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숲 망치는 숲 가꾸기

입력 1998.09.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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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781-1234

숲 망치는 "숲 가꾸기"


⊙ 황수경 앵커 :

생태계를 보호하고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서 시작된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이 오히려 도심의 숲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작업으로 숲이 망가지고 있는 현장을 김명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김명섭 기자 :

비교적 산림이 잘 보존된 관악산 일대 공공근로사업인 숲 가꾸기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작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키작은 나무들이 무차별적으로 잘려 나아갑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울창한 숲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숲 가꾸기를 한 이 부분은 작은 나무들이 초토화돼 완전한 숲의 모습을 잃어 버렸습니다. 키작은 관목들이 대부분 잘려나가 이처럼 처참하게 그루터기만 남았습니다. 시민들이 휴식 공간이던 이곳에 철쭉과 진달래 군락도 모두 잘려 나갔습니다.


⊙ 지역 주민 :

"거기가 진달래 밭이었습니다 다, 진달래 싹 꺾었잖아."


"선별해 가면서 했어야 하는데 너무 무자비하게 잘라낸 것 같아요."

⊙ 김명섭 기자 :

숲 100평방미터의 구역을 잘라 조사한 결과 관목 60여 그루와 산본나무 등 교목이 11그루가 배어졌고 남아 있는 나무는 키 큰 15그루뿐입니다. 25년생 된 산본나무와 수령이 20년이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도 베어져 스러졌습니다.


⊙ 여진구 국장 (생태보전 시민모임) :

이 나무는 산본나무로 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이 숲의 종다양성을 유지시켜 주는 나무로 잘라서는 안 될 나무입니다.


⊙ 김명섭 기자 :

이처럼 무자비하게 나무를 베어 낸 것은 공공근로자 가운데 제대로 벌목 교육을 받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 숲 가꾸기 공공근로자 :

하루 교육받은 사람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 교육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 김명섭 기자 :

행정 당국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 이청일 과장 (안양시 녹지공원과) :

과도하게 벌초한 지역도 있긴 있습니다.


⊙ 김명섭 기자 :

지난 5월 숲 가꾸기 작업이 벌어진 고양시 정발산 일대 우량목 대신 여름에 급속히 자란 아카시 나무 등 외래종이 울창합니다. 아카시 나무는 토종 나무보다 성장 속도가 훨씬 빨라 우량목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 여진구 국장 (생태보전 시민모임) :

외래종 식물이 들어오게 되고 그럼므로써 생태계 고리를 끊어 내게 됩니다. 결국 그러면 도심의 숲은 침묵의 숲이 되는 거지요.


⊙ 김명섭 기자 :

올해 숲 가꾸기 공공사업 예정지역은 전국 762개 사업장 6만 8천헥타르 예산만 천억 원이 넘습니다. 그러나 숲 가꾸기 작업을 통해 오히려 숲이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김명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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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숲 망치는 숲 가꾸기
    • 입력 1998-09-08 21:00:00
    뉴스 9

@현장추적 781-1234

숲 망치는 "숲 가꾸기"


⊙ 황수경 앵커 :

생태계를 보호하고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해서 시작된 생명의 숲 가꾸기 운동이 오히려 도심의 숲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작업으로 숲이 망가지고 있는 현장을 김명섭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김명섭 기자 :

비교적 산림이 잘 보존된 관악산 일대 공공근로사업인 숲 가꾸기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작업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키작은 나무들이 무차별적으로 잘려 나아갑니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울창한 숲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숲 가꾸기를 한 이 부분은 작은 나무들이 초토화돼 완전한 숲의 모습을 잃어 버렸습니다. 키작은 관목들이 대부분 잘려나가 이처럼 처참하게 그루터기만 남았습니다. 시민들이 휴식 공간이던 이곳에 철쭉과 진달래 군락도 모두 잘려 나갔습니다.


⊙ 지역 주민 :

"거기가 진달래 밭이었습니다 다, 진달래 싹 꺾었잖아."


"선별해 가면서 했어야 하는데 너무 무자비하게 잘라낸 것 같아요."

⊙ 김명섭 기자 :

숲 100평방미터의 구역을 잘라 조사한 결과 관목 60여 그루와 산본나무 등 교목이 11그루가 배어졌고 남아 있는 나무는 키 큰 15그루뿐입니다. 25년생 된 산본나무와 수령이 20년이 넘는 아름드리 소나무도 베어져 스러졌습니다.


⊙ 여진구 국장 (생태보전 시민모임) :

이 나무는 산본나무로 새들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이 숲의 종다양성을 유지시켜 주는 나무로 잘라서는 안 될 나무입니다.


⊙ 김명섭 기자 :

이처럼 무자비하게 나무를 베어 낸 것은 공공근로자 가운데 제대로 벌목 교육을 받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 숲 가꾸기 공공근로자 :

하루 교육받은 사람도 있고 다른 지역에서 교육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 김명섭 기자 :

행정 당국도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 이청일 과장 (안양시 녹지공원과) :

과도하게 벌초한 지역도 있긴 있습니다.


⊙ 김명섭 기자 :

지난 5월 숲 가꾸기 작업이 벌어진 고양시 정발산 일대 우량목 대신 여름에 급속히 자란 아카시 나무 등 외래종이 울창합니다. 아카시 나무는 토종 나무보다 성장 속도가 훨씬 빨라 우량목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 여진구 국장 (생태보전 시민모임) :

외래종 식물이 들어오게 되고 그럼므로써 생태계 고리를 끊어 내게 됩니다. 결국 그러면 도심의 숲은 침묵의 숲이 되는 거지요.


⊙ 김명섭 기자 :

올해 숲 가꾸기 공공사업 예정지역은 전국 762개 사업장 6만 8천헥타르 예산만 천억 원이 넘습니다. 그러나 숲 가꾸기 작업을 통해 오히려 숲이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김명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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