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터키, 언론인 피살 수사 총력…노림수는?

입력 2018.10.25 (10:51) 수정 2018.10.2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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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파문이 연일 세계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계속 모른다고 잡아떼면서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터키 당국의 집요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드러났는데요.

만일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진실 규명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떤 의도로 사우디 왕실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걸까요?

지구촌 속으로에서 정리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3일, 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이날 연설은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부분 할애됐습니다.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 "우리는 카슈끄지 사망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계획적인 작전의 결과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습니다."]

앞서 카슈끄지와 사우디 요원들과의 몸싸움이 우발적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사우디 정부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입니다.

더불어 사우디 국왕에게 용의자들의 송환을 요청하며 사우디 왕실을 에둘러 압박했습니다.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 "살만 사우디 국왕과 고위 행정부에 요청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이스탄불입니다. 체포된 18명의 용의자가 이곳에서 재판받게 해주십시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의 열쇠를 쥔 터키는 그동안 익명의 관리를 통해 터키 언론에 수사 상황이나 관련 정보를 조금씩 흘려왔는데요.

이에 카슈끄지의 행방을 모른다고 잡아떼던 사우디 정부는 결국 카슈끄지가 사우디 영사관에서 숨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빈 살만/사우디 왕세자 : "사우디아라비아는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워 심판하기 위해 터키 정부와 협력하며,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연일 사우디 정부를 압박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먼저, 최대한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전략적 압박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터키 정부가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싶어하는 사우디와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물밑에선 경제적 지원 등 무언가를 얻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마하 야햐/카네기 중동센터 국장 :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최대한 많은 이득과 터키에 유리한 양보를 얻어내는 기회로 삼을 것입니다."]

한편에선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진짜 궁지로 내몰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터키와 사우디는 둘 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지만 사이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양국은 그동안 카타르 고립, 시리아 내전 등 굵직한 이슈마다 견해차를 보여 왔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이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중동 질서를 주도하려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약화시키고 중동 지역의 맹주로 우뚝 서려 한다는 것입니다.

[아흐멧 카심 한/국제 관계 분석가 :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계속 터키의 이익에 반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터키와 우방국들은 왕세자를 제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카슈끄지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든 에르도안 대통령이 충분히 실익을 챙겼다고 보고 있는데요.

그동안 개혁 이미지로 포장됐던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이미지를 추락시켰고, 장기 집권을 위해 반대파와 언론을 탄압하는 등의 행보로 독재자로 불렸던 자신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는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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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5 10:56:32
    • 수정2018-10-25 11: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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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파문이 연일 세계 언론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정부가 계속 모른다고 잡아떼면서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터키 당국의 집요한 수사를 통해 진실이 드러났는데요.

만일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없었다면, 진실 규명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어떤 의도로 사우디 왕실을 강하게 몰아붙이고 있는 걸까요?

지구촌 속으로에서 정리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3일, 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이날 연설은 이스탄불에서 발생한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부분 할애됐습니다.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 "우리는 카슈끄지 사망이 우발적인 사고가 아니라 계획적인 작전의 결과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를 갖고 있습니다."]

앞서 카슈끄지와 사우디 요원들과의 몸싸움이 우발적 살인으로 이어졌다는 사우디 정부의 발표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입니다.

더불어 사우디 국왕에게 용의자들의 송환을 요청하며 사우디 왕실을 에둘러 압박했습니다.

[에르도안/터키 대통령 : "살만 사우디 국왕과 고위 행정부에 요청합니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이스탄불입니다. 체포된 18명의 용의자가 이곳에서 재판받게 해주십시오."]

외신들은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진상 규명의 열쇠를 쥔 터키는 그동안 익명의 관리를 통해 터키 언론에 수사 상황이나 관련 정보를 조금씩 흘려왔는데요.

이에 카슈끄지의 행방을 모른다고 잡아떼던 사우디 정부는 결국 카슈끄지가 사우디 영사관에서 숨졌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죠.

[빈 살만/사우디 왕세자 : "사우디아라비아는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워 심판하기 위해 터키 정부와 협력하며,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연일 사우디 정부를 압박하며 대립각을 세우는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먼저, 최대한 실리를 챙기기 위한 전략적 압박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터키 정부가 가진 정보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싶어하는 사우디와 미국을 동시에 압박하면서, 물밑에선 경제적 지원 등 무언가를 얻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마하 야햐/카네기 중동센터 국장 :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최대한 많은 이득과 터키에 유리한 양보를 얻어내는 기회로 삼을 것입니다."]

한편에선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진짜 궁지로 내몰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터키와 사우디는 둘 다 이슬람 수니파 국가지만 사이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양국은 그동안 카타르 고립, 시리아 내전 등 굵직한 이슈마다 견해차를 보여 왔는데요.

에르도안 대통령이 카슈끄지 사건을 계기로 중동 질서를 주도하려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약화시키고 중동 지역의 맹주로 우뚝 서려 한다는 것입니다.

[아흐멧 카심 한/국제 관계 분석가 :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계속 터키의 이익에 반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터키와 우방국들은 왕세자를 제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카슈끄지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든 에르도안 대통령이 충분히 실익을 챙겼다고 보고 있는데요.

그동안 개혁 이미지로 포장됐던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이미지를 추락시켰고, 장기 집권을 위해 반대파와 언론을 탄압하는 등의 행보로 독재자로 불렸던 자신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데는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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