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현대사현장' 방치 실태

입력 1992.01.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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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현장 방치; 칼국수집 으로 변한 종로구 계동 의 여운형 자택 , 고려병원 으로 바뀐 종로구 평동 의 김구 자택 , 상가개축공사중인 송길호 자택


김 홍 앵커 :

백범 김 구 선생, 몽양 여운형, 고하 송길호 선생, 모두 우리 현대사의 거목들입니다.

그 분들이 거처했던 집은 우리 현대사 전개과정에 하나의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자천, 파천, 천하의 재사들이 모여 앞날을 논하고 때로는 권력투쟁의 비극의 무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집들이 지금은 상가로, 병원 건물로 또는 칼국수 집으로 무관심하게 방치돼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현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현주 기자 :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칼국수 집, 건국준비위원회 등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 무대가 됐던 곳 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모습입니다. 여기가 옛날 여운형 씨가 사시던 곳인가요?


최수정 (칼국수집 주인) :

네.


이현주 기자 :

그 친척이나 아무도 안계십니까?


최수정 (칼국수집 주인 ) :

여운형 씨의 조카딸이 여기에 살았는데 이거 뭐 도시개혁 나가고 집이 뜯기고는 시골에 올라가신 뒤에는 모르겠어요.


이현주 기자 :

도시계획으로 집의 반은 잘려지고 집 내부는 식당으로 완벽히 개조돼 뒤뜰에 있던 오동나무 한 그루만 겨우 옛 모습을 갖추고 있을 뿐입니다.

서울 종로구 평동 고려병원 본관, 해방 후 첫 임시정부 국무회의가 열렸고 임시정부의 해방 후 공간역할을 했던 곳으로 김 구 선생이 암살될 때까지 살던 경조장입니다.

그러나 이곳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시민 1 :

아아, 이 자리가요. 아아. 난 몰랐어요.


시민 2 :

무슨 자리더라, 이 무엇이 있던....


이현주 기자 :

이곳이 백범 김 구 선생이 안두희 에게 저격당한 경교의 2층 서재장입니다.

역사의 한 현장이었던 이곳은 이제 한 병원의 작은 회의실로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권용철 (고려병원 총무과장) :

경교장 내부는 병원용도상 어쩔 수 없이 많이 개조가 돼 있는 실정입니다.


이현주 기자 :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있는 고하 송길호 선생의 집도 요즘 상가 건물로 개축이 한창입니다.

해방 전엔 애국육영산업의 산실로, 해방 후엔 정부수립을 위한 한민당 조직 등이 이뤄졌던 이곳도 이젠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려 하고 있습니다.


이근조 (서울시청 문화재계장) :

김 구 선생님의 경교장이나 지금은 변해버리고 말았지만 몽양 선생님의 집이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기념물 등으로 지정해서 보호하기는 예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현주 기자 :

전문가들은 역사의 현장은 당대에 지켜지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진다는 진리에 비추에 이들 집들을 하루빨리 보존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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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범, '현대사현장' 방치 실태
    • 입력 1992-01-11 21:00:00
    뉴스 9

현대사현장 방치; 칼국수집 으로 변한 종로구 계동 의 여운형 자택 , 고려병원 으로 바뀐 종로구 평동 의 김구 자택 , 상가개축공사중인 송길호 자택


김 홍 앵커 :

백범 김 구 선생, 몽양 여운형, 고하 송길호 선생, 모두 우리 현대사의 거목들입니다.

그 분들이 거처했던 집은 우리 현대사 전개과정에 하나의 무대이기도 했습니다.

자천, 파천, 천하의 재사들이 모여 앞날을 논하고 때로는 권력투쟁의 비극의 무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집들이 지금은 상가로, 병원 건물로 또는 칼국수 집으로 무관심하게 방치돼 있습니다.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현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현주 기자 :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칼국수 집, 건국준비위원회 등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 무대가 됐던 곳 치고는 너무나 초라한 모습입니다. 여기가 옛날 여운형 씨가 사시던 곳인가요?


최수정 (칼국수집 주인) :

네.


이현주 기자 :

그 친척이나 아무도 안계십니까?


최수정 (칼국수집 주인 ) :

여운형 씨의 조카딸이 여기에 살았는데 이거 뭐 도시개혁 나가고 집이 뜯기고는 시골에 올라가신 뒤에는 모르겠어요.


이현주 기자 :

도시계획으로 집의 반은 잘려지고 집 내부는 식당으로 완벽히 개조돼 뒤뜰에 있던 오동나무 한 그루만 겨우 옛 모습을 갖추고 있을 뿐입니다.

서울 종로구 평동 고려병원 본관, 해방 후 첫 임시정부 국무회의가 열렸고 임시정부의 해방 후 공간역할을 했던 곳으로 김 구 선생이 암살될 때까지 살던 경조장입니다.

그러나 이곳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시민 1 :

아아, 이 자리가요. 아아. 난 몰랐어요.


시민 2 :

무슨 자리더라, 이 무엇이 있던....


이현주 기자 :

이곳이 백범 김 구 선생이 안두희 에게 저격당한 경교의 2층 서재장입니다.

역사의 한 현장이었던 이곳은 이제 한 병원의 작은 회의실로 사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권용철 (고려병원 총무과장) :

경교장 내부는 병원용도상 어쩔 수 없이 많이 개조가 돼 있는 실정입니다.


이현주 기자 :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있는 고하 송길호 선생의 집도 요즘 상가 건물로 개축이 한창입니다.

해방 전엔 애국육영산업의 산실로, 해방 후엔 정부수립을 위한 한민당 조직 등이 이뤄졌던 이곳도 이젠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지려 하고 있습니다.


이근조 (서울시청 문화재계장) :

김 구 선생님의 경교장이나 지금은 변해버리고 말았지만 몽양 선생님의 집이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기념물 등으로 지정해서 보호하기는 예산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이현주 기자 :

전문가들은 역사의 현장은 당대에 지켜지지 않으면 영원히 사라진다는 진리에 비추에 이들 집들을 하루빨리 보존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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