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규 특파원 :
이번 대지진은 신혼의 단꿈에 젖어 미래를 키워가던 20대 우리 유학생 부부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두 갈래 길로 갈라놓고 말았습니다. 그저 착하기만 했던 아내를 잃은 남편은 부서져버렸지만 그래도 곳곳에 아내의 체온이 남아있는 아파트를 찾아서 그리움의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이들 부부의 애틋한 사연을 박영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영환 기자 :
남의 일로만 여겨지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아내의 죽음은 아직도 청천벽력입니다.
이중기(재일유학생) :
워낙 착해가지고 남한테 나쁜 소리 한번 못했어요. 제가 뭐라 그러면 가만히 참고 있었고 밥을 해먹을 때도 서로 먹여줬어요.
박영환 기자 :
지난 17일 일본 남부 간 사이 지방을 강타한 지진은 이들 부부를 생과 사 두 갈래로 영영 갈라놓고 말았습니다. 신혼살림을 차린지 채 두 달이 안 돼 벌어진 비극이었습니다.
“서로 그럼 어떻게 무너졌으니깐은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이렇게 갇혔군요.”
“아뇨 말 많이 했었어요.”
“무너지고 나서는? 서로 살자 이런 얘기 했습니까?”
“네, 살라고 그랬는데 저 같은 허리를 눌렀고 연옥이는 배를 눌러 질식을 한
거죠·”
박영환 기자 :
가난한 유학생 부부가 살림을 차린 것은 고베시내의 한 허름한 3층 아파트. 안타깝게도 낡은 아파트는 강진을 견디어내지 못하고 그만 폭삭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들 신혼부부의 단꿈은 무너진 아파트와 함께 산산조각 나버렸습니다. 오늘도 아내 생각에 무작정 부서진 아파트를 찾아 나섰지만 밀려드는 그리움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구정을 앞두고 없는 살림에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에게 드릴 보약까지 준비했던 효성이 극진했던 부부. 남편의 마지막 소망은
이중기(재일 유학생) :
그냥 시체 그대로 한국 데려가 가지고 묻어주고 싶어요.
박영환 기자 :
대학을 마치면 한국에 가서 사업을 해보겠다던 야심찬 이 젊은 유학생 부부의 못 다한 사랑은 하늘나라에서나 이루어질 것인가.
일본 고베에서 KBS 뉴스, 박영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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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다한 사랑
-
- 입력 1995-01-22 21:00:00
강선규 특파원 :
이번 대지진은 신혼의 단꿈에 젖어 미래를 키워가던 20대 우리 유학생 부부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두 갈래 길로 갈라놓고 말았습니다. 그저 착하기만 했던 아내를 잃은 남편은 부서져버렸지만 그래도 곳곳에 아내의 체온이 남아있는 아파트를 찾아서 그리움의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이들 부부의 애틋한 사연을 박영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박영환 기자 :
남의 일로만 여겨지는 도저히 믿고 싶지 않은 아내의 죽음은 아직도 청천벽력입니다.
이중기(재일유학생) :
워낙 착해가지고 남한테 나쁜 소리 한번 못했어요. 제가 뭐라 그러면 가만히 참고 있었고 밥을 해먹을 때도 서로 먹여줬어요.
박영환 기자 :
지난 17일 일본 남부 간 사이 지방을 강타한 지진은 이들 부부를 생과 사 두 갈래로 영영 갈라놓고 말았습니다. 신혼살림을 차린지 채 두 달이 안 돼 벌어진 비극이었습니다.
“서로 그럼 어떻게 무너졌으니깐은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이렇게 갇혔군요.”
“아뇨 말 많이 했었어요.”
“무너지고 나서는? 서로 살자 이런 얘기 했습니까?”
“네, 살라고 그랬는데 저 같은 허리를 눌렀고 연옥이는 배를 눌러 질식을 한
거죠·”
박영환 기자 :
가난한 유학생 부부가 살림을 차린 것은 고베시내의 한 허름한 3층 아파트. 안타깝게도 낡은 아파트는 강진을 견디어내지 못하고 그만 폭삭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들 신혼부부의 단꿈은 무너진 아파트와 함께 산산조각 나버렸습니다. 오늘도 아내 생각에 무작정 부서진 아파트를 찾아 나섰지만 밀려드는 그리움은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구정을 앞두고 없는 살림에 한국에 계신 양가 부모에게 드릴 보약까지 준비했던 효성이 극진했던 부부. 남편의 마지막 소망은
이중기(재일 유학생) :
그냥 시체 그대로 한국 데려가 가지고 묻어주고 싶어요.
박영환 기자 :
대학을 마치면 한국에 가서 사업을 해보겠다던 야심찬 이 젊은 유학생 부부의 못 다한 사랑은 하늘나라에서나 이루어질 것인가.
일본 고베에서 KBS 뉴스, 박영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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