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와 양주 섞은 '폭탄주' 기승

입력 1994.04.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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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마시고, 또 싫어도 마셔야 하는 폭탄주때문에, 너도나도 모두가 함께 가버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맥주를 가득채운 큰 잔에 양주를 가득 채운 작은 잔을 넣어서 단숨에 마시는 이 폭탄주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마는, 어쨌든 요즘 웬만한 술자리에서는 습관처럼 흔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술이 약한 사람도, 분위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마신다는 이 폭탄주. 폭탄처럼 화끈하게 취할 수밖에 없는 이 폭탄주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먼저, 박승규 기자가 취재한, 우리의 음주문화.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박승규 기자 :

이미 1차를 끝내고 어지간히 취한 사람들. 이제 맥주잔에 내관격인 양주잔을 넣은, 이른바 폭탄주를 돌립니다. 사양하지 않고 단숨에 마시는 게, 이런 자리의 기본 수칙 입니다. 여 종업원도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서 서슴없이 받아 마십니다. 직장인들의 회식 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종업원 :

마시기 싫어하시는 분도 많아요. 근데, 상대방이 자기 마시니까, 권하니까 할 수없이 드시고, 그리고 또 드신분은 다른 분을 권하게 되고, 그러니까 같이 마시는 방법밖에 없죠.


박승규 기자 :

폭탄주도 모자라 더욱 자극적인 술을 찾기도 합니다. 양주잔을 아예 거꾸로 담아 마시기도 합니다. 내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합니다. 이렇게 무작정 잔을 돌리는 술자리의 끝이 온전할리가 없습니다. 바빠진 생활리듬을 반영하듯, 빨리 마시고 쉽게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꼽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원 :

아무래도 빨리 취하니까, 돈도 적게 들고 시간도 많이 절약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분위기가 좀 서먹서먹할때도 폭탄주 돌리면은 금방 분위기가 좀 풀어지는, 상당히 친숙해지는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박승규 기자 :

그렇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음주습관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김동구 (연대의대 교수) :

맥주와 양주를 섞어 마시게 됨으로써, 그 알콜 용액의 용적이 불어나기 때문에, 흡수면적이 늘어나서, 그만큼 흡수가 빨리 되는 것 입니다. 위험신호가 없이 심하게 취하는 상태가 되므로, 호흡곤란이 온다거나 아니면 다른 장기에 이상이 오거나, 그럴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박승규 기자 :

속전속결, 그리고 모두가 함께 끝장을 보자는 식의 반강제적이고 변태적인 음주행태가, 언제부터인가 일반화되다시피 유행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가고 있는 우리 음주문화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승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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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맥주와 양주 섞은 '폭탄주' 기승
    • 입력 1994-04-16 21:00:00
    뉴스 9

좋아서 마시고, 또 싫어도 마셔야 하는 폭탄주때문에, 너도나도 모두가 함께 가버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맥주를 가득채운 큰 잔에 양주를 가득 채운 작은 잔을 넣어서 단숨에 마시는 이 폭탄주가,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시작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마는, 어쨌든 요즘 웬만한 술자리에서는 습관처럼 흔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술이 약한 사람도, 분위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마신다는 이 폭탄주. 폭탄처럼 화끈하게 취할 수밖에 없는 이 폭탄주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먼저, 박승규 기자가 취재한, 우리의 음주문화. 보도해 드리겠습니다.


박승규 기자 :

이미 1차를 끝내고 어지간히 취한 사람들. 이제 맥주잔에 내관격인 양주잔을 넣은, 이른바 폭탄주를 돌립니다. 사양하지 않고 단숨에 마시는 게, 이런 자리의 기본 수칙 입니다. 여 종업원도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서 서슴없이 받아 마십니다. 직장인들의 회식 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종업원 :

마시기 싫어하시는 분도 많아요. 근데, 상대방이 자기 마시니까, 권하니까 할 수없이 드시고, 그리고 또 드신분은 다른 분을 권하게 되고, 그러니까 같이 마시는 방법밖에 없죠.


박승규 기자 :

폭탄주도 모자라 더욱 자극적인 술을 찾기도 합니다. 양주잔을 아예 거꾸로 담아 마시기도 합니다. 내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합니다. 이렇게 무작정 잔을 돌리는 술자리의 끝이 온전할리가 없습니다. 바빠진 생활리듬을 반영하듯, 빨리 마시고 쉽게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꼽는 경우도 있습니다.


회사원 :

아무래도 빨리 취하니까, 돈도 적게 들고 시간도 많이 절약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분위기가 좀 서먹서먹할때도 폭탄주 돌리면은 금방 분위기가 좀 풀어지는, 상당히 친숙해지는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박승규 기자 :

그렇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음주습관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김동구 (연대의대 교수) :

맥주와 양주를 섞어 마시게 됨으로써, 그 알콜 용액의 용적이 불어나기 때문에, 흡수면적이 늘어나서, 그만큼 흡수가 빨리 되는 것 입니다. 위험신호가 없이 심하게 취하는 상태가 되므로, 호흡곤란이 온다거나 아니면 다른 장기에 이상이 오거나, 그럴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박승규 기자 :

속전속결, 그리고 모두가 함께 끝장을 보자는 식의 반강제적이고 변태적인 음주행태가, 언제부터인가 일반화되다시피 유행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가고 있는 우리 음주문화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박승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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