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민족끼리” vs “제재 지켜야”…정부 해법은?
입력 2018.08.04 (07:49)
수정 2018.08.04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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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양쪽에 끼였다는 표현이 적절할까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두 나라 모두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을, 또 미국은 대북 제재를 엄격히 지킬 것을 우리 정부에 각각 요구하고 있는데요.
뾰족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입니다.
이슈앤 한반도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이산가족들이 만날 대형 상봉장에 화려한 조명이 설치되고, 숙소로 사용될 호텔과 식당도 예전 모습을 찾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황폐한 모습이던 면회소도 깨끗하게 탈바꿈해 이산가족 맞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는 20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금강산을 방문해 시설 개보수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천해성/통일부 차관 :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그것을 토대로 앞으로 20일 남아 있는 이산가족 상봉의 원만한 개최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4년 만에 다시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현 회장은 어제 금강산에서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15주기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측 인사의 금강산 방문이 이어지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경우에도 공동연락사무소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공단 재가동 문제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유진/통일부 부대변인 :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 긴밀히 협의하면서 공조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를) 유지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대북 제재 유지 방침에 대해 북한은 최근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현 남북관계를 비누거품에 비유하며 겉만 번지르르 할뿐 실속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5.24 조치 등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우리 정부를 비난하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촉구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제재는 남북 관계 개선에 백해무익한 대결정책의 산물이라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진정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들도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5.24 조치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입니다.
북한은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직접적 불만을 자제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렇듯 쉽사리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를 제시하며 유독 우리 측만을 압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의 이 같은 불만 표시는 미국의 대북제재 흐름에 우리 정부가 동조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5.24 조치로 대표되는 대북 제재의 여파로 남북 간 협력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겁니다.
실제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우리 정부가 제재를 이유로 교류 협력에 소극적이라는 북측의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불만 표시는 또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속내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한국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미국의 대북제재망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한 대북 제재 공조에 한발도 나갈 수 없다 이런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북측은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북한의 선전매체 그리고 남북간 여러 대화채널을 통해서 북측은 제재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조선중앙TV/2017년 11월 :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무기 체계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15형 발사를 기점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새로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평양 외곽 산음동 무기 공장에서 액체 연료를 쓰는 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조비 워릭/워싱턴포스트 기자/CNN 인터뷰 : "북한에는 무기 관련 시설이 수백 개가 넘습니다. 놀랍게도 북한은 이러한 시설 가동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해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지난 주 분석과는 180도 다릅니다.
불과 한주 사이에 미사일 관련시설 해체와 추가 제조라는 상반된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노재천/합참 공보실장 : "우리 군은 한미 공조 하에 북한 주요 지역에서의 관련 동향들과 활동들에 대해서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습니다."]
왜 북한은 미국이 파악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미사일 개발 움직임에 나섰을까?
이를 놓고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북한이 비핵화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민감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북미 간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은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북한의 불법 무역과 노동자 송출에 연루될 경우 미국 정부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이른바 대북 제재 주의보를 한글로 번역해 공개한 데 이어,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대북제재를 준수할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니키 헤일리/유엔 주재 미국 대사/7월 20일 : "제재 면제를 원하는 나라(한국)도 있고, 풀기를 원하는 나라(중국‧러시아)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약속에 응할 때까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지난달 25일, 폼페이오 장관은 이례적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진행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도 대북 경협 기업 인사들을 만나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남북 경협 추진에 대한 속도 조절을 주문했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우리정부로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서 이런 비핵화를 이제 끌어낼 수 있다는 이런 입장인 반면에 미국입장에서 보면 남북 간 선행조치들이 자칫 북한이 비핵화를 늦출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다소 한국과 미국간의 견해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고요. 어떤 대북 제재를 둘러싼 또 우리의 대북 제재의 일부 유예조치를 둘러싼 어떤 입장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미국은 이렇듯 또다시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에 무게를 싣는 분위깁니다.
우리 정부 역시 일단 엄격한 대북 제재 틀을 유지하는 데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해서는 예외가 필요한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인데요.
관계 개선을 거론하며 채근하는 북한, 반면 제재 유지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내진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대북 제재 예외 조치를 인정해줄 것을 미국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박선원 특별보좌관도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대북 제재 면제 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일부도 최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제재유예 조치를 승인받은 데 이어, 개성공단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해 대북 제재를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어쨌든 대북경제지원이 목표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표의 어떤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을 위한 할 수 없이 수반돼야 하는 경제적인 사항들 이기 때문에 이거는 뭐 일시적인 제재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어떤 합리성도 있고 또 그거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그러한 여지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저희 입장에서는 이행할 수 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놓고 신경전을 거듭하며, 우리 정부에 각자 유리한 주문을 쏟아내고 있는 북한과 미국.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 가을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달 말로 앞당겨 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 차례 연기됐을 때 2차 남북정상회담이 돌파구 역할을 했듯 남북 정상회담이 다시 한 번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미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정상회담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지금 8월에 남북정상회담하고 그 동력을 이어서 9월 유엔총회에서 정전 선언을 하면서 종전선언을 하면서 아주 그림이 잘나오는 거죠 근데 문제는 역시 미국이 변수에요. 유엔에서의 종전선언이 힘들어 진다면 8월에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도 상당히 퇴색될 수 있거든요. 결국 지금 미국의 입장을 끌어내려면 아무래도 비핵화 초기조치와 종전선언을 동시에 이행하는 그게 아마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우리 정부에 중재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
두 나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묘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우리 정부의 외교 능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양쪽에 끼였다는 표현이 적절할까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두 나라 모두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을, 또 미국은 대북 제재를 엄격히 지킬 것을 우리 정부에 각각 요구하고 있는데요.
뾰족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입니다.
이슈앤 한반도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이산가족들이 만날 대형 상봉장에 화려한 조명이 설치되고, 숙소로 사용될 호텔과 식당도 예전 모습을 찾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황폐한 모습이던 면회소도 깨끗하게 탈바꿈해 이산가족 맞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는 20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금강산을 방문해 시설 개보수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천해성/통일부 차관 :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그것을 토대로 앞으로 20일 남아 있는 이산가족 상봉의 원만한 개최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4년 만에 다시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현 회장은 어제 금강산에서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15주기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측 인사의 금강산 방문이 이어지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경우에도 공동연락사무소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공단 재가동 문제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유진/통일부 부대변인 :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 긴밀히 협의하면서 공조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를) 유지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대북 제재 유지 방침에 대해 북한은 최근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현 남북관계를 비누거품에 비유하며 겉만 번지르르 할뿐 실속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5.24 조치 등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우리 정부를 비난하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촉구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제재는 남북 관계 개선에 백해무익한 대결정책의 산물이라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진정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들도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5.24 조치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입니다.
북한은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직접적 불만을 자제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렇듯 쉽사리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를 제시하며 유독 우리 측만을 압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의 이 같은 불만 표시는 미국의 대북제재 흐름에 우리 정부가 동조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5.24 조치로 대표되는 대북 제재의 여파로 남북 간 협력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겁니다.
실제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우리 정부가 제재를 이유로 교류 협력에 소극적이라는 북측의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불만 표시는 또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속내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한국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미국의 대북제재망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한 대북 제재 공조에 한발도 나갈 수 없다 이런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북측은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북한의 선전매체 그리고 남북간 여러 대화채널을 통해서 북측은 제재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조선중앙TV/2017년 11월 :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무기 체계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15형 발사를 기점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새로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평양 외곽 산음동 무기 공장에서 액체 연료를 쓰는 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조비 워릭/워싱턴포스트 기자/CNN 인터뷰 : "북한에는 무기 관련 시설이 수백 개가 넘습니다. 놀랍게도 북한은 이러한 시설 가동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해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지난 주 분석과는 180도 다릅니다.
불과 한주 사이에 미사일 관련시설 해체와 추가 제조라는 상반된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노재천/합참 공보실장 : "우리 군은 한미 공조 하에 북한 주요 지역에서의 관련 동향들과 활동들에 대해서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습니다."]
왜 북한은 미국이 파악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미사일 개발 움직임에 나섰을까?
이를 놓고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북한이 비핵화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민감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북미 간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은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북한의 불법 무역과 노동자 송출에 연루될 경우 미국 정부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이른바 대북 제재 주의보를 한글로 번역해 공개한 데 이어,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대북제재를 준수할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니키 헤일리/유엔 주재 미국 대사/7월 20일 : "제재 면제를 원하는 나라(한국)도 있고, 풀기를 원하는 나라(중국‧러시아)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약속에 응할 때까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지난달 25일, 폼페이오 장관은 이례적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진행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도 대북 경협 기업 인사들을 만나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남북 경협 추진에 대한 속도 조절을 주문했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우리정부로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서 이런 비핵화를 이제 끌어낼 수 있다는 이런 입장인 반면에 미국입장에서 보면 남북 간 선행조치들이 자칫 북한이 비핵화를 늦출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다소 한국과 미국간의 견해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고요. 어떤 대북 제재를 둘러싼 또 우리의 대북 제재의 일부 유예조치를 둘러싼 어떤 입장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미국은 이렇듯 또다시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에 무게를 싣는 분위깁니다.
우리 정부 역시 일단 엄격한 대북 제재 틀을 유지하는 데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해서는 예외가 필요한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인데요.
관계 개선을 거론하며 채근하는 북한, 반면 제재 유지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내진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대북 제재 예외 조치를 인정해줄 것을 미국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박선원 특별보좌관도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대북 제재 면제 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일부도 최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제재유예 조치를 승인받은 데 이어, 개성공단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해 대북 제재를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어쨌든 대북경제지원이 목표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표의 어떤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을 위한 할 수 없이 수반돼야 하는 경제적인 사항들 이기 때문에 이거는 뭐 일시적인 제재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어떤 합리성도 있고 또 그거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그러한 여지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저희 입장에서는 이행할 수 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놓고 신경전을 거듭하며, 우리 정부에 각자 유리한 주문을 쏟아내고 있는 북한과 미국.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 가을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달 말로 앞당겨 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 차례 연기됐을 때 2차 남북정상회담이 돌파구 역할을 했듯 남북 정상회담이 다시 한 번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미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정상회담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지금 8월에 남북정상회담하고 그 동력을 이어서 9월 유엔총회에서 정전 선언을 하면서 종전선언을 하면서 아주 그림이 잘나오는 거죠 근데 문제는 역시 미국이 변수에요. 유엔에서의 종전선언이 힘들어 진다면 8월에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도 상당히 퇴색될 수 있거든요. 결국 지금 미국의 입장을 끌어내려면 아무래도 비핵화 초기조치와 종전선언을 동시에 이행하는 그게 아마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우리 정부에 중재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
두 나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묘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우리 정부의 외교 능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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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한반도] “민족끼리” vs “제재 지켜야”…정부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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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8-04 07:56:40
- 수정2018-08-04 12:19:34
[앵커]
양쪽에 끼였다는 표현이 적절할까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두 나라 모두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을, 또 미국은 대북 제재를 엄격히 지킬 것을 우리 정부에 각각 요구하고 있는데요.
뾰족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입니다.
이슈앤 한반도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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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들이 만날 대형 상봉장에 화려한 조명이 설치되고, 숙소로 사용될 호텔과 식당도 예전 모습을 찾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황폐한 모습이던 면회소도 깨끗하게 탈바꿈해 이산가족 맞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는 20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금강산을 방문해 시설 개보수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천해성/통일부 차관 :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그것을 토대로 앞으로 20일 남아 있는 이산가족 상봉의 원만한 개최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4년 만에 다시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현 회장은 어제 금강산에서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15주기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측 인사의 금강산 방문이 이어지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경우에도 공동연락사무소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공단 재가동 문제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유진/통일부 부대변인 :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 긴밀히 협의하면서 공조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를) 유지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대북 제재 유지 방침에 대해 북한은 최근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현 남북관계를 비누거품에 비유하며 겉만 번지르르 할뿐 실속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5.24 조치 등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우리 정부를 비난하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촉구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제재는 남북 관계 개선에 백해무익한 대결정책의 산물이라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진정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들도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5.24 조치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입니다.
북한은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직접적 불만을 자제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렇듯 쉽사리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를 제시하며 유독 우리 측만을 압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의 이 같은 불만 표시는 미국의 대북제재 흐름에 우리 정부가 동조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5.24 조치로 대표되는 대북 제재의 여파로 남북 간 협력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겁니다.
실제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우리 정부가 제재를 이유로 교류 협력에 소극적이라는 북측의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불만 표시는 또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속내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한국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미국의 대북제재망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한 대북 제재 공조에 한발도 나갈 수 없다 이런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북측은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북한의 선전매체 그리고 남북간 여러 대화채널을 통해서 북측은 제재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조선중앙TV/2017년 11월 :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무기 체계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15형 발사를 기점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새로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평양 외곽 산음동 무기 공장에서 액체 연료를 쓰는 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조비 워릭/워싱턴포스트 기자/CNN 인터뷰 : "북한에는 무기 관련 시설이 수백 개가 넘습니다. 놀랍게도 북한은 이러한 시설 가동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해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지난 주 분석과는 180도 다릅니다.
불과 한주 사이에 미사일 관련시설 해체와 추가 제조라는 상반된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노재천/합참 공보실장 : "우리 군은 한미 공조 하에 북한 주요 지역에서의 관련 동향들과 활동들에 대해서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습니다."]
왜 북한은 미국이 파악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미사일 개발 움직임에 나섰을까?
이를 놓고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북한이 비핵화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민감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북미 간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은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북한의 불법 무역과 노동자 송출에 연루될 경우 미국 정부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이른바 대북 제재 주의보를 한글로 번역해 공개한 데 이어,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대북제재를 준수할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니키 헤일리/유엔 주재 미국 대사/7월 20일 : "제재 면제를 원하는 나라(한국)도 있고, 풀기를 원하는 나라(중국‧러시아)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약속에 응할 때까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지난달 25일, 폼페이오 장관은 이례적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진행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도 대북 경협 기업 인사들을 만나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남북 경협 추진에 대한 속도 조절을 주문했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우리정부로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서 이런 비핵화를 이제 끌어낼 수 있다는 이런 입장인 반면에 미국입장에서 보면 남북 간 선행조치들이 자칫 북한이 비핵화를 늦출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다소 한국과 미국간의 견해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고요. 어떤 대북 제재를 둘러싼 또 우리의 대북 제재의 일부 유예조치를 둘러싼 어떤 입장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미국은 이렇듯 또다시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에 무게를 싣는 분위깁니다.
우리 정부 역시 일단 엄격한 대북 제재 틀을 유지하는 데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해서는 예외가 필요한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인데요.
관계 개선을 거론하며 채근하는 북한, 반면 제재 유지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내진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대북 제재 예외 조치를 인정해줄 것을 미국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박선원 특별보좌관도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대북 제재 면제 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일부도 최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제재유예 조치를 승인받은 데 이어, 개성공단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해 대북 제재를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어쨌든 대북경제지원이 목표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표의 어떤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을 위한 할 수 없이 수반돼야 하는 경제적인 사항들 이기 때문에 이거는 뭐 일시적인 제재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어떤 합리성도 있고 또 그거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그러한 여지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저희 입장에서는 이행할 수 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놓고 신경전을 거듭하며, 우리 정부에 각자 유리한 주문을 쏟아내고 있는 북한과 미국.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 가을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달 말로 앞당겨 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 차례 연기됐을 때 2차 남북정상회담이 돌파구 역할을 했듯 남북 정상회담이 다시 한 번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미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정상회담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지금 8월에 남북정상회담하고 그 동력을 이어서 9월 유엔총회에서 정전 선언을 하면서 종전선언을 하면서 아주 그림이 잘나오는 거죠 근데 문제는 역시 미국이 변수에요. 유엔에서의 종전선언이 힘들어 진다면 8월에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도 상당히 퇴색될 수 있거든요. 결국 지금 미국의 입장을 끌어내려면 아무래도 비핵화 초기조치와 종전선언을 동시에 이행하는 그게 아마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우리 정부에 중재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
두 나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묘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우리 정부의 외교 능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양쪽에 끼였다는 표현이 적절할까요?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두 나라 모두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북 교류 활성화를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을, 또 미국은 대북 제재를 엄격히 지킬 것을 우리 정부에 각각 요구하고 있는데요.
뾰족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입니다.
이슈앤 한반도 이다솜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이산가족들이 만날 대형 상봉장에 화려한 조명이 설치되고, 숙소로 사용될 호텔과 식당도 예전 모습을 찾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황폐한 모습이던 면회소도 깨끗하게 탈바꿈해 이산가족 맞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오는 20일 열리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금강산을 방문해 시설 개보수 현장을 점검했습니다.
[천해성/통일부 차관 :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그것을 토대로 앞으로 20일 남아 있는 이산가족 상봉의 원만한 개최를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입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4년 만에 다시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현 회장은 어제 금강산에서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의 15주기 추모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처럼 우리 측 인사의 금강산 방문이 이어지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급물살을 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부인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의 경우에도 공동연락사무소 공사가 마무리되고 있지만, 공단 재가동 문제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이유진/통일부 부대변인 : "대북 제재와 관련해서 긴밀히 협의하면서 공조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를) 유지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대북 제재 유지 방침에 대해 북한은 최근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현 남북관계를 비누거품에 비유하며 겉만 번지르르 할뿐 실속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5.24 조치 등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우리 정부를 비난하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도 촉구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제재는 남북 관계 개선에 백해무익한 대결정책의 산물이라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진정으로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했습니다.
북한 대외선전 매체들도 대화와 제재를 병행한다는 생각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제재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재가동 등 5.24 조치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 정부 들어 처음입니다.
북한은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는 직접적 불만을 자제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이렇듯 쉽사리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를 제시하며 유독 우리 측만을 압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의 이 같은 불만 표시는 미국의 대북제재 흐름에 우리 정부가 동조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입니다.
5.24 조치로 대표되는 대북 제재의 여파로 남북 간 협력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겁니다.
실제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홍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우리 정부가 제재를 이유로 교류 협력에 소극적이라는 북측의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불만 표시는 또 대북제재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속내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한국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미국의 대북제재망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의 입장은 확고한 대북 제재 공조에 한발도 나갈 수 없다 이런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북측은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북한의 선전매체 그리고 남북간 여러 대화채널을 통해서 북측은 제재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시험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5형.
[조선중앙TV/2017년 11월 :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 무기 체계는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초대형 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켓으로서..."]
김정은 위원장은 화성-15형 발사를 기점으로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새로운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사실상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최근 평양 인근에서 새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평양 외곽 산음동 무기 공장에서 액체 연료를 쓰는 ICBM을 제조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조비 워릭/워싱턴포스트 기자/CNN 인터뷰 : "북한에는 무기 관련 시설이 수백 개가 넘습니다. 놀랍게도 북한은 이러한 시설 가동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 대부분은 여전히 가동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해체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의 지난 주 분석과는 180도 다릅니다.
불과 한주 사이에 미사일 관련시설 해체와 추가 제조라는 상반된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노재천/합참 공보실장 : "우리 군은 한미 공조 하에 북한 주요 지역에서의 관련 동향들과 활동들에 대해서 면밀히 추적, 감시하고 있습니다."]
왜 북한은 미국이 파악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미사일 개발 움직임에 나섰을까?
이를 놓고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북한이 비핵화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부각시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민감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폼페이오 장관이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됩니다.
비핵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북미 간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미국은 대북제재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발표한 북한의 불법 무역과 노동자 송출에 연루될 경우 미국 정부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이른바 대북 제재 주의보를 한글로 번역해 공개한 데 이어,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대북제재를 준수할 것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니키 헤일리/유엔 주재 미국 대사/7월 20일 : "제재 면제를 원하는 나라(한국)도 있고, 풀기를 원하는 나라(중국‧러시아)도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약속에 응할 때까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지난달 25일, 폼페이오 장관은 이례적으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갖고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진행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도 대북 경협 기업 인사들을 만나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남북 경협 추진에 대한 속도 조절을 주문했습니다.
[조성렬/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우리정부로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통해서 이런 비핵화를 이제 끌어낼 수 있다는 이런 입장인 반면에 미국입장에서 보면 남북 간 선행조치들이 자칫 북한이 비핵화를 늦출 수 있는 구실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다소 한국과 미국간의 견해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인 것 같고요. 어떤 대북 제재를 둘러싼 또 우리의 대북 제재의 일부 유예조치를 둘러싼 어떤 입장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미국은 이렇듯 또다시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에 무게를 싣는 분위깁니다.
우리 정부 역시 일단 엄격한 대북 제재 틀을 유지하는 데는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해서는 예외가 필요한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인데요.
관계 개선을 거론하며 채근하는 북한, 반면 제재 유지라는 원칙을 고수하는 미국 사이에서 우리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 공조에 균열을 내진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해 대북 제재 예외 조치를 인정해줄 것을 미국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박선원 특별보좌관도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대북 제재 면제 범위를 확대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통일부도 최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해 제재유예 조치를 승인받은 데 이어, 개성공단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해 대북 제재를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어쨌든 대북경제지원이 목표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목표의 어떤 남북한 간의 교류협력을 위한 할 수 없이 수반돼야 하는 경제적인 사항들 이기 때문에 이거는 뭐 일시적인 제재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어떤 합리성도 있고 또 그거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그러한 여지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저희 입장에서는 이행할 수 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놓고 신경전을 거듭하며, 우리 정부에 각자 유리한 주문을 쏟아내고 있는 북한과 미국.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 가을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달 말로 앞당겨 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이 한 차례 연기됐을 때 2차 남북정상회담이 돌파구 역할을 했듯 남북 정상회담이 다시 한 번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미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정상회담에 나설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단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지금 8월에 남북정상회담하고 그 동력을 이어서 9월 유엔총회에서 정전 선언을 하면서 종전선언을 하면서 아주 그림이 잘나오는 거죠 근데 문제는 역시 미국이 변수에요. 유엔에서의 종전선언이 힘들어 진다면 8월에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도 상당히 퇴색될 수 있거든요. 결국 지금 미국의 입장을 끌어내려면 아무래도 비핵화 초기조치와 종전선언을 동시에 이행하는 그게 아마 가장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비핵화 협상이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우리 정부에 중재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
두 나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묘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우리 정부의 외교 능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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