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주소를 훔쳐간다

입력 1999.03.0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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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민등록이 주소지에서 灼袖막?옮겨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충남 서천군의 억지 주민불리기의 전말을 이창룡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이창룡 기자 :

고향을 떠나 지난해 서울로 주소를 옮긴 이 모씨는 최근 동사무소에 들렀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주민등록이 자신도 모르게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 이씨 :

지금 등본 떼려는데 안 나와요?

- 주소가 안 나왔어요.


⊙ 이창룡 기자 :

이씨의 주민등록 기록입니다. 1월 7일자로 서울 등촌동에서 고향인 서천군 문산면으로 변경됐습니다.


-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저도 모르게...


역시 서천군이 고향인 박 모양의 주민등록표입니다. 올해 초 경기도 과천시에서 서천군 문산면으로 주소를 옮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박 양도 자신이 주소를 옮기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문산면사무소를 찾아갔습니다. 면사무소 측은 본인들의 허락 없이 주민등록을 불법으로 옮긴 사실을 시인합니다.


⊙ 면장 :

본인 의사를 안 듣고 무리하게 전입했어요.


⊙ 이창룡 기자 :

그러면서도 사전에 시골 부모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발뺌을 합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 박양 아버지 :

면직원들이 퇴거하면 좋겠다 해서 뭐하러 퇴거하냐 했죠.


⊙ 이창룡 기자 :

면사무소에 있는 전입신고서 전입자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 원칙인데 두 세장씩 필체가 똑같습니다. 직원이 한꺼번에 작성한 것입니다. 전입신고서의 날인도 주민들이 각 이장들에게 맡긴 도장으로 찍은 것입니다. 이번엔 전입대장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등 외지에 나가 있는 미혼남녀 수십명이 집중적으로 전입되어 있습니다.


⊙ 면장 :

전입자가 60명쯤 되는데 부정전입 몇 명인지 잘 몰라요.


⊙ 이창룡 기자 :

부정전입의 발단은 상급기관인 서천군에서 비롯됐습니다. 서천군 측은 지난해말 각 면의 내고향 주민등록 갖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공문을 띄었습니다. 군민 수가 8만명 아래로 떨어질 상황이니 가능한 전입자를 늘리라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인구비례로 지원되는 교부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입니다. 실적이 없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까지 공문에 담겨 있습니다. 군청 관계자도 이런 사실을 시인합니다.


⊙ 서천군청 계장 :

상당히 강하게 하다보니까 면직원들이 실적에 사로 잡혀서.


⊙ 이창룡 기자 :

무리한 실적이 결국 주민등록을 위조한 엉뚱한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KBS 뉴스, 이창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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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주소를 훔쳐간다
    • 입력 1999-03-01 21:00:00
    뉴스 9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민등록이 주소지에서 灼袖막?옮겨지는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충남 서천군의 억지 주민불리기의 전말을 이창룡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이창룡 기자 :

고향을 떠나 지난해 서울로 주소를 옮긴 이 모씨는 최근 동사무소에 들렀다가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주민등록이 자신도 모르게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 이씨 :

지금 등본 떼려는데 안 나와요?

- 주소가 안 나왔어요.


⊙ 이창룡 기자 :

이씨의 주민등록 기록입니다. 1월 7일자로 서울 등촌동에서 고향인 서천군 문산면으로 변경됐습니다.


-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저도 모르게...


역시 서천군이 고향인 박 모양의 주민등록표입니다. 올해 초 경기도 과천시에서 서천군 문산면으로 주소를 옮긴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박 양도 자신이 주소를 옮기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문산면사무소를 찾아갔습니다. 면사무소 측은 본인들의 허락 없이 주민등록을 불법으로 옮긴 사실을 시인합니다.


⊙ 면장 :

본인 의사를 안 듣고 무리하게 전입했어요.


⊙ 이창룡 기자 :

그러면서도 사전에 시골 부모들의 동의를 얻었다고 발뺌을 합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는 전혀 다릅니다.


⊙ 박양 아버지 :

면직원들이 퇴거하면 좋겠다 해서 뭐하러 퇴거하냐 했죠.


⊙ 이창룡 기자 :

면사무소에 있는 전입신고서 전입자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 원칙인데 두 세장씩 필체가 똑같습니다. 직원이 한꺼번에 작성한 것입니다. 전입신고서의 날인도 주민들이 각 이장들에게 맡긴 도장으로 찍은 것입니다. 이번엔 전입대장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등 외지에 나가 있는 미혼남녀 수십명이 집중적으로 전입되어 있습니다.


⊙ 면장 :

전입자가 60명쯤 되는데 부정전입 몇 명인지 잘 몰라요.


⊙ 이창룡 기자 :

부정전입의 발단은 상급기관인 서천군에서 비롯됐습니다. 서천군 측은 지난해말 각 면의 내고향 주민등록 갖기 운동을 추진한다는 공문을 띄었습니다. 군민 수가 8만명 아래로 떨어질 상황이니 가능한 전입자를 늘리라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인구비례로 지원되는 교부금을 많이 받기 위해서입니다. 실적이 없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까지 공문에 담겨 있습니다. 군청 관계자도 이런 사실을 시인합니다.


⊙ 서천군청 계장 :

상당히 강하게 하다보니까 면직원들이 실적에 사로 잡혀서.


⊙ 이창룡 기자 :

무리한 실적이 결국 주민등록을 위조한 엉뚱한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KBS 뉴스, 이창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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