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단] 운명을 알고 싶다

입력 1995.03.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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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 앵커 :

운명은 과연 타고나는 것인가? 우리 국민의 천만이상이 운명은 날 때부터 정해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소문난 운명철학관은 무려 1년 이상 예약이 밀려있기도 합니다.


김종진 앵커 :

또 손님이 몰리자 아예 많은 회비를 받고 회원제로 운영하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첨단 정보화시대 속에서도 확산일로에 있는 운명론 신드롬의 실태를 김명전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김명전 프로듀서 :

“한번 스쳐 지나가야 돼, 네가 바람을 피든지 남편이 피워야해”


점이나 관상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행렬로 만원입니다.


“지금 예약하면 내년 3월에 볼 수 있다.”

“그럼 금년에는 안 되고요?"


바깥은 영하의 추운날씨인데도 혹시 기다리면 차례가 돌아올까 하는 기대로 손님들은 떠날 줄 모릅니다. 신청서를 냈으나 아직 이 자리에 서지 못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명단도 수북합니다. 지금까지 돈을 내고 자기 운명을 상담한 적이 있는 국민이 전체 38%에 이롭니다. 사람의 운명이나 팔자는 타고난다고 믿는 사람도 36%를 차지합니다. 결국 운명상담소를 찾는 고객이 한해 천만 명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회사원 :

1년에 한번쯤 와서 보고 가고 그리고 가끔씩 궁금할 때 있으면 한 번씩 와서…….


김명전 프로듀서 :

운명론 신드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갈수록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스스로 제일가는 운명감정사라고 선전하는 광고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광고뿐만 아니라 전화 상담을 하는 곳도 많습니다.


“수신제가하고 정신수양 장하면 부족함이 없겠다.”


어떤 사람들이 무엇이 궁금해서 이런 곳을 찾을까?


대학생 :

취직할 때 그런 걱정할 때랑 결혼할 때 남편 고를 때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주부 :

건강하니 잘 식구들이 지낼라나 그런 게 궁금해서 왔어요.


대학생 :

굉장히 궁금해요 어떻게 될지. 그리고 보니깐 요 작년에 토정비결 같은 경우도 맞았거든요


김명전 프로듀서 :

의사의 진료, 또는 전문가 대신에 운명철학관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운명론이 확산되면서 자연히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운명 상담가들이 상담료로 받는 돈은 얼마나 될까?


“1인당 5만원, 예약할 때 50%내고 1년 이상 기다려야 기다리지 않고 보려면 100만원 내고 회원가입 해야해”


유명세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지만 보통 3만원에서 5만 원 이상입니다. 운명상담이 직업인 사람의 숫자와 수입은 얼마나 될까? 운명 상담업 종사자는 80만 명 수준이 됩니다. 이 가운데 한 달 소득 백만 원 이상인 사람을 5만 명으로 보면 한해 수입은 6천억 원에 이롭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과세는 분명치 않습니다.


세무공무원:

관상 점술가의 경우에는 개인 대 개인의 업종이기 때문에 직접 입회조사를 하기 전에는 포착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관상 점술가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법적 근거는 어디 있습니까?”


법적으로는 관상 점술가라고 해서 제외되는 그런 거는 없습니다.


김명전 프로듀서 :

운명 상담시장에 흘러가는 돈은 1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출판 등 유사 분야까지 합하면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운명론 신드롬의 폐해는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김재연(만물깨비 원장) :

70%는 다 사기꾼이고 물론 사기꾼 아닌 사람도 있죠. 백%에서 30%는 있는데 그 30%는 자기가 경험과 또 고통과 인내와 다 겪은 사람은 자기 자신이 겪었기 때문에 남한테도 친절하게 해주는 사람이 많고, 자기 자신의 느낀 대로 움직이면 올해 내가 뭔가를 해야 되겠다 해서 하면 아무 상관이 없어요.


김명전 프로듀서 :

운명론의 신드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종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만영(고려대 교수) :

개인들이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는데 건강문제라든가 또 법률문제라든가 또 정신적 갈등을 경험한다든가 이럴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김명전 프로듀서 :

성실히 노력하면서 내일을 개척하려는 의지와 자신감 대신 자신의 일을 운명에 맡기는 이른바 운명론 신드롬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갈수록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경제적 낭비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방치할 경우 그 사회적 병패가 두드러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명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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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진단] 운명을 알고 싶다
    • 입력 1995-03-05 21:00:00
    뉴스 9

이규원 앵커 :

운명은 과연 타고나는 것인가? 우리 국민의 천만이상이 운명은 날 때부터 정해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소문난 운명철학관은 무려 1년 이상 예약이 밀려있기도 합니다.


김종진 앵커 :

또 손님이 몰리자 아예 많은 회비를 받고 회원제로 운영하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첨단 정보화시대 속에서도 확산일로에 있는 운명론 신드롬의 실태를 김명전 프로듀서가 취재했습니다.


김명전 프로듀서 :

“한번 스쳐 지나가야 돼, 네가 바람을 피든지 남편이 피워야해”


점이나 관상을 통해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행렬로 만원입니다.


“지금 예약하면 내년 3월에 볼 수 있다.”

“그럼 금년에는 안 되고요?"


바깥은 영하의 추운날씨인데도 혹시 기다리면 차례가 돌아올까 하는 기대로 손님들은 떠날 줄 모릅니다. 신청서를 냈으나 아직 이 자리에 서지 못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명단도 수북합니다. 지금까지 돈을 내고 자기 운명을 상담한 적이 있는 국민이 전체 38%에 이롭니다. 사람의 운명이나 팔자는 타고난다고 믿는 사람도 36%를 차지합니다. 결국 운명상담소를 찾는 고객이 한해 천만 명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회사원 :

1년에 한번쯤 와서 보고 가고 그리고 가끔씩 궁금할 때 있으면 한 번씩 와서…….


김명전 프로듀서 :

운명론 신드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갈수록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손님을 유치하기 위해 스스로 제일가는 운명감정사라고 선전하는 광고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광고뿐만 아니라 전화 상담을 하는 곳도 많습니다.


“수신제가하고 정신수양 장하면 부족함이 없겠다.”


어떤 사람들이 무엇이 궁금해서 이런 곳을 찾을까?


대학생 :

취직할 때 그런 걱정할 때랑 결혼할 때 남편 고를 때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주부 :

건강하니 잘 식구들이 지낼라나 그런 게 궁금해서 왔어요.


대학생 :

굉장히 궁금해요 어떻게 될지. 그리고 보니깐 요 작년에 토정비결 같은 경우도 맞았거든요


김명전 프로듀서 :

의사의 진료, 또는 전문가 대신에 운명철학관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운명론이 확산되면서 자연히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운명 상담가들이 상담료로 받는 돈은 얼마나 될까?


“1인당 5만원, 예약할 때 50%내고 1년 이상 기다려야 기다리지 않고 보려면 100만원 내고 회원가입 해야해”


유명세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지만 보통 3만원에서 5만 원 이상입니다. 운명상담이 직업인 사람의 숫자와 수입은 얼마나 될까? 운명 상담업 종사자는 80만 명 수준이 됩니다. 이 가운데 한 달 소득 백만 원 이상인 사람을 5만 명으로 보면 한해 수입은 6천억 원에 이롭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과세는 분명치 않습니다.


세무공무원:

관상 점술가의 경우에는 개인 대 개인의 업종이기 때문에 직접 입회조사를 하기 전에는 포착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관상 점술가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법적 근거는 어디 있습니까?”


법적으로는 관상 점술가라고 해서 제외되는 그런 거는 없습니다.


김명전 프로듀서 :

운명 상담시장에 흘러가는 돈은 1조원 규모로 추산되고 출판 등 유사 분야까지 합하면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운명론 신드롬의 폐해는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김재연(만물깨비 원장) :

70%는 다 사기꾼이고 물론 사기꾼 아닌 사람도 있죠. 백%에서 30%는 있는데 그 30%는 자기가 경험과 또 고통과 인내와 다 겪은 사람은 자기 자신이 겪었기 때문에 남한테도 친절하게 해주는 사람이 많고, 자기 자신의 느낀 대로 움직이면 올해 내가 뭔가를 해야 되겠다 해서 하면 아무 상관이 없어요.


김명전 프로듀서 :

운명론의 신드롬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종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만영(고려대 교수) :

개인들이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할 수 있는데 건강문제라든가 또 법률문제라든가 또 정신적 갈등을 경험한다든가 이럴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찾아갈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김명전 프로듀서 :

성실히 노력하면서 내일을 개척하려는 의지와 자신감 대신 자신의 일을 운명에 맡기는 이른바 운명론 신드롬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갈수록 깊숙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경제적 낭비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을 방치할 경우 그 사회적 병패가 두드러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명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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