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도 던졌건만

입력 1995.07.06 (2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류근찬 앵커 :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들의 장례가 오늘도 유족들의 오열 속에 서울시내 4개 병원에서 치러졌습니다. 오늘 장례식에서는 특히 유모차를 타고 있던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고 숨진 20대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이 두 모녀는 사고발생 6일 만에 건물더미 속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이 가슴 아픈 장례식장 표정을 장혜윤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장혜윤 기자 :

그리던 고국으로의 나들이가 고국과 기족의 품을 떠나는 마지막 길이 돼 버렸습니다. 맑은 눈매 밝은 웃음이 똑같았던 두 모녀. 붕괴 순간 두 살 박이 딸을 몸으로 감싸 안았던 엄마의 노력은 그러나 보람이 없었습니다. 두 모녀는 끝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홀로 남겨진 아빠는 어이없는 죽음에 가슴이 무너집니다. 여드레가 지났건만 할머니는 손녀와의 이별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제 고운 딸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친정어머니도 억장이 무너집니다. 사고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 모녀는 영원히 함께였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사랑하는 엄마.’ 며칠 새 의젓해져 버린 성주는 엄마에게 드릴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준비했습니다. 긴 잠에서 금방이라도 깨어날 듯 한 엄마는 그러나 말이 없습니다. 25년 동안 몸담았던 정든 교정. 남겨진 제자들을 두고 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KBS 뉴스, 장혜윤 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내 몸도 던졌건만
    • 입력 1995-07-06 21:00:00
    뉴스 9

류근찬 앵커 :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희생자들의 장례가 오늘도 유족들의 오열 속에 서울시내 4개 병원에서 치러졌습니다. 오늘 장례식에서는 특히 유모차를 타고 있던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몸으로 감싸 안고 숨진 20대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이 두 모녀는 사고발생 6일 만에 건물더미 속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이 가슴 아픈 장례식장 표정을 장혜윤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장혜윤 기자 :

그리던 고국으로의 나들이가 고국과 기족의 품을 떠나는 마지막 길이 돼 버렸습니다. 맑은 눈매 밝은 웃음이 똑같았던 두 모녀. 붕괴 순간 두 살 박이 딸을 몸으로 감싸 안았던 엄마의 노력은 그러나 보람이 없었습니다. 두 모녀는 끝내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홀로 남겨진 아빠는 어이없는 죽음에 가슴이 무너집니다. 여드레가 지났건만 할머니는 손녀와의 이별이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제 고운 딸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친정어머니도 억장이 무너집니다. 사고 없는 세상으로 가는 길. 모녀는 영원히 함께였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올립니다. 사랑하는 엄마.’ 며칠 새 의젓해져 버린 성주는 엄마에게 드릴 하얀 국화꽃 한 송이를 준비했습니다. 긴 잠에서 금방이라도 깨어날 듯 한 엄마는 그러나 말이 없습니다. 25년 동안 몸담았던 정든 교정. 남겨진 제자들을 두고 가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KBS 뉴스, 장혜윤 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