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띠 여자 드세다' 속설, 성비 불균형 심각

입력 2002.12.06 (21:00)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임오년 말띠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말띠해 편견은 여전했습니다.
여아 출산이 현저하게 줄어들어서 심각한 성비 불균형이 재현된 것입니다.
박중석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지를 박차고 힘차게 질주하는 말들은 강인함과 역동성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산모들에게 말은 그리 대접받는 동물이 아닙니다.
이른바 말띠에 태어난 딸은 팔자가 드세다는 오랜 속설 때문입니다.
⊙여아 출산 아버지: 좋은 게 좋다고(올해에는) 흑말띠라고 하니까 남자만 괜찮은데, 그래도 흑말띠 여자니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요.
⊙기자: 실제 수도권지역 병원 3곳을 대상으로 신생아의 성비를 분석한 결과 올해 태어난 아기 가운데 남녀 성비가 여자 아기 100명으로 환산해 남자 아기는 116명이 넘었습니다.
이는 지난 90년 말띠해 성비와 같은 수치로 자연성비인 106보다도 훨씬 높을 뿐 아니라 지난 95년 이후의 평균성비 109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뿌리깊은 말띠해 속설에 따라 불법적인 성감별과 낙태가 많았던 결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른바 말띠해 속설은 우리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라며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합니다.
⊙이시재(부천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지금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법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이런 속설은 성비 파괴와 출산력 저하 등 사회발전에 큰 저해요소가 될 것입니다.
⊙기자: 자신이 말띠인 점을 신경쓰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2, 30대 여성들이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김은희(78년 말띠생/대학원생): 말띠의 성향처럼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그런 여성상을 원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올해 비공식적으로 추정한 우리나라 낙태건수는 무려 200만 건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여아를 낙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말띠해 속설로 인한 폐해가 심각합니다.
KBS뉴스 박중석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말띠 여자 드세다' 속설, 성비 불균형 심각
    • 입력 2002-12-06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임오년 말띠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해에도 말띠해 편견은 여전했습니다. 여아 출산이 현저하게 줄어들어서 심각한 성비 불균형이 재현된 것입니다. 박중석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지를 박차고 힘차게 질주하는 말들은 강인함과 역동성의 상징입니다. 그러나 산모들에게 말은 그리 대접받는 동물이 아닙니다. 이른바 말띠에 태어난 딸은 팔자가 드세다는 오랜 속설 때문입니다. ⊙여아 출산 아버지: 좋은 게 좋다고(올해에는) 흑말띠라고 하니까 남자만 괜찮은데, 그래도 흑말띠 여자니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요. ⊙기자: 실제 수도권지역 병원 3곳을 대상으로 신생아의 성비를 분석한 결과 올해 태어난 아기 가운데 남녀 성비가 여자 아기 100명으로 환산해 남자 아기는 116명이 넘었습니다. 이는 지난 90년 말띠해 성비와 같은 수치로 자연성비인 106보다도 훨씬 높을 뿐 아니라 지난 95년 이후의 평균성비 109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뿌리깊은 말띠해 속설에 따라 불법적인 성감별과 낙태가 많았던 결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른바 말띠해 속설은 우리 것이 아니라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라며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합니다. ⊙이시재(부천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지금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법과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이런 속설은 성비 파괴와 출산력 저하 등 사회발전에 큰 저해요소가 될 것입니다. ⊙기자: 자신이 말띠인 점을 신경쓰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2, 30대 여성들이 늘고 있어 그나마 다행입니다. ⊙김은희(78년 말띠생/대학원생): 말띠의 성향처럼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그런 여성상을 원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올해 비공식적으로 추정한 우리나라 낙태건수는 무려 200만 건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여아를 낙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말띠해 속설로 인한 폐해가 심각합니다. KBS뉴스 박중석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