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2천만 러시아 모스크바 난민수용소; 의 아제르바이잔 난민 과 이민성 의 난민구호상담실 및 지하철역 에서 아코디언 키는 난민 모습
유근찬 앵커 :
최근 모스크바에는 민족분쟁과 인종차별의 와중에서 쫓겨나온 난민들이 수없이 몰려드는 바람에 러시아 정부의 고민이 이것 저만이 아닙니다. 그 수가 지금은 2백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옛 소련을 구성했던 15개의 공화국에 살다가 연방해체 이후 불어 닥친 민족분규의 희생이 된 러시아인들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 난민들을 보살피는데 엄청난 돈을 들이고 있지만은 그리고 또 국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이준삼 특파원입니다.
이준삼 특파원 :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한 허름한 호텔. 경제난으로 영업을 포기한 이 호텔은 난민 수용시설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수용돼 있는 난민은 3백여명.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 지역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족분쟁과 인종차별을 피해 나온 사람들입니다. 아르메니아와 5년째 민족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에서 대학교수였던 이 여인과 대학원생이었던 딸 역시 처참한 생활 속에서 아직도 당시의 악몽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민족을 잔인하게 죽이고 재산까지 모두 빼앗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딸보는 앞에서 여자를 총으로 위협해 강탈까지..”
이들 모녀는 남편과 아버지가 러시아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인종차별에 시달리다 못한 나머지 쫓겨났습니다. 어머니는 교수직을 박탈당했고 딸은 대학원 등록이 취소됐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말살되고 이제 죽은 목숨과 같습니다.”
이곳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은 가지가지, 어느 것 하나 안타깝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들은 여기보다 좀 더 나은 환경을 찾아서 영구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지만은 그것은 막연한 기대일 뿐, 막막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크 공화국에서도 타쉬켄트에서 인종차별을 피해 나온 이 할머니는 과일 나무가 있는 널따란 고향집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 농사짓고 사는 게 소원입니다.”
이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난민들은 현재 러시아에만 2백여만명. 옛 소련의 민족분할 통치정책에 따라 러시아인 2천 5백만명 중 6천만명이 현재 다른 공화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금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에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되가고 있습니다.
“주민 31명이 총살당하는 것을 보고 바로 도망쳐 나왔습니다.”
“군대의 도움으로 빠져나왔어요. 못나왔다면 나도 죽었을거에요.”
수많은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러시아는 새로운 곤경에 빠졌습니다. 난민 전담기구까지 새로 만든 러시아 정부는 이들 난민들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일단 수용시설로 보낸 다음 약간의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고 일자리를 주선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드는 돈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30억 달러로 가뜩이나 어려운 러시아의 경제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나타리아 (러시아 이민성차관) :
난민들에게 무조건 도움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일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새로운 법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준삼 특파원 :
그러나 난민들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이러한 배려는 국민들에게는 커다란 불만이 되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2백만 명이나 몰려온 데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집과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지를 생각하면 딱하지만 집까지 준다는 것은 반대합니다.”
“다른 나라도 많은데 왜 굳이 모스크바에서만 살려고 하는지..”
러시아가 풀어야할 여러 가지 과제 가운데 복잡한 문제로 닥쳐온 난민 문제. 이 문제는 민족 간의 감정대립이나 분규가 수그러들고 공화국들 사이에 협조가 없는 한 해결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소련연방 해체 과정이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라 민족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데 해결의 어려움이 박혀 있습니다. 따라서 난민문제는 앞으로 러시아를 비롯해 이 지역의 협력과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스크바에서 KBS 뉴스 이준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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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9 현장 러시아 모스크바 난민수용소 난민 2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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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1993-03-17 21:00:00
난민2천만 러시아 모스크바 난민수용소; 의 아제르바이잔 난민 과 이민성 의 난민구호상담실 및 지하철역 에서 아코디언 키는 난민 모습
유근찬 앵커 :
최근 모스크바에는 민족분쟁과 인종차별의 와중에서 쫓겨나온 난민들이 수없이 몰려드는 바람에 러시아 정부의 고민이 이것 저만이 아닙니다. 그 수가 지금은 2백만명에 이르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옛 소련을 구성했던 15개의 공화국에 살다가 연방해체 이후 불어 닥친 민족분규의 희생이 된 러시아인들입니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 난민들을 보살피는데 엄청난 돈을 들이고 있지만은 그리고 또 국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서 정부의 고민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이준삼 특파원입니다.
이준삼 특파원 :
모스크바 시내에 있는 한 허름한 호텔. 경제난으로 영업을 포기한 이 호텔은 난민 수용시설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에 수용돼 있는 난민은 3백여명. 중앙아시아와 코카서스 지역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족분쟁과 인종차별을 피해 나온 사람들입니다. 아르메니아와 5년째 민족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제르바이잔에서 대학교수였던 이 여인과 대학원생이었던 딸 역시 처참한 생활 속에서 아직도 당시의 악몽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민족을 잔인하게 죽이고 재산까지 모두 빼앗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딸보는 앞에서 여자를 총으로 위협해 강탈까지..”
이들 모녀는 남편과 아버지가 러시아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인종차별에 시달리다 못한 나머지 쫓겨났습니다. 어머니는 교수직을 박탈당했고 딸은 대학원 등록이 취소됐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말살되고 이제 죽은 목숨과 같습니다.”
이곳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은 가지가지, 어느 것 하나 안타깝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들은 여기보다 좀 더 나은 환경을 찾아서 영구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지만은 그것은 막연한 기대일 뿐, 막막한 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즈베크 공화국에서도 타쉬켄트에서 인종차별을 피해 나온 이 할머니는 과일 나무가 있는 널따란 고향집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 농사짓고 사는 게 소원입니다.”
이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난민들은 현재 러시아에만 2백여만명. 옛 소련의 민족분할 통치정책에 따라 러시아인 2천 5백만명 중 6천만명이 현재 다른 공화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금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에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되가고 있습니다.
“주민 31명이 총살당하는 것을 보고 바로 도망쳐 나왔습니다.”
“군대의 도움으로 빠져나왔어요. 못나왔다면 나도 죽었을거에요.”
수많은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러시아는 새로운 곤경에 빠졌습니다. 난민 전담기구까지 새로 만든 러시아 정부는 이들 난민들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일단 수용시설로 보낸 다음 약간의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고 일자리를 주선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드는 돈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30억 달러로 가뜩이나 어려운 러시아의 경제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나타리아 (러시아 이민성차관) :
난민들에게 무조건 도움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일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새로운 법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준삼 특파원 :
그러나 난민들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이러한 배려는 국민들에게는 커다란 불만이 되고 있습니다. 난민들이 2백만 명이나 몰려온 데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집과 일자리를 빼앗기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지를 생각하면 딱하지만 집까지 준다는 것은 반대합니다.”
“다른 나라도 많은데 왜 굳이 모스크바에서만 살려고 하는지..”
러시아가 풀어야할 여러 가지 과제 가운데 복잡한 문제로 닥쳐온 난민 문제. 이 문제는 민족 간의 감정대립이나 분규가 수그러들고 공화국들 사이에 협조가 없는 한 해결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소련연방 해체 과정이 민주적인 방식이 아니라 민족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데 해결의 어려움이 박혀 있습니다. 따라서 난민문제는 앞으로 러시아를 비롯해 이 지역의 협력과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스크바에서 KBS 뉴스 이준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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