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원 순례길’…빈곤으로 내몰린 노인들

입력 2018.09.11 (09:51) 수정 2018.09.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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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500원을 받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거리로 나서는 절실한 노인들이 있습니다.

OECD 국가 노인빈곤율 1위인 우리 자화상인데요,

국민 7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과제 중 하나, 오늘은 노인 일자리를 살펴봅니다.

최은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침 7시, 노인들이 동네 공원에 긴 줄을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공원 근처 교회와 성당에서 나눠주는 500원짜리 동전을 받기 위해섭니다.

["집에서 4시 반에 나왔지. 구로동에서 첫 차 타고. 여기 들어오니까 6시 30분이었지."]

온 순서대로 동전을 나눠주기 때문에 자리맡기는 필수.

오전 9시, 드디어 번호표가 주어집니다.

간혹 신경전도 벌어집니다.

["아 이 새치기를 해 (뭐야 뭐야 여기) 아줌마 그렇게 거짓말을 해."]

겨우 도착한 이 할아버지는 끝 번호를 받았습니다.

["지금 오는 길이에요. 내가 걸음이 느려서 줄이 없어요. 꼴찌받고 그래요."]

노인 300여 명이 2시간 넘게 기다려 받은 돈은 500원짜리 동전 3개.

82살인 유 할머니는 이 돈을 모아 방세에 보탭니다.

[유○○/82세 : "세 사는 사람들이라 셋돈 줘야지. 보통 15만원 가지. 10만원, 15만원."]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82세 : "신사에 500원 주는 (교회가) 잘 줘요. 거기가."]

공원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또 다른 교회,

아까 공원에 있던 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이 곳에 모인 노인들은 250여 명.

노인들은 이곳에서 또 동전을 받습니다.

[최○○/82세 : "두 군데. 아까 세 개. 여기서 한 개. 그러니까 4개 받았지. 2천 원."]

오늘 최 할머니는 2천원 그대로 저금통에 넣을 계획입니다.

[최○○/82세 : "저축해서 쓰고 해야지. 돈은 막 쓰는거 아니야. 이렇게 벌어서 어떻게 막 쓰겠어."]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 없는 노인들, 오늘도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일 안 쓰이잖아. 나이 많다고. 일도 안쓰이고 돈도 없고 하니까, 이런데 안 다닐 수 없잖아."]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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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0원 순례길’…빈곤으로 내몰린 노인들
    • 입력 2018-09-11 09:56:56
    • 수정2018-09-11 10:10:26
    930뉴스
[앵커]

매주 500원을 받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거리로 나서는 절실한 노인들이 있습니다.

OECD 국가 노인빈곤율 1위인 우리 자화상인데요,

국민 7명 가운데 1명이 노인인 고령사회에 접어든 대한민국의 과제 중 하나, 오늘은 노인 일자리를 살펴봅니다.

최은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아침 7시, 노인들이 동네 공원에 긴 줄을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공원 근처 교회와 성당에서 나눠주는 500원짜리 동전을 받기 위해섭니다.

["집에서 4시 반에 나왔지. 구로동에서 첫 차 타고. 여기 들어오니까 6시 30분이었지."]

온 순서대로 동전을 나눠주기 때문에 자리맡기는 필수.

오전 9시, 드디어 번호표가 주어집니다.

간혹 신경전도 벌어집니다.

["아 이 새치기를 해 (뭐야 뭐야 여기) 아줌마 그렇게 거짓말을 해."]

겨우 도착한 이 할아버지는 끝 번호를 받았습니다.

["지금 오는 길이에요. 내가 걸음이 느려서 줄이 없어요. 꼴찌받고 그래요."]

노인 300여 명이 2시간 넘게 기다려 받은 돈은 500원짜리 동전 3개.

82살인 유 할머니는 이 돈을 모아 방세에 보탭니다.

[유○○/82세 : "세 사는 사람들이라 셋돈 줘야지. 보통 15만원 가지. 10만원, 15만원."]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82세 : "신사에 500원 주는 (교회가) 잘 줘요. 거기가."]

공원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또 다른 교회,

아까 공원에 있던 노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이 곳에 모인 노인들은 250여 명.

노인들은 이곳에서 또 동전을 받습니다.

[최○○/82세 : "두 군데. 아까 세 개. 여기서 한 개. 그러니까 4개 받았지. 2천 원."]

오늘 최 할머니는 2천원 그대로 저금통에 넣을 계획입니다.

[최○○/82세 : "저축해서 쓰고 해야지. 돈은 막 쓰는거 아니야. 이렇게 벌어서 어떻게 막 쓰겠어."]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 없는 노인들, 오늘도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일 안 쓰이잖아. 나이 많다고. 일도 안쓰이고 돈도 없고 하니까, 이런데 안 다닐 수 없잖아."]

KBS 뉴스 최은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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