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캐러밴, 걸어서 미국까지’

입력 2018.10.25 (20:37) 수정 2018.10.25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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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순섭니다.

송영석 기자 나왔습니다.

송 기자! 오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네, 오늘은 '캐러밴, 걸어서 미국까지' 입니다.

캐러밴은 원래 사막을 오가던 상인들을 뜻하던 용어입니다.

그런데 여기선 고국을 떠나 미국 등에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중앙 아메리카 사람들을 말합니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캐러밴은 미국 국경을 향해 가고 있는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사람들인데요.

대부분 온두라스 국민들입니다.

중남미 국가 중 가장 가난한 나란데요.

현지시간 12일, 온두라스를 출발했습니다.

이 때만 해도 160명 정도밖에 안됐는데, 과테말라 등을 거치면서 무려 7천여 명 규모로 늘어났습니다.

만 명에 육박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요.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있다가 캐러밴을 보고 행렬에 뛰어든 사람들이 합류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지금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서 멕시코 남부 지역을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키워드가 '걸어서 미국까지' 였잖아요?

영상을 통해 봤습니다만 다들 걸어서 가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거의 대부분이 두 다리에 의지한 채 걷고 또 걷고 있습니다.

출발한지 열흘 넘게 지났습니다만, 아직도 미국 남쪽 국경까지 최단 거리로 따져봐도 천 8백 킬로미터를 더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노숙은 기본이고요,

하룻동안 날을 잡아 쉬기도 합니다.

운이 좋으면 화물차를 얻어타기도 하고 식량을 제공받기도 합니다.

때론 산도 넘어야 하고요, 특히 국경지대에서는 목숨을 거는 상황도 많습니다.

철책을 넘거나 부수기도 하는데 철책이 열리지 않으면 강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멕시코까지 오는 길에 최소 3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왜 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멀고도 힘든 여정을 택했을까요?

[에스드라스 메자/캐러밴 참여자/온두라스인 : "온두라스는 부패가 극심합니다. 우리는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요. 우리는 농사를 짓고 싶어도 땅이 없습니다."]

[레스비 카리나 라모스/캐러밴 참여자/온두라스인 : "심지어 우리 아이들까지도 갱단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갱단은 때때로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앵커]

결국, 인간답게 살기 위한 거군요.

하지만, 이들의 조국은 그런 여건이 되지 않고...

목적지가 미국인데 그렇다면 미국 시민이 되는 게 목표인가요?

[기자]

네, 미국으로 간다는 건 미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봐야겠죠,

일단 미국 국경까지 가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중도에 이탈하거나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현재 멕시코 경찰이 안전을 위해 캐러밴을 호위를 해주고 있는데요,

행렬 중 5백 명이 버스로 고국에 보내주겠다는 경찰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합니다.

또, 천 7백 명은 미국행 대신 멕시코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앵커]

아직도 가야할 길이 천 8백 킬로미터라고 하셨는데,

서울~부산을 두번 왕복하는 것보다도 더 먼 거잖아요?

언제쯤 목적지인 미국 국경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기자]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데요,

이동경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도착 시점에 대해 '몇 주 뒤' 뭐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단 거리 상에 있는 텍사스 주 매캘런 국경까지 캐러밴이 하루 12시간씩 도보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약 42일이 걸릴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큰 변수 없이 꾸준히 이동한다면 다음달 하순쯤 도달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앵커]

송 기자! 정말 사투를 벌이듯 뚜벅뚜벅 가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미국 국경에 다다른 뒤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에 다다르면 캐러밴은 '망명심사'라는 더 큰 장벽과 마주 서야 합니다.

심사 자격이 주어질지도 불투명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 정부가 가난이나 갱단의 폭력을 피하기 위한 상황을 적절한 망명 요건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대통령부터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도 반이민 정책 기조로 지지층 결집 효과를 톡톡히 본 트럼프 대통령, "합법적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불공평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캐러밴 대열에 중동 사람들도 섞여 있다거나, 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민법 개정 표결을 하지 않는 민주당을 탓하라는 등 테러리즘에 대한 유권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민주당 배후론 같은 의혹을 제기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캐러밴을 십분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현지 언론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지난 22일 : "캐러밴은 미국에 대한 공격입니다. 캐러밴 안에는 아주 나쁜 사람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지난 18일 : "다들 아시겠지만 나는 필요하다면 남부 국경에 군대를 보낼 생각입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진보 성향의 CNN 보도를 보시면 캐러밴 논쟁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습니다.

[美 CNN 방송 : "폭스뉴스가 만드는 프레임을 보십시오. 자막들이 하나같이 "캐러벤 위기", "혼돈에 빠진 멕시코", "국경을 부수다" 같은 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매일 캐러밴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하는 말마다 음모론적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캐러밴도 미국 내 상황을 모를 리 없을 텐데요,

그래도 무조건 간다는 건가요?

[기자]

이것도 캐러밴 참여자들의 말을 직접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CNN 등 미국 취재진들이 며칠 동안 캐러밴과 함께 걸으며 이들의 얘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보시죠.

[올린 헤레라/캐러밴 참여자/온두라스인 : "우리의 메시지는 "우린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겁니다. 일을 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일자리를 원합니다."]

[마리아 델 가르멘 메쟈/캐러밴 참여자/온두라스인 : "앞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내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원합니다. 이미 많이 걸었어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마르타 토레스/온두라스 난민 : "내 아이들을 범죄의 구덩이에 둘 수는 없어요. 아이들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강으로 내려온 뒤 도움을 받아 아이를 품에 안은 이 여성, 두 아이와 함께 캐러밴 대열에 있는데요.

미국에 가게 되도 미국 정부가 당신을 다시 고국으로 보내기 위해 자녀들과 떼어놓을 수도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래도 신을 믿는다'고 답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만, 멕시코 보호 시설에서 취재진에게 빌린 전화기로 고국에 있는 부모와 통화한 뒤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맙니다.

거대한 행렬을 이루고 있지만 그 속을 들어가보면 다들 각자 사연이 있고 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무작정 받아줄 수는 없는 거 아니냐는 반론도 거셉니다.

캐러밴이 다가오면서 미국 사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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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캐러밴, 걸어서 미국까지’
    • 입력 2018-10-25 20:43:14
    • 수정2018-10-25 20: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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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알아보는 '오늘의 픽' 순섭니다.

송영석 기자 나왔습니다.

송 기자! 오늘 키워드는 뭔가요?

[기자]

네, 오늘은 '캐러밴, 걸어서 미국까지' 입니다.

캐러밴은 원래 사막을 오가던 상인들을 뜻하던 용어입니다.

그런데 여기선 고국을 떠나 미국 등에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중앙 아메리카 사람들을 말합니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캐러밴은 미국 국경을 향해 가고 있는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사람들인데요.

대부분 온두라스 국민들입니다.

중남미 국가 중 가장 가난한 나란데요.

현지시간 12일, 온두라스를 출발했습니다.

이 때만 해도 160명 정도밖에 안됐는데, 과테말라 등을 거치면서 무려 7천여 명 규모로 늘어났습니다.

만 명에 육박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요.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있다가 캐러밴을 보고 행렬에 뛰어든 사람들이 합류한 결과로 보여집니다.

지금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서 멕시코 남부 지역을 지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키워드가 '걸어서 미국까지' 였잖아요?

영상을 통해 봤습니다만 다들 걸어서 가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거의 대부분이 두 다리에 의지한 채 걷고 또 걷고 있습니다.

출발한지 열흘 넘게 지났습니다만, 아직도 미국 남쪽 국경까지 최단 거리로 따져봐도 천 8백 킬로미터를 더 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일단 노숙은 기본이고요,

하룻동안 날을 잡아 쉬기도 합니다.

운이 좋으면 화물차를 얻어타기도 하고 식량을 제공받기도 합니다.

때론 산도 넘어야 하고요, 특히 국경지대에서는 목숨을 거는 상황도 많습니다.

철책을 넘거나 부수기도 하는데 철책이 열리지 않으면 강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멕시코까지 오는 길에 최소 3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왜 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멀고도 힘든 여정을 택했을까요?

[에스드라스 메자/캐러밴 참여자/온두라스인 : "온두라스는 부패가 극심합니다. 우리는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없어요. 우리는 농사를 짓고 싶어도 땅이 없습니다."]

[레스비 카리나 라모스/캐러밴 참여자/온두라스인 : "심지어 우리 아이들까지도 갱단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갱단은 때때로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앵커]

결국, 인간답게 살기 위한 거군요.

하지만, 이들의 조국은 그런 여건이 되지 않고...

목적지가 미국인데 그렇다면 미국 시민이 되는 게 목표인가요?

[기자]

네, 미국으로 간다는 건 미국에 정착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봐야겠죠,

일단 미국 국경까지 가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이들의 목표입니다.

하지만 너무 지친 나머지 중도에 이탈하거나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현재 멕시코 경찰이 안전을 위해 캐러밴을 호위를 해주고 있는데요,

행렬 중 5백 명이 버스로 고국에 보내주겠다는 경찰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합니다.

또, 천 7백 명은 미국행 대신 멕시코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습니다.

[앵커]

아직도 가야할 길이 천 8백 킬로미터라고 하셨는데,

서울~부산을 두번 왕복하는 것보다도 더 먼 거잖아요?

언제쯤 목적지인 미국 국경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기자]

아직 예단하기 어려운데요,

이동경로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언론들은 도착 시점에 대해 '몇 주 뒤' 뭐 이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만,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단 거리 상에 있는 텍사스 주 매캘런 국경까지 캐러밴이 하루 12시간씩 도보로 이동한다고 가정하면, 약 42일이 걸릴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큰 변수 없이 꾸준히 이동한다면 다음달 하순쯤 도달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앵커]

송 기자! 정말 사투를 벌이듯 뚜벅뚜벅 가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미국 국경에 다다른 뒤 아니겠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에 다다르면 캐러밴은 '망명심사'라는 더 큰 장벽과 마주 서야 합니다.

심사 자격이 주어질지도 불투명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심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미국 정부가 가난이나 갱단의 폭력을 피하기 위한 상황을 적절한 망명 요건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무엇보다 대통령부터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도 반이민 정책 기조로 지지층 결집 효과를 톡톡히 본 트럼프 대통령, "합법적으로 이민 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불공평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캐러밴 대열에 중동 사람들도 섞여 있다거나, 법을 바꿔야 하는데 이민법 개정 표결을 하지 않는 민주당을 탓하라는 등 테러리즘에 대한 유권자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민주당 배후론 같은 의혹을 제기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캐러밴을 십분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현지 언론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지난 22일 : "캐러밴은 미국에 대한 공격입니다. 캐러밴 안에는 아주 나쁜 사람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지난 18일 : "다들 아시겠지만 나는 필요하다면 남부 국경에 군대를 보낼 생각입니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와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진보 성향의 CNN 보도를 보시면 캐러밴 논쟁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습니다.

[美 CNN 방송 : "폭스뉴스가 만드는 프레임을 보십시오. 자막들이 하나같이 "캐러벤 위기", "혼돈에 빠진 멕시코", "국경을 부수다" 같은 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의 매일 캐러밴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하는 말마다 음모론적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지금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캐러밴도 미국 내 상황을 모를 리 없을 텐데요,

그래도 무조건 간다는 건가요?

[기자]

이것도 캐러밴 참여자들의 말을 직접 들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CNN 등 미국 취재진들이 며칠 동안 캐러밴과 함께 걸으며 이들의 얘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보시죠.

[올린 헤레라/캐러밴 참여자/온두라스인 : "우리의 메시지는 "우린 범죄자가 아니다"라는 겁니다. 일을 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일자리를 원합니다."]

[마리아 델 가르멘 메쟈/캐러밴 참여자/온두라스인 : "앞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내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원합니다. 이미 많이 걸었어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마르타 토레스/온두라스 난민 : "내 아이들을 범죄의 구덩이에 둘 수는 없어요. 아이들의 삶이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강으로 내려온 뒤 도움을 받아 아이를 품에 안은 이 여성, 두 아이와 함께 캐러밴 대열에 있는데요.

미국에 가게 되도 미국 정부가 당신을 다시 고국으로 보내기 위해 자녀들과 떼어놓을 수도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래도 신을 믿는다'고 답하면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만, 멕시코 보호 시설에서 취재진에게 빌린 전화기로 고국에 있는 부모와 통화한 뒤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맙니다.

거대한 행렬을 이루고 있지만 그 속을 들어가보면 다들 각자 사연이 있고 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을 무작정 받아줄 수는 없는 거 아니냐는 반론도 거셉니다.

캐러밴이 다가오면서 미국 사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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