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의 늪④] 최저주거기준 14㎡ 못 미쳐도 월세가 46만 원
입력 2018.09.20 (16:24)
수정 2018.09.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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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20대 1인가구 11.3%가 고시원
대학생들 사이에선 '지·옥·고'란 말이 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일컫는 말인데 열악한 주거환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서울의 한 여대 4학년인 김 모 씨도 '지·옥·고' 에 산 적이 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고 김 씨는 말했다. "옆방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안 돼 밤에는 창문을 열지 못했다. 곰팡이 냄새 때문에 낮엔 창문을 열어놓고 나가도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난방이 안 돼 겨울엔 너무 추워서 패딩을 입고 잤고 화장실은 변기가 벽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조금 틀어서 앉아야 했다."고 말했다.
통계청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시원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1.jpg)
전 연령을 통틀어 고시원 거주 비율은 평균 5%인데 20대는 11.3%나 된다.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그 다음으론 30대가 6.5%로 높았고 40대와 50대는 상대적으로 낮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6만 원인 12㎡ 원룸의 모습
여대생 김 씨는 취재진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홍익대 근처에 사는 제 친구 집이에요. 고시원이 아니고 원룸이에요. 보증금이 1,000 만원이고 월세가 46만 원인데 크기가 12㎡밖에 안 되요. 고시원보다 못한 것 같아요."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2.jpg)
일단 화장실을 보면 성인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찰 공간에 변기와 샤워기가 힘들게 설치된 느낌이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3.jpg)
침대와 옷장, 냉장고를 놓고 나면 공간이 없어 TV는 선반 위에 올려져 있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4.jpg)
전자렌지는 건물 계단 중간에, 세탁기는 건물 옥상에 공용으로 하나씩 놓여 있다.
최저 주거기준 ‘14㎡’…20대 단독가구 11.9%가 거주
이 대학생이 사는 집은 주택법에 규정된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방이다. 1인 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은 14㎡이다. 여기서 2㎡가 모자라지만 보증금 '1,000', 월세 '50'에 근접한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5.jpg)
최저 주거기준엔 면적 외에도 방음과 환기, 대피 설비 등 다양한 세부 기준이 있다. 하지만 모든 집의 주거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 취재진은 최소 주거 면적인 '14㎡'에 못 미치는 집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살고 있으며, 또 소득 중 월세로 인한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앞서 살펴본 '2017년 주거실태조사' 원본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6.jpg)
1인 가구 가운데 14㎡ 미만인 공간에 사는 비율 역시 고시원 1인 가구 비율과 마찬가지로 20대가 11.9%로 모든 연령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30대는 7.9%, 40대는 5.5%에 그쳤다.
14㎡ 미만에 사는 20대 단독 가구가 부담하는 월세는 어느 정도일까? 보증금까지 월세로 환산한 금액은 평균 31만 7천 원으로 14㎡ 이상인 38만 2천 원에 비해서 6만 5천 원 저렴한 수준이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7.jpg)
월 소득 가운데 주택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인 RIR(Rent to Income Ratio)을 계산해 보았다. 14㎡ 미만에 사는 20대는 RIR이 무려 37.5%로 전체 연령의 RIR인 27.5%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주거 빈곤층’의 RIR 기준이 30%임을 생각해보면, 14㎡ 미만에 거주하는 20대 1인 가구의 RIR은 '주거빈곤층'의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 같은 14㎡ 미만에 거주하더라도 30, 40대 1인 가구는 RIR이 16.7%에 불과하다.
14㎡ 미만 원룸도 대학에 가까울수록 더 비싸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8.jpg)
14㎡ 미만의 원룸 역시 대학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비싸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보증금을 모두 월세로 환산한 뒤 3.3㎡ 기준으로 나눈 월세전환액을 기준으로 볼 때, 대학 반경 500m 안에 있으면 13만 원, 반경 1km와 2km 안에 있는 곳은 각각 12만 천 원과 11만 8천 원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해도 벗어나기 힘든 늪…“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해달라”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면서도 무거운 월세 부담을 지는 일은 단지 대학생에 국한되진 않는다. 서울 소재 호텔 관련 학과를 졸업한 김 모 씨는 졸업 전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5만원짜리 원룸에 살았지만 오히려 취업한 뒤에는 '지·옥·고' 중 하나인 옥탑방에서 살게 됐다.
지금 사는 곳은 면적도 10㎡ 정도로 최저 주거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도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40만 원이나 한다. 취직한 호텔이 홍익대학교 근처에 있는 탓에 매달 15만 원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대학가 옥탑방을 선택했다.
김 씨는 "월급이 150만 원 안팎인데 15만 원이면 큰 돈이다. 홍대 주변이 워낙 월세가 비싸서 어쩔 수 없었다. 직장 동료들은 신도림 근처에 많이 사는데 새로 지은 건물은 월세가 70만 원 정도라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겨울엔 온수매트를 틀면 나은데 햇빛을 바로 받는 여름이 힘들다.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견디기 괴로웠다. 매일 지방에 새로 들어서는 호텔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데 이직할 수 있다면 서울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문제를 다루는 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최지희 위원장은 이 같은 현실이 "한국 사회가 부동산 투기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곪은 것들이 청년들에게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중산층이 무너지면 무언가 큰 일이 난 것처럼 난리가 나지만 정작 청년들은 '젊어서 고생은 좀 해도 돼', '그래도 반짝반짝한 희망찬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동영상을 클릭하면 좀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볼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사글세에서 월세, 전세, 자가로 가는 '주거 상향 사다리' 라는 건 청년들에겐 이제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권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라고 강조했다.
* 데이터분석 : 이지연, 윤지희 * 인포그래픽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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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고 김 씨는 말했다. "옆방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안 돼 밤에는 창문을 열지 못했다. 곰팡이 냄새 때문에 낮엔 창문을 열어놓고 나가도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난방이 안 돼 겨울엔 너무 추워서 패딩을 입고 잤고 화장실은 변기가 벽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조금 틀어서 앉아야 했다."고 말했다.
통계청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시원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1.jpg)
전 연령을 통틀어 고시원 거주 비율은 평균 5%인데 20대는 11.3%나 된다.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그 다음으론 30대가 6.5%로 높았고 40대와 50대는 상대적으로 낮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6만 원인 12㎡ 원룸의 모습
여대생 김 씨는 취재진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홍익대 근처에 사는 제 친구 집이에요. 고시원이 아니고 원룸이에요. 보증금이 1,000 만원이고 월세가 46만 원인데 크기가 12㎡밖에 안 되요. 고시원보다 못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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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화장실을 보면 성인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찰 공간에 변기와 샤워기가 힘들게 설치된 느낌이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3.jpg)
침대와 옷장, 냉장고를 놓고 나면 공간이 없어 TV는 선반 위에 올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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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렌지는 건물 계단 중간에, 세탁기는 건물 옥상에 공용으로 하나씩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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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학생이 사는 집은 주택법에 규정된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방이다. 1인 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은 14㎡이다. 여기서 2㎡가 모자라지만 보증금 '1,000', 월세 '50'에 근접한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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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주거기준엔 면적 외에도 방음과 환기, 대피 설비 등 다양한 세부 기준이 있다. 하지만 모든 집의 주거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 취재진은 최소 주거 면적인 '14㎡'에 못 미치는 집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살고 있으며, 또 소득 중 월세로 인한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앞서 살펴본 '2017년 주거실태조사' 원본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6.jpg)
1인 가구 가운데 14㎡ 미만인 공간에 사는 비율 역시 고시원 1인 가구 비율과 마찬가지로 20대가 11.9%로 모든 연령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30대는 7.9%, 40대는 5.5%에 그쳤다.
14㎡ 미만에 사는 20대 단독 가구가 부담하는 월세는 어느 정도일까? 보증금까지 월세로 환산한 금액은 평균 31만 7천 원으로 14㎡ 이상인 38만 2천 원에 비해서 6만 5천 원 저렴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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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소득 가운데 주택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인 RIR(Rent to Income Ratio)을 계산해 보았다. 14㎡ 미만에 사는 20대는 RIR이 무려 37.5%로 전체 연령의 RIR인 27.5%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주거 빈곤층’의 RIR 기준이 30%임을 생각해보면, 14㎡ 미만에 거주하는 20대 1인 가구의 RIR은 '주거빈곤층'의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 같은 14㎡ 미만에 거주하더라도 30, 40대 1인 가구는 RIR이 16.7%에 불과하다.
14㎡ 미만 원룸도 대학에 가까울수록 더 비싸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8.jpg)
14㎡ 미만의 원룸 역시 대학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비싸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보증금을 모두 월세로 환산한 뒤 3.3㎡ 기준으로 나눈 월세전환액을 기준으로 볼 때, 대학 반경 500m 안에 있으면 13만 원, 반경 1km와 2km 안에 있는 곳은 각각 12만 천 원과 11만 8천 원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해도 벗어나기 힘든 늪…“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해달라”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면서도 무거운 월세 부담을 지는 일은 단지 대학생에 국한되진 않는다. 서울 소재 호텔 관련 학과를 졸업한 김 모 씨는 졸업 전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5만원짜리 원룸에 살았지만 오히려 취업한 뒤에는 '지·옥·고' 중 하나인 옥탑방에서 살게 됐다.
지금 사는 곳은 면적도 10㎡ 정도로 최저 주거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도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40만 원이나 한다. 취직한 호텔이 홍익대학교 근처에 있는 탓에 매달 15만 원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대학가 옥탑방을 선택했다.
김 씨는 "월급이 150만 원 안팎인데 15만 원이면 큰 돈이다. 홍대 주변이 워낙 월세가 비싸서 어쩔 수 없었다. 직장 동료들은 신도림 근처에 많이 사는데 새로 지은 건물은 월세가 70만 원 정도라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겨울엔 온수매트를 틀면 나은데 햇빛을 바로 받는 여름이 힘들다.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견디기 괴로웠다. 매일 지방에 새로 들어서는 호텔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데 이직할 수 있다면 서울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문제를 다루는 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최지희 위원장은 이 같은 현실이 "한국 사회가 부동산 투기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곪은 것들이 청년들에게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중산층이 무너지면 무언가 큰 일이 난 것처럼 난리가 나지만 정작 청년들은 '젊어서 고생은 좀 해도 돼', '그래도 반짝반짝한 희망찬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동영상을 클릭하면 좀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볼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사글세에서 월세, 전세, 자가로 가는 '주거 상향 사다리' 라는 건 청년들에겐 이제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권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라고 강조했다.
* 데이터분석 : 이지연, 윤지희 * 인포그래픽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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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세의 늪④] 최저주거기준 14㎡ 못 미쳐도 월세가 4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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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8-09-20 16:24:22
- 수정2018-09-20 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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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사이에선 '지·옥·고'란 말이 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일컫는 말인데 열악한 주거환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서울의 한 여대 4학년인 김 모 씨도 '지·옥·고' 에 산 적이 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고 김 씨는 말했다. "옆방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안 돼 밤에는 창문을 열지 못했다. 곰팡이 냄새 때문에 낮엔 창문을 열어놓고 나가도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난방이 안 돼 겨울엔 너무 추워서 패딩을 입고 잤고 화장실은 변기가 벽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조금 틀어서 앉아야 했다."고 말했다.
통계청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시원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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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령을 통틀어 고시원 거주 비율은 평균 5%인데 20대는 11.3%나 된다.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그 다음으론 30대가 6.5%로 높았고 40대와 50대는 상대적으로 낮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6만 원인 12㎡ 원룸의 모습
여대생 김 씨는 취재진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홍익대 근처에 사는 제 친구 집이에요. 고시원이 아니고 원룸이에요. 보증금이 1,000 만원이고 월세가 46만 원인데 크기가 12㎡밖에 안 되요. 고시원보다 못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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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화장실을 보면 성인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찰 공간에 변기와 샤워기가 힘들게 설치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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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옷장, 냉장고를 놓고 나면 공간이 없어 TV는 선반 위에 올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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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렌지는 건물 계단 중간에, 세탁기는 건물 옥상에 공용으로 하나씩 놓여 있다.
최저 주거기준 ‘14㎡’…20대 단독가구 11.9%가 거주
이 대학생이 사는 집은 주택법에 규정된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방이다. 1인 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은 14㎡이다. 여기서 2㎡가 모자라지만 보증금 '1,000', 월세 '50'에 근접한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5.jpg)
최저 주거기준엔 면적 외에도 방음과 환기, 대피 설비 등 다양한 세부 기준이 있다. 하지만 모든 집의 주거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 취재진은 최소 주거 면적인 '14㎡'에 못 미치는 집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살고 있으며, 또 소득 중 월세로 인한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앞서 살펴본 '2017년 주거실태조사' 원본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6.jpg)
1인 가구 가운데 14㎡ 미만인 공간에 사는 비율 역시 고시원 1인 가구 비율과 마찬가지로 20대가 11.9%로 모든 연령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30대는 7.9%, 40대는 5.5%에 그쳤다.
14㎡ 미만에 사는 20대 단독 가구가 부담하는 월세는 어느 정도일까? 보증금까지 월세로 환산한 금액은 평균 31만 7천 원으로 14㎡ 이상인 38만 2천 원에 비해서 6만 5천 원 저렴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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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소득 가운데 주택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인 RIR(Rent to Income Ratio)을 계산해 보았다. 14㎡ 미만에 사는 20대는 RIR이 무려 37.5%로 전체 연령의 RIR인 27.5%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주거 빈곤층’의 RIR 기준이 30%임을 생각해보면, 14㎡ 미만에 거주하는 20대 1인 가구의 RIR은 '주거빈곤층'의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 같은 14㎡ 미만에 거주하더라도 30, 40대 1인 가구는 RIR이 16.7%에 불과하다.
14㎡ 미만 원룸도 대학에 가까울수록 더 비싸
![](/data/fckeditor/new/image/20180920yjw1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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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해도 벗어나기 힘든 늪…“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해달라”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면서도 무거운 월세 부담을 지는 일은 단지 대학생에 국한되진 않는다. 서울 소재 호텔 관련 학과를 졸업한 김 모 씨는 졸업 전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5만원짜리 원룸에 살았지만 오히려 취업한 뒤에는 '지·옥·고' 중 하나인 옥탑방에서 살게 됐다.
지금 사는 곳은 면적도 10㎡ 정도로 최저 주거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도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40만 원이나 한다. 취직한 호텔이 홍익대학교 근처에 있는 탓에 매달 15만 원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대학가 옥탑방을 선택했다.
김 씨는 "월급이 150만 원 안팎인데 15만 원이면 큰 돈이다. 홍대 주변이 워낙 월세가 비싸서 어쩔 수 없었다. 직장 동료들은 신도림 근처에 많이 사는데 새로 지은 건물은 월세가 70만 원 정도라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겨울엔 온수매트를 틀면 나은데 햇빛을 바로 받는 여름이 힘들다.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견디기 괴로웠다. 매일 지방에 새로 들어서는 호텔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데 이직할 수 있다면 서울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문제를 다루는 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최지희 위원장은 이 같은 현실이 "한국 사회가 부동산 투기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곪은 것들이 청년들에게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중산층이 무너지면 무언가 큰 일이 난 것처럼 난리가 나지만 정작 청년들은 '젊어서 고생은 좀 해도 돼', '그래도 반짝반짝한 희망찬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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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사글세에서 월세, 전세, 자가로 가는 '주거 상향 사다리' 라는 건 청년들에겐 이제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권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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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의 늪③] 내가 사는 대학 주변 월세는 어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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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사이에선 '지·옥·고'란 말이 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을 일컫는 말인데 열악한 주거환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서울의 한 여대 4학년인 김 모 씨도 '지·옥·고' 에 산 적이 있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감옥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고 김 씨는 말했다. "옆방에서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잘 안 돼 밤에는 창문을 열지 못했다. 곰팡이 냄새 때문에 낮엔 창문을 열어놓고 나가도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난방이 안 돼 겨울엔 너무 추워서 패딩을 입고 잤고 화장실은 변기가 벽에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조금 틀어서 앉아야 했다."고 말했다.
통계청 '2017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고시원에 거주하는 1인 가구의 비율은 20대가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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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령을 통틀어 고시원 거주 비율은 평균 5%인데 20대는 11.3%나 된다. 평균치의 두 배가 넘는다. 그 다음으론 30대가 6.5%로 높았고 40대와 50대는 상대적으로 낮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6만 원인 12㎡ 원룸의 모습
여대생 김 씨는 취재진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홍익대 근처에 사는 제 친구 집이에요. 고시원이 아니고 원룸이에요. 보증금이 1,000 만원이고 월세가 46만 원인데 크기가 12㎡밖에 안 되요. 고시원보다 못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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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화장실을 보면 성인 한 명이 들어가면 꽉 찰 공간에 변기와 샤워기가 힘들게 설치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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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옷장, 냉장고를 놓고 나면 공간이 없어 TV는 선반 위에 올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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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렌지는 건물 계단 중간에, 세탁기는 건물 옥상에 공용으로 하나씩 놓여 있다.
최저 주거기준 ‘14㎡’…20대 단독가구 11.9%가 거주
이 대학생이 사는 집은 주택법에 규정된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방이다. 1인 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은 14㎡이다. 여기서 2㎡가 모자라지만 보증금 '1,000', 월세 '50'에 근접한 임대료를 부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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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 주거기준엔 면적 외에도 방음과 환기, 대피 설비 등 다양한 세부 기준이 있다. 하지만 모든 집의 주거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객관적인 자료를 얻기 위해 취재진은 최소 주거 면적인 '14㎡'에 못 미치는 집에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살고 있으며, 또 소득 중 월세로 인한 부담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았다.
앞서 살펴본 '2017년 주거실태조사' 원본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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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가운데 14㎡ 미만인 공간에 사는 비율 역시 고시원 1인 가구 비율과 마찬가지로 20대가 11.9%로 모든 연령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30대는 7.9%, 40대는 5.5%에 그쳤다.
14㎡ 미만에 사는 20대 단독 가구가 부담하는 월세는 어느 정도일까? 보증금까지 월세로 환산한 금액은 평균 31만 7천 원으로 14㎡ 이상인 38만 2천 원에 비해서 6만 5천 원 저렴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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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소득 가운데 주택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율인 RIR(Rent to Income Ratio)을 계산해 보았다. 14㎡ 미만에 사는 20대는 RIR이 무려 37.5%로 전체 연령의 RIR인 27.5%와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주거 빈곤층’의 RIR 기준이 30%임을 생각해보면, 14㎡ 미만에 거주하는 20대 1인 가구의 RIR은 '주거빈곤층'의 수준에도 못미친다는 얘기다. 같은 14㎡ 미만에 거주하더라도 30, 40대 1인 가구는 RIR이 16.7%에 불과하다.
14㎡ 미만 원룸도 대학에 가까울수록 더 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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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미만의 원룸 역시 대학과 거리가 가까울수록 비싸지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보증금을 모두 월세로 환산한 뒤 3.3㎡ 기준으로 나눈 월세전환액을 기준으로 볼 때, 대학 반경 500m 안에 있으면 13만 원, 반경 1km와 2km 안에 있는 곳은 각각 12만 천 원과 11만 8천 원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해도 벗어나기 힘든 늪…“인간답게 살 권리 보장해달라”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면서도 무거운 월세 부담을 지는 일은 단지 대학생에 국한되진 않는다. 서울 소재 호텔 관련 학과를 졸업한 김 모 씨는 졸업 전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5만원짜리 원룸에 살았지만 오히려 취업한 뒤에는 '지·옥·고' 중 하나인 옥탑방에서 살게 됐다.
지금 사는 곳은 면적도 10㎡ 정도로 최저 주거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데도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가 40만 원이나 한다. 취직한 호텔이 홍익대학교 근처에 있는 탓에 매달 15만 원의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대학가 옥탑방을 선택했다.
김 씨는 "월급이 150만 원 안팎인데 15만 원이면 큰 돈이다. 홍대 주변이 워낙 월세가 비싸서 어쩔 수 없었다. 직장 동료들은 신도림 근처에 많이 사는데 새로 지은 건물은 월세가 70만 원 정도라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겨울엔 온수매트를 틀면 나은데 햇빛을 바로 받는 여름이 힘들다. 이번 여름은 너무 더워서 견디기 괴로웠다. 매일 지방에 새로 들어서는 호텔이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데 이직할 수 있다면 서울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 주거문제를 다루는 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의 최지희 위원장은 이 같은 현실이 "한국 사회가 부동산 투기를 중심으로 성장하면서 곪은 것들이 청년들에게 터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중산층이 무너지면 무언가 큰 일이 난 것처럼 난리가 나지만 정작 청년들은 '젊어서 고생은 좀 해도 돼', '그래도 반짝반짝한 희망찬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동영상을 클릭하면 좀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볼 수 있다.
최 위원장은 "사글세에서 월세, 전세, 자가로 가는 '주거 상향 사다리' 라는 건 청년들에겐 이제 기대하기 힘든 일이다.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주거권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라고 강조했다.
* 데이터분석 : 이지연, 윤지희 * 인포그래픽 : 임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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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호 기자 oasi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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