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취재팀, 백두산 등반 성공

입력 2000.01.01 (21: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김종진 앵커 :

수천년 동안 우리 민족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봐온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KBS 취재팀이 새천년을 맞아서 올랐습니다. 특히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서쪽 루트를 통해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 해줬습니다.

이번 등정의 전 과정을 박전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 박전식 기자 :

새벽 5시 민족의 혼이 서려있는 백두산을 오른다는 흥분감에 취재진의 손길이 더욱 바빠집니다. 서백두가 시작되는 산문을 지나자 마자 낯선 짐승 발자국들이 눈위에 선명합니다. 발목까지 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힘겹게 전진하기를 7시간 여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백두산 정상의 위용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경사는 더욱 가파라지고 발걸음도 무거워집니다. 거센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가뜩이나 지친 등반대를 곳곳에서 가로막습니다. 남쪽에서는 결코 밟아볼 수 없는 높이의 해발 2,000m 수목한계선 이제부터 나무대신 끝없는 설원이 펼쳐집니다. 오후 2시 한낮인데도 기온은 벌써 영하 24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지금 등반대는 노호배 늙은 백두산 호랑이의 등이라는 칼날 능선을 지나고 있습니다. 겨울 백두산 등반 과정중에서 가장 험난한 코스입니다. 폭이 1m도 채 되지 않는 가파른 낭떠러지 길이 300m 이상 이어집니다.


⊙ 등반 안내원 :

위험하니까 자일을 매고 안전하게 건너가는 게 좋겠습니다.

- 여기서 자일을 설치할 수 있을까요?

네, 줄을 꼭 잡고 건너세요.


⊙ 박전식 기자 :

자칫하면 사람까지 날아간다는 백두산 돌개바람 때문에 취재팀은 서로 몸을 묶고 걸어야 했습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한시간 넘게 이어집니다. 수천년 동안이나 고난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 백두의 정상은 그 성상의 깊이 만큼이나 쉽사리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가도가도 그 자리입니다. 오후 3시 취재팀은 일단 청석봉 아래 2,400m 고지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오후 4시면 벌써 해가 떨어지는 백두산의 특성상 야영준비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취재팀의 발목을 잡아왔던 눈이 소중한 식수로 쓰입니다. 바짝 붙어앉아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보지만 백두산의 추위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추위에 이미 작동을 멈춰버린 카메라를 녹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 봅니다.


- 일출 찍으려면 내일 아침에 몇시에 출발해야 됩니까?

- 3시 반에는 출발해야 되지 않아요?

- 지금 영하 30도가 넘으니까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장비를 가지고 올라가야 되니까 같이 움직이는 게 낫죠.

- 카메라를 갖다가 조금 굽던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야영지를 출발한 지 2시간 해발 2,664m의 청석봉 발밑으로 천지가 희미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25시간이 넘는 고난의 강행군 취재진은 마침내 새천년 민족의 희망을 담은 백두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혹독한 겨울철에는 결코 사람의 발길을 허락치 않았던 서백두 정상에 KBS가 처음으로 겨울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백두산 청석봉에서 KBS 뉴스, 박전식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KBS 취재팀, 백두산 등반 성공
    • 입력 2000-01-01 21:00:00
    뉴스 9

⊙ 김종진 앵커 :

수천년 동안 우리 민족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봐온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KBS 취재팀이 새천년을 맞아서 올랐습니다. 특히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서쪽 루트를 통해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 해줬습니다.

이번 등정의 전 과정을 박전식 기자가 보도합니다.


⊙ 박전식 기자 :

새벽 5시 민족의 혼이 서려있는 백두산을 오른다는 흥분감에 취재진의 손길이 더욱 바빠집니다. 서백두가 시작되는 산문을 지나자 마자 낯선 짐승 발자국들이 눈위에 선명합니다. 발목까지 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 힘겹게 전진하기를 7시간 여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백두산 정상의 위용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경사는 더욱 가파라지고 발걸음도 무거워집니다. 거센 바람에 쓰러진 나무가 가뜩이나 지친 등반대를 곳곳에서 가로막습니다. 남쪽에서는 결코 밟아볼 수 없는 높이의 해발 2,000m 수목한계선 이제부터 나무대신 끝없는 설원이 펼쳐집니다. 오후 2시 한낮인데도 기온은 벌써 영하 24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지금 등반대는 노호배 늙은 백두산 호랑이의 등이라는 칼날 능선을 지나고 있습니다. 겨울 백두산 등반 과정중에서 가장 험난한 코스입니다. 폭이 1m도 채 되지 않는 가파른 낭떠러지 길이 300m 이상 이어집니다.


⊙ 등반 안내원 :

위험하니까 자일을 매고 안전하게 건너가는 게 좋겠습니다.

- 여기서 자일을 설치할 수 있을까요?

네, 줄을 꼭 잡고 건너세요.


⊙ 박전식 기자 :

자칫하면 사람까지 날아간다는 백두산 돌개바람 때문에 취재팀은 서로 몸을 묶고 걸어야 했습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한시간 넘게 이어집니다. 수천년 동안이나 고난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본 백두의 정상은 그 성상의 깊이 만큼이나 쉽사리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가도가도 그 자리입니다. 오후 3시 취재팀은 일단 청석봉 아래 2,400m 고지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오후 4시면 벌써 해가 떨어지는 백두산의 특성상 야영준비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취재팀의 발목을 잡아왔던 눈이 소중한 식수로 쓰입니다. 바짝 붙어앉아 서로의 체온에 의지해 보지만 백두산의 추위 앞에서는 속수무책입니다. 추위에 이미 작동을 멈춰버린 카메라를 녹이기 위해 안간힘을 써 봅니다.


- 일출 찍으려면 내일 아침에 몇시에 출발해야 됩니까?

- 3시 반에는 출발해야 되지 않아요?

- 지금 영하 30도가 넘으니까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기초적인 장비를 가지고 올라가야 되니까 같이 움직이는 게 낫죠.

- 카메라를 갖다가 조금 굽던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야영지를 출발한 지 2시간 해발 2,664m의 청석봉 발밑으로 천지가 희미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25시간이 넘는 고난의 강행군 취재진은 마침내 새천년 민족의 희망을 담은 백두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혹독한 겨울철에는 결코 사람의 발길을 허락치 않았던 서백두 정상에 KBS가 처음으로 겨울 등반에 성공했습니다.

백두산 청석봉에서 KBS 뉴스, 박전식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