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이용 싹쓸이 명품관광 극성

입력 2003.02.08 (21:00)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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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해외여행이 크게 늘었지만 관광문화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싹쓸이 명품관광이나 보신관광을 떠났다가 반입이 금지된 물건들을 몰래 들여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기동취재부 박주경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설 연휴가 끝난 인천공항.
명절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한 내국인들이 속속 입국장으로 들어옵니다.
세관과 함께 휴대품을 검사해 봤습니다.
신고할 게 없다던 여성에게서 면세구입 한도인 400달러를 초과하는 명품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세관원: 새 거잖아요?
⊙홍콩 여행객: 안 신었으니까 새 거죠. 언니는 그럼 거지 같은 것만 갖고 다녀요?
⊙기자: 결국 세금을 물게 됐지만 되려 큰소리입니다.
⊙홍콩 여행객: 신경질 나, 진짜... 몇 살이야? 나보다 어리기만 하면 죽었어! 몇 살이야?
⊙기자: 1000만원에 육박하는 명품 옷가지들을 산 이 여성은 영수증까지 들이대도 끝까지 딴청입니다.
⊙세관원: 밖에서 사신 거네요?
⊙이탈리아 여행객: 글쎄요, 이게 뭘까요?
⊙세관원: 본인이 모르면 어떻게 해요?...
⊙기자: 아예 가게를 차릴 정도의 새 옷들을 모두 입던 것이라며 발뺌하기도 합니다.
⊙프랑스 여행객: 왜 인정이 안 되냐구요! 집에 가 보실래요? 우리 집에 옷이 어떤 것만 있는지!
⊙기자: 중국을 다녀온 한 입국자의 가방에서는 퍼즐처럼 조각내 숨겨둔 호랑이 발까지 발견됩니다.
⊙중국 여행객: 관절염이 좀 있는데 (호랑이가)좋다고 해서...
⊙기자: 웅담이나 사향, 청심환 등 멸종위기 동물로 만든 약재들은 모두 압수됐습니다.
⊙중국 여행객: 안 가져! 찾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들 나눠 가져요. 다.. 다 빼돌려!
⊙기자: 사복 감시원들이 미행에 들어갔던 한 여행자 일행의 치약통에서는 10만원짜리 메모리칩 수백 개가 쏟아집니다.
⊙밀수 용의자: 그만 검사해! 징그러워 아주... 벗을까? 차라리 옷을?
⊙기자: 따지는 방법도 가지가지입니다.
⊙밀반입 여행객: 어떤 놈이 있다고 일렀어? 뭐야 지금! 평소엔 갖고 다니지도 않아, 명절 때니까...
⊙기자: 명절 직후 적발된 밀반입 건수는 평소보다 30%나 많습니다.
⊙김학렬(인천공항 세관검사원): 명절에 외국을 다녀온 사람이 많아서 저희 업무량이 평소 때보다 명절 때가 더 많아지는 편입니다.
⊙기자: 이렇게 틈만나면 원정쇼핑에 나서는 여행객들이 급증하면서 전체 밀반입 규모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난 한해 세관에 적발된 물품들은 과세액만 해도 233억원에 이릅니다.
233억, 세금이 정도라면 물건값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얘기입니다.
미처 적발되지 않은 규모는 수십배.
그야말로 국가 경제를 뒤흔들 정도지만 명품과 보신에 눈먼 여행객들에게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입니다.
KBS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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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휴 이용 싹쓸이 명품관광 극성
    • 입력 2003-02-08 21:00:00
    • 수정2018-08-29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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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해외여행이 크게 늘었지만 관광문화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싹쓸이 명품관광이나 보신관광을 떠났다가 반입이 금지된 물건들을 몰래 들여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기동취재부 박주경 기자가 고발합니다. ⊙기자: 설 연휴가 끝난 인천공항. 명절을 이용해 해외여행을 한 내국인들이 속속 입국장으로 들어옵니다. 세관과 함께 휴대품을 검사해 봤습니다. 신고할 게 없다던 여성에게서 면세구입 한도인 400달러를 초과하는 명품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세관원: 새 거잖아요? ⊙홍콩 여행객: 안 신었으니까 새 거죠. 언니는 그럼 거지 같은 것만 갖고 다녀요? ⊙기자: 결국 세금을 물게 됐지만 되려 큰소리입니다. ⊙홍콩 여행객: 신경질 나, 진짜... 몇 살이야? 나보다 어리기만 하면 죽었어! 몇 살이야? ⊙기자: 1000만원에 육박하는 명품 옷가지들을 산 이 여성은 영수증까지 들이대도 끝까지 딴청입니다. ⊙세관원: 밖에서 사신 거네요? ⊙이탈리아 여행객: 글쎄요, 이게 뭘까요? ⊙세관원: 본인이 모르면 어떻게 해요?... ⊙기자: 아예 가게를 차릴 정도의 새 옷들을 모두 입던 것이라며 발뺌하기도 합니다. ⊙프랑스 여행객: 왜 인정이 안 되냐구요! 집에 가 보실래요? 우리 집에 옷이 어떤 것만 있는지! ⊙기자: 중국을 다녀온 한 입국자의 가방에서는 퍼즐처럼 조각내 숨겨둔 호랑이 발까지 발견됩니다. ⊙중국 여행객: 관절염이 좀 있는데 (호랑이가)좋다고 해서... ⊙기자: 웅담이나 사향, 청심환 등 멸종위기 동물로 만든 약재들은 모두 압수됐습니다. ⊙중국 여행객: 안 가져! 찾지도 않을 거예요. 당신들 나눠 가져요. 다.. 다 빼돌려! ⊙기자: 사복 감시원들이 미행에 들어갔던 한 여행자 일행의 치약통에서는 10만원짜리 메모리칩 수백 개가 쏟아집니다. ⊙밀수 용의자: 그만 검사해! 징그러워 아주... 벗을까? 차라리 옷을? ⊙기자: 따지는 방법도 가지가지입니다. ⊙밀반입 여행객: 어떤 놈이 있다고 일렀어? 뭐야 지금! 평소엔 갖고 다니지도 않아, 명절 때니까... ⊙기자: 명절 직후 적발된 밀반입 건수는 평소보다 30%나 많습니다. ⊙김학렬(인천공항 세관검사원): 명절에 외국을 다녀온 사람이 많아서 저희 업무량이 평소 때보다 명절 때가 더 많아지는 편입니다. ⊙기자: 이렇게 틈만나면 원정쇼핑에 나서는 여행객들이 급증하면서 전체 밀반입 규모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난 한해 세관에 적발된 물품들은 과세액만 해도 233억원에 이릅니다. 233억, 세금이 정도라면 물건값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는 얘기입니다. 미처 적발되지 않은 규모는 수십배. 그야말로 국가 경제를 뒤흔들 정도지만 명품과 보신에 눈먼 여행객들에게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로 들릴 뿐입니다. KBS뉴스 박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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