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세 딸 잃은 부정

입력 1995.07.01 (2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류근찬 앵커 :

이번 사고희생자 가운데는 유독 법조인 가족들이 많습니다. 삼풍백화점의 위치가 서초동 법원단지 근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은, 58살 정광진 변호사에게 이번 사고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날벼락이었습니다. 장성한 세 딸을 한꺼번에 잃었기 때문입니다.

이웅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이웅수 기자 :

윤민, 유정, 윤경. 고이 키워왔던 세 딸들을 이젠 액자 속의 사진으로밖엔 볼 수 없습니다. 앞을 못 보는 언니를 데리고 간단한 생필품을 사러간다고 백화점에 갔던 세 딸들이 싸늘하게 식은 시신으로 돌아오리라고 정광진 변호사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사고가 나던 날 오후 백화점 슈퍼에 간 딸들을 찾아 나선 정 변호사가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찾아낸 것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일그러진 딸들이 타고 간 승용차였습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다니다 둘째 딸을 찾은 것은 사고 다음날. 차디찬 시신으로 변한 둘째딸을 부둥켜안고 슬픔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나머지 두 딸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두 딸들을 찾아낸 정 변호사는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큰딸의 죽음에 정 변호사는 나머지 두 딸과는 또 다른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견뎌야 했습니다. 앞을 못 보는 큰딸의 눈을 살리기 위해 정 변호사는 78년 서울지법 형사단독판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개업했고, 큰 딸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희망을 주는 일을 하겠다며 서울 맹아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살 박이 어린아이를 두고 떠난 둘째딸 유정, 그리고 세째딸 윤경, 정 변호사는 사랑하는 이 세 딸들을 가슴에 묻었습니다.

KBS 뉴스, 이웅수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세 딸 잃은 부정
    • 입력 1995-07-01 21:00:00
    뉴스 9

류근찬 앵커 :

이번 사고희생자 가운데는 유독 법조인 가족들이 많습니다. 삼풍백화점의 위치가 서초동 법원단지 근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은, 58살 정광진 변호사에게 이번 사고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날벼락이었습니다. 장성한 세 딸을 한꺼번에 잃었기 때문입니다.

이웅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이웅수 기자 :

윤민, 유정, 윤경. 고이 키워왔던 세 딸들을 이젠 액자 속의 사진으로밖엔 볼 수 없습니다. 앞을 못 보는 언니를 데리고 간단한 생필품을 사러간다고 백화점에 갔던 세 딸들이 싸늘하게 식은 시신으로 돌아오리라고 정광진 변호사는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사고가 나던 날 오후 백화점 슈퍼에 간 딸들을 찾아 나선 정 변호사가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찾아낸 것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이 일그러진 딸들이 타고 간 승용차였습니다. 가족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아다니다 둘째 딸을 찾은 것은 사고 다음날. 차디찬 시신으로 변한 둘째딸을 부둥켜안고 슬픔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나머지 두 딸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두 딸들을 찾아낸 정 변호사는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큰딸의 죽음에 정 변호사는 나머지 두 딸과는 또 다른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견뎌야 했습니다. 앞을 못 보는 큰딸의 눈을 살리기 위해 정 변호사는 78년 서울지법 형사단독판사를 끝으로 변호사로 개업했고, 큰 딸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희망을 주는 일을 하겠다며 서울 맹아학교에서 교편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한 살 박이 어린아이를 두고 떠난 둘째딸 유정, 그리고 세째딸 윤경, 정 변호사는 사랑하는 이 세 딸들을 가슴에 묻었습니다.

KBS 뉴스, 이웅수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