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뒤바뀐 딸, 딸잃고 재판잃고

@딸 잃고 재판 잃고

⊙ 김종진 앵커 :

자신이 낳은 딸이 병원에서 뒤바뀌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딸을 친딸로 알고 23년 동안이나 길러 온 한 40대 주부가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냈지만 변호인측의 실수로 정식 재판도 못 받고 끝났습니다. 두번씩이나 남의 잘못으로 빗나간 운명을 살고 있는 안타까운 사연을 정인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정인성 기자 :

서울 등촌동에 사는 김 모씨 부부는 지난해 10월 자신들이 23년 동안 길러 온 딸의 혈액형이 부모와 같지 않다는 데 끝내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고 그 결과 자신들의 딸이 출산 당시 병원에서 뒤바뀐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미 오랜 세월이 지나 병원 기록을 통해 친딸을 찾을 수 없었고 키워온 딸의 친부모도 확인할 길이 없었습니다. 김씨 부부는 억울한 심정을 달래길 없어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2천만원의 배상 결정을 받았습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소멸 시효 10년이 이미 지났고 딸의 출생신고가 병원이 아닌 본적지로 되어 있어서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김씨 부부는 이러한 재판부의 결정에 만족할 수 없어 이의신청을 내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변호인측이 법원 결정문이 도착한 줄도 모르고 이의 신청 기한을 넘기는 바람에 정식 재판마저 받을 길이 사라졌습니다.

⊙ 김 모씨 (어머니) :

우리는 변호사에 일임했는데 얼마 나오든 간에 끝까지 했어야.

⊙ 정인성 기자 :

변호인을 상대로 또다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한 번도 아닌 두번 씩이나 남의 잘못으로 겪는 어긋난 운명에 김씨 부부는 한숨을 지을 따름입니다.

KBS 뉴스, 정인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