도자다.


모스크바 시민 :

고르비가 모든 것을 망쳤다.


김형근 기자 :

8월 쿠데타는 질서와 위엄을 갖춘 과거의 설운으로 원위치할 유일한 기회였지만 민중은 더 이상 역사의 반전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옐친 쿠데타의 성공 속에 크레믈린의 텅빈 방에 홀로 남겨진 고르비, 지난 6년간 세계사의 주인공이었던 그에게 남은 길은 하나, 어제 어떻게 그만 둬야 할지 고통스러운 선택의 시기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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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좌절된 고르바초프 개혁실험
    • 입력 1991-12-13 21:00:00
    뉴스 9

박대석 앵커 :

이제 세계사에 있어서 금세기 최대의 변화를 주도했던 고르바초프가 역사라고 하는 무대의 뒤로 서서히 사라져 갈 운명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고르바초프가 자신의 개혁노선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도중하차하게 된 것은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이끌어 낸 바로 그 변혁의 힘때문입니다.

종막에 다달은 고르바초프 시대를 김형근 기자가 정리해 봅니다.


김형근 기자 :

“동지들, 우리는 웃음띤 얼굴에 강철같은 이빨을 가진 지도자를 얻게 됐소” 소련 외상이던 브로미크의 이 말처럼 고르바초프는 이전의 소련 지도자들과는 전혀 딴판인 밝은 모습으로 6년전 봄에 세계인들에게 다가왔습니다.

페레스트로이카를 외치며 그가 치켜든 개혁의 망치는 그렇게도 높고 두터웠던 냉전의 벽을 차례로 허물었습니다.

보잘 것 없던 농부의 아들이 크레믈린의 주인이 돼서 세계를 바꾸더니 자신의 운명마저 바꾸게 될 모험에 나선 것입니다.

국내에서의 개혁실험, 그것은 숱한 도전과 반발의 연속이었습니다.

기득권을 끝까지 지키려는 보수세력, 당장 보다 많은 몫을 내놓으라는 급진파의 파상공세사이에서 고르비는 힘겹고 위태로운 줄타기를 벌여야 했습니다.

장밋빛 청사진은 점차 빛을 발해 갔고 홍금과 불안이 미래의 모습으로 다가 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책임은 고르비에게 돌려졌습니다.


카루킨 (전 KGB WKDRNS) :

고르비는 매혹적이지만 비현실적이고 유약한 지도자다.


모스크바 시민 :

고르비가 모든 것을 망쳤다.


김형근 기자 :

8월 쿠데타는 질서와 위엄을 갖춘 과거의 설운으로 원위치할 유일한 기회였지만 민중은 더 이상 역사의 반전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옐친 쿠데타의 성공 속에 크레믈린의 텅빈 방에 홀로 남겨진 고르비, 지난 6년간 세계사의 주인공이었던 그에게 남은 길은 하나, 어제 어떻게 그만 둬야 할지 고통스러운 선택의 시기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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