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넘치는 관광객…주민도 환경도 ‘고통’

입력 2018.10.01 (18:06) 수정 2018.10.0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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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먼저 제가 준비한 사진부터 보실까요?

[앵커]

섬인 것 같은데, 울창한 숲이 사라진 모습이네요, 어딘가요?

[기자]

이곳은 환경 정화를 위해 지난 4월 잠정 폐쇄됐던 필리핀 보라카이 섬입니다.

이번 달 26일 재개장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변했을까요?

보라카이 섬은 지금 관광객 맞을 준비에 한창입니다.

도로 확장 공사와 하수관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정화시설도 다시 설치하는 등 분주한 모습입니다.

연간 2백만 명이 찾는다는 필리핀 대표 휴양지인 보라카이 섬.

그러나 관광객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와 폐수로 '시궁창'이란 지적까지 받았는데요,

필리핀 정부는 19억 달러가 넘는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6개월 동안 폐쇄 조치를 강행했습니다.

[안토니오 오포사/환경법률 전문가 : "불과 15년 까지만 해도 그토록 아름답던 보라카이 섬을 어떻게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요? 섬을 지키려는 사람은 당연히 없었어요. 바로 이 돈 때문이죠".]

필리핀 당국은 보라카이 섬 재개장 이후에도 하루 최대 관광객 수를 만 9천 명으로 제한하고, 해변에서는 음주와 흡연을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태국 피피섬도 같은 이유로 지난 6월부터 폐쇄됐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피피섬 마야 베이에서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11월에 다시 문을 열 전망입니다.

[앵커]

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에서도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최근 상황은 어떻습니까? 좀 나아졌나요?

[기자]

외신 보도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부 관광객들이 여전히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한 유적지에선 남성 두 명이 속옷 차림으로 물장구를 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고요,

트레비 분수 앞에서는 사진이 잘 나오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외국인 여성 두 명이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베네치아에서도 중국 관광객들이 돗자리를 펴고 음식물을 섭취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죠.

물론 비단 이탈리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요,

전 세계 곳곳에서 일부 관광객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앵커]

이탈리아의 경우 관광객을 대상으로 강력한 규제에 나서고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건가요?

[기자]

가디언 등 일부 언론들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당국의 규제 조치로 인한 효과가 여전히 미미하다고 전했습니다.

베네치아에서는 현재 인근 운하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다이빙을 할 경우엔 450유로, 거리에 음식물을 버릴 경우엔 200유로의 벌금을 각각 부과하고 있습니다.

피렌체에서도 거리에서 음식을 먹을 경우 최대 500유로까지 벌금을 물리고 있지만, 이러한 금지 사항을 잘 모르기도 하고, 알면서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탈리아 당국은 규제를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베네치아 의회에선 거리에 앉거나 드러눕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대 500유로까지 벌금을 물리는 내용의 조례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입니다.

[앵커]

이탈리아 사례를 조금 더 살펴보죠.

실제로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나요?

[기자]

수도인 로마의 경우 지난 2016년엔 4천만 명 이상이 찾았고요,

인구 6만 남짓한 베네치아엔 3천 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오래된 도심에 사람과 돈이 몰리면서 원주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임대료도 폭등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더는 버틸 여력이 없는 거죠.

현재 베네치아에서 집 한 채를 장만하려면 최소 백 만 달러, 우리돈 11억 원이 넘게 듭니다.

[지오바니/베네치아 주민 : "집에서 나가 베니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낯선 느낌이 들어요. 길에 보이는 사람들은 이곳에 살지 않는 관광객들이니까요".]

한때 17만 명이 넘었던 베네치아 인구는 날이 갈수록 감소해 지금은 5만5천 명 수준인데요,

주민 이탈이 계속되면 2030년에는 베네치아에 단 한 사람도 살지 않을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탈리아 정부가 결국 관광객을 통제할 수밖에 없단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베네치아의 경우에도 당국이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은 관광객에게 임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호텔 신규 개장도 금지했습니다.

또, 숙박 기간이 3일이 지나면 관광지 임대 세가 붙고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자릿세 등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버스 등 대중교통도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관광객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각에선 당국의 규제 조치를 두고 볼멘소리도 나온다고요?

[기자]

네, 특히 관광객들 사이에서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유럽의 물가는 특히 비싸기로 유명하죠.

그래서 야외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관광객이 많은데, 정부는 근처 음식점을 이용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카푸치노 한 잔에 12유로, 우리돈 만6천 원이니까 여행객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관광객과 현지 주민, 생태 환경 모두를 유지할 수 있는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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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넘치는 관광객…주민도 환경도 ‘고통’
    • 입력 2018-10-01 18:11:44
    • 수정2018-10-01 18:2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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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를 한눈에 보는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어떤 소식 준비하셨나요?

[기자]

네, 먼저 제가 준비한 사진부터 보실까요?

[앵커]

섬인 것 같은데, 울창한 숲이 사라진 모습이네요, 어딘가요?

[기자]

이곳은 환경 정화를 위해 지난 4월 잠정 폐쇄됐던 필리핀 보라카이 섬입니다.

이번 달 26일 재개장을 앞두고 있는데 어떻게 변했을까요?

보라카이 섬은 지금 관광객 맞을 준비에 한창입니다.

도로 확장 공사와 하수관 공사가 이뤄지고 있고, 정화시설도 다시 설치하는 등 분주한 모습입니다.

연간 2백만 명이 찾는다는 필리핀 대표 휴양지인 보라카이 섬.

그러나 관광객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와 폐수로 '시궁창'이란 지적까지 받았는데요,

필리핀 정부는 19억 달러가 넘는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6개월 동안 폐쇄 조치를 강행했습니다.

[안토니오 오포사/환경법률 전문가 : "불과 15년 까지만 해도 그토록 아름답던 보라카이 섬을 어떻게 이 지경으로 만들었을까요? 섬을 지키려는 사람은 당연히 없었어요. 바로 이 돈 때문이죠".]

필리핀 당국은 보라카이 섬 재개장 이후에도 하루 최대 관광객 수를 만 9천 명으로 제한하고, 해변에서는 음주와 흡연을 금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습니다.

[앵커]

태국 피피섬도 같은 이유로 지난 6월부터 폐쇄됐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피피섬 마야 베이에서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데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11월에 다시 문을 열 전망입니다.

[앵커]

바르셀로나 등 주요 도시에서도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최근 상황은 어떻습니까? 좀 나아졌나요?

[기자]

외신 보도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부 관광객들이 여전히 매너를 지키지 않으면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로마의 한 유적지에선 남성 두 명이 속옷 차림으로 물장구를 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고요,

트레비 분수 앞에서는 사진이 잘 나오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외국인 여성 두 명이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3월 베네치아에서도 중국 관광객들이 돗자리를 펴고 음식물을 섭취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죠.

물론 비단 이탈리아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고요,

전 세계 곳곳에서 일부 관광객들의 몰지각한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앵커]

이탈리아의 경우 관광객을 대상으로 강력한 규제에 나서고 있는데, 잘 지켜지지 않는 건가요?

[기자]

가디언 등 일부 언론들은 전문가 말을 인용해 당국의 규제 조치로 인한 효과가 여전히 미미하다고 전했습니다.

베네치아에서는 현재 인근 운하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다이빙을 할 경우엔 450유로, 거리에 음식물을 버릴 경우엔 200유로의 벌금을 각각 부과하고 있습니다.

피렌체에서도 거리에서 음식을 먹을 경우 최대 500유로까지 벌금을 물리고 있지만, 이러한 금지 사항을 잘 모르기도 하고, 알면서 지키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탈리아 당국은 규제를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베네치아 의회에선 거리에 앉거나 드러눕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최대 500유로까지 벌금을 물리는 내용의 조례안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입니다.

[앵커]

이탈리아 사례를 조금 더 살펴보죠.

실제로 얼마나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나요?

[기자]

수도인 로마의 경우 지난 2016년엔 4천만 명 이상이 찾았고요,

인구 6만 남짓한 베네치아엔 3천 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오래된 도심에 사람과 돈이 몰리면서 원주민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입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고, 임대료도 폭등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더는 버틸 여력이 없는 거죠.

현재 베네치아에서 집 한 채를 장만하려면 최소 백 만 달러, 우리돈 11억 원이 넘게 듭니다.

[지오바니/베네치아 주민 : "집에서 나가 베니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낯선 느낌이 들어요. 길에 보이는 사람들은 이곳에 살지 않는 관광객들이니까요".]

한때 17만 명이 넘었던 베네치아 인구는 날이 갈수록 감소해 지금은 5만5천 명 수준인데요,

주민 이탈이 계속되면 2030년에는 베네치아에 단 한 사람도 살지 않을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이탈리아 정부가 결국 관광객을 통제할 수밖에 없단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베네치아의 경우에도 당국이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은 관광객에게 임대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호텔 신규 개장도 금지했습니다.

또, 숙박 기간이 3일이 지나면 관광지 임대 세가 붙고 카페나 음식점에서도 자릿세 등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버스 등 대중교통도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면서 관광객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각에선 당국의 규제 조치를 두고 볼멘소리도 나온다고요?

[기자]

네, 특히 관광객들 사이에서 너무 과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유럽의 물가는 특히 비싸기로 유명하죠.

그래서 야외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우는 관광객이 많은데, 정부는 근처 음식점을 이용하라는 겁니다.

하지만 카푸치노 한 잔에 12유로, 우리돈 만6천 원이니까 여행객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관광객과 현지 주민, 생태 환경 모두를 유지할 수 있는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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