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공사가 재앙 불러

입력 1995.07.0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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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찬 앵커 :

우리는 흔히 공사현장을 비롯한 우리 주위에서 빨리빨리 그리고 괜찮아 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나만을 생각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너무 빨리 달려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 삐뚤어진 가치관인 빨리빨리와 괜찮아 이 병을 한번 진단해 보겠습니다.

김종명 기자입니다.


김종명 기자 :

화려한 겉모습과 값비싼 상품으로 최고급을 지향하던 백화점. 그러나 그 화려한 건물은 바로 모래성이었습니다. 실타래처럼 엉킨 건물잔해. 끝없이 발굴되는 무고한 희생들. 비극의 현장은 바로 빨리빨리와 괜찮아가 빚은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채 문을 열고 멋대로 건물을 늘려짓고 지하의 구조를 이리저리 바꾸고 옥상의 냉각수 탑을 허가 없이 옮기고. 손으로 만져도 쉽게 부서지는 바닷모래. 규정치의 절반에 불과한 이 연립주택용 철근을 사용했어도 시공회사나 설계 감리 회사나 행정기관까지도 누구 하나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모두들 이른바 빨리빨리 괜찮아 병에 중독된 중중 환자들이었던 것입니다.


안명석 (삼풍사고 수습본부 건설반) :

회사의 이익만 생각하고 공사를 너무 빨리 할라고 그런 이기심 때문에 결국 이런 커다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나…….


김종명 기자 :

삼풍이 착공됐던 지난 80년대 말. 투기와 건축 붐이 몰아닥친 그때. 6공이 밀어붙인 주택 2백만 호 건설은 삼풍과 너무나 닮은꼴입니다. 불과 몇 년 만에 지어진 겉으로는 멀쩡한 신도시 아파트들. 그러나 바닷모래나 물탄 레미콘 같은 불량자재는 지하 주차장의 무너진 기둥처럼 서서히 곪아 터집니다. 그래도 쉽게 넘기고 마는 시공회사나 행정관청의 태도는 괜찮아 라고 눈감아 주는 전형입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 :

정밀한 안전진단을 차제에 전반적으로 실시하고 그 중에서 특히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그런 아파트에 대해서는 특히 조금 더 비용을 들여서라도…….


김종명 기자 :

세계에서 가장 싼값에 가장 빨리 건설했다고 자랑한 경부고속도로. 그러나 건설비의 비배가 넘는 수리비용은 더 이상 빨리 달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최상진 (중앙대 교수) :

새로운 사고를 즉 장기적인 전망과 사회의 공공성을 단기적인 이익이나 또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보다 우선시키는 그러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명 기자 :

1인당 소득 만 달러를 내세우고 국제화 세계화라는 구호를 아무리 외치더라도 삐뚤어진 가치관 빨리빨리 괜찮아 병이 고쳐지지 않는 한 우리 주변에서 어처구니없는 재앙을 몰아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KBS 뉴스, 김종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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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속 공사가 재앙 불러
    • 입력 1995-07-05 21:00:00
    뉴스 9

류근찬 앵커 :

우리는 흔히 공사현장을 비롯한 우리 주위에서 빨리빨리 그리고 괜찮아 라는 말을 흔히 들을 수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나만을 생각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서 너무 빨리 달려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이 삐뚤어진 가치관인 빨리빨리와 괜찮아 이 병을 한번 진단해 보겠습니다.

김종명 기자입니다.


김종명 기자 :

화려한 겉모습과 값비싼 상품으로 최고급을 지향하던 백화점. 그러나 그 화려한 건물은 바로 모래성이었습니다. 실타래처럼 엉킨 건물잔해. 끝없이 발굴되는 무고한 희생들. 비극의 현장은 바로 빨리빨리와 괜찮아가 빚은 총체적 부실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공사가 끝나지도 않은 채 문을 열고 멋대로 건물을 늘려짓고 지하의 구조를 이리저리 바꾸고 옥상의 냉각수 탑을 허가 없이 옮기고. 손으로 만져도 쉽게 부서지는 바닷모래. 규정치의 절반에 불과한 이 연립주택용 철근을 사용했어도 시공회사나 설계 감리 회사나 행정기관까지도 누구 하나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안타깝지만 모두들 이른바 빨리빨리 괜찮아 병에 중독된 중중 환자들이었던 것입니다.


안명석 (삼풍사고 수습본부 건설반) :

회사의 이익만 생각하고 공사를 너무 빨리 할라고 그런 이기심 때문에 결국 이런 커다란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나…….


김종명 기자 :

삼풍이 착공됐던 지난 80년대 말. 투기와 건축 붐이 몰아닥친 그때. 6공이 밀어붙인 주택 2백만 호 건설은 삼풍과 너무나 닮은꼴입니다. 불과 몇 년 만에 지어진 겉으로는 멀쩡한 신도시 아파트들. 그러나 바닷모래나 물탄 레미콘 같은 불량자재는 지하 주차장의 무너진 기둥처럼 서서히 곪아 터집니다. 그래도 쉽게 넘기고 마는 시공회사나 행정관청의 태도는 괜찮아 라고 눈감아 주는 전형입니다.


조주현 (건국대 교수) :

정밀한 안전진단을 차제에 전반적으로 실시하고 그 중에서 특히 안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그런 아파트에 대해서는 특히 조금 더 비용을 들여서라도…….


김종명 기자 :

세계에서 가장 싼값에 가장 빨리 건설했다고 자랑한 경부고속도로. 그러나 건설비의 비배가 넘는 수리비용은 더 이상 빨리 달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최상진 (중앙대 교수) :

새로운 사고를 즉 장기적인 전망과 사회의 공공성을 단기적인 이익이나 또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보다 우선시키는 그러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종명 기자 :

1인당 소득 만 달러를 내세우고 국제화 세계화라는 구호를 아무리 외치더라도 삐뚤어진 가치관 빨리빨리 괜찮아 병이 고쳐지지 않는 한 우리 주변에서 어처구니없는 재앙을 몰아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KBS 뉴스, 김종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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