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명암] 대학가에 사발술 사라진다

입력 1995.03.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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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앵커 :

요즘 대학가에서는 신입생들을 위한 환영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환영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이 있습니다. 싫건 좋건 사발에다 술을 마셔야 하는 이른바 사발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규원 앵커 :

그렇지만 좋고 싫은 게 분명한 요즘 신세대들은 결코 억지로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발식같은 무모한 음주풍속을 거부합니다.

변모해 가는 신입생 환영회 풍속도를 이재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재강 기자 :

한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 냉면그릇에 가득 부은 막걸리를 차례로 받습니다. 신입생들은 이 막걸리를 단숨에 마셔야 합니다. 이른바 사발식입니다. 술을 감당하지 못하는 학생은 코피까지 쏟습니다. 마시던 술을 그대로 토하기도 합니다. 선배가 따라준 술 한대접을모두 마셔

야 하는 사발식. 예전 같진 않지만 아직도 대학가에 남아있는 통과의례입니다.

오늘 열린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입니다. 이런 사발식에서 가장 곤욕을 치르는 것은 여학생입니다. 취기와 객기가 어우러져 치르는 사발식. 사발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학 2학년 :

지저분했지만 선배들 체온이 담긴 술을 먹었습니다. 선배들과 나,후배들 모두 하나가 됐습니다.


이재강 기자 :

사발식은 대학시절 누리는 낭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발식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3일 환영회에서 과음을 한 신입생이 숨졌습니다. 이 학생은 학과 선배 동료들과 소주 한 병씩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에서 파티를 벌이다 갑자기 쓰러져 숨졌습니다. 누구에게나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는 신입생 환영회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러나 세태가 변한 만큼 사발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론바 신세대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사발식같은 음주행태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술잔은 정겹게 오가지만 술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대학 신입생 :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선배들이 술을 많이 먹일까, 그런데 형들 다 술 취하면 안 먹이고.


대학 신입생 :

같이 이렇게 건배를 해도 마시긴 싫은 사람은 입만 대는 정도로 폼만 잡고 내려놓는…….


이재강 기자 :

선배가 술을 강요하더라도 신세대 후배들은 무조건 받아 마시진 않습니다.

술을 강제로 권하는 선배들이 오히려 머쓱할 만큼 신세대들의 자기표현이 솔직하기 때문입니다.


대학3학년 :

저희 때는 쑥스러움과 수줍음 그런 거 때문에 빼고 그랬는데 지금 신입생들은 그런 게 전혀 없고, 자기가 나서야 될 때 확실하게 나서주고…….


대학 신입생 :

더 이상 못 마시겠다고 말씀드리고요 그리고 잔을 놓죠.


이재강 기자 :

아예 술이 없는 신입생 환영회까지 있습니다. 전처럼 시끌벅적한 맛은 없지만 정겹게 오가는 대화는 선후배간의 정을 깊게 합니다. 2차로 맥주 집에 가서도 각자의 취향대로 마실 것을 주문합니다.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인지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것인지 주객이 바뀐 음주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김임호(연세대 4학년) :

후배들이 선배를 주 어렵게 생각하는데 그 벽을 허무는데 첨가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전에는 술이 주가 됐는데 지금은 술은 부가 되고 같이 만남 이야기 대화가 주가 됐죠.


이재강 기자 :

자유와 패기의 상징으로 까지 여겨졌던 사발식. 그러나 사발식은 신세대들에게는 구시대의 문화입니다. 절제와 이성이 앞서는 신세대들의 주문화 속에서 머지않아 사발식은 이름조차 낯선 것이 될 것입니다.

KBS 뉴스, 이재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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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가 명암] 대학가에 사발술 사라진다
    • 입력 1995-03-05 21:00:00
    뉴스 9

김종진 앵커 :

요즘 대학가에서는 신입생들을 위한 환영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런 환영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이 있습니다. 싫건 좋건 사발에다 술을 마셔야 하는 이른바 사발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규원 앵커 :

그렇지만 좋고 싫은 게 분명한 요즘 신세대들은 결코 억지로 술을 마시지 않습니다. 그리고 사발식같은 무모한 음주풍속을 거부합니다.

변모해 가는 신입생 환영회 풍속도를 이재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재강 기자 :

한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 냉면그릇에 가득 부은 막걸리를 차례로 받습니다. 신입생들은 이 막걸리를 단숨에 마셔야 합니다. 이른바 사발식입니다. 술을 감당하지 못하는 학생은 코피까지 쏟습니다. 마시던 술을 그대로 토하기도 합니다. 선배가 따라준 술 한대접을모두 마셔

야 하는 사발식. 예전 같진 않지만 아직도 대학가에 남아있는 통과의례입니다.

오늘 열린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입니다. 이런 사발식에서 가장 곤욕을 치르는 것은 여학생입니다. 취기와 객기가 어우러져 치르는 사발식. 사발식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학 2학년 :

지저분했지만 선배들 체온이 담긴 술을 먹었습니다. 선배들과 나,후배들 모두 하나가 됐습니다.


이재강 기자 :

사발식은 대학시절 누리는 낭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발식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지난 3일 환영회에서 과음을 한 신입생이 숨졌습니다. 이 학생은 학과 선배 동료들과 소주 한 병씩을 마시고 2차로 노래방에서 파티를 벌이다 갑자기 쓰러져 숨졌습니다. 누구에게나 술을 마시도록 강요하는 신입생 환영회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러나 세태가 변한 만큼 사발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론바 신세대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사발식같은 음주행태를 거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술잔은 정겹게 오가지만 술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대학 신입생 :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선배들이 술을 많이 먹일까, 그런데 형들 다 술 취하면 안 먹이고.


대학 신입생 :

같이 이렇게 건배를 해도 마시긴 싫은 사람은 입만 대는 정도로 폼만 잡고 내려놓는…….


이재강 기자 :

선배가 술을 강요하더라도 신세대 후배들은 무조건 받아 마시진 않습니다.

술을 강제로 권하는 선배들이 오히려 머쓱할 만큼 신세대들의 자기표현이 솔직하기 때문입니다.


대학3학년 :

저희 때는 쑥스러움과 수줍음 그런 거 때문에 빼고 그랬는데 지금 신입생들은 그런 게 전혀 없고, 자기가 나서야 될 때 확실하게 나서주고…….


대학 신입생 :

더 이상 못 마시겠다고 말씀드리고요 그리고 잔을 놓죠.


이재강 기자 :

아예 술이 없는 신입생 환영회까지 있습니다. 전처럼 시끌벅적한 맛은 없지만 정겹게 오가는 대화는 선후배간의 정을 깊게 합니다. 2차로 맥주 집에 가서도 각자의 취향대로 마실 것을 주문합니다.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인지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것인지 주객이 바뀐 음주문화는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김임호(연세대 4학년) :

후배들이 선배를 주 어렵게 생각하는데 그 벽을 허무는데 첨가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전에는 술이 주가 됐는데 지금은 술은 부가 되고 같이 만남 이야기 대화가 주가 됐죠.


이재강 기자 :

자유와 패기의 상징으로 까지 여겨졌던 사발식. 그러나 사발식은 신세대들에게는 구시대의 문화입니다. 절제와 이성이 앞서는 신세대들의 주문화 속에서 머지않아 사발식은 이름조차 낯선 것이 될 것입니다.

KBS 뉴스, 이재강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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