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현장]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사는 홍콩 사람들

입력 2018.08.10 (20:34) 수정 2018.08.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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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맥난민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와 난민을 더한 단어로 맥도날드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요.

홍콩에선 이런 맥난민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특파원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도엽 특파원, 홍콩 시민들 중 일부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밤을 보낸다죠?

[기자]

네, 홍콩 현지에서는 맥 레퓨지, 그러니까 맥도널즈와 난민을 뜻하는 레퓨지를 합성해서 이들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홍콩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입니다.

매장 여기저기에 엎드려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일부는 의자에 누워있기도 합니다.

이들 모두 이른바 맥난민들입니다.

한 단체가 지난 6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4시간 영업하는 홍콩 내 110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최소 3개월 동안 밤을 보낸 홍콩사람들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5년 전에 비해 무려 6배 가량 증가한 겁니다.

특히 한 매장에선 무려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밤을 보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앵커]

집이나 직장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아마 대부분 노숙자일 것이라 예상하실텐데요.

물론 노숙자가 대부분입니다만 일부는 거주지나 직장이 있음에도 패스트 푸드 매장에서 밤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남성은 청소 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저녁 퇴근 후 패스트 푸드매장으로 향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수년 째 맥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맥난민 : "저는 맥도날드에서 잠을 잡니다. 양치질을 할 수도 있고 세수를 할 수도 있죠."]

실제로 50여 명의 맥난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7%는 취업인이었고, 71%는 주택을 가지고 있거나 세입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돈을 벌거나 집이 있는데도 이렇게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네, 미국 CNN 등은 홍콩에서 주거비용과 관련한 부담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중산층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홍콩의 주택 가격은 임계점을 사실상 넘어서고 있습니다.

[폴 찬/홍콩 재정사 사장 : "지난 몇년 간 주택 공급 부족과 초저금리 등으로 시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땅값이 치솟았습니다."]

비싼 임차료를 내고 방 한칸을 얻어 생활하는 사람들의 사정도 여의치 않습니다.

주거 환경이 패스트 푸드 점보다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맥난민 : "(여기서는) 여름에 에어컨을 쐴 수 있어 좋죠. 비나 바람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요."]

임차료가 저렴한 공공임대 주택의 입주를 기다리며 맥난민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주 지원자 수가 27만 명에 달해 입주하기까지 평균 대기 기간도 5년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결국 악명 높은 홍콩의 집값 때문인 건데요.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홍콩 정부는 지난 6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빈집세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습니다.

주택 개발업자가 분양한 아파트가 1년 이상 팔리지 않고 빈집으로 남아 있으면 임대료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집세를 내리게 하겠다는 거죠.

또 최근 홍콩 은행들이 주택담보 대출의 금리를 0.1%~ 0.2% 가량 인상하기도 했는데요.

이같은 정책들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홍콩의 주택 가격의 상승세가 꺾일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상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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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8-10 20:42:08
    • 수정2018-08-10 20:47:53
    글로벌24
[앵커]

맥난민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와 난민을 더한 단어로 맥도날드에서 밤을 보내는 사람들을 의미하는데요.

홍콩에선 이런 맥난민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 특파원 연결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김도엽 특파원, 홍콩 시민들 중 일부가 패스트푸드점에서 밤을 보낸다죠?

[기자]

네, 홍콩 현지에서는 맥 레퓨지, 그러니까 맥도널즈와 난민을 뜻하는 레퓨지를 합성해서 이들을 이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홍콩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입니다.

매장 여기저기에 엎드려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일부는 의자에 누워있기도 합니다.

이들 모두 이른바 맥난민들입니다.

한 단체가 지난 6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4시간 영업하는 홍콩 내 110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최소 3개월 동안 밤을 보낸 홍콩사람들이 300명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5년 전에 비해 무려 6배 가량 증가한 겁니다.

특히 한 매장에선 무려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밤을 보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앵커]

집이나 직장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아마 대부분 노숙자일 것이라 예상하실텐데요.

물론 노숙자가 대부분입니다만 일부는 거주지나 직장이 있음에도 패스트 푸드 매장에서 밤을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남성은 청소 업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저녁 퇴근 후 패스트 푸드매장으로 향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수년 째 맥난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겁니다.

[맥난민 : "저는 맥도날드에서 잠을 잡니다. 양치질을 할 수도 있고 세수를 할 수도 있죠."]

실제로 50여 명의 맥난민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57%는 취업인이었고, 71%는 주택을 가지고 있거나 세입자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돈을 벌거나 집이 있는데도 이렇게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생활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네, 미국 CNN 등은 홍콩에서 주거비용과 관련한 부담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중산층 아파트 가격이 평당 1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홍콩의 주택 가격은 임계점을 사실상 넘어서고 있습니다.

[폴 찬/홍콩 재정사 사장 : "지난 몇년 간 주택 공급 부족과 초저금리 등으로 시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땅값이 치솟았습니다."]

비싼 임차료를 내고 방 한칸을 얻어 생활하는 사람들의 사정도 여의치 않습니다.

주거 환경이 패스트 푸드 점보다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맥난민 : "(여기서는) 여름에 에어컨을 쐴 수 있어 좋죠. 비나 바람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요."]

임차료가 저렴한 공공임대 주택의 입주를 기다리며 맥난민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주 지원자 수가 27만 명에 달해 입주하기까지 평균 대기 기간도 5년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결국 악명 높은 홍콩의 집값 때문인 건데요.

이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홍콩 정부는 지난 6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빈집세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습니다.

주택 개발업자가 분양한 아파트가 1년 이상 팔리지 않고 빈집으로 남아 있으면 임대료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세금으로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집세를 내리게 하겠다는 거죠.

또 최근 홍콩 은행들이 주택담보 대출의 금리를 0.1%~ 0.2% 가량 인상하기도 했는데요.

이같은 정책들로 천정부지로 치솟는 홍콩의 주택 가격의 상승세가 꺾일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상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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