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침몰로 희생된 넋 달래는 종

입력 1995.07.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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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미국에서는 승객 29명을 태운 배가 침몰한 일이 있었습니다. 20년 동안 승객의 흔적을 찾던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종에 새겨서 침몰한 배에 달아주면서 숨진 이들의 넋을 달랬습니다.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원혼을 달래는 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장면입니다,

김용관 기자의 보도입니다.


김용관 기자 :

잔잔한 슈피리호 호수위에 떠있는 빨간 부표 하나 바로 이 자리가 지난 75년 11월 9일 승객과 승무원 29명을 태운 비제랄드호가 폭풍우를 만나 침몰했던 곳입니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슬픔은 아직 가시지 않았습니다.


잭 샴포 (실종자의 형) :

그때 올리버는 13살이었죠. 어리지만 당당한 녀석이었어요.


김용관 기자 :

유족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시신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끝내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호수위롤 떠돌 넋들을 위로하기 위해 유족들이 생각해 낸 것은 호수 밑 사고선박에 달려 있는 종을 인양하는 것이었습니다. 160m 물밑에서 벌어질 작업을 위해 이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동원됐습니다. 인양과정을 지켜보는 유족들의 가슴에 또다시 슬픔이 북받칩니다. 인양된 종인 해난사고 박물관에 전시되고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종을 대신 침몰된 배에 달아 희생된 넋을 달래줄 것입니다.


잭 샴포 (실종자의 형) :

넋들이 편히 잠들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마음도 편안해 질 것 같습니다.


김용관 기자 :

29의 넋을 달래기 위한 이들의 20년 노력은 수백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사고를 겪은 우리에게 뼈아픈 반성과 다짐 뿐 아니라 죽은 이들의 넋을 달래는 것도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용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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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박 침몰로 희생된 넋 달래는 종
    • 입력 1995-07-06 21:00:00
    뉴스 9

20년 전 미국에서는 승객 29명을 태운 배가 침몰한 일이 있었습니다. 20년 동안 승객의 흔적을 찾던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이름을 종에 새겨서 침몰한 배에 달아주면서 숨진 이들의 넋을 달랬습니다.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원혼을 달래는 것이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장면입니다,

김용관 기자의 보도입니다.


김용관 기자 :

잔잔한 슈피리호 호수위에 떠있는 빨간 부표 하나 바로 이 자리가 지난 75년 11월 9일 승객과 승무원 29명을 태운 비제랄드호가 폭풍우를 만나 침몰했던 곳입니다. 2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유족들의 슬픔은 아직 가시지 않았습니다.


잭 샴포 (실종자의 형) :

그때 올리버는 13살이었죠. 어리지만 당당한 녀석이었어요.


김용관 기자 :

유족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 시신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끝내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호수위롤 떠돌 넋들을 위로하기 위해 유족들이 생각해 낸 것은 호수 밑 사고선박에 달려 있는 종을 인양하는 것이었습니다. 160m 물밑에서 벌어질 작업을 위해 이 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동원됐습니다. 인양과정을 지켜보는 유족들의 가슴에 또다시 슬픔이 북받칩니다. 인양된 종인 해난사고 박물관에 전시되고 희생자들의 이름을 새긴 종을 대신 침몰된 배에 달아 희생된 넋을 달래줄 것입니다.


잭 샴포 (실종자의 형) :

넋들이 편히 잠들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 마음도 편안해 질 것 같습니다.


김용관 기자 :

29의 넋을 달래기 위한 이들의 20년 노력은 수백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사고를 겪은 우리에게 뼈아픈 반성과 다짐 뿐 아니라 죽은 이들의 넋을 달래는 것도 살아남은 자들의 의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용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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