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은 앵커 :
우리 미술계의 작품가격 결정은 ‘호당가격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의가 제기됐지만은, 아직도 보편적인 거래관행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호당가격제’의 문제점을 윤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윤준호 기자 :
우리는 어떤 작가는, 그 작품가격이 호당 얼마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이 말은 엽서 한장 정도 크기를 1호로 하고, 한 작가의 작품이 1호에 10만원 한다면, 그 작가의 모든 작품들은 무조건 10호 크기면 백만원, 20호 크기면 2백만원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것이 바로 호당가격제로 작품의 질과 관계없이, 크기만하면 작품값이 비싸지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순이 작가들로 하여금, 작품성이 떨어지는 대작위주의 작업을 하게 만들었고, 이른바 인기작가의 그림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박영택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
크기에 따라서 몇천만원, 몇억까지 가게 됨으로써, 일반인들한테 도저히 어떻게 가늠이 될 수 없을 만큼, 미술작품과 대중문화를 유리시켰다든가, 외국작품들과의 가격경쟁에서도 현저하게 뒤떨어진 그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윤준호 기자 :
지난 92년, 뉴욕의 소드리 경매에서 내노라하는 우리 작가의 그림들이, 국내가격의 반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대거유찰되는 망신을 당한 것도 바로 이때문으로, 더이상 호당가격제를 유지하고서는 세계시장에 발을 내밀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왜, 호당가격제가 개선되지 않는가.
최병식 (미술평론가) :
거래관행에 있어서,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규격에 의해서 거래가 되다보면, 거래자체가 특별한 시비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점이 지금까지는 편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윤준호 기자 :
국제화, 개방화에 따라 외국 미술품들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작품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결정 구조의 모색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윤준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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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작품 '호당가격' 철폐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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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1994-02-13 21:00:00
김성은 앵커 :
우리 미술계의 작품가격 결정은 ‘호당가격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방법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의가 제기됐지만은, 아직도 보편적인 거래관행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실시되고 있는 ‘호당가격제’의 문제점을 윤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윤준호 기자 :
우리는 어떤 작가는, 그 작품가격이 호당 얼마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이 말은 엽서 한장 정도 크기를 1호로 하고, 한 작가의 작품이 1호에 10만원 한다면, 그 작가의 모든 작품들은 무조건 10호 크기면 백만원, 20호 크기면 2백만원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것이 바로 호당가격제로 작품의 질과 관계없이, 크기만하면 작품값이 비싸지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순이 작가들로 하여금, 작품성이 떨어지는 대작위주의 작업을 하게 만들었고, 이른바 인기작가의 그림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박영택 (금호미술관 큐레이터) :
크기에 따라서 몇천만원, 몇억까지 가게 됨으로써, 일반인들한테 도저히 어떻게 가늠이 될 수 없을 만큼, 미술작품과 대중문화를 유리시켰다든가, 외국작품들과의 가격경쟁에서도 현저하게 뒤떨어진 그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윤준호 기자 :
지난 92년, 뉴욕의 소드리 경매에서 내노라하는 우리 작가의 그림들이, 국내가격의 반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대거유찰되는 망신을 당한 것도 바로 이때문으로, 더이상 호당가격제를 유지하고서는 세계시장에 발을 내밀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왜, 호당가격제가 개선되지 않는가.
최병식 (미술평론가) :
거래관행에 있어서, 편리한 점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규격에 의해서 거래가 되다보면, 거래자체가 특별한 시비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 점이 지금까지는 편했다고 생각이 됩니다.
윤준호 기자 :
국제화, 개방화에 따라 외국 미술품들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작품성을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결정 구조의 모색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KBS 뉴스 윤준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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