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 생존드라마...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입력 1995.07.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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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 앵커 :

이들 24명의 기적적인 생환은 엄청난 재난 앞에 할 말을 잃었던 우리 모두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을 던져줬습니다.

10시간에 걸친 인간승리의 순간순간을 박영환 기자가 다시 전해드립니다.


박영환 기자 :

매몰된 지 51시간만의 생환드라마 참사 속의 기적이었습니다. 구조작업을 시작한지 10여 시간, 50대 남자를 시작으로 53분 만에 생존자 24명이 무사히 구조 됐습니다. 생존자가 구조대원의 등에 업혀 나오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무너진 건물 지하3층에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뒤 우리 곁에 돌아온 생환자의 첫말은 만세, 만세였습니다.


“얼마나 좋으세요?”


“만세, 만세, 만세.”


생존자를 구해내기 위해 구조반이 투입된 시각은 어제오전 11시55분. 이때부터 10여 시간에 걸친 피나는 구조작업이 펼쳐졌습니다. 언제 또다시 무너져 내릴지 알 수 없는 위험천만한 지하3층 매몰현장. 그래서 모든 구조작업은 수작업으로 조심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구조대는 붕괴된 A동 바깥을 들어 지하3층까지 내려갔습니다. 지하식당과 탈의실 사이의 통로로 들어가 7겹으로 싸인 콘크리트더미를 뚫었습니다. 저녁 7시. 구조대는 부수고 뜯어내고 뚫고 파헤쳐도 꼼짝 않는 공룡처럼 거대한 폐허더미와의 처절한 싸움 끝에 마침내 생존자 24명이 남아 있는 탈의실에 접근하는데 성공 했습니다. 손바닥만 한 구멍사이로 생존자와 구조자의 손이 마주 잡혔습니다. 사고발생 48시간만의 일이었습니다. 이로부터 2시간이 지난 밤9시. 매몰현장을 가로막고 있던 마지막 콘크리트 더미가 해체되고 기진맥진한 생존자들이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진짜 구조는 이제부터였습니다. 생존자의 안전한 후송을 위한 유압 제키를 세 곳에 설치해 통로가 붕괴되는 것을 막았습니다. 생존자의 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생수와 얼음이 건네졌고, 시력보호를 위해 눈가리개가 씌워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생존자들의 몸에 식육류와 액체비누가 뿌려졌고 좁은 통로를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흐르는 땀조차 씻을 수 없었던 10여 시간. 갇힌 사람들만큼이나 지쳐버린 구조대원들도 비로소 웃었습니다.

KBS 취재팀이 들어가 본 5평 남짓한 매몰현장은 살아있는 지옥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무덤 속처럼 어둡고 좁은 공간. 바닥에 물이 홍건이 고여 있었고 유독가스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야 한다는 집념을 끝까지 벌이지 않았습니다. 시시각각 죽음이 엄습해오는 상황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구조된 생존자 :

후레시를 찾았어요. 만약에 후레시가 없었으면 저는 죽었을 거예요. 동서남북 구분을 못했으니까요.


박영환 기자 :

그러나 붕괴현장의 불길을 잡기위해 소방대의 물줄기가 계속 쏟아졌고 사고 다음날 내린 비로 상황은 점점 어려워만 갔습니다. 계속 물이 차올라 반은 물속에 잠긴 채 몰려오는 졸음을 쫓아야만 했습니다. 설상가상 콘크리트 잔해 속으로 연기와 유독가스마저 스며들었습니다. 극심한 허기와 탈진중세로 한사람씩 쓰러져갔고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유독가스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갈증이었습니다.


구조된 생존자 :

수건을 적셔가지고 빨아먹고 뱉고 그러고 나중에 오줌까지 뉘서 깡통에다가 뉘서 마시고…….


박영환 기자 :

환경미화원 24명의 극적 생환. 살아난 사람의 투지와 구조대원들의 땀방울이 엮어낸 참사속의 기적이었습니다.

KBS 뉴스, 박영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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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명 생존드라마...삼풍백화점 붕괴사고
    • 입력 1995-07-02 21:00:00
    뉴스 9

유정아 앵커 :

이들 24명의 기적적인 생환은 엄청난 재난 앞에 할 말을 잃었던 우리 모두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을 던져줬습니다.

10시간에 걸친 인간승리의 순간순간을 박영환 기자가 다시 전해드립니다.


박영환 기자 :

매몰된 지 51시간만의 생환드라마 참사 속의 기적이었습니다. 구조작업을 시작한지 10여 시간, 50대 남자를 시작으로 53분 만에 생존자 24명이 무사히 구조 됐습니다. 생존자가 구조대원의 등에 업혀 나오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무너진 건물 지하3층에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뒤 우리 곁에 돌아온 생환자의 첫말은 만세, 만세였습니다.


“얼마나 좋으세요?”


“만세, 만세, 만세.”


생존자를 구해내기 위해 구조반이 투입된 시각은 어제오전 11시55분. 이때부터 10여 시간에 걸친 피나는 구조작업이 펼쳐졌습니다. 언제 또다시 무너져 내릴지 알 수 없는 위험천만한 지하3층 매몰현장. 그래서 모든 구조작업은 수작업으로 조심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구조대는 붕괴된 A동 바깥을 들어 지하3층까지 내려갔습니다. 지하식당과 탈의실 사이의 통로로 들어가 7겹으로 싸인 콘크리트더미를 뚫었습니다. 저녁 7시. 구조대는 부수고 뜯어내고 뚫고 파헤쳐도 꼼짝 않는 공룡처럼 거대한 폐허더미와의 처절한 싸움 끝에 마침내 생존자 24명이 남아 있는 탈의실에 접근하는데 성공 했습니다. 손바닥만 한 구멍사이로 생존자와 구조자의 손이 마주 잡혔습니다. 사고발생 48시간만의 일이었습니다. 이로부터 2시간이 지난 밤9시. 매몰현장을 가로막고 있던 마지막 콘크리트 더미가 해체되고 기진맥진한 생존자들이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진짜 구조는 이제부터였습니다. 생존자의 안전한 후송을 위한 유압 제키를 세 곳에 설치해 통로가 붕괴되는 것을 막았습니다. 생존자의 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생수와 얼음이 건네졌고, 시력보호를 위해 눈가리개가 씌워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생존자들의 몸에 식육류와 액체비누가 뿌려졌고 좁은 통로를 무사히 빠져나왔습니다. 흐르는 땀조차 씻을 수 없었던 10여 시간. 갇힌 사람들만큼이나 지쳐버린 구조대원들도 비로소 웃었습니다.

KBS 취재팀이 들어가 본 5평 남짓한 매몰현장은 살아있는 지옥 바로 그 자체였습니다. 무덤 속처럼 어둡고 좁은 공간. 바닥에 물이 홍건이 고여 있었고 유독가스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생존자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살아야 한다는 집념을 끝까지 벌이지 않았습니다. 시시각각 죽음이 엄습해오는 상황에서도 서로를 격려하며 구조를 기다렸습니다.


구조된 생존자 :

후레시를 찾았어요. 만약에 후레시가 없었으면 저는 죽었을 거예요. 동서남북 구분을 못했으니까요.


박영환 기자 :

그러나 붕괴현장의 불길을 잡기위해 소방대의 물줄기가 계속 쏟아졌고 사고 다음날 내린 비로 상황은 점점 어려워만 갔습니다. 계속 물이 차올라 반은 물속에 잠긴 채 몰려오는 졸음을 쫓아야만 했습니다. 설상가상 콘크리트 잔해 속으로 연기와 유독가스마저 스며들었습니다. 극심한 허기와 탈진중세로 한사람씩 쓰러져갔고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유독가스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갈증이었습니다.


구조된 생존자 :

수건을 적셔가지고 빨아먹고 뱉고 그러고 나중에 오줌까지 뉘서 깡통에다가 뉘서 마시고…….


박영환 기자 :

환경미화원 24명의 극적 생환. 살아난 사람의 투지와 구조대원들의 땀방울이 엮어낸 참사속의 기적이었습니다.

KBS 뉴스, 박영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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