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현장 구멍난 구조체계

입력 1995.07.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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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 앵커 :

이처럼 생존자에 대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긴 합니다만, 사고현장에서 살신성인의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7천여 명 구조요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극대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현장을 일사분란하게 총괄 통제해야 할 지휘체계가 바로 서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재강 기자의 취재입니다.


이재강 기자 :

한 자원봉사자가 소방지휘본부로 뛰어갑니다. 손도끼 하나를 구해달라는 다급한 무전연락이 구조대원으로부터 왔기 때문입니다. 지휘본부에서 물자지원반을 찾아가라고 가르쳐줍니다. 그러나 어렵게 찾아간 곳에는 정작 찾는 물건이 없습니다. 현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이 사람은 결국 손도끼 찾는 일을 포기 합니다. 이번 사고에서 구난체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런 상황이 가끔 있어요?”


자원 봉사자 (삼풍백화점 자원봉사자) :

그럼요, 아까도 어떤 건 접는 것이고, 접는 게 많이 필요한데……. 문제가 생겼죠…….


이재강 기자 :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는 소방본부와 군 경찰 자원봉사자 등, 무려 7천여 명이 참여해서 구조와 구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뒤섞여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짜임새 있는 체계가 없습니다. 지휘본부를 소방본부와 군 경찰이 저마다 따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하고 경찰하고는 어떻게 연락하세요?”


소방관 (붕괴사고 현장) :

군하고 경찰하고는 현장에서 그냥 협력을 합니다. 서로 협조하죠.


이재강 기자 :

구조대원들 간에 이견이 생겨도 명확한 지침을 내려줄 곳이 없었습니다. 어떤 곳은 구조대원들이 과다하고 어떤 곳은 또 모자라지만 효율적인 배치가 제대로 안됩니다.


미8군 구조대원 (붕괴사고 현장) :

현지의 지휘관을 만나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업무를 받아야 되는데 그 업무를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재강 기자 :

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통신수단인 무전기의 주파수가 기관별로 다르다보니 정보가 공유되지 못합니다.

한쪽에서는 들것이 남아돌아가는데 다른 쪽에서는 들것이 없어서 애를 태우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119 구조대원 (사고 현장) :

무전 통제가 이게 어떻게 보면 구조 시에는 공통채널로 돼야 합니다. 그래서 같이 어떤 상황을 같이 받고 해야 되는데, 서로간의 무전연락이 안 되다보니까 꼭 필요할 때는 뛰어다녀야 되고 그런 불합리한 점이 있지요.


이재강 기자 :

장비 동원능력도 낙제점입니다. 구조장비도 턱없이 부족했고 구조대원들이 필요한 간단한 도구조차 신속하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유압절단기, 매몰자 탐지기 등, 핵심장비는 고사하고, 사고 초기에는 안전모, 플래시, 건전지, 마스크와 같은 기존 장비조차 동원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손 장갑까지 부족해서 맨손으로 돌덩이를 치워야 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대도 시민들이 현장으로 들고 온 물건을 되돌려 보내는 일이 되풀이 됐습니다. 사고현장 전체가 앞뒤가 맞지 않게 돌아간 것입니다.


경우 무료 제공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

교통경찰관이 못 들어가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차에다 지금 긴급 유료수송이라고 써 붙여 가지고 오는 대도 여기에 현지에 들어간다니까 못 들어가게 가라고 딴 데로 돌리더라고요. 그래서...


이재강 기자 :

희생자 가족들은 사상자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를 받지 못해서 병원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실종자 가족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

자기들이 일일이 못해준다는 거죠. 연락을 못 받았으니까 다녀보라는 거예요. 다니는 것도 한군데 두 군데 해야지, 서울시내 병원에 다 갔다 놨는데 어디 가서 찾아와요.


이재강 기자 :

허술한 구난체계는 목숨을 걸고 구조작업을 하는 구조대원과 봉사요원 그리고 희생자 가족 등, 현장의 모든 사람을 더욱 힘겹게 합니다. 현장 상황판단과 지휘에서부터 인원과 장비동원, 인명구조, 복구 작업까지 한곳에서 전권을 갖고 통제할 수 있는 구난체계를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KBS 뉴스, 이재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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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풍백화점 붕괴사고현장 구멍난 구조체계
    • 입력 1995-07-02 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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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아 앵커 :

이처럼 생존자에 대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긴 합니다만, 사고현장에서 살신성인의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7천여 명 구조요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극대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현장을 일사분란하게 총괄 통제해야 할 지휘체계가 바로 서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재강 기자의 취재입니다.


이재강 기자 :

한 자원봉사자가 소방지휘본부로 뛰어갑니다. 손도끼 하나를 구해달라는 다급한 무전연락이 구조대원으로부터 왔기 때문입니다. 지휘본부에서 물자지원반을 찾아가라고 가르쳐줍니다. 그러나 어렵게 찾아간 곳에는 정작 찾는 물건이 없습니다. 현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이 사람은 결국 손도끼 찾는 일을 포기 합니다. 이번 사고에서 구난체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런 상황이 가끔 있어요?”


자원 봉사자 (삼풍백화점 자원봉사자) :

그럼요, 아까도 어떤 건 접는 것이고, 접는 게 많이 필요한데……. 문제가 생겼죠…….


이재강 기자 :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는 소방본부와 군 경찰 자원봉사자 등, 무려 7천여 명이 참여해서 구조와 구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 뒤섞여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짜임새 있는 체계가 없습니다. 지휘본부를 소방본부와 군 경찰이 저마다 따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하고 경찰하고는 어떻게 연락하세요?”


소방관 (붕괴사고 현장) :

군하고 경찰하고는 현장에서 그냥 협력을 합니다. 서로 협조하죠.


이재강 기자 :

구조대원들 간에 이견이 생겨도 명확한 지침을 내려줄 곳이 없었습니다. 어떤 곳은 구조대원들이 과다하고 어떤 곳은 또 모자라지만 효율적인 배치가 제대로 안됩니다.


미8군 구조대원 (붕괴사고 현장) :

현지의 지휘관을 만나서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업무를 받아야 되는데 그 업무를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재강 기자 :

현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통신수단인 무전기의 주파수가 기관별로 다르다보니 정보가 공유되지 못합니다.

한쪽에서는 들것이 남아돌아가는데 다른 쪽에서는 들것이 없어서 애를 태우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119 구조대원 (사고 현장) :

무전 통제가 이게 어떻게 보면 구조 시에는 공통채널로 돼야 합니다. 그래서 같이 어떤 상황을 같이 받고 해야 되는데, 서로간의 무전연락이 안 되다보니까 꼭 필요할 때는 뛰어다녀야 되고 그런 불합리한 점이 있지요.


이재강 기자 :

장비 동원능력도 낙제점입니다. 구조장비도 턱없이 부족했고 구조대원들이 필요한 간단한 도구조차 신속하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유압절단기, 매몰자 탐지기 등, 핵심장비는 고사하고, 사고 초기에는 안전모, 플래시, 건전지, 마스크와 같은 기존 장비조차 동원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손 장갑까지 부족해서 맨손으로 돌덩이를 치워야 했습니다. 사정이 이런대도 시민들이 현장으로 들고 온 물건을 되돌려 보내는 일이 되풀이 됐습니다. 사고현장 전체가 앞뒤가 맞지 않게 돌아간 것입니다.


경우 무료 제공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

교통경찰관이 못 들어가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차에다 지금 긴급 유료수송이라고 써 붙여 가지고 오는 대도 여기에 현지에 들어간다니까 못 들어가게 가라고 딴 데로 돌리더라고요. 그래서...


이재강 기자 :

희생자 가족들은 사상자에 대한 체계적인 안내를 받지 못해서 병원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실종자 가족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

자기들이 일일이 못해준다는 거죠. 연락을 못 받았으니까 다녀보라는 거예요. 다니는 것도 한군데 두 군데 해야지, 서울시내 병원에 다 갔다 놨는데 어디 가서 찾아와요.


이재강 기자 :

허술한 구난체계는 목숨을 걸고 구조작업을 하는 구조대원과 봉사요원 그리고 희생자 가족 등, 현장의 모든 사람을 더욱 힘겹게 합니다. 현장 상황판단과 지휘에서부터 인원과 장비동원, 인명구조, 복구 작업까지 한곳에서 전권을 갖고 통제할 수 있는 구난체계를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KBS 뉴스, 이재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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