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보고] 그린벨트 투기바람

김종진 앵커 :

선거철이 되면 고개를 드는 그린벨트 즉, 개발제한구역의 훼손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전국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규원 앵커 :

행정공백 또는 선심행정이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특히, 수도권 일대의 의왕과 하남 그리고 고양, 과천 등에서 그 양상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김종진 앵커 :

더구나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이미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편의를 위해서규제가 완화되는 틈을 타 반갑지 않은 투기꾼들까지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규원 앵커 :

결국 규제완화로 인한 이득은 투기꾼들에게 돌아가고 개발제한구역은 불법건축물들의 전시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 현장을 이창용 기자가 고발 합니다.

이창용 기자 :

전체 면적의 3%가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경기도 의왕시의 한 야산 입니다. 빽빽하던 산림 곳곳에 제법 규모가 큰 집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이미 두 해전에 농가를 허물고 불쑥 모습을 드러낸 한 별장형 저택 입니다. 정원만 보더라도 천 평은 족히 넘는 초대형 입니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산림이 잘려나갔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작은 화장실을 하나 지어도 곧 철거되는 그린벨트 안에서 이 집은 웬일인지 성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서울 사는 사장이 주인이에요?”

"예, 서울 살아요"

주민 :

새 집 주인치고 원주민은 거의 없다.

이창용 기자 :

정부가 최근 몇 해동안 그린벨트규제를 완화한 원뜻은, 주민이 주거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데 있습니다. 기년 그린벨트법 제정이전부터 살아온 원주민들 가운데 남의 땅위에 건물이 있는 경우 집을 옮겨짓도록 허가를 내준 것 입니다. 속칭 딱지라고 하는 이축권 입니다. 지난해 초부터 이 이축권이 있으면 60평까지는 어디든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외지인들이 눈독을 들였습니다. 이 딱지를 마구 사들인 외지인들이 산골 이곳저곳에 호화주택을 짓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의 취지와는 달리 엉뚱하게도 외지인들의 투기바람만 일었습니다.

부동산 업자 :

지금현재 시중 가는 한 6천만 원에서 7천만 원 사이라고 보면 될 거예요.

“딱지는 종종 나오고 있습니까?”

가끔 나와요.

마을농민 :

주유소나 대형식당이 지금도 엄청나게 들어와...

이창용 기자 :

논밭의 용도를 제멋대로 변경하는 사례도 그린벨트를 부수는 불법행위들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축사처럼 지어놓고 창고나 공장으로 불법 이용되고 있습니다. 가리어진 뒤편에서 대형컨테이너에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소나 닭이 있어야 할 자리에 물건박스만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심지어 공장으로 쓰이는 축사도 있습니다.

축사임대자 :

이 근처에 있는 축사치고 소 키우는 축사 거의 없다.

이창용 기자 :

아예 사무실까지 마련돼 있습니다. 축사건물이 이렇게 허가도 없이 용도 변경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축사임대자 :

서울시내는 너무 비싸서 보증금 천만 원, 월 백만 원에 임대

이창용 기자 :

불법용도변경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곳은 최근 늘어난 대형식당들 입니다. 깨끗해야 할 식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120평짜리 대형축사 입니다. 고급식당 바로옆에허가가 난 것도 이상하고 그 나마 창고로 쓰이고 있습니다. 또, 허가 없이 교묘히 가건물을 지어주방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식당주인 :

지금 실질적으로 현재 전부 창고로 다 젖고, 전체적으로 축사허가 나지 않은데다가 담당공무원들이 다 내주면서...

이창용 기자 :

그린벨트 내 지하층도 문제 입니다. 단지 창고용으로 사용해야 하는데도 버젓이 객실을 차려놓고 있습니다. 식당의 불법행위는 이미 보편화 된지 오래인데도 단속 실적은 미미 합니다.

단속공무원 (하남시 도시과) :

저희들이 어떤 철거라든지... 다시 또 철거를 해놓면 다시 또 이렇게 재발되는...

이창용 기자 :

단속계 공무원들의 눈가림도 적지 않습니다. 취재진이 장부와 대조한 끝에 허가면적을 초과해 짓고 있던 식당을 적발 했습니다. 위법사실이 없다고 버티던 담당공무원도 결국 입을 닫고야 맙니다.

"이거 지금 30cm가 넘는 것 아닙니까? 어떻게 허가가 나죠?”

지난해부터 갑자기 대형식당들로 난립하기 시작한 하남시 미사리 입니다. 이들 식당들도 물론 대부분 서울서 온 사람들 소유 입니다. 최대 60평 이상은 지을 수가 없는데도 어떻게 허가가 났는지 새로 지은 식당일수록 규모가 커집니다. 60평이 넘는 식당도 수두룩합니다.

식당주인 :

식당허가 잘 나니까 외지인이 딱지 사서 영업 다 한다.

이창용 기자 :

푸른 지를 보존하기 위해 개발 역이었던 그린벨트. 원주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기위한 원 뜻은 바랜 수십 년 공들여 지켜왔던 기초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창용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